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88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88화
288. 플루닉토스
쿵-!
플루닉토스가 염좌의 팔걸이를 강하게 내려쳤다.
미남이라 불려도 손색없던 얼굴이 악귀의 그것처럼 변했다.
[X만 한 인간 새끼가! 감히 나한테 그딴 소리를 해?]조금 전, 바알의 시야를 공유하던 플루닉토스는 기가 찬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악마 대공아, 잘 봐둬라. 내 뒤통수를 치려고 들면 어떻게 되는지.
검은 낫이란 인간이 바알의 머리를 보란 듯이 잘라버린 것이다.
자신의 배신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진 모른다.
부하를 통해 시야를 공유한다는 것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모른다.
지금 플루닉토스에게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빌어먹을 인간이 감히 내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거지.’
도발적인 언사와 함께 자신의 부하를 대놓고 죽이다니.
이는 신에 대한 도전이라 봐도 무방했다.
‘버러지만도 못한 인간 주제에 감히?’
마왕의 권위가 땅으로 떨어져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물론 플루닉토스의 직위가 마왕은 아니다.
그는 엄연히 마왕을 보필하는 악마 대공.
하나 마왕의 권좌가 비어 있는 지금, 자신은 마왕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이야말로 마계의 실질적인 지배자.
마왕성에선 신이나 다름없는 위치에 있지 않은가?
그런 위대한 존재를 능멸하는 인간이 있다면?
‘죽여 버려야 한다. 저 애송이의 목을 뿌리 뽑고 영혼을 끄집어내어 억겁의 불길 속에 넣고 영원한 고통을 맛보게 해야 한다.’
반드시 그러하리라, 다짐한 플루닉토스는 즉시 전장의 지휘관과 시야를 공유했다.
서열 2위인 아가로스였다.
-최대한 불렀는데…… 더 부를까요?
-아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잘했다.
‘응? 이 새끼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시야를 공유하자마자, 플루닉토스는 의문이 들었다.
아가로스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서열 2위인 녀석이 자신 말고 존댓말 할 존재가 누가 있단 말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해소할 시간은 없었다.
빛이 번쩍이며 2천에 가까운 악마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까.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본 직후로 플루닉토스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내, 내 아까운 부하들이…….’
곧이어 아가로스의 시야로 히죽 웃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들어왔다.
검은 낫이었다.
-이제 얼추 숫자가 맞네. 기분이 어때? 플루닉토스. 네가 아끼던 병력이 죽으니까 좀 위기감이 들어?
그 말에 플루닉토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지켜볼 거라 예상하고서 2천 명의 병사들을 죽였다?
그 의미는 분명했다.
협박.
검은 낫은 지금 협박하고 있었다.
자신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라며.
[이, 이……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인간 놈이……!]분노를 참지 못한 플루닉토스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켜보는 것 말곤 없었다.
마왕성을 떠나면 신에 필적하는 힘도 사라지고 만다.
아무리 강대한 그라도 피조물의 공격에 위험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당장 저 녀석을 죽여야 한다!’
신의 권능을 이용해 아가로스에게 즉시 전언을 날리려 했지만, 그보다 검은 낫의 목소리가 더 빨랐다.
-아무것도 못 하니까 열 받지? 부들댈 거 없어. 소원대로 그쪽으로 찾아갈 테니까. 그러니까 마왕성에 딱 앉아서 기다리라고.
그 말을 끝으로 시야가 빙그르르 돌았다.
아가로스의 목이 잘린 것이다.
[…….]바알과 마찬가지로 시야가 끊긴 플루닉토스는 조금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방금 들은 검은 낫의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였다.
‘이쪽으로 온다고?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자시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쥐새끼가 제 발로 호랑이굴에 들어오겠다는 말이 아닌가?
[주제도 모르는 인간이 허세에 찌들어가지곤…….]플루닉토스는 검은 낫이 정말로 찾아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마왕성에 들어오는 순간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다.
자신의 허락하엔 누구도 영역을 벗어날 수 없으니까.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겠지만 나가는 건 아니란다. 병신아.’
정말 제 발로 찾아온다면 병신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렇기에 플루닉토스는 믿지 않았다.
단순한 허세라고만 생각했다.
검은 낫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많이 기다렸어?”
[…….]자신의 무릎까지밖에 안 오는 조그만 인간을 플루닉토스가 황당하다는 듯 내려다봤다.
“마족 2천 명을 죽여서 그런지 평판이 내려갔더라? 들어올 때 문지기들이 기를 쓰고 덤비던데? 켈베로스라는 개새끼랑 같이.”
[……그래서 어떻게 했지?]“어쩌긴. 다 죽여버렸지. 너도 자칭 신이니까 알 거 아니야? 마왕성에서만큼은 부하들 움직임을 전부 꿰고 있다며? 설마 구라였어? 표정을 보니 그런 거 같은데?”
[……아니, 조금 어이없을 뿐이다. 네놈이 진짜로 찾아올 줄은 몰랐거든.]분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플루닉토스는 어이가 없었다.
“자존감만큼은 진짜 신급이네. 스스로 위대하다고 자화자찬하면 안 부끄럽냐?”
[너는 오만하구나. 동시에 멍청하기도 하고. 내가 누구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잊을 리가 있겠어? 날 죽여서 재료로 써먹으려는 새끼를.”
찰나지만 플루닉토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살아생전 이렇게 겁 없는 인간은 처음 본다.
[긴말할 것 없겠지. 이제 그만 재료로 만들어주마.]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악마 대공이 발을 움직였다.
쿵-!
잠깐 한눈팔고 있었다면 영락없이 밟혔겠지만 류민은 쉽게 피해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듯 악마 대공의 다른 쪽 발이 움직였다.
후웅-!
냅다 걷어차려고 했지만 실패한 플루닉토스였다.
“느려터진 공격에 맞아줄 정도로 느긋하진 않아서.”
[잠깐 놀아줬다고 기고만장하는 꼴이라니. 안 되겠군.]악마 대공의 눈이 벌겋게 빛났다.
그 순간 무형의 힘이 류민의 몸을 옥죄었다.
[신력을 기반으로 한 염동력이다. 평범한 천사들이 쓰는 염동력과는 차원이 다르지.]“호오. 확실히 느낌이 다른데?”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 한 듯 류민이 주절거리자 플루닉토스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주제에 나불나불 잔말이 많구나. 이젠 놀아주는 것도 지쳤다.]플루닉토스의 거대한 손이 류민의 머리 위를 드리웠다.
[그만 곤죽이 되어라.]콰아아앙-!
흡사 폭격이라도 터진 듯한 타격음이 성안을 울렸다.
쉬운 일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상대를 피떡으로 만드는 일은.
고정한 못을 망치로 내려치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간단한 일도 못 했다는 사실에 플루닉토스는 충격을 받았다.
“신력이니 뭐니 하더니만 별거 아니네.”
플루닉토스의 손바닥은 애꿎은 바닥을 누르고 있었다.
류민은 그 손등 위에 보란 듯이 올라가 있었고.
[네 녀석, 언제 움직인 거냐? 순간이동이라도 쓴 거냐? 아니, 그보다 내 염동력을 어떻게 풀었지?]“그냥 힘주니까 풀리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신력은 누구도 풀지 못한다. 같은 신이 아닌 이상.]“그럼 내가 신인가 보지.”
[헛소리!]“못 믿겠으면 또 시험해 보던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는 듯 플루닉토스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이번에는 손으로 누를 게 아니라 염동력으로 아예 압축할 심산이었다.
쿠구구구구구-
무형의 힘이 인간의 작은 몸을 눌렀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
플루닉토스가 자랑하던 염동력은 어떤 힘에 밀려나고 있었다.
다름 아닌 류민의 무력에 의해.
“뭐해? 이게 다야?”
[……어, 어떻게? 어떻게 움직이는 거냐?]“아까 말했잖아. 그냥 힘주니까 되는 거라고.”
[웃기는 소리 마라. 스탯이 아무리 높다 한들 한낱 인간은 신력에 저항할 수가…….]류민이 입꼬리를 올리자 플루닉토스는 흠칫했다.
[서, 설마 네놈은 신이란 말이냐?]“낮술 먹었냐? 뭔 헛소리야?”
“알고 싶어?”
류민이 펄쩍 뛰어오르며 말했다.
“일단 뒤지게 맞아. 그럼 알려줄지 말지 생각해 보지.”
늘어난 낫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악마 대공의 머리를 노렸던 낫은 결국 닿지 못하고 무형의 보호막에 막혔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콰아아아앙!
균열이 일어났다.
쩌저저저적-!
‘보, 보호막이 일격에?’
당황한 플루닉토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평하게 앉아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녀석의 공격이 자신에게 먹힌다.
‘한낱 인간이 어떻게?’
자존심이 상했지만 체면 차릴 때가 아니었다.
이미 두 번째 공격이 보호막이 깨진 틈을 노리고 들어왔으니까.
서걱-!
[크윽!]방심한 사이 어깨가 베였다.
생소한 고통과 함께 주홍빛 피가 흐른다.
주홍빛 피는 그의 육신이 신력을 받아들였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어째서!?’
원래라면 인간은 자신에게 터럭만큼도 생채기를 낼 수 없다.
그런데 살갗을 찢고 피를 흘리게 만들다니?
이는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녀, 녀석도 나와 같은 신력을 사용한다.’
그게 아니고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당할까 보냐!]“허이고.”
플루닉토스가 허공에서 불의 채찍을 꺼냈다.
웬만하면 꺼낼 일이 없는 무기 [열화의 가지]였다.
화르르르! 짜악-! 짜악-!
그 거대한 채찍이 바닥을 찍을 때마다 살갗을 녹이는 불꽃이 날린다.
[들어와 봐라! 건방진 인간아! 이참에 영혼까지도 녹여주마!]플루닉토스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성안을 뒤흔들었다.
* * *
‘저 새끼 긴장했네.’
채찍을 들고 발광하는 악마 대공을 보며, 류민이 조소를 머금었다.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니 알 수 있었다.
악마 대공이 겁먹었음을.
‘어떤 경우에도 뚫리지 않던 보호막이 단번에 아작 났으니 겁먹을 만도 하겠지.’
류민도 자신의 공격이 통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아무리 스탯이 높아도 자신은 그저 시스템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일 뿐이었으니까.
인간은 신을 이길 수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보상을 보기 전까지는.
└7인의 대천사 처치하기
└현재 처치한 대천사 수 (7/7)
└성공 시 ▶ 신격화 진행
[영혼 결속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영혼 결속 퀘스트 보상으로 ‘신격화’가 진행됩니다.] [사용자의 영혼 분석 중…….] [싱크로 조율 중…….] [영혼의 속성을 신격으로 바꾸는 중…….] [진행 중 5%…….] [진행 중 26%…….] [진행 중 47%…….] [진행 중 68%…….] [진행 중 89%…….] [진행 중 100%…….] [신격화 변환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사용자의 영혼에 신력이 깃듭니다.] [이제부터 신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새로운 영혼 결속 퀘스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