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58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580화(580/581)
화악!
불이 끈적거린다.
일반적으로 불이라는 단어와 끈적거린다는 동사는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었지만, 지금 눈앞의 광경은 그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마치, 화산의 용암을 그대로 머리 위로 들이붓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만 같았다.
지옥의 불꽃. 게헨나.
그 무엇이라도 녹여 버릴 듯한 압도적인 열기가 바로 코앞에서 느껴졌다. 카르페가 게헨나를 향해 달려들자, 바포메트가 깜짝 놀라 외쳤다.
<메에! 무모하다. 인간! 저건 지옥불의 정수다! 정면에서 받아 낼 것이 아니다! 당장 피해라!>
차마 대답할 여유는 없었지만, 카르페 역시 십분 공감했다.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사자혼’이라는 신화급 문양은 어중간하게 스킬을 스치는 것 따위는 인정해 주지 않았으니까.
스킬을 복사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통으로 얻어맞아야만 했다. 숱한 실험들을 끝에 알아낸 결과였다.
카르페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 그대로 입에 넣었다.
와그작!
[???의 특제 이그니오론 직화 구이를 섭취하셨습니다.] [요리사의 숙련도가 인세에 다시 없는 수준입니다. 요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추가 버프가 형성되며 버프 수치가 최대치로 고정됩니다.] [30분간 근력 수치가 15 증가합니다. 체력과 마력이 각각 5씩 증가합니다.] [30분간 화속성 계열 데미지를 20% 감소시킵니다.]카르페가 버프 요리를 섭취하고 곧이어 스킬을 발동했다.
“호신강기! 진군하라!”
[호신강기가 발동됩니다. 플레이어가 피해를 입을 시, HP 대신 MP가 감소합니다. MP가 0이 될 경우, 호신강기가 해제됩니다.] [권속 광휘의 티스타니아의 전용 스킬 ‘광휘의 호령’이 발동됩니다. 30초간, 아군의 공격력이 200% 방어력이 100% 증가합니다.]여기에 더해 카르페가 추가로 스킬을 발동했다.
“풍마의 힘!”
[플레이어의 신체에 흐르는 ‘풍마의 피’가 들끓습니다!] [일시적으로 플레이어의 모든 스테이터스가 2배로 증가합니다.] [플레이어가 ‘폭주광증’ 상태에 돌입합니다.] [해금이 발동합니다. ‘폭주광증’ 상태가 해제됩니다.]해금을 제외한다면 카르페가 보유한 스킬 중 단연코 한 손에 들어가는 최강의 버프 스킬인 풍마혈이 발동되었다.
전 스테이터스가 2배가 되면서 체력과 마력 수치가 뻥튀기 되었고 자연히 HP와 MP 역시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리고 스킬이 발동이 끝남과 동시에 게헨나가 카르페의 몸을 휘감았다.
화륵!
[지옥의 불꽃 – 게헨나에 적중당했습니다!] [상태이상 ‘화상’, ‘작열’, ‘열독’에 빠집니다.] [지옥 불꽃의 효과로 화염내성이 90% 감소합니다.] [해금이 발동합니다. 상태이상이 전부 해제됩니다.]“윽!”
적중당하는 순간, 각종 상태이상 알림이 주저리주저리 등장했지만 해금이 있는 한 그건 별로 신경 쓸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데미지다. 카르페가 화염 속에서 초조하게 HP창을 바라봤다.
-어라. 의외로 꽤 버틸 만한데?
“그러게요?”
HP는 커녕 호신강기 효과로 MP도 절반이 조금 넘게 줄었을 뿐이다.
……이딴 게 고유 9성 스킬?
이라고 생각하던 것도 잠시. 카르페를 휘감고 있던 지옥의 화염이 이내 카르페를 향해 응축되기 시작했다. 천마와 카르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이 악물고 버텨라.
“젠장. 다단히트였냐!”
콰아아앙!
카르페를 휘감던 화염이 한데 응축되어 그대로 폭발했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불화산 전체가 크게 진동했다.
“커헉!”
순식간에 남아 있던 MP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아슬아슬하게 호신강기가 유지되고 있었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화륵!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화염이 다시 한번 카르페를 향해 응축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또?!”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거대한 폭발이 발생하며 HP가 뜯겨 나간다. 이번 폭발로 호신강기가 단숨에 깨지며 HP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버렸다.
우우웅.
“미친! 여기서 한 발 더라고?”
-아니, 뭔 놈의 스킬이 3절에 뇌절까지 하고 있어?!
다시 한번 터진 불꽃이 재응축된다.
그리고 낌새를 보아하니 이번이 마지막 폭발. 지금까지 중 가장 최대 화력으로 덮쳐올 게 틀림없어 보였다.
“아오. 거, 스킬 하나 복사하기 더럽게 빡세…… 세계수의 가호!”
콰아아아아앙-!
기어코 게헨나의 불꽃이 한 번 더 폭발을 일으켰다.
“크르…… 크르륵…….”
켈베로스도 이번 공격으로 막대한 체력을 소모했는지 비틀 거리며 땅에 주저앉았다. 세 개의 머리가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긴 혀를 쭉 내빼고 헥헥거렸다.
그리고 사그라진 불꽃 속에서 카르페가 휘청거리며 걸어 나왔다.
띠링.
[문양 사자혼에 스킬 ‘게헨나’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6의 스킬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습득하시겠습니까?]“……후우. 죽는 줄 알았네. 습득한다.”
[축하합니다. 문양 ‘사자혼’에 9성 스킬 ‘게헨나’가 기억되었습니다.] [사자혼에 기억된 스킬은 위력이 2배 증가합니다. 또한 MP 소모가 2배로 증가하며, 스킬의 습득과 레벨을 올리는 데 소모되는 포인트가 2배 증가합니다.]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지만, 카르페는 기어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까딱했다간 골로 갈 뻔했다. 세계수의 가호 없었거나 다단히트가 아닌 한 방에 훅 들어오는 스킬이었으면 어쩔 뻔했어?
“뭐, 최악의 경우라도 한 번 죽는 대신 스킬 복사를 할 수 있으면 이득이라고 생각했죠. 다행히 안 죽었네.”
-어휴. 무식한 새끼.
“후우. 이럴 줄 알았으면 로이어드랑 합일할 걸 그랬네요. 그러면 버티는 게 훨씬 수월했을 텐데.”
-주, 주군. 로이어드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꽤 튼튼한 편입니다…….
과정은 조금 험난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목표를 이뤘으니 오케이다.
이제 눈앞의 몬스터를 마무리하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크르르…….”
[켈베로스가 막대한 힘을 쏟아내어 일정 시간 그로기 상태에 빠집니다.] [1분 동안 물리, 마법 방어력이 90% 감소합니다. 상태 이상 내성이 크게 감소합니다.] [1분 동안, 광(光) 속성 방어력이 0으로 고정됩니다.]“그래. 필살기를 쏟아낸 보스 몬스터가 비틀거리는 건 보스 사냥에 정석적인 페이즈 구성이지.”
제아무리 보스 몬스터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스킬을 아무런 페널티 없이 쫙쫙 난사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건, 그냥 몬스터를 잡지 말라는 소리였으니까.
“광휘검! 연속 전개!”
광휘 합일 전용 스킬인 ‘광휘검’은 플레이어의 의지대로 빛의 검을 생성할 수 있는 스킬이다.
스킬 이름 자체는 ‘검’이지만 형태 또한 플레이어의 의지대로 변경이 가능하다. 이를 테면 창의 형태로도 만들 수도 있고 메이스처럼 거대한 몽둥이로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개수 또한 상관없이 MP가 허락한다면 몇 개의 빛의 무기를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즉, 이도류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광휘검. 광휘검. 광휘검. 광휘검. 광휘검…….”
하지만 카르페는 2개를 초과하는 빛의 검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다.
카르페 손에 쥐어지지 못한 빛의 검들은 그저 허공에 둥둥 떠 있을 뿐이었지만, 카르페는 계속해서 쉼 없이 빛의 검을 만들어 허공에 띄웠다.
딱, 특정 스킬 한 번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MP 만을 남기고 전 MP를 빛의 검을 만드는 데 투자한 것이다.
“후우. 이쯤이면 됐나. 이 조합이 좋기는 한데, 준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단 말이지.”
광휘검으로 만들어 낸 빛의 무기는 카르페의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무기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에고 소드 마냥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카르페와 천마는 이 광휘검과 어떤 스킬을 조합하면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 냈다.
“자, 나도 필살기를 맞아 줬으니 너도 맞아 줘야 공평하겠지?”
“커헝!” “케헤엥!” “크르륵…….”
켈베로스는 ‘미친놈아.’ ‘내가 맞아 달라고 했냐.’ ‘니가 와서 처맞은 거지!’ 같은 말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카르페에게는 동물의 말을 해석하는 재주는 없었다.
카르페가 스킬을 발동했다.
“간다! 만천화우 – 광(光)!”
인벤토리의 무기를 지정해서 모두 투척해 버리는 최강의 딜링 스킬.
놀랍게도 이 스킬이 광휘검과 연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허공에 떠 있던 빛의 검들이 켈베로스에게 떨어져 내린다. 어두운 하늘에서 반짝이는 빛의 검이 떨어지는 광경은 마치 검은 하늘에 유성우가 내려오는 것 같았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쾅!
“케에에에엥!”
물론, 그 결과는 유성우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빛의 검이 무차별적으로 켈베로스를 관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의 검뿐만이 아니었다. 카르페의 인벤토리에 준비해 놨던 만천화우 용 일반 무기들까지 모조리 투척되며 켈베로스의 생살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무기의 비가 끝났을 시점.
“크…르……륵…….”
쿠웅.
켈베로스가 거대한 몸을 땅에 뉘이고 말았다.
켈베로스의 몸이 이내 회색 재가 되어 사라졌고,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이 떠올랐다.
[지옥불화산의 파수꾼 ‘불화산 켈베로스’를 쓰러뜨리셨습니다!] [앞으로 3일 동안, 지옥불화산에 존재하는 모든 야수형 몬스터의 물리, 마법 방어력이 30% 감소합니다.]“커헝…….” “케헹…….”
켈베로스가 쓰러지자, 카르페 일행을 공격하던 일부 마수들이 자연스레 꼬리를 말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스킬 지속 시간이 지나 인형합일 스킬이 해제됩니다.] [플레이어의 신체에 합일 페널티가 부과됩니다.]파앗!
카르페의 짧은 빛과 함께 미니 모드인 티나가 분리되어 나왔다.
“후우우우. 이 합일 끝난 뒤 탈력감은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되질 않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군.”
“그래. 티나도 고생했어. 고마워.”
<……메에. 인간. 대단하구나. 지옥불의 정수를 견뎌 내다니. 비록 케르가 정수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놀라운 일이다.>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고?”
<그렇다. 지옥불의 정수를 온전히 몸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 케르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 잠깐만 그렇다는 건…….
“혹시?”
카르페와 천마가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홱! 소리가 날 만큼 고개를 돌려 켈베로스가 사라진 자리를 쳐다보았다.
“……있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켈베로스는…… 내단을 남겼다.
켈베로스가 사라진 자리에는 척 보기에도 뜨거워 보이는 무언가가 김을 모락모락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캬! 이거지! 이 맛에 보스 몬스터 사냥하는 거 아니겠냐고!”
지금부터 사냥의 성과를 확인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