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22
처음 유니아는 평생 전 세계를 헤매는 한이 있더라도 홀로 노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녀도 현실적으로 노아가 살아 있긴 힘들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 이 일에 끌어들일 수는 없다고도.
허나 유니아에게는 평생을 바쳐서라도 노아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가 저지른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해.’
기사단에 합류하여 마인전쟁에 앞장서는 것으로 그 의무는 대부분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 한 사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미하엘에 의해 피해를 입은, 심지어 사건의 중심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고난을 겪은 것이 바로 노아였다.
그러한 노아에게 은혜를 갚기 전까지 자신은 편히 쉬어선 안 된다.
하다못해 시신이라도 찾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품에 안고 길을 나선 유니아였으나, 전역 신청을 반려한 베로니카부터 시작해 수많은 이들이 그녀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 개인적인 속죄가 아니야.’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자기만족에 머물 수는 없었다.
확실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주어진 것들을 잘 활용해야 하는 법이었다.
“하죠, 협력.”
“유니아!”
“잘 생각하셨어요. 아가씨.”
유니아의 말에 베로니카와 아르니는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요?”
“생텀 킵 측에는 저와 다른 방면의 수색을 맡기고 싶어요.”
협력하겠다고 해놓고 따로 움직여 달라니 아르니는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 갸웃했다.
그러나 유니아에게는 이미 약속된 것이 있었다.
* * *
신산이 미하엘을 잡기 위해 용궁을 감옥으로 개조한 이래, 해당 진법은 여전히 조직의 잔당을 잡아넣을 감옥으로 쓰이고 있었다.
수인들에게는 새로운 터전이 필요했다.
그간의 폐쇄적인 수인사회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었으나, 아직 인간들과 섞여 사는 것에는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았다.
때문에 그들은 제국에 자신들이 살 새로운 땅을 요구했다.
마인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놀라운 전투 능력을 발휘한 그들에게 인색하게 굴 사람은 없었다.
수인들에게는 국경 인근의 산악지대가 주어졌고, 용왕은 세습제 영주직이 되었다.
“생각보다도 더 험지네?”
“인간이라면 그렇겠지만 저희들로서는 오히려 이런 쪽이 더 편하거든요. 애초에 인간과 거리를 두기 위해 요구한 땅이니까요.”
티우의 방문 소식에 산기슭까지 마중을 나온 한별은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진작 찾아오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티우 씨라면 가장 극렬한 인간 반대자들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텐데.”
“바빴거든. 나 혼자 휴가 가긴 좀 그럴 정도로.”
섞여 사는 것이 힘들다는 거지 손님 받는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하물며 그것이 인간이 아닌 수인 혼혈.
그것도 자신들과 함께 싸운 위대한 마스터 나이트라면야, 싫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반쯤은 일 때문이라서.”
“……?”
전쟁 후, 어디까지나 용궁 소속의 객원 기사로서 2기사단에 있던 한별과 나루는 용궁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사건 직후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지라 그 나루마저 티우가 온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댈 정도였다.
“여기예요!”
침입자를 막기 위한, 그러나 극단적으로 인간과의 접촉을 거부하던 이전과 달리 훨씬 부드러운 진법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 안쪽으로 드러난 새로운 수인 도시의 풍경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것이었다.
산맥의 안쪽에 형성된 분지.
복숭아꽃이 만발한 그곳은 방금까지의 산길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저 멀리 안개를 휘감고 우뚝 선 암벽에는 소나무가 한 그루 자라 있었으며, 학 한 마리가 태양 아래를 날고 있었다.
또한 수인만이 아니라 이곳을 순례하기 위해 찾아온 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무릉.
달의 검신이 국사의 밑에서 검술을 배우며 자랐다고 알려진 이 땅은 이제 수인들의 터전이요, 기사들의 성지가 되었다.
“일단 신산님께 인사부터 올리도록 하죠!”
진법의 유지보수를 위해서라도 정중앙의 가장 거대한 궁전에 머물러야 했던 용궁 때와는 달리, 무릉에서의 신산은 그저 자그마한 연못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아이고. 또 주무시고 계시네.”
신산의 기나긴 삶 속에는 마인전쟁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많은 위험들이 있었다.
그 모든 위험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잴 수 없을 만큼의 지혜를 축적한 것이 바로 신산이었으나, 그런 그도 천수가 다해가고 있었다.
이제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게 된 이 신화적인 거북은 망부석처럼 굳어 점차 돌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사후에도 수인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기 위해 자연과 동화되고 있었다.
한별과 티우는 그런 신산 앞에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반절을 올렸다.
먼 훗날, 모두가 신산이 살아 있던 시절을 잊었을 때.
이곳의 석상에 인사를 올리는 전통만은 그대로 남아 수인의 문화가 되리라.
“들어가죠.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그녀를 반긴 것은 우장왕이었다.
나이트레이에서 대모를 막은 이래, 의식의 장소까지 수인들과 힘든 시기를 함께했던 티우는 이들과도 친해져 있었다.
“오랜만이구려. 그대가 우리를 잊은 건 아닌지 걱정했다오.”
“평생이 가도 우장왕과 같이 커다라신 분을 잊기는 힘들걸요.”
“마스터 나이트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니 이거 영광이외다.”
우장왕은 그녀를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솔직히 티우로서는 자기가 뭐라고 연회까지 여는가 싶었지만, 마스터 나이트가 된 이후로 어딜 가든 매번 비슷한 대접을 받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나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때 했던 제안도 기억하고 있겠구려.”
“무릉으로 들어오라 했던 그것이라면 여전히 같은 이유로 거절하겠습니다.”
“언젠가 수인이 인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선 바깥에서 그대와 같은 인물이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가?”
“그것도 있고, 또 이곳에 기사가 필요 없기도 하니까요.”
티우는 그렇게 말하며 한별에게 눈짓했다.
노아가 미하엘과 함께 승천한 뒤에도 티우는 로젤리아와 함께 멸성제를 상대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한별은 속성변환을 각성했고, 나루는 선술 7성에 이르렀다.
두 젊은 수인이 언젠간 각각 마스터 나이트와 용왕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에 반해 자신이 있을 곳은 2기사단이었다.
“아쉽게 되었구려. 마스터 나이트 또한 용왕 못지않게 선술바둑의 자질이 있음이 밝혀진 마당인데. 정작 선술바둑을 배운 마스터 나이트는 적으니.”
“괜찮으시다면 머무는 동안에라도 얼마든지 상대해 드리죠.”
그러는 사이 도착한 연회장에는 이미 음식이 쫙 깔려 있었다.
나루는 손님이 오기 전까지 기다리라며 소요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고, 소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근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티우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동해용왕께서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으시네요.”
* * *
그리하여 무릉에 도착한 티우는 소요에게 노아가 지상에 있을 거라는 사실을 전했다.
자신의 제자나 다름없는 티우였지만 그녀도 마스터 나이트가 되어 사회적 체면이 있었으므로 소요는 거리낌 없이 말을 높였다.
“달에 직접 갈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수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노아를 찾으러 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실제로 준비도 하고 있었다.
“시원석의 오러를 이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초승달 군도와 협상 중이었는데 일이 쉬워졌네요.”
월식과 공간전이에 쓰인 진법이 지상에 남아 있는 이상, 오러만 충족한다면 누구나 달에 갈 수 있었다.
물론 종말의 오러를 대신하기 위해서는 그와 동격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시원석이었기에, 정령태로 시원석의 오러를 끌어냈다는 점에 주목하여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
“그런 고로 여러분께는 지상의 탐색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물에 사는 수인분들이라면 적어도 인간보다는 쉽게 탐색할 수 있겠지요.”
“물론 저희는 어떠한 일이라도 협력할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유니아 양의 요청이 곧 도착할 테니 그것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이 이야기는 이쯤 하고…….”
언젠가 휴가를 받아 무릉을 찾아오려던 티우였으나 이번만큼은 임무로 이곳을 찾아온 참이었다.
그리고 마스터 나이트를 직접 보낼만한 임무가 고작 이것으로 전부일 리 없었다.
“이번에 쓰러뜨린 재해급 마수로부터 만들어낸 영약입니다.”
티우가 품속에서 꺼낸 것은 별의 파편을 섞어 만든 작은 함이었다.
그녀가 오러가 차단된 함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 두 개의 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전쟁 중 제국에서 쓰러뜨린 재해급 마수는 108마리. 그중 온전히 사체가 남아 연단할 수 있었던 것이 81마리. 이는 그중 무릉에 제공될 두 알입니다.”
81개의 재해급 영약은 대전쟁 도중 획득한 숫자의 2배 이상이었다.
이러한 영약들은 전쟁에 참가한 마스터 나이트들과, 주요 기사단, 화해를 위해 마데이라나 생텀 킵 등에 제공되었다.
이제는 얻기도 힘들 이 귀중한 영약을 운반하기 위해 티우가 나선 것.
소요는 함을 집어 들고는 자신의 두 제자를 불렀다.
“나루, 한별.”
“네. 여기 있습니다.”
“먹으렴.”
소요는 대답도 듣지 않고 영약을 튕겨 두 사람의 입에 집어넣었다.
본래 이 정도 수준의 영약을 저렇게 막 섭취해서야 위험한 일이었으나, 그들은 선술로 몸이 강화된 수인이었다.
거기에 더해 동해용왕이 그새 깔아둔 진법이 효과를 발휘했으므로 두 사람은 안정적으로 영약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런 진법이 있는 줄 알았으면 저한테 나온 것도 여기서 먹을걸 그랬네요.”
“폭주만 막아줄 뿐, 흡수가 빨라지는 건 아니랍니다. 무릉에서 1년씩 머물 게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지요.”
한별과 나루는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오러 때문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에 반해 티우는 소요가 두 사람에게 영약을 양보할 거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과거 대전쟁의 영향으로 티우 양의 세대는 이른 시기에 다수의 마스터 나이트를 배출했지요. 그렇다면 이다음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선배 된 도리로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겠네요.”
재해급 영약을 먹었다고 마스터 나이트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검술도 발전한 시기.
노아가 남겨놓은 기승전결의 일부를 바탕으로 기사들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티우와 함께 나이트레이에 다녔던 이들 중에서도 계속해서 마스터 나이트가 나오리라.
“그럼 이제 마지막 용건이네요.”
“아직도 더 남아 있었나요?”
“네.”
티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다음 황제에 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