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Fanatic Wanders Through The Night RAW novel - chapter 187
그러자 의선이 두 사람을 꾸짖듯이 말했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은 놈들이…… 이거나 마셔라. 그만 좀 싸우고.”
광마가 대꾸했다.
“놈들이?”
의선이 말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애새끼 같아서 하는 말이네.”
광마가 화들짝 놀랐다. 오늘따라 의선의 태도가 전과는 한참 달랐기 때문이었다.
광마가 말했다.
“자네 의선 맞나? 어째 독마가 두 명으로 늘어난 것 같군.”
묘한 표정으로 웃고 있던 의선이 광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워 넣었다.
또르륵…….
평소에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던 의선이 술을 마시려고 하자, 독마마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마실 거냐?”
의선이 술잔을 들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
“왜? 제자 놈, 천하제일도 되고 곧 혼인도 할 터인데 이제 나도 마음 편하게 한잔해도 될 것 같은데. 아니 그런가?”
의선이 빨리 술잔을 들라는 것처럼 엷은 미소를 지었다.
“어서 잔 들게.”
광마와 독마가 상기된 표정으로 군말 없이 술잔을 들었다. 세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술을 들이켰다.
의선이 말했다.
“이보시게. 광마.”
광마가 대꾸했다.
“왜?”
“광독색요는 전대의 인물이 되었네. 우리의 강호는 지나갔다고. 색마와 요마가 죽었고. 자네와 독마가 남았네. 사대악인은 사라졌고 당대에는 이제 천하제일악인이 홀로 존재하네. 우리 시대는 흘러갔으니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네.”
광마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 것인가?”
“그런 것이지.”
의선의 말을 잘 듣는 척하던 광마가 갑자기 씨익 웃으면서 대꾸했다.
“너희나 은퇴해라. 난 그딴 거 안 하니까. 그러고 보니 검제가 안 보이는군. 어디 갔나? 심심할 때 한 번 붙어볼 생각이었는데.”
독마가 대꾸했다.
“제자 한 명 거두겠다고 떠났네. 검제도 심심했을 테지.”
광마가 피식 웃었다.
“심심하지. 심심할 것이다. 하지만 심심하다고 제자를 찾으러 떠나다니 검제도 제정신은 아니야.”
의선이 말을 받았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제자를 키울 시기라 본 것이겠지.”
이번에는 광마가 따른 술을 세 사람이 다시 동시에 들이켰다. 혼자 마실 때보다는 확실히 술맛이 좋았다. 더군다나 세 사람은 대화가 통했다.
광마가 새삼스럽게 독마와 의선을 바라봤다.
어쨌든 사대악인이라는 말은 사라진 것이 맞았다. 그러나 강호에서 가장 신비로운 사내들, 천하제일기인을 꼽으라면 이 똑 닮은 사내들인 독마와 의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는 의선이 참 대단한 사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마가 옛일을 떠올리다가 의선에게 물었다.
“아, 불사여몽 말이야. 의선, 자네에게도 물어본다는 것을 깜박했군. 불사여몽, 이거 뭔가? 소한이가 불사라는 뜻인가? 그럴 리는 없을 테고. 일전에 독마에게 듣긴 했으나 말이 애매해서 말이지.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의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보게. 광마, 자네는 세상일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딴 말로 어물쩍거리면서 넘어가지 말고, 궁금해서 그러니까 좀 알려주라고.”
의선이 피식 웃었다.
“알려 줘야지. 별것도 아닌데.”
광마가 화들짝 놀랐다.
“별 게 아니라고?”
의선이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소한이가 죽지 않는 것이 내 꿈이라는 뜻이지.”
“그건 들었네만.”
“소한이가 독마의 독에 죽지 않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라는 뜻이라네.”
“그것도 들었다니까. 독마에게…….”
의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죽지 않는 것은 또한 소한이의 꿈이었네. 그러니 우리 셋이 만든 것이지. 소한이에게 독을 먹이는 사내, 소한이를 해독하는 사내, 이 모든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던 사내 셋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자 결과물이네. 어느 날부터는 중독되어도 회복하고, 상처마저도 회복하더군. 그게 전부일세. 소한이가 버틴 것이지.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견디다가 생겨난 것이야. 달리 더 어떻게 설명을 하겠나. 수많은 과정의 결과로 발생한 일이니 이는 대법도 아니고 영약도 아니며 어떤 신공의 결과물도 아니라네.”
“그런가?”
의선이 문득 광마의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무렴. 광마… 생명이란 이토록 신기한 것이라네.”
의선의 질문에 문득 광마가 사색에 잠기듯이 말이 없어졌다.
‘세 사람이 만든 것이라…….’
광마가 독마를 바라봤다.
‘소한이가 너의 성정으로 적들을 죽여 나갔고.’
광마의 시선이 의선에게 옮겨갔다.
‘네게 영향을 받은 성정이 수하들을 거두게 했구나. 그중에 내가 끼어 있었을 뿐이고.’
실로 천하제일의 사부라 부를 만한 자들이었다.
광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제 좀 이 이야기를 이해한 것 같네.”
독마가 물었다.
“무슨 이야기.”
광마가 씨익 웃으면서 대꾸했다.
“칼춤 추던 꼬마가 천하제일이 되는 이야기.”
매화 흩날리는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잔잔하게 흩날리는 매화가 남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매화와 바람에 각기 어울리는 남녀가 화산(華山)을 오르는 중이었다. 급할 것이 없으니 흩날리는 매화처럼 자유롭게 걸었다. 손을 잡고 걷다가 때로는 바람을 가르면서 경공을 펼쳤다. 실력을 과시하는 경공이 아니라 두 마리의 새가 비행을 즐기는 것처럼 어우러지면서 뻗어 나갔다. 급하게 화산파라는 목적지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라 화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서 천천히 다가가는 중이었다.
유독 아름다운 산책길을 찾아냈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화산은 유난히 아름다운 장소가 많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도 많았고 널리 알려진 장소의 아름다움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이 우연히 발견한 산책길은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운치가 있었다. 좌우에 매화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 산책로였는데, 두 사람의 발을 내딛는 곳마다 꽃잎이 깔려 있었다.
사내가 여인의 손을 놓은 다음에 앞으로 걸어가더니 홀로 흩날리는 매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어서 흩날리는 매화를 벗 삼아 느린 동작으로 검무를 펼쳤다. 칼날에 꽃잎 떨어지더라도 오래 머물렀다가 흩어지는 느린 검무였다.
여인은 행복한 얼굴로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매화의 움직임을 살피던 사내가 휘두르는 쌍월에 매화를 휘감는 것처럼 궤적을 그리자, 두 줄기의 매화 행렬이 회오리를 일으키면서 따라다녔다.
당하련은 진소한의 검무가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화산과도 너무 잘 어울려서 넋이 나간 채로 바라봤다.
검무 자체의 아름다움과 무공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현상이 겹쳐서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예술의 정점을 목격하는 기분이 들었다.
저 춤을 누가 따라 할 수 있을까.
오로지 진소한만이 할 수 있는 춤이기도 했고, 이제는 당하련을 제외하면 볼 수 없는 춤이기도 했다.
진소한은 매화를 끌어모아서 다양한 모습으로 춤추고 휘날리게 만들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나 자연스럽게 필검(筆劍)을 펼치고 있었다.
매화가 먹물이고, 쌍월이 붓이었다.
점점 동작이 익숙해진 진소한은 당하련이 보는 앞에서 서서히 필검에 익숙해지더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글귀를 적어냈다.
화산에서.
진소한.
당하련.
매화를 흩날리다.
당하련이 진소한이 필검으로 적은 글귀를 소리 내어 읽었다. 시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단순한 글귀였으나 매화로 만들어 낸 것인지라 신기에 가까운 솜씨라 할 수 있었다.
이어서 두 자루의 쌍월이 매화를 잔뜩 모아서 공중에 띄웠다. 둥그런 달의 모습을 갖췄을 때 진소한이 가볍게 휘두른 쌍월로 달을 두드리자 허공에 한 단어가 선명하게 찍혔다.
心.
마음이라는 글귀를 완벽하게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역시 간단한 말이지만 지금 상황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이기도 했다.
쌍월을 칼집으로 거둔 진소한이 씨익 웃으면서 양팔을 벌리자, 당하련이 다가와서 진소한의 품에 안겼다. 마음으로 만들어 낸 매화가 두 사람 주변에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당하련은 진소한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함께 있어서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소한도 당하련을 안은 채로 미소를 지었다.
행복해지고 나서야 무공의 의미를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무공이라는 것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었다. 또한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사용될 때 무공이 가진 의미가 빛을 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당하련을 만나서 깨달은 마음이었다.
진소한의 깨달음이 깊어지고, 당하련의 마음도 깊어졌다. 무당검선 유기일의 말에 따르면 진소한의 무공이 고통을 기반으로 한 깨달음의 집합이라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진소한은 다음 단계로 다시 나아가고 있었다.
진소한은 당하련을 만나고 나서야 외로움이라는 가장 위험한 독에 중독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그간, 중독되었다는 것조차 몰랐으니 천하에서 가장 위험한 독이라 할 수 있었다. 만독불침이 무슨 소용이었을까 싶었다.
어쩌면 당하련이 의선도 풀지 못한 진소한의 마음을 해독한 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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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를 향해 다가오는 젊은 남녀를 발견한 화산파의 삼대제자 한 명이 급히 달려가더니 자신의 사형에게 고하고, 그 사형은 다시 대사형에게 전했다.
강호인이 접근한다는 소식을 들은 화산파의 제자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한데 뭉쳐서 젊은 남녀를 마중 나갔다. 적일 수도 있고, 도전자들일 수도 있었다. 도중에 진시월이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이더니 함께 화산파를 나섰다.
화산파를 내려가던 제자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완만한 경사가 있는 아래쪽에서 화산파를 향해 올라가던 진소한과 당하련이 멈춰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화산파의 제자들이 길게 늘어서서 불청객을 바라봤다. 제자 한 명이 내공을 담아서 말했다.
“젊은 남녀들께서는 방문 목적을 밝히시오. 근래 화산파는 외부 손님을 받지 않고 있소이다. 강호의 동도라면 익히 알고 계실 터.”
진소한은 진시월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자들이 대사형을 바라보면서 무어라 말을 하고 있을 때, 화산 제자의 무리에서 진시월이 홀로 나섰다.
대사형이 홀로 나서는 진시월에게 물었다.
“아는 분들이냐?”
진시월이 짤막하게 대꾸했다.
“예.”
진소한이 당하련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자, 당하련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세요.”
당하련이 형제의 재회를 바라보기 위해 서 있고.
진소한이 홀로 걸어오고 있는 진시월을 향해 다가갔다. 화산제자와 당하련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새 마주 선 진소한과 진시월이 서로를 바라봤다.
“형.”
“응.”
“여기까지…….”
진시월은 형이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상태. 이 먼 곳까지 어찌 왔을까 신기할 따름이었다. 현월맹의 맹주이자 천하제일인으로 불리는 사내다. 수하들도 없이 찾아왔으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뒤편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형제의 재회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진시월이 당하련을 잠시 바라봤다가 진소한에게 말했다.
“형수님?”
진소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농담을 하려던 진시월이 말을 잇지 못한 채로 두 사람을 눈에 담았다. 진시월은 진소한이 장가를 가는 날이 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진시월이 그제야 당하련을 향해 허리를 깊숙하게 숙였다. 당하련도 고개를 숙이면서 미소를 짓자, 진시월이 말했다.
“형수님, 제가 진시월입니다.”
“당하련이에요.”
“아, 당가의 소가주님이셨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진시월은 진소한이 이대로 떠날 것 같아서 일부러 강하게 말했다.
“형, 올라가자. 사부님에게 말씀드릴게. 천하제일인이 왔는데 사부님도…….”
“시월아.”
“응.”
“너 보러 왔다.”
진소한이 잠시 말이 없는 진시월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기습을 펼치듯이 이마를 쥐어박았다.
“수련은.”
진시월이 손으로 이마를 비비면서 대꾸했다.
“잘하고 있는데 왜 때려.”
“더 잘하라고.”
“알았어.”
“피했어야지.”
“때릴 줄 몰랐지.”
“혼례는 조용하게 둘이 할 테니까 안 와도 돼. 휴가를 받아야 하산할 수 있지?”
“응.”
“그럼 나중에 위령호에 한 번 찾아와라.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대신에 수련의 흐름을 끊고 오진 말고.”
“알겠어.”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란 물론 담월이를 말하는 것이었다. 진시월은 굳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위령호에 가면 알게 될 테니까.
진소한이 말했다.
“검선 어르신이 제자를 한 명 받아들이셨다.”
“응. 알아. 우리도 주시하고 있어.”
“네 이름까지 아시더라. 제자들 비무를 주선하실 모양이야. 무당파에서 조만간 연락이 올 거다. 어르신 제자니 화산파도 너도 긴장해야 한다.”
“긴장해야지.”
진소한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위로 몇 명 남았어?”
이기지 못하는 상대가 화산파에 몇 명이나 남았냐는 물음이었는데 진시월은 바로 알아들었다. 진시월이 대사형이 섞여 있는 제자들의 대열을 슬쩍 바라봤다가 진소한을 향해 속삭였다.
“적어도 저긴 없어. 내가 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생각일 뿐이지. 일단 위에 있는 분들은 내공이 문제야.”
“그 정도도 충분히 훌륭하다. 그럼 화산제일검은 언제 되는 거냐?”
“화산제일검이 동네제일검도 아니고 그건 좀 걸리지 않겠어?”
“나한테 좀 처맞으면서 지내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진시월이 눈을 크게 뜨면서 대꾸했다.
“그게 더 빠를 수도 있겠다. 일단 나중에 위령호에서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해보자.”
“알았다.”
진소한과 진시월이 눈을 마주쳤다가 함께 씨익 웃었다.
진시월이 물었다.
“진짜 바로 갈 거야? 아쉬운데.”
“응. 가련다. 내가 찾아오고, 네가 찾아오면 돼.”
“혹시 모르니 행선지나 알려줘.”
“천양, 사천 순서… 그다음에 위령호.”
“알겠어. 조심히 여행하고. 돌아다니면서 너무 성질부리지 말고.”
두 사람이 낄낄대면서 웃었다.
진소한이 가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보니까 좋다.”
“다음에 도전할게. 내가 이기는 거 아니야? 뭔가 독기가 빠진 거 같은데. 자꾸 히죽대면서 쳐 웃기는… 그만 좀 웃어.”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응.”
“꺼져. 형.”
“간다.”
두 사람이 오른손을 맞잡았다가 손을 퉁기면서 떼어냈다. 진소한이 돌아서자, 진시월이 두 사람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형수님도 건강하십시오. 휴가 내서 찾아뵙겠습니다.”
진소한과 당하련이 진시월을 돌아보다가, 다시 산길을 내려가자 갑자기 진시월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형!”
“아이, 깜짝이야. 왜?”
진시월이 큰 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천하제일 축하해! 우리 형이 천하제일이라니!”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화산제자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서로를 바라봤다.
“맞죠? 진소한 맹주님이라니까요.”
“와, 정말이네.”
“저는 보자마자 알았는데요. 근데 저번하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시긴 했네요.”
진소한은 화산제자들에게도 경외의 대상이었던지라, 진소한이 사라지려고 하자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맹주님, 살펴 가십시오!”
화산제자들의 기백 담긴 목소리가 화산에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다.
진소한은 답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 진시월이 섞여 있는 화산제자들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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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의 대제자가 홀로 떨떠름한 표정으로 복귀하다가 진시월에게 말했다.
“진 사제.”
“예, 사형.”
“왜 말 안 했지? 진 맹주님이 형이라고.”
진시월이 딱딱한 어조로 대꾸했다.
“말을 못 했습니다.”
두 사람은 성정이 맞지 않아서 자주 부딪쳤다. 그때마다 진시월이 져주는데도 대사형은 다소 권위적으로 나왔다. 화산파의 말썽쟁이라는 것도 대부분 대사형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진시월의 무공이 강해져서 무시하는 자가 없다지만 어렸을 때는 천애고아여서 이런저런 타박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제자가 다그치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왜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잖아.”
진시월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