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48
48
소드마스터 힐러님 048화
16장 암투(3)
예전에 수혁과 함께 했던 여행과 달리 오늘은 휴게소를 경유하지 않았다. 택시는 남해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렸다.
톨게이트 근처에 도달하면서 택시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껌을 씹고 있던 성준은 먼 곳에서 시작된 날카로운 살기를 읽었다.
그 직후, 전방에서 뭔가 반짝이며 택시를 향해 날아왔다.
-뭔가 옵니다!
리슈발트가 경고했고 성준은 택시 문을 열고 옆으로 뛰어내렸다. 택시는 톨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속도를 상당히 줄인 상태였고 헌터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처를 입진 않았다.
콰앙!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투사체가 택시와 충돌했다. 굉음과 함께 택시가 폭발에 휩쓸렸다. 처참하게 박살 난 택시는 검붉은 화염을 토해냈다.
톨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저속 중이던 차량들이 폭발음을 듣고 도망치기 위해 속력을 높였다.
“막 나가기로 한 거냐…….”
배후는 안 봐도 뻔했다. 일반인까지 죽이는 그의 행동은 성준이 보기에도 역겨워서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리슈발트! 정찰!”
성준은 리슈발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살기를 읽는 것만으로는 적들의 구성까지 파악하는 것은 힘들었다.
-이행합니다!
리슈발트가 총알처럼 쏘아져 나갔다가 되돌아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적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
-로켓포로 무장한 자가 두 명이고 헌터가 다섯 명입니다. B급 2명에 C급 3명으로 추정됩니다.
리슈발트는 인터넷과 TV를 통해 현대의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에 이제는 로켓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로켓포까지…….’
던전 사태의 시작과 함께 여러 무기가 암시장을 통해 거래되기 시작했다. 군수 정도의 위치라면 로켓포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습을 하면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네.’
성준은 검을 뽑아 들었다. 이동 수단에 타고 있는 헌터는 기습에 취약했다. 진웅은 그것을 노리고 계획은 세운 것인지 매복한 헌터의 수도 다섯 명에 불과했다.
퍼엉!
헌터들이 거리를 좁혀오는 사이 로켓포가 한 발 더 날아왔다. 빠른 속도였지만 헌터인 성준의 눈에는 느리게만 느껴졌다.
콰앙!
로켓포가 지면을 강타하면서 폭발했다. 그는 옆으로 몸을 날려 폭발의 유효 범위에서 벗어났다.
“피했어! 갈겨!”
포탄이 바닥난 것인지 로켓포를 들고 있던 두 명이 옆에 놓여 있던 저격소총을 집어 들어 성준을 조준했다.
“엄호하겠습니다!”
저격수로 돌변한 둘은 무전기에 대고 외치며 저격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그리고 스코프로 눈을 가져간 순간, 그들은 보았다.
성준의 싸늘한 시선을.
“허억!”
“크윽!”
600m가 넘는 거리였지만 공허한 눈동자에 담겨 있는 살기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방아쇠를 당기려던 손이 얼어붙고 바지가 축축해졌다.
심지어 한 명은 저격소총을 놓고 기절해 버렸다. 헌터도 제압하는 살기를 거리가 멀다고는 하지만 일반인이 견디는 것은 무리였다.
“우, 우웨에에에엑!”
남은 한 명도 구토를 하며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후방 지원은 어떻게 된 거야?”
“응답이 없습니다.”
“그냥 진행한다!”
저격 지원은 제압당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헌터들은 성준을 향해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성준의 시선이 검들의 궤적을 쫓았다. 풍부한 실전 경험의 조각은 가장 안전한 회피 경로를 계산했다.
“피, 피했어?”
누군가 말했다.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섯 명이 다섯 방향해서 창과 칼을 내찔렀었고 도저히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성준은 피했을 뿐만 아니라 검을 휘둘러 C급 헌터의 허벅지를 찔렀다.
“크악!”
허벅지에 검이 꽂힌 헌터의 자세가 무너져 내리자 성준은 단검을 뽑아 목을 그었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엉성하게나마 만들어졌던 합격진이 무너졌다.
“당황하지 마! 적은 한 명이다!”
“바로 공격해!”
창칼이 전후좌우를 노렸다.
성준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사각은 없다. 방어하면 급소가 위험해.’
교묘한 속임수가 섞여 있었다. 회피나 방어를 할 경우 도리어 급소가 위험해지는 연격이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성준은 목을 노리는 창끝을 손으로 붙잡았다. 아찔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못 참을 수준은 아니었다.
동시에 우측의 검을 쳐낸 뒤 몸을 틀어서 좌측의 검격에 허리를 내주었다. 만약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정면에서 내찔러 오는 창에 심장이 관통되었을 것이었다.
“큭!”
허리와 왼손에서 붉은 피가 튀었다.
“좋아, 몰아붙여!”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헌터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것은 방심으로 이어졌고, 성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짧은 틈, 성준은 오러를 사용했다.
“오, 오러 사용자다!”
“제기랄!”
성준이 검을 휘둘렀다. 헌터들은 검과 창을 들어 올려 방어를 시도했지만 무의미했다. 오러가 깃든 검은 강철로 만들어진 검과 창을 자르고 헌터들의 팔다리를 절단했다.
“크아악!”
“으아악!”
B급 헌터 둘이 당했다. 한 명은 양팔이 잘리고 다른 한 명은 왼팔과 오른 다리가 잘려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B급 헌터 둘과 C급 헌터 하나가 당하자 남은 둘은 소극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힐.”
공세가 중단되기 무섭게 성준은 상처를 치유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은신.”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커헉!”
C급 헌터 한 명의 복부가 열리고 내장이 쏟아졌다. ‘충돌’이 일어나면서 은신이 해제되고 성준의 모습이 드러났지만 남은 한 명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두려움이 그의 전신을 지배했다.
“저, 저격 지원은…….”
무전기를 들어 올렸지만 대답은 없었다. 저격수 둘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지 오래였다.
“제, 제발…… 크아아악!”
팔이 날아갔다.
“아프지? 나도 아팠어.”
칼날이 폐를 찔렀다. 이윽고 검을 뽑아낸 성준은 망설임 없이 그의 목을 그었다.
“흡수.”
성준이 죽은 헌터들의 시체에서 마력을 흡수했다. 저격수 2명도 죽이고 흡수를 시도했지만 마력이 없는 일반인의 시체에서 마력을 흡수하는 건 불가능했다.
“동조율은?”
리슈발트를 보며 물었다.
-동조율은 17%입니다. 1%가 상승했습니다.
“이러다가 중독되겠어.”
리슈발트의 보고에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마물을 사냥하는 것보다 동조율 오르는 속도가 빨랐다.
어쩌면 중독될지도 모른다고 성준은 생각했다. 기분 나쁜 농담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성준은 고개를 저었다.
-다음 계획이 있습니까?
“가서 죽여야지.”
리슈발트의 물음에 성준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진웅의 집은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동 수단을 잃었지만 헌터의 신체 능력이라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띠리링.
그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저격수의 시체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본능적으로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성준은 시체를 뒤져 스마트폰을 꺼내 귓가로 가져갔다.
-처리했나?
남해군수 손진웅의 목소리였다.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금 죽이러 갈게. 기다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주군.
“가자.”
-따르겠습니다!
성준이 먼저 움직였고 리슈발트가 뒤따랐다.
아이템을 이용한 은신도 마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진웅의 집 근처에 도착한 뒤에 은신 기능을 작동시켰다.
그의 몸이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정찰하겠습니다.
성준이 따로 지시하지 않았지만 리슈발트는 솔선해서 정찰했다. 사방이 높은 담으로 싸여 있는 2층 주택의 마당은 2명의 D급 헌터가 창을 들고 지키고 있었고, 옥상에서는 저격수 넷이 사방을 경계했다.
건물 내부도 헌터 3명이 지키고 있었다. C급 2명에 B급 1명이었다. 진웅은 고아였고 미혼이었기 때문에 다른 가족은 없었다.
리슈발트는 이 사실을 성준에게 자세하게 보고했다.
‘역시 이 정도가 한계였나…….’
성준은 미소 지었다. 진웅은 국고보조금을 횡령했지만 성준이 신속하게 움직인 탓에 그를 상대할 A급 헌터를 고용하지 못했다.
성준은 은신 상태로 문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것 정도의 가벼운 ‘충돌’로는 은신이 해제되지 않았다.
“문 열리는데?”
“젠장! 은신이다!”
눈치 빠른 헌터 한 명이 은신의 존재를 눈치채고 대문 쪽을 향해 창을 겨눴지만 이미 성준은 그의 뒤로 이동한 뒤였다.
“커헉!”
뭔가가 등 뒤에서 가슴을 꿰뚫고 나왔다. ‘충돌’로 인해 은신이 벗겨지면서 피를 머금은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씨……!”
동료가 당하자 남은 헌터는 크게 당황했다. 마당에서의 소란에 저격수의 시선이 향했다. 성준은 살기를 쓰지 않고 단검을 던졌다.
미간에 단검이 꽂힌 저격수는 코에서 피를 쏟아내며 옥상에서 떨어졌다.
“마당 쪽이다!”
남은 저격수 셋이 마당 쪽으로 총구를 겨눴을 땐 이미 마당의 남은 헌터 한 명조차 쓰러진 뒤였다.
은신을 사용한 탓에 성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군수님이 위험합니다!”
“안으로!”
그들은 저격소총을 버리고 기관단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려던 순간이었다. 그들의 뒤에 성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칼날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무, 무슨…….”
저격수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전신에서 아찔한 고통이 느껴졌다. 상처가 벌어지면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성준이 지나치며 수십의 검격이 그들을 덮쳤던 것이었다.
“옥상은 정리했다. 리슈발트, 남해군수의 위치를 추적해.”
-이행합니다.
리슈발트가 모습을 감췄다. 성준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서기 무섭게 헌터 2명이 그를 향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문을 열기 전부터 모든 기척을 읽고 있던 성준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기습 공격을 회피했다.
‘단검이 둘.’
2명 모두 실내에서 전투가 용이한 단검을 들고 있었다. 장검보다 실내 근접전에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성준의 실전검 앞에선 무력했다.
단검을 든 두 헌터가 죽임을 당하기까지 2분이 걸리지 않았다.
-저쪽입니다.
리슈발트가 나타나 진웅이 숨어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은신 능력이 있는 B급 헌터가 매복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 같아.”
고도의 기술로 절제했지만 희미한 기척이 느껴졌다.
‘B급 헌터가 은신 능력이라……. 각성과 동시에 능력을 얻은 희귀 케이스인가 보네.’
성준은 리슈발트가 지목한 방의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남해군수 손진웅의 모습이 보였고, 동시에 좌측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어설프네.”
성준은 여유롭게 중얼거리며 옆으로 비켜섰다. 장검이 바닥을 내려찍으면서 은신이 풀렸다.
“제, 젠장……!”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일까?
헌터는 욕설과 함께 급히 검을 회수했다. 하지만 이미 성준의 검이 그의 목을 찌르고 있었다.
“커헉!”
“흡수.”
“히익!”
B급 헌터가 허무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에 진웅은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적을 건드렸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A급 헌터가 죽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위험한 적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와 직면하니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남해군수 손진웅?”
성준의 물음에 진웅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처형 직전에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 같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네?”
“사, 살려줘…… 살려주면 뭐든 할게…….”
“내가 지금 너를 죽일 거라고 생각해?”
진웅은 대답 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죄를 지었다는 건 잘 알고 있네.”
성준은 냉소를 머금었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살아 있으면 안 돼.”
말을 끝내기 무섭게 성준이 휘두른 검이 진웅의 목을 깊이 베었다.
“쿠, 쿨럭!”
급히 상처를 막았지만 피가 쉼 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힘없이 쓰러졌고, 그 충격으로 뒤에 걸려 있던 액자가 떨어지면서 검은 금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고?”
성준은 호기심이 생겨났다. 돈 때문은 아니었다.
“보통 이런 거 안에는 ‘비리’가 숨어 있지?”
성준의 물음에 리슈발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열어보자.”
성준은 오러를 사용해서 금고를 열었다. 경보가 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열린 금고 안에는 돈 대신 비리를 기록한 비밀 장부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했다.
성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