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99)
“어? 엘프 언니?”
성연이는 갑자기 기절한 잭 블론드를 보며 아주 잠시 갈등하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기절한 그녀의 뾰족한 귀를 만지작거렸다.
“와. 삼신 삼촌. 이 엘프 언니 귀 되게 부들부들해!”
“파······괴?”
삼신이도 그런 성연이를 따라 잭 블론드의 귀에 손을 뻗었다.
만지작만지작.
“어때, 부드럽지 삼촌?”
“파······괴!”
한편 그 광경을 지켜보던 협회장과 비서실장이 기겁하며 달려왔다.
“마, 맙소사! 엘프 사절에게 이런 무례를! 이, 이러면 미국과의 외교 문제가!”
“잭 블론드님! 괜찮으십니까? 어, 어서 의료진을!”
한바탕 난리가 났지만 유일신 아니, 그의 분신 이신은 하찮은 엘프 따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이신이 잭 블론드가 열어 둔 포털 너머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보고 있었다.
저 포털에 연결된 콜로세움이란 곳에 있는, 세계 곳곳에서 모인 헌터들의 모습을.
“버러지 같은 놈들이 모여 봐야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히죽.
“제법 재밌어 보이는 것들이 몇 있군.”
웬만한 하급신보다 강력한 기운을 풍기는 놈에 심지어 신의 무구를 사용하는 놈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본체 놈의 뒤치다꺼리나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났었던 그였지만.
“이 정도면 조금은 즐길 수 있겠군.”
그가 비릿하게 웃으며 포털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한편,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두통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이고, 이 웬수들. 내가 그렇게 사고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뒤늦게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정녕 이신 놈과 삼신 놈에게 헌터워를 맡긴 게 최선이었을까?
그때 귀에 꽂은 이어폰이 반응했다.
-유일신 님이시여, 준비되셨습니까?
“어? 아, 응.”
파앗! 파아앗!
그러자 곧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쌌다.
-그럼 액션!
화려한 조명을 받으니 왠지 새X깡이라도 씹으며 현란한 비트에 몸을 맡기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나는 지금 이곳에 춤을 추러 온 것이 아니다.
-유일신 님이여! 좀 더 관능적이고 뇌쇄적인 표정을!
“웃후~ 이, 이렇게?”
-오오! 바로 그겁니다! 그것이야말로 신의 영역에 걸쳐 있는 근원적 공포와 관능이 뒤섞인 미소!
웅! 웅웅!
마치 지구의 드론 같이 생긴 카메라들이 내 주위를 날며 다각도에서 내 모습을 담았다.
상황으로 봐서 짐작하겠지만, 나는 지금 영화 촬영 중이다.
그것도 바로 갓메이커 세계 안에서 직접 말이다.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는 약간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그러니까 이 일의 계기는 바로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이었는데.
* * *
띠링! 띠링!
[퀘스트 : 사막화된 워터니아의 복구를 도와라]현재 진행률 : 100%
-축하합니다! 복구 퀘스트를 훌륭히 완수하셨습니다!
“오! 드디어!”
나는 갓메이커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때 사악한 태양신의 음모로 사막으로 변했던 워터니아가 페어리아에서 공수한 나무들로 푸르게 뒤덮여 있었다.
졸졸졸!
숲 곳곳에는 맑고 청량한 시냇물들이 굽이굽이 혈관처럼 흐르며, 워터니아 세계 곳곳에 생명을 뿌리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상쾌해지는 기분이 되는 광경이다.
왜 원로 선배 작가들이 난을 키우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하와와! 유일신 님! 정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사와요!
선인장 소녀가 자신의 선인장 부하들과 함께 내게 고개를 조아렸다.
“하하, 뭘 이 정도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뭐 딱히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
내 혼자 힘으로 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사막에서도 잘 자라는 페어리아의 나무들과 ‘한없이 베푸는 풍요’ 누님의 권능을 일부 받은 허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테니까.
선인장 소녀와 선인장이 닭똥 같은 눈물을 그렁거리며 내게 절했다.
-겸손하기까지 하시다니 정말 선신의 귀감 같은 분이시와요! 저와 제 권속 모두 오늘부터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유일신 님께 신앙을 바치겠사와요! 유일신 님 시바시바!
그때 갓메이커가 반응했다.
-한 세계를 구한 공로로 선신으로써의 선업이 크게 오릅니다.
-영락한 상급신 ‘만물에 순환하는 자’와 그녀가 부리는 권속들의 완전한 신앙을 얻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만물에 순환하는 자’는 당신에게 중급신 정도의 신앙밖에 바칠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신격을 회복할 것입니다.
[퀘스트 : 상급 선신 승급(진행 중)]-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 1,800(↑)/10,000 (‘만물에 순환하는 자’와 그녀의 권속 +1,023 가산)
파아앗!
내 몸에서 눈부신 백광이 솟구치더니 선신의 신력이 크게 늘어났다.
‘어? 어?’
순식간에 S급 신도 천명 분의 신력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갓메이커의 메시지는 끝나지 않았다.
띠링!
-‘사막화된 워터니아의 복구를 도와라’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어? 퀘스트 보상?’
-퀘스트 보상으로 [아바타(화신) 파견] 메뉴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신앙이 미치는 세계에 ‘아바타’를 파견해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위업과 명성이 다른 선신들에게 전파됩니다.
-‘한없이 베푸는 풍요’께서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듯 풍요한 가슴을 내밀며 엄마 미소를 짓습니다.
마지막 메시지가 좀 거슬렸지만, 지금은 새로 생긴 메뉴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나는 황급히 새로 생긴 메뉴를 살폈다.
-신의 의식을 아바타에 담아 신앙이 미치는 세계에 직접 파견할 수 있습니다.
-파견 가능한 아바타 수 : 1
-현재 아바타는 당신이 가진 신력의 1/10 밖에는 담을 수 없지만, 당신의 성장에 따라 아바타 또한 진화하고 파견 가능한 아바타의 숫자도 늘어날 것입니다.
동시에 내 모습을 10분의 1로 미니어처한 듯한 화신체의 모습이 비쳤다.
같은 화신이지만, 내가 증식하는 엄지로 만드는 이신 놈과 삼신 놈과는 뭔가 결이 다르긴 했다.
게다가 저거에는 내 의식을 직접 담아야 한다는 말도 있었고.
“흐음.”
그러니까 지금은 갓메이커가 살짝 방치형 게임에 가까웠다면, 지금부터는 내가 아바타를 사용해서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 같은데······.
‘뭐가 딱히 크게 와 닿지는 않네?’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 플레이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사용할 수 있는 신력도 10분의 1로 크게 제한되고 말이다.
어떻게 잘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탐욕의 황금 신상 퀘스트(진행 중)’가 일정 수치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다시 갓메이커의 메시지가 울리더니.
파아앗!
다시 내 몸에서 눈부신 백광이 치솟았다.
“어? 왜 또 신력이?”
‘만물에 순환하는 자’가 바친 신앙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내 신력이 크게 늘었던 것이다.
[퀘스트 : 상급 선신 승급(진행 중)]-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 2,100(↑)/10,000 (‘탐욕의 황금 신상’ +300 가산)
“헐?”
퀘스트 창을 확인해 보니 무려 S급 300명분의 신앙이 늘어났다.
‘탐욕의 황금 신상 퀘스트’ 는 앤트리니아 아이들이 제국에서 노획해온 황금으로 내 신상을 만드는 퀘스트였다.
바로 미래에 조물주, 아니 건물주가 되려는 내 야망을 위해서 말이다.
‘근데 이거랑 내 신력이랑 무슨 상관이야?’
놀라서 앤트리니아 채널로 접속하자, 휘황찬란하게 반짝거리는 내 신상이 도시 곳곳에 우뚝 서 있는 광경이 보였다.
그런데 그 숫자가 좀 많다?
[탐욕의 황금 신상 퀘스트(진행 중)]‘참으로 크고 아름다운 신상이로구나. 사랑하는 신도들아, 내 사리사욕을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황금 신상을 만들어 바치거라!’
-현재 제작한 황금 신상 : ‘300’
-신도들이 신실한 신앙을 바쳐 제작한 신상의 숫자가 300에 이르렀습니다.
신상의 ‘신묘한 효능’이 발동합니다.
“사, 삼백?”
분명 저번에 봤을 때만해도 10개도 되지 않았었는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기분 탓인가?
전보다 도시의 크기나 인구들이 크게 늘어난 것 같은데.
[현재 신성 가야미국의 인구 : 20,367,772,342(↑)-와해된 철혈 제국의 유랑민들이 계속 유입 중입니다.
“헉! 열 배나 늘었잖아?”
20억이었던 가야미국의 인구가 무려 열 배나 늘어나 있었다.
그때 내 눈에 이 황금 신상 사태의 주범이라 보이는 인물이 보였다.
-영차영차! 여러분들! 좀 더 힘을 내세요! 우리 가야미국 전역에 유일신 님의 은총을 뿌리는 것입니다!
-앤티 폐하! 신기합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지치지 않습니다!
-사흘 밤낮을 새도 지치지 않는다멍!
-배도 고프지 않다 거북!
-어서 유일신 님의 신상을 더 짓자냥!
이제는 눈부신 4등신의 미녀가 된 앤티와 가야미국의 백성들, 거기에 새로 앤트리니아에 영입된 신수들도 신상 공사에 가세하고 있었다.
얼굴에 흙먼지가 잔뜩 묻었지만, 그 미모가 조금도 퇴색하지 않은 앤티가 태양처럼 빛을 뿜는 신상들을 가리켰다.
-엣헴! 이것이 다 바로 우리 유일신 님의 은총인 것입니다! 유일신 님의 위대한 영도에 따라 우리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신성한 노동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기, 앤티야. 너는 어디의 독재자니! 대체 먹지도 자지도 않고 일하다니, 지옥 아니냐!
게다가 저 자랑스러워하는 천진난만한 얼굴이 더 무섭다.
앤티가 광신도 같은 눈으로 백성들과 신수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아무튼 유일신 님을 믿습니까? 여러분!
-와아아! 믿숩니다!
-유일신 님 시바시바!
광기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함성이 천둥처럼 가야미국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지금에라도 저 광기에 가득찬 광신도들을 말리려고 했지만.
띠링!
[퀘스트 : 상급 선신 승급(진행 중)]-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 2,101(↑)/10,000 (추가 완성된 ‘탐욕의 황금 신상’ +1 가산)
저들이 만들고 있는 황금 신상 하나가 무려 S급 신도와 맞먹는 신앙으로 환산되고 있는 게 아닌가?
멈칫!
간신히 참았다.
‘······미안, 애들아. 황제 놈 잡을 때까지만 고생하자.’
이것은 절대 내 물욕 때문이 아니다.
물론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신의 제전을 앞두고 언제 황제 놈이 습격할지 모르는 지금은 절실하게 힘이 필요했다.
막막하게만 보였던 상급 선신의 S급 신도가 벌써 20% 이상 달성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운명 공동체. 분명 얘들도 이런 날 이해해 줄 거야.’
이렇게 내가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파아앗!
고오오오!
다시금 내 몸에서 눈부신 백광이 화산처럼 솟구치는 게 아닌가?
“헉! 또?”
더군다나 그 기세가 앞선 퀘스트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내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질 정도의 막강한 신력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을 때, 갓메이커의 알림이 울려 퍼졌다.
[퀘스트 : 대우주를 전율시킬 초특급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라! (진행 중)]-필르테쿠스 찌끼리아가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의 예고편이 완성되었습니다.
-대우주 제국의 신민들이 대우주를 구한 용사의 활약을 예술적으로 담은 예고편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맙소사! 이것은 대우주 영화 역사의 대혁명이야!”
“이것이야말로 신화시대와 스페이스 오페라의 환상적인 앙상블이다!”
“일호 용사님은 제 이상형이에요! 하악하악! 그분의 불끈불끈한 근육을 생각하면 제 촉수가 파르르 떨리······(중략)
-이렇듯 완성된 영화에 대한 대우주 제국의 신민들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았습니다.
-또한 유일신에 대한 잠재적 신도 수가 급상승했습니다.
-대우주 제국 유일신의 잠재적 신도 수 : 252,528,828,404 (↑급상승중)
‘우와아. 엄청나네?’
나는 잠재적 신도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일, 십, 백, 천, 만······ 억?
“헉! 2, 2500억?”
믿기지 않는 숫자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마, 맙소사!”
이것이 매스미디어의 힘이란 말인가.
아직 잠재적 신도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신력이 화산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