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21
노아와 티우, 쿠이나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여 목적지까지 향했다.
근처 도시의 역에서부터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지만, 다행히 중간부터는 안내역이 붙었다.
“안녕하세요. 안내를 맡은 리히테나워 제4기사단의 콜리 플라워랍니다.”
“……콜리플라워라면 그 채소?”
노아의 혼잣말에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이 답했다.
“이름이 콜리고 성이 플라워니 콜리라고 불러주시면 된답니다.”
“앗, 미안.”
“괜찮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그러니까요.”
역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굉장한 이름과 발랄한 성격을 가진 여기사였다.
“도련님께서 함께 오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이분은?”
“아아, 나는 그냥 구경꾼 같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쿠이나의 말에 콜리가 괜찮겠냐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자 노아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쿠이나는 아예 신경 쓰이지 않게 사라져 주겠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은신했다.
콜리는 그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뭐죠 지금? 눈앞에서 그대로 사라졌는데요?”
“쿠이나 씨의 은신술이 엄청나긴 하지.”
처음부터 숨어 있는 거라면 모를까, 눈앞에서 사라지는 건 마술사가 암막을 이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과도 같았다.
육감을 속이는 것은 기본.
투명해졌다고 해도 움직이는 과정에서 공기가 밀려나기 때문에 오러의 흐름이 생긴다.
쿠이나처럼 사라지려면 자신의 움직임으로 생기는 모든 작용을 통제해야만 했다.
“헤에.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실까요? 마차를 준비해 뒀거든요.”
* * *
다그닥 다그닥!
노아는 경쾌한 말발굽 소리를 들으며 콜리가 마차를 모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콜리의 마술(馬術)은 말들에게 오러를 전달해 강체술처럼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오러를 통한 강화는 결국 육체의 기본 성능에 따라 달라진다.
기사들은 말보다 잘 달리지만, 이렇게 강화된 말은 기사보다 잘 달렸다.
단순히 이동만 놓고 본다면 직접 뛰는 것보다 말을 강화하는 편이 체력도 오러도 이득인 것.
‘검기처럼 외부의 물체를 강화하지만, 강체술처럼 생물을 강화한다. 꽤나 기교가 필요한 기술이네. 오러를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구나?’
“이대로 두 시간 정도 가면 마을에 도착할 거예요.”
콜리는 산길에서도 능숙하게 마차를 몰며 말을 걸어왔다.
“궁금하신 게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특히 티우 씨는 아까부터 궁금한 게 엄청 많으신 것 같던데.”
“지금 만나러가는 분의 성함이 맥베인 씨라고 했던가요? 그분은 어떤 분이시죠?”
“맥베인 씨는 대전쟁 이후 마수 토벌에 몰두하던 기사셨어요. 저는 임무 중에 그분을 처음 만났죠.”
리히테나워가 대외적으로는 봉문에 들어갔다곤 해도, 소유한 영지가 있는 이상 최소한의 일은 해야 했다.
광휘제가 내륙의 마수를 전부 토벌했다고 선언한 것은 고작 몇 년 전의 일.
그 전까진 대놓고 나라 곳곳에서 마수들이 돌아다녔다는 뜻이었다.
“당시 신인이었던 저는 그분께 이것저것 많은 걸 배웠죠. ‘웬’이라는 이름을 들은 것도 그분을 통해서였고요.”
“그분이 웬 가문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셨죠?”
“징벌자들.”
“예?”
“그들의 방문을 받게 될 만큼 나쁜 짓은 저지르지 마라. 그들을 마주하고도 살아남은 자들은 극소수니.”
“그게 무슨…….”
“저도 잘은 몰라요. 그 이상은 말씀하신 게 없거든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웬이라는 이름이 일종의 가명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대전쟁 직후 치안이 무너진 제국에는 정식으로 인가받지 않은 기사단이 난립했다.
대부분은 이름만 기사단일 뿐 사실상 자경단에 가까웠다.
다만 범죄자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자경단은 실제로 기사단급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경단 중에서도 단순한 공동체 수호를 넘어 적극적으로 범죄자와 싸우던 이들. 그런 이들이 보복을 피하기 위해 쓰는 이름이 아닐까 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존재하는 가문일 줄은 몰랐네요.”
“…….”
콜리의 말에 티우는 생각에 잠겼다.
티우가 알기론 웬이라는 이름은 분명히 가문명이 맞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준 건 어머니뿐이었어.’
그녀가 듣기에 콜리의 추측은 상당히 그럴싸했다.
어머니가 웬이라는 이름을 강조한 것치고는 살면서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정식 기사였다면 그 기록이 남아 있어야만 했다.
허나 나이트레이에서도 웬 가문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식 기사가 아니었다면?’
기사단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 뿐, 실상은 전혀 다른 단체였다면?
그러면 상당히 많은 것들을 설명할 수 있었다.
“결국 만나봐야 안다는 거네.”
티우를 상념에서 깨운 것은 노아의 목소리였다.
“결국 그건 다 추측일 뿐이고 본인은 정확히 설명해 주지 않은 거잖아? 그럼 가서 물어보면 되겠지.”
“그렇겠네요. 웬 가문의 당사자가 직접 찾아가는데도 아무 말도 안 해주시진 않을 테니까요.”
실제로 편지에는 오면 얼마든지 이야기해 주겠다고 되어 있었다.
“그럼 문제는 여기서 어떻게 나가냐 하는 거네.”
“네?”
노아의 말에 티우와 콜리는 그제야 뭔가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소리가 없다.
산길을 지나고 있는데 들리는 것은 마차의 바퀴 소리뿐. 새나 벌레 우는 소리는 물론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진법이야. 계속 같은 곳을 돌고 있어.”
“어, 언제부터?”
“글쎄. 얼마 안 된 것 같긴 하지만 감각을 속이는 진법이라면 체감 시간도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어서.”
“설마 조직의 함정?”
콜리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검을 뽑아 들었지만 노아가 보기에 그들이 당장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진정해. 공격할 생각이라면 진작 했겠지. 이 진법은 계속 헤매게 해서 지치도록 만드는 사냥용 진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노아의 말대로였다.
공격할 생각이었다면 그들이 진법에 갇혔다는 것을 눈치채기 전에 공격하는 편이 유리했다.
“사냥용 진법이라면 마을에서 깔아둔 걸까? 마수 대책이나 그런 걸로 말이야.”
광휘제가 내륙의 마수가 모두 토벌되었음을 선언한 것은 고작 몇 년 전의 일이었다.
그 말은 이전까진 뒷산에서 마수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었다는 뜻.
마을 주변에 마수 대책으로 진법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흔했다.
“예전에 설치한 진법을 굳이 제거하지 않고 놔뒀다거나?”
“그건 아닐걸.”
노아는 확신을 가지고 답했다.
“마수 대책이라면 외부에서 오는 걸 막는 방향으로 펼쳐야 할 텐데 이건 그 반대야.”
“반대?”
“그래. 안쪽을 외부와 격리시키기 위한 방식이야.”
진법이란 자연적인 오러를 이용해 특정한 효과를 일으키는 기술이었다.
마치 저수지를 만들어 논에 물을 대는 것처럼,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오러에 흐름을 유도해 여러 가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
“말하자면 물길을 내는 것과 같지. 때문에 물길의 방향이나 모양을 보고 대충 그 용도를 짐작할 수 있어.”
추가적으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쿠이나가 조용하다.
근처에서 따로 움직이던 쿠이나를 제외하고 그들만 이 안에 갇혔다는 뜻.
‘처음부터 우릴 노린 덫일 가능성이 높다.’
“진법 해석은 전문 진법가들도 한참 걸리던데…… 나이트레이에서는 진법에 대한 것도 가르치나요?”
“그건 아니고. 할아버지 덕분에.”
이것저것 다 가르치는 나이트레이에서도 진법은 기본적인 개념만 가르치는 정도였다.
“제대로 가르치면 너무 어려우니까. 응급치료법을 가르치긴 해도 박테리아 학명을 외우라고 시키진 않는 거랑 같은 맥락이야.”
펼친 사람, 자연의 상태, 효과, 기간 등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하지만 노아에게 진법을 가르친 것은 바로 빈센트.
수많은 마스터 나이트 중에 그가 국사로 뽑힌 것은 그의 지식이 수많은 학문을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법에는 오러의 흐름을 조작하기 위한 인공적인 축이 존재해. 이 축이 진법의 안에 있냐, 바깥에 있냐에 따라 용도가 갈리지.”
축은 문의 경첩이나 손잡이와도 같았다.
축이 진법의 밖에 있으면 안에서 열 수 없다.
반대로 축이 진법의 안에 있으면 바깥에서 열 수 없다.
외부의 침입을 막을 것이냐, 내부의 적을 격리시킬 것이냐가 갈리는 것.
“내부에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축이 보이지 않아. 그렇다는 건 이건 가두기 위한 진법이라는 거야.”
마수 대책이라면 이럴 이유가 없었다.
실수로 사람이라도 갇혔다간 누가 와서 열어주지 않는 이상 탈출할 수 없을 테니까.
오히려 마수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축이 안쪽에 있어도 상관없었다. 마수에게는 축을 파괴할 만한 지능이 없었으니까.
그게 아니라는 건 처음부터 사람을 가두기 위한 진법이라는 뜻.
“혹시 도련님은 벌써 탈출할 방법도 알아내신 건가요?”
노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콜리가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진법 해석은 내가 할아버지보다 뛰어났으니까.’
노아의 천부적인 재능은 검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오러를 다루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노아의 영역이었다.
“시간을 끌기 위한 진법이라면 최대한 빨리 탈출하는 편이 좋겠지.”
“제가 도울게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충격에 대비해.”
“예?”
만상붕괴.
키이이잉!
공간의 붕괴에 감각의 현혹 따위가 자리할 틈은 없다.
바깥에 있을 축까지 한 번에 날려 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탈출 방법이었다.
‘이런 구조라면 축이 있을 만한 위치는 하나뿐.’
“천원(天元).”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빛의 선.
극한의 찌르기가 하늘을 꿰뚫었다.
쩌저적!
천원이 뚫고 지나간 구멍으로부터 하늘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이, 이게 무슨…….”
일반적인 학생 수준은 진작 뛰어넘은 위력.
현 세대의 15인은 이미 대부분의 정식 기사보다 강하다.
“상대가 시간을 끌 생각이라면 거기 어울려 주고 있을 필요는 없어.”
“오오? 생각보다 금방 나왔네?”
“쿠이나 씨는 역시 밖에 계셨군요.”
“보아하니 위험한 종류는 아닌 것 같아서 네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었지.”
진법에 익숙한 노아조차 들어서고 나서야 발동을 감지한 강력한 진법이었다.
물론 그 효과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데 집중되어 있어 나오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요소가 더해졌다면 충분히 위험했으리라.
‘시간 감각을 어지럽히는 효과만 더해졌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법에 갇힌 줄 모르고 수십 시간씩 움직이다 굶어죽었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 진법은 수준은 높았지만 미완성인 진법이었다.
‘이 말은 상대도 급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좀 도와주시지.”
“위험하지도 않은데 왜? 나한테는 네 행동이나 성장을 지켜보는 게 더 중요해.”
그렇게 말하는 쿠이나의 눈빛에서는 탐구에 대한 열망이 들끓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
쿠이나가 검은 달 기숙사를 찾아왔을 때, 그녀는 노아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지금까진 레지나가 노아에게 관심을 보인 것 때문에 쿠이나도 덩달아 호기심을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전부는 아닌 모양이었다.
‘마냥 레지나 님의 명령을 따르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건가?’
레지나가 위험한 인물을 노아에게 붙여뒀을 리는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 관계가 평범한 주종 관계는 아닌 모양이었다.
“애초에 지금의 너라면 심검에 당하는 게 아닌 이상 위험할 일 없잖아?”
“알아채셨나요?”
“생텀 킵에 다녀온 뒤로 내가 숨어 있어도 간격을 재고 있잖아.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있나.”
이 말에는 오히려 티우와 콜리가 더 놀랐다.
“노아가 쿠이나 선생님의 은신을 감지하고 있었다고요?”
학생 중에선 은신을 간파한 사람이 없다고 알려진 쿠이나였다.
베로니카의 마안조차 시야각 안쪽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피할 수 있기 때문.
“그 말은 설마…….”
“왜 그러세요? 도련님한테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문제? 아냐. 저게 사실이라면 그건 문제 따위가 아냐.”
저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심안을 얻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