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416)
416화 오르막길 (3)
후우우욱.
숨을 뱉고.
후우우욱.
깊게 숨을 들이쉰다.
그때마다 흡사 담배를 피우듯 가득 새어 나오는 입김.
주르르륵.
흘러내린 땀방울이 얼어붙은 채로 바닥에 떨어진다.
근육은 비명을 내지르고, 눈앞은 흐릿하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터벅, 터벅.
한 걸음, 한 걸음.
그 어느 때보다 호흡에 집중하며 걸음을 뻗는다.
두 대가 연결된 썰매의 가장 앞에서, 놓치지 않게 줄을 꽉 잡은 상태로.
터벅, 터벅.
썰매를 이끌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한 이유다.
썰매를 담당하던 트롤 소환사가 당했거든.
“밀번 나리아의 상태는 어떻지?”
“……얼마 버티지 못할 거예요.”
“그런가…….”
까드득.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며 조금 전에 있었던 전투를 회상했다.
초반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캐릭터가 [거대화]를 시전했습니다.」
[거대화]를 한 내가 바위처럼 길목을 틀어막았고.“테이룬 쉐아르디엠.”
마법사들은 ‘마나실드’로.
「준 아르셴이 [수호의 빛]을 시전했습니다.」
「페리톤 에리아보티가 [신성한 피부]를 시전했습니다.」
「벤자민 오르먼이 [피해경감]을 시전했…….」
「…….」
신관들은 각종 보호막 및 버프로 나를 보조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다른 말로는 올-인이라 할 수 있을 그런 전략.
그 전략은 유효했다.
「모든 치유 및 회복 효과가 반대로 작용합니다.」
한 대만 맞아도 치명상으로 변하는 환경에서 적들은 적극적으로 나에게 달려들지 못했고, 그런 상태에서 우리는 오르막길의 이점을 통해 적들에게 모든 화력을 쏟아부었다.
스킬만으로도 모자라 치유 포션을 던지고.
치유 장판을 오히려 저쪽에 깔아버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앞에 있는 놈의 모가지를 잡아 절벽 아래로 던져버렸다.
「상태이상 [불멸의 속삭임]이 부여됩니다.」
「사망 시 해당 캐릭터는 언데드로 부활합니다.」
사망한 적군은 언데드가 되어서 가까이 있던 아군을 공격했고, 우리는 견고하게 진형을 유지한 채 공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확실히… 리갈 바고스 당신만으로는 힘든 상대였겠구려.]그놈들이 전투에 참가하면서부터 구도가 달라졌다.
「마누아 레펠레스가 [철권]을 시전했습니다.」
「리키 에이몬드가 [징벌의 걸음]을 시전했습니다.」
「푸르안 컬린이 [강신]을 시전…….」
8층에서부터 수급이 가능한 상위 정수로 무장한 열댓 명의 탐험가.
놈들이 전투에 참가한 순간, 전선이 무너졌다.
[슈이츠, 레이아더스의 마력이 바닥났소!]내게 마나실드를 걸어주고 있던 마법사들이 한 명씩 아웃됐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놈들이 나를 뛰어넘으며 아군의 진형 한복판으로 침투했다.
메인 탱커 라인인 성기사 셋.
보조 탱커 역할인 기사 둘과, 제3 팀의 전사 한 명.
아멜리아나 라비옌과 같은 근접 딜러들이 어떻게든 합심해서 몰아내려 했지만, 그조차 역부족.
[퇴, 퇴각해야 하오!]나를 포함한 모든 대원이 패배를 직감했다.
패배의 원인은 참으로 간결했다.
놈들의 전력이 우리보다 훨씬 더 강했다.
결사항전을 이어나가면 놈들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
결국 그 끝은 전멸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이 새끼들을 전부 족치는 건 깔끔하게 포기.’
나는 즉시 플랜B를 실행했다.
플랜B의 핵심은 제 2팀 소속의 소환사 밀번 나리아였다.
이 여자는 범위형 극딜 타입의 소환사거든.
세 마리의 아이스 트롤 ‘주술사’를 부리는.
「밀번 나리아가 [가혹한 지휘]를 시전했습니다.」
「밀번 나리아가 [맹수조련]을 시전했습니다.」
「밀번 나리아가 [잠재된 본능]을 시전했습니다.」
「밀번 나리아가 [안정감]을 시전…….」
그녀는 내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모든 버프를 소환수에게 걸었다.
그리고…….
「소환수 삐삐가 [눈사태]를 시전했습니다.」
「소환수 뽀삐가 [눈사태]를 시전했습니다.」
「소환수 예삐가 [눈사태]를 시전…….」
아이스 트롤들이 수십 배 강화된 위력으 스킬을 일제히 시전하며, 퇴각할 시간을 벌어냈다.
하지만…….
“꺄악!”
그 과정에서 나리아가 부상을 입었다.
소환수의 스킬 범위를 3배 증가시켜주는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트롤들과 밀착한 상태로 최전선까지 나왔다가 당하고 만 것.
그래도 다행히 그녀는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정신 집중을 유지하며 소환수들을 부렸고, 우리는 성공적으로 퇴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게 지금이었고.
“슈이츠, 괜찮소……?”
“말 걸지 마라.”
“…….”
나리아가 정신을 잃은 뒤, 전 대원이 배낭을 메고 식량을 나눠 담았지만, 그래 봤자 썰매 한 대 분량이 전부.
스으윽, 스으윽.
썰매를 끌어당기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조금 더 힘들어지면 다른 전사들과 교대를 하긴 해야겠지만, 아직은 버틸 만하니까. 그런 일념으로 머리를 비우고 몸을 움직이던 차였다.
“으윽…….”
썰매에 누운 나리아가 의식을 되찾았다.
두툼한 털옷을 몇 겹이나 덮고서, 보온돌까지 가득 터뜨린 상태의 그녀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이거였다.
“추, 추워요…….”
“조금만 더 버텨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런 거니까. 위로 올라가서 치유를 받고 나면 나아질 거다.”
“그, 그럴까요……? 쿠, 쿨럭!”
“…그래, 반드시 그럴 거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숨소리는 들리는 걸 보면, 어느샌가 다시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쿠웅-
마치 심장에 대포알이 박힌 기분이다.
갑갑하고 갑갑해서 미칠 것만 같은 감각.
‘뭐가 반드시 그럴 거다냐…….’
이 여자가 죽지 않기를 바란다.
그건 진심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아니,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이 여자겠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몸.
점점 다가오는 죽음.
“집에…….”
그때 뒤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에, 가고… 싶어요…….”
나리아의 목소리였다.
힘없는 그 중얼거림에 나는 이를 악물며 거짓을 입에 담았다.
“갈 수 있을 거다. 반드시.”
“그럴… 수 있을까요?”
“그래. 네가 버텨준다면.”
“…….”
이후 나리아는 또 말이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한참이나 지난 후.
“슈이츠 씨……. 저는, 이곳에 두고 가주세요.”
“……그게 무슨 소리지?”
“그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테니까……. 여긴… 그런 곳이잖아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서는 아니었다.
‘불멸의 속삭임’.
사망 시 몇 배나 더 강해진 채 언데드로 부활하게 만드는 지독한 필드 효과.
그런 식으로라도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리라.
“…….”
“…….”
침묵이 흐른다.
“대답, 해… 주세요.”
그 목소리에 나는 인정하고 말았다.
더 이상 위선을 떠는 건 이 여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 그러니까 차라리…….
꽈악.
주먹에 힘을 불어넣으며 겨우 입술을 열었다.
“알겠다. 네가 바라는 대로 하지.”
“…….”
“도시에 말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대답은 이번에도 한참이나 지나서 돌아왔다.
“…안 돼요. 그래, 서는.”
“……안 된다니?”
“나, 나한텐, 그럴 자격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두서가 없었다.
사람이 죽기 전에 자주 보이는 패턴의 변화.
“아아… 정말 미안, 해요…….”
“속이기, 싫었어. 나도 당신들을…….”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내가……!”
“끄흐흐흐흑…….”
뭔가 이 여자에게도 사정이 있겠구나 여길 뿐, 깊게 캐묻지 않았다.
그저 토해내는 한을 잠자코 들으며 나아갔다.
그로부터 얼마나 흘렀을까.
“이제, 내려, 주세요…….”
비교적 정확한 발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기랄.”
이에 옆에 있던 전사가 욕지거리를 뱉었다.
“따스한 빛이 그대의 영혼을 보듬어 안기를.”
성기사는 눈을 감고 경건하게 성호를 그었다.
수많은 죽음을 보아온 자들답게,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고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나리아 양……. 정말 고생 많았어요.”
그녀가 속한 팀의 팀장인 아쿠라바가 흐트러진 머릿결을 매만져 정리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조심스레 들어서 내렸다.
“고마워요, 아쿠라바 님…….”
“고맙다니, 그런…….”
아쿠라바는 무언가를 참아내듯 입술을 씹었다.
그리고 다른 대원들이 바닥에 깔은 털옷 위에 나리아의 몸을 눕혔다.
“……가요. 그렇게, 보지 말고.”
나리아의 말에도 우리는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했다.
“급하잖아요. 저는 괜찮으니까…….”
“…….”
“가세요.”
씨발.
까드득.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는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다.
“슈이츠, 그녀의 말이 옳소. 이만 가야 하오.”
나는 억지로 걸음을 떼어 다시 썰매를 끌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난, 무섭지 않아요…….”
힘없이 눈을 감은 나리아.
“이제야, 집에 가는 거야…….”
걸음을 뻗을수록 그녀의 중얼거림이 점점 멀어져갔다.
“아침엔 커피향이 나던, 진짜, 내 집으로…….”
제기랄.
[뭐, 지금에 와서는 후회 중입니다. 대주교님이 정말로 저를 죽일리야 있었겠습니까. 하하하…….]위화감의 정체를 이제 알겠다.
***
생존자 24명.
서른 명에서 시작된 원정대가 나아간다.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태에서도 지워지지 않은 어수선함을 품은 채.
“나리아 양이 말한 그거…….”
“집이라면… 역시 그것뿐이겠죠?”
수많은 세월을 미궁에서 보내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을 탐험가들.
당연히 그중에는 알고 있는 자들이 많았다.
죽음을 앞둔 악령이 가장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럼 나리아 양이 악령이었다고……?”
“쉬잇! 조용히 하게.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원들 사이에서 의문이 퍼져나간다.
또한, 누군가는 그 의문 자체에 분노를 품었다.
“다들 제정신이오! 우리를 살리려다 다쳤고, 죽는 그 순간까지도 도움이 되려 한 사람이오! 우리를 위해 외롭게 죽어가길 택했단 말이오! 한데 악령이라니? 설령 악령이라 한들 그게 무엇이 중하단 말이오!”
좋지 못한 징조였다.
“아니, 우리는 단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악령이 대체 왜 우리를 위해…….”
“이 빌어먹을 새끼가! 그걸 정말로 모르겠다면 내가 몸소 알려주지!”
아주 개판이구만.
“그마아아아아안!!!”
대원들 사이의 균열이 생기기 전에 카이슬란이 소리치며 개입했다.
“다들 제정신이오! 모두 하나가 되어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나는 그의 외침을 굳이 막지 않았다.
이번 일로 몸소 깨달은 거다.
집단을 이끌기 위해서는, 때로는 완벽하게 찍어 누를 필요도 있다는 걸.
“지금부터 한 마디라도 더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있다면 내가 먼저 지엄한 왕가의 법률하에 즉결 처형을 하리다! 알겠소?”
극약처방에 가까운 강압적인 명령.
이에 대원들도 정신을 차렸는지 입을 꾹 다물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뭐, 애석하게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해보든가.”
정적이 끝나갈 때쯤 어디선가 튀어나온 읊조림.
그 목소리의 주인은 푸타 리커번.
2팀의 근딜이자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던 사내였다.
“……해보라니?”
“어차피 당신들도 다 알고 있을 거 아니요? 이미 우리는 끝났다는 걸!”
“이놈……!”
“그, 그만두십시오! 카이슬란 경!”
카이슬란이 즉시 검을 치켜들었지만, 주변 기사들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에 리커번이 더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아까 그놈들 봤지 않소? 우리보다 훨씬 강한 자들이오! 숫자도 더 많고! 이대로 도망을 친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제 곧 놈들에게 따라잡힐 텐데.”
“…놓아라, 명령이다.”
이내 카이슬란의 지시에 그를 제지하던 기사가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났다.
후, 이대로면 진짜 우리끼리 피를 보겠는데?
“카이슬란, 비켜라.”
결국 나도 어쩔 수 없이 썰매를 멈추고서, 소란이 벌어지는 중심부로 향했다.
그리고…….
꽈악.
성큼성큼 걸어가 놈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큭!”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답이 없는 상황 같으니 그냥 손 놓고 죽기라도 하겠다고? 정말 그러길 원하나? 그런 거면 내가 네놈을 먼저 죽여줄 수도 있는데.”
“커, 허헉-!”
멱살을 잡힌 놈은 헛기침을 토해내면서도 불손한 눈빛을 접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해볼 테면, 해봐.”
정말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한 눈빛에 도리어 당황하고 말았다.
“…뭐?”
나도 모르게 힘이 풀리며 바닥으로 내려온 놈.
놈은 절망을 부르짖듯 큰 소리로 외쳤다.
“기적처럼 놈들을 따돌린다고 하면 뭐가 바뀌지? 도시로 돌아가 하하호호 웃는 미래? 그런 게 있을 거 같아?”
죽여서라도 이 새끼의 입을 막아야 한다.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놈은 할 말 못 할 말을 구분 않고 전부 토해낸 이후였다.
“당신도 알 거 아니야? 본대가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은 이유가 뭔지! 우리는 버려졌어! 뭔가 사정이 생겨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졌던 거라고!”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거라니?”
“허, 허튼소리! 와, 왕가에서 이만한 인물들을 버림패로 쓰며 죽이려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 나도 그런 줄 알았지! 다들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들이었으니까! 그게 함정이었던 거라고!”
“……함정?”
이미 내가 수습하기에는 한참이나 늦은 상황.
나는 한숨을 내쉬며 상황을 관망했다.
“나 푸타 리커번은 케알루너스 공작가 소속이오! 어렸을 때 공작가에 큰 빚을 진 바람에 이후로는 더러운 뒷일들이나 해결하며 지냈지! 진절머리가 나서 은퇴를 하겠다고 했더니, 마지막으로 부탁한 일이 바로 이 원정이었고!”
“…….”
“이게 뭔 뜻인지 모르겠소? 나는 버려진 거요! 그냥 죽이기엔 시선이 있으니, 친절하게 감투까지 씌워가며 친히 쓰레기통으로 보내버린 거지!”
“…….”
“하하핫! 다들 표정을 보니 이런 사정이 있는 건 나만이 아닌 거 같은데? 다들 내심 찔리는 게 있던 거 아닌가?”
이내 녀석의 말이 끝났고, 잠시간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침묵이 원정대 내에 자리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와도 같은 침묵.
“사, 상회에서 나를 버렸다고……? 아, 안 돼. 그럴 리 없어. 이번 일만 성공시키면, 횡령 건은 용서해 준다고 그랬는데…….”
패닉의 빠진 누군가의 중얼거림.
이에 서로의 시선이 서로에게 향한다.
‘너도 혹시 그런 경우인 거니?’
그런 의문이 담긴 시선들.
그 시선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팀장들이었다.
그야 이 중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자들이니까. 이들이 나서서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거겠지.
하지만…….
“……어쩌면 정말로 버려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현실은 잔혹했다.
“저 티타나 아쿠라바는 차원붕괴와 관련해서 끊임없이 왕가에게 의문을 토해내고 관리를 엄격히 할 것을 요구했어요. 어쩌면 그게 거슬렸던 것일지도 모르죠.”
시작은 아쿠라바.
“최근 클랜장이 저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그것 정도로…….”
두 번째는 톱니이빨 클랜의 부단장, 제임스 칼라.
“후… 굳이 꼽으라면 나도 칼라와 비슷하오. 나야 가문의 작위엔 관심 없지만, 우리 형님께서는 위기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지. 이럴까 봐 어릴 때 군에 들어간 것이건만…….”
카이슬란.
그리고…….
“저는 토베라교의 이단심문관이었습니다. 알려진 임무는 카루이교에 물든 교인을 색출하고 처형하는 일이었지만……. 카루이교와는 관계없는 정적들을 누명 씌우는 것을 보고서 환멸이 나서 자리를 내려놨지요. 치부를 감추고 싶은 주교들이 꽤 많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준의 고백까지.
팀장 한 명 한 명의 입이 열릴 때마다 원정대 내에는 절망이 새겨졌다.
다만, 아직까지 희망을 놓지 못한 것일까.
“슈이츠, 그대는 어떻소?”
“후작의 추천을 받은 데다가, 이 원정대의 대장 자리까지 얻어냈잖아요.”
“정말 당신도 저희와 비슷한 겁니까!”
대원들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이제 와서까지 숨길 이유는 없겠지.’
나는 잠시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앞선 사례처럼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비요른 얀델이다.”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