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31
31
소드마스터 힐러님 031화
10장 위험한 녀석(3)
성준이 검을 들어 올린 순간 푸른색의 오러가 반짝였다.
“제기랄! 오러 사용자였나? 그런 보고는 없었는데!”
예상치 못한 오러의 등장에 상규는 욕설을 내뱉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오러는 은신만큼이나 희귀하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능력이었다.
오러는 강철조차 베어버린다.
방심하는 순간 목숨을 앗아 갈 것이다.
“길드장님이 욕심내는 이유가 있었어……. 죽지 않을 정도만 찔러줄게.”
어둠 속에서 상규의 몸이 총탄처럼 쏘아졌다. 두 개의 날카로운 단검이 목과 왼쪽 허벅지를 노렸다.
‘빠르다!’
상규는 대인전 경험이 많았다. 그는 사람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는 급소를 노리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다리를 포기한다!’
목과 다리를 동시에 방어하는 건 무리였다. 성준은 과감하게 다리를 포기했다.
“큭!”
목을 노리는 찌르기는 막아냈지만 왼쪽 허벅지에 단검이 꽂혔다. 허벅지에 단검을 꽂아 넣는 찰나의 순간에 손목을 낚아채려 시도했지만 이미 상규는 단검들을 포기하고 거리를 벌린 뒤였다.
“단검은 아주 많이 있어.”
그는 또 다른 단검을 두 개 뽑아 들었다. 성준은 왼쪽 허벅지에 꽂힌 단검을 뽑아냈다. 고통에는 익숙했다.
‘독을 사용하진 않았네.’
죽인다고 말은 했지만 실제 죽일 생각은 없는 것인지 단검의 칼날에 독을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 만약 독을 사용했다면 귀찮아졌을 것이다.
“한 가지만 묻자.”
“오? 이제 대화할 생각이 들었어?”
“너 A급 헌터냐?”
성준이 물었다.
“그래. 이제 칼 좀 쓴다고는 하지만 B급 회복계인 네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겠지?”
“하하하!”
“뭐가 그렇게 재밌어? 실성했냐?”
성준이 갑작스럽게 웃음을 터뜨리자 상규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 A급 헌터가 이 정도로 약할 줄은 몰랐거든.”
“뭐?”
상규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 가벼운 도발이었지만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에 성공했다.
상규는 자존심이 긁혀서 화가 났지만 그동안의 대인전 경험이 장식은 아닌 것인지 곧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살려서 길드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그냥 죽여야겠다.”
“A급 헌터는 다 그렇게 혀가 기나? 닥치고 덤벼.”
“개새끼가!”
결국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는 길드의 명령과는 관계없이 성준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죽일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독병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싸우다가 죽었다고 보고하면 돼.’
그는 성준을 향해 두 개의 단검을 던졌다. 시야를 분산시키기 위한 단검 투척이었다. 성준은 검을 들어 막아내는 대신 회피를 선택했다. 그리고 동시에 상처 입은 왼쪽 허벅지를 향해 왼손을 가져갔다.
“힐!”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상규는 이를 악물었다.
‘상처를 회복한다고? 그렇다면 치유를 사용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돼!’
상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수십이 넘는 헌터의 목숨을 앗아 간 대인전의 달인이었다. 성준도 조금 까다로울 뿐, 자신의 단검 앞에서 쓰러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성준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의 움직임은 성준의 눈으로도 좇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상규는 오러가 절삭력이 뛰어나지만 지속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크윽!”
성준의 몸에 상처가 늘어났다. 상규는 그가 ‘힐’을 사용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치고 빠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철저하게 견제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대인전의 달인이었다.
“제기랄…….”
성준은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전생에 수십 년간 전장을 누비면서 극한의 실전검을 깨달았지만, 동조율이 낮은 지금으로선 실전검의 모든 기술을 구사할 수 없었다.
‘한계를 넘는 수밖에 없나…….’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대악마 길드에서 보낸 헌터가 한 명일 거란 확신이 없었다. 한계를 초월하고 움직임이 제한될 경우, 두 명째가 있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이겨야 해.’
성준의 두 눈이 반짝였다.
‘우선은 오러를 끈다.’
오러를 계속 유지한다면 마력의 소모만 누적된다. 상대가 오러 사용자가 아니었으니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
“포기한 거야?”
“그렇게 보여?”
짧은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도 검격을 주고받는 것을 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상규의 전신에도 상처가 늘어갔다.
하지만 그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성준을 향해 무리한 공세를 이어갔다. 혹여나 뒤로 물러난다면 성준이 ‘힐’을 사용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는 내가 불리하다.’
상규는 다급해졌다. 얼핏 보면 성준의 상처가 더 많았지만 대부분 얕은 부상이었다. 그러나 상규가 입은 부상은 수는 적었지만 중상에 가까운 것만 해도 둘이었다.
많은 대인전으로 실전검을 깨달았다고는 하지만 성준의 검술과는 깊이가 달랐다. 만약 성준의 동조율이 2%만 더 높았더라도 검격을 10번 주고받기 전에 목이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대책을 세워야…….’
“딴생각하지 마라.”
마음이 다급해진 찰나의 순간, 그는 공격을 감행하면서 측면의 경계를 잊었고, 성준은 허리에서 단검을 뽑아 상규의 발등을 향해 던졌다.
“악!”
왼쪽 발등에 단검이 꽂혔다. 아찔한 고통에 상규의 자세가 무너졌다. 하지만 단검을 들어 올려 급소를 방어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성준은 급소를 노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오러를 다시 일으켰다.
1초.
오러가 다시 검에 깃드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검격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무리수인 공격이었지만 상규는 고통 탓에 곧바로 맞받아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크악!”
오러를 머금은 칼날이 상규의 오른 다리를 잘라냈다. 그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지만 끝까지 단검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쓰러지면서도 단검 하나를 던지며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성준은 옆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단검을 회피했다. 그리고 단검을 들고 있는 상규의 오른팔에 검을 꽂았다.
“크악!”
“걱정하지 마라, 지금 당장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성준이 검을 뽑아내자 붉은 피가 흘러나와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힐.”
전신에 생긴 상처에서 출혈이 멈췄다. 하지만 성준은 그 이상의 치유를 하지 않았다. 출혈만 멎게 해도 목숨이 유지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상규는 A급 헌터였고 자칫 잘못하면 성준조차 당할 뻔했던 대인전의 실력자였다. 상처까지 치유하면 반격의 여지를 남겨두게 된다.
“힐.”
자신의 상처까지 마저 치유한 성준은 본격적인 심문을 위해 오러를 거두고 검을 들어 올렸다.
-고문입니까?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윽고 리슈발트의 시선이 상규에게 향했다.
-감히 주군에게 검을 들이대다니! 정의의 철퇴를 받거라!
리슈발트는 성준보다 더 들뜬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아무 소용없는 검을 뽑아 들어 상규를 찌르는 시늉까지 했다. 만약 그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기쁜 마음으로 상규를 고문했을 것이다.
“대악마 길드에서 너 말고도 이런 일 하는 애들 있지? 몇 명이야?”
“내가 그걸 쉽게…… 끄아아아아악!”
끝까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성준은 망설임 없이 상규의 팔에 검을 꽂았다.
상규는 비명을 내질렀다. 검을 뽑아내자 붉은 피가 솟구쳤다.
“힐.”
치유를 사용해 상규의 출혈을 멎게 했다.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성준의 모습에 상규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 지옥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빨리 죽여줄 수도 있어.”
채찍을 먼저 꺼냈으니 이제 당근을 내세울 때였다. 상규는 대인전 경험이 풍부했지만 언제나 승리만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패배하고 고문을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살려준다면…….”
“착각하지 마. 너한테 그런 선택지는 없어.”
성준은 공포 분위기 조성을 위해 검을 고쳐 잡았다. 상규는 그나마 멀쩡한 왼팔을 다급히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마, 말할게! 일단 칼부터 치워줘!”
상규가 애원했다. 성준은 우선 검을 옆으로 치우자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집행부에 대해 알고 싶은 거냐?”
“너 같은 애들이 모인 곳이 집행부야?”
“……그래.”
상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행부의 인원은?”
“24명이다.”
“그중에서 A급 헌터의 수는?”
“나를 포함해서 4명이다.”
“4명이라…….”
상규의 대답에 성준은 생각을 정리했다. A급 이상의 헌터들은 평범한 이들과는 다르다. 상규처럼 은신을 사용하는 자들도 있었고 오러 사용자도 많았다.
B급 헌터까지가 각성자로 불린다면 A급부터는 초월자로 불렸다.
‘그나마 다행이네.’
이 자리에서 상규를 죽이면 대악마 길드 집행부의 A급 헌터는 3명으로 줄어든다.
“나머지의 등급은?”
“A급을 제외하면 모두 B급이다. 그 이하는 없어.”
성준은 그 외에도 대악마 길드나 집행부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물어봤지만 상규가 알고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결국 더 이상의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 성준은 상규의 목을 베고 마력을 흡수했다.
-대악마 길드라는 놈들에게 경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성준은 상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 * *
상규가 살해당한 다음 날 아침, 대악마 길드에 이름이 적히지 않은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택배야?”
마침 길드 하우스로 출근한 집행부 소속의 A급 헌터 김규석은 사무원이 들고 있는 작은 상자에 흥미를 보였다.
“네, 그런데 보내는 사람도 없고, 받는 사람 이름도 안 적혀 있어요.”
“내가 열어볼게. 폭탄일 수도 있으니까.”
규석은 재미없는 농담과 함께 손을 내밀었다. 사무원이 건넨 박스를 받아든 그는 커터 칼로 테이프를 절단하고 상자를 열었다.
“이건…….”
안에는 폭탄보다 더한 파급력을 가진 물건이 담겨 있었다.
‘유상규 씨의 단검이잖아?’
얼마 전 집행부의 명령으로 상규가 ‘출장’을 나갔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상자에 들어 있는 단검은 상규가 평소 사용하던 것과 같았다.
거기에 피까지 묻어 있었다.
그는 서둘러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폈다. 내용물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는 사무원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건 집행부에서 가져갈게.”
그러고는 집행부장 한유진에게 가져가 보고했다.
“고마워요.”
유진은 규석을 내보내고는 길드장 집무실로 급히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야?”
“유상규가 당했어요.”
집행부의 주력 중 하나를 잃었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죽었어?”
“오늘 아침에 택배로 이게 왔어요.”
그녀는 상규가 썼던 단검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죽었겠군.”
“그런 것 같아요.”
“집행부는 준비가 되어 있어요. 지시만 내리신다면 당장 강성준의 목을 칠 수 있어요.”
유진이 말했다. 피 묻은 단검을 내려다보는 석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집행부장.”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들고 무겁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강성준과 관련된 집행부의 모든 행동을 불허한다.”
“아니, 왜…….”
“내가 잘못 봤어.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적이 아니야.”
석호의 눈동자에 깃든 감정은 힘겹게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진은 처음으로 석호에게 실망했다.
“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길드장 집무실을 나와 집행부 사무실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뒤로 규석이 따라 붙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규석의 질문에 유진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복수해야 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