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크하하하핫!”
드렛슈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어 대고 있지만, 조금만 눈썰미가 있어도 크게 당황하는 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크하하! 실로 재밌구나. 기뻐해도 좋다. 짐을 이토록 웃긴 인간은 네가 처음이다!”
“…….”
“크하하하핫!”
“…….”
“크핫…… 크……크흠.”
-야, 대꾸 좀 해 줘라. 애 울겠다.
‘자고로 어그로는 무시가 답이라 하였습니다. 먹이 금지!’
-잔인한 새끼…….
카르페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쳐다보기만 하자, 드렛슈는 결국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크흠. 뭐, 좋다. 짐은 더없이 자비로운바, 먼 후대의 인간에게까지 신하의 예를 강요하진 않겠도다. 고개를 조아리는 것은 봐주도록 하지.”
“그거 영광이네.”
“허나! 거기까지다. 더 이상 짐을 자극하지 말라. 이 이상 짐을 자극하게 되면…….”
“자극하게 되면?”
“큭큭. 알고 싶은가?”
드렛슈는 그렇게 말한 뒤, 갑자기 왕좌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곤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가렸다.
……그리고 그 팔에는 새하얀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다.
“이 팔에 잠들어 있는 ‘다크 인페르노 드래곤(Dark Inferno Dragon!)’이 깨어나게 된다! 놈이 풀려난다면 짐으로서도 통제가 어렵지. 그러니 두려워하거라. 인세에 강림한 지옥을 맛보고 싶지 않거든!!”
“……와.”
-……아아. 이 녀석 ‘진짜’다.
“큭큭큭. 너무 놀라서 얼어붙었구나. 그래. 그럴 수밖에! 죽은 밤의 지배자(Doom Overload)인 짐조차 억누르는 게 고작인 힘! 이제야 진정한 공포를 알겠는가! 우민이여!”
사실 얼어붙은 게 아니라 역대급 ‘진짜’를 목격해서 할 말을 잃은 것뿐이었지만, 그러한 사실은 드렛슈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방금의 대사로 카르페는 흑화 드렛슈가 어떤 캐릭인지 완벽하게 파악했다.
‘……미라쥬가 누구에게 배웠나 했더니.’
중2병에 심취한 질풍노도 청소년!
현실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부류였다. 저런 건 보통 세월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세월이 지나지 않는 다음에야 뭔 소리를 해도 낫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했다.
-어째, 저놈은 미라쥬보다 더 심해 보이는데.
‘그러게요. 역대급이긴 하네.’
저 정도면 한조쯤 데리고 와야 겨우 비벼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지. 닌자녀는 그래도 컨셉이라는 걸 미약하게나마 인식하기라도 하지. 쟤는 그것도 아니잖아. 스스로를 진짜 둠 오버로드라고 믿고 있잖아.
“후우우우.”
카르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한숨이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상대가 중2병이라면 거기에 맞춰서 대응해 주면 될 일이다.
“……그래서 시험이란 게 뭔데?”
“크큭. 진심으로 묻는 것이더냐? 그렇다면 조금 실망이군. 너무나 자명하지 않더냐.”
그 순간, 붕대가 둘둘 감긴 드렛슈의 손에 검은색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검은 기운은 이내 번개처럼 파지직거리며 드렛슈의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옛 시대가 잊힐 만큼 오랜 세월이 흘러, 사내와 사내가 만났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당연히 하나뿐이지 않나?”
슉.
드렛슈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번에 들려오는 드렛슈의 목소리는…… 바로 카르페의 등 뒤로부터였다.
“주먹을 부딪치는 것 외에 다른 시험이 있겠느냐! 실력을 보여 봐라! 카르페!”
“큭?! 호신강기!”
콰아앙!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주먹을 카르페가 황급히 팔로 가드해서 막았다.
하지만 드렛슈의 주먹에 깃든 거력을 전부 해소할 순 없었고, 꽤 긴 거리를 주르륵 밀려났다.
동시에 수많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스페셜 보스 ‘어둠에 심취한 드렛슈 아크람’의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의식의 공간입니다. 해당 공간에서는 권속의 소환이 불가능합니다.] [드렛슈에게 당신의 힘을 증명하십시오. ‘어둠에 심취한 드렛슈 아크람’은 강자에게 호의를 보일 것입니다.] [시험의 내용과 진행에 따라 ‘어둠에 심취한 드렛슈 아크람’의 호감도가 증가 또는 감소합니다. 호감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좋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성공 시 : 직업 전용 스킬 획득] [퀘스트 실패 시 : ???]“후우. 묵직하네.”
카르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슬쩍 권속의 소환을 시험해 봤다. 아쉽게도 해금이 발동되진 않았다. 결국 이번 전투는 권속 없이 혼자서만 싸워야만 했다.
“시험 내용이 간단한 건 마음에 들어.”
직접 전투로 힘을 증명한다.
카르페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었으며, 또한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호감도 관리라…….’
호감도에 따른 보상 차등 시스템.
결국 드렛슈와 치고받고 싸우면서도 녀석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저 중2병 소년의 마음에 들기 위해선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뭐,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응? 뭘 어떻게 하려고?
‘그냥 미라쥬한테 하듯이 맞장구쳐 주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쉽게 될까 싶지만, 접근 방법 자체는 나쁘지 않군.
‘중2병이 환장할 만한 것이라면…… 역시 그거지.’
첫 일격을 날린 드렛슈가 다시 천천히 카르페에게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큭큭. 그래. 충분히 쉬었나? 방금 일격은 인사 대신이다. 지금부터 진정한 절망이 무엇인지 짐이 직접 알려 주겠노라.”
“이봐.”
“음?”
“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 약해 보인다구?”
“헉?!”
카르페의 말에 드렛슈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자, 잠시만 기다려라!”
그리고는 품속에서 자그마한 두루마리를 꺼내 거기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너무 강한…… 약해 보인…… 흐, 흐음. 제법 괜찮은 말이지 않은가.”
띠링.
[‘어둠에 심취한 드렛슈 아크람’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역시! 예상대로야! 중2병은 중2병으로 받아 주면 되는 거라고!’
-아니, 뭔 이딴 븅신같은…….
중2병이 철철 흘러넘치는 척해 봤자, 겨우 게임 속 세계관이다.
지가 크큭거려 봤자 딱, 이야기 속 악의 뱀파이어 정도 수준!
하지만 카르페에겐 무수한 서브컬쳐 역사가 쌓아 온 ‘중2병’의 교과서들이 있었다.
그 ‘중2병’력의 질에서 절대 밀릴 수가 없는 것이다.
“간다! 블루 드래곤 스텝!”
콰아앙!
이번에는 카르페가 창룡보를 밟으며 순식간에 드렛슈에게로 접근했다.
“마선침투경!”
당한 것을 갚아 주겠다는 듯, 카르페의 주먹이 드렛슈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흥. 글래이셜 월!”
카르페와 드렛슈의 사이로 얼음의 벽이 생성되었다.
이대로라면 카르페의 마선침투경이 그대로 막힐 판이었으나.
“파이어볼! 파이어애로우! 캘러미티 인페르노!”
카르페는 마선침투경을 캔슬한 후, 얼음의 벽을 향해 화염 마법을 연거푸 쏟아냈다.
치이이이익!
화염 마법과 얼음벽이 부딪히며 격렬한 수증기가 생성되었고 그대로 드렛슈의 시야를 가렸다.
카르페가 종종 써먹는 시야 차단 수법이었다.
“크흑! 같잖은 수를…… 컥?!”
그리고 방향감각을 잃은 드렛슈의 반대쪽으로 짓쳐들어 간 카르페가 정확하게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깔끔한 클린 히트.
카르페가 그랬던 것처럼 드렛슈 역시 뒤쪽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카르페는 다시 한번 창룡보를 밟으며 드렛슈에게 따라붙었다.
다시 한번 회심의 대사를 칠 타이밍이었다.
“느리구나. 쓰러지는 것조차.”
“헉?!”
[‘어둠에 심취한 드렛슈 아크람’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있어 보이는 대사를 칠 때마다 호감도가 팍팍 솟구친다.
그리고 거기에 질 수 없다는 듯 카르페 역시 주먹으로 드렛슈를 팍팍 때렸다.
“다크니스 리플렉트!”
“윽?!”
드렛슈 앞에 생성된 검은 막을 두드리는 순간, 카르페가 되려 데미지를 입으며 튕겨 나가고 말았다. 드렛슈가 주먹을 회수할 수 없는 타이밍에 데미지 반사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크큭. 놀이는 끝났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 보아라. 다크 소드 레인!”
드렛슈가 한 차례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 무수한 검은 검이 생성되었다.
마계 대공 할파스의 스킬과 아주 흡사했다.
“죽어라!”
드렛슈의 호령에 검의 비가 쏟아진다.
파바바바박!
카르페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검을 피해 냈고, 검은 그대로 바닥에 꽂혔다.
그렇게 카르페는 드렛슈에게 한 걸음씩 나아갔으나.
“재빠른 녀석이구나.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그 순간, 카르페 주변으로 꽂힌 검은 색 검들이 일시에 빛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받아 봐라! 다크 플라워 샤워!”
파아아앗!
바닥에 꽂힌 검들이 일시에 터져 나가며 파편이 되었다.
그리고 그 파편들은 강한 바람에 흩날리며 카르페에게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스킬 이름대로 검은색 꽃잎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헐. 이거 천본…….
“아오. 이 표절겜 진짜!”
카르페는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전진했다.
스팟!
검은 꽃잎이 카르페를 스치고 지나가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피륙에 그친 상처였다.
다시 무수한 꽃잎이 날아든다. 하지만 카르페는 그 모든 것을 최소한의 상처로 피해 내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전진한다.
“……네놈!”
드렛슈의 눈의 화등잔만 하게 커진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토록 촘촘한 꽃잎들을 어떻게 피해 내며, 또 어떻게 이곳으로 다가온단 말인가!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움직임이었다.
“크하핫! 좋다. 짐의 후예라면 그 정도는 해 줘야지! 이것도 받아 보거라!”
드렛슈가 허공을 향해 손을 올리자 그 위로 거대한 검은색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컥?! 미친! 다크 매터(Dark Matter)! 9성 스킬이다!
“아, 난이도 진짜!”
“죽어라!”
콰아아아아앙!
카르페가 있던 장소로 거대한 검은 구체가 떨어지며 큰 굉음이 터져 나왔다.
꾸르르르릉!
공간을 뒤집어 버릴 만큼 거대한 충격이 뒤따른다. 후폭풍으로 발생한 바람으로 먼지가 피어올랐다.
푸스스스스.
터져 나오는 먼지 구름을 바라보며 드렛슈가 중얼거렸다.
“……해치웠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일.
드렛슈가 직접 창안한 스킬인 다크 플라워 샤워에 9성 스킬 다크 매터가 떨어졌다.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라도 순식간에 소멸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큭…… 크하하핫! 여기까지냐! 후예! 겨우 이 정도 실력으로 기고만장했던 것이…… 커헉?!”
투콰아악!
드렛슈가 한껏 방심하고 있던 그 순간, 먼지 구름 속에서 카르페가 질풍처럼 달려 나왔다.
그리고 그 기세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드렛슈를 날려 버렸다.
“크흑?! 네놈! 도대체 거기서 어떻게!”
“……한낱 어둠 따위가 심연을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지.”
“헉?!”
[‘어둠에 심취한 드렛슈 아크람’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이제 내 차례다! 받아 봐라! 극대소멸주문(極大掃滅呪文)! 극저한빙(極低寒氷)! 영구동토!”
-야, 솔직히 말해 봐. 이쯤 되면 호감도는 변명이고 너도 지금 그냥 즐기고 있는 거지?!
“크하하핫! 얼어붙어라! 둠 오버로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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