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9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90화
290. VS 아르타로스
아르타로스의 속마음이 들린다.
-내 검을 막아?
속으론 놀라고 있는 녀석이었지만 표정은 무심하기 짝이 없다.
아닌 척하고 있기는 류민도 마찬가지.
‘저 녀석, 만만한 놈이 아니다.’
순간이지만 놈의 움직임을 놓쳤다.
미래시의 룬이 없었다면 피하지 못했을 정도.
그 정도로 빠른 검이었다.
‘빠르기만 한 게 아니야. 묵직하다.’
낫으로 쳐냈을 때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
힘이며 스피드며 자신과 비교해 꿀리지 않는다?
‘이거 잘하면 목숨 한 번 잃을 수도 있겠는걸?’
마지막 시간 역행자의 칭호 효과로 부활할 수 있다지만 이번에 써버릴지도 모르겠다.
솔직한 말로 이길 거란 확신이 안 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주지. 오랜만에.’
놈을 죽이기로 마음먹은 류민이 눈빛에 살의를 담았다.
그러자 변화를 감지했는지 아르타로스가 움찔거리며 쳐다본다.
[죽음의 기운이 발동됩니다.] [대상의 모든 스탯이 50% 하락합니다.]여기에 추가로 사신화를 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쿨타임이라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류민에겐 7인의 대천사와 천 명의 천사들을 죽이고서 얻은 포인트가 있다.
다름 아닌 83,961,988의 스탯 포인트가.
‘힘, 민, 지, 운에 20,990,497씩 골고루 투자한다.’
시동어로 재빨리 투자하자 스탯이 말도 안 되게 불어났다.
2천만을 겨우 넘던 스탯이 1억 7천만까지 올라간 것이다.
즉, 전보다 8배 이상 강해진 셈.
‘증폭.’
파직파직-
여기에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 버프를 사용하자 류민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튕기듯 달려가며 있는 힘껏 낫을 휘둘렀다.
카앙-!
좀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힘에 아르타로스가 또 한 번 놀란다.
캉-! 캉-! 카캉!
낫을 휘두를수록 불꽃이 튀겼다.
연사를 퍼붓던 류민의 몸이 순간 잔상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나 어디를 노리는지 안다는 듯 아르타로스는 침착하게 날개를 접었다.
카앙-!
방패처럼 견고한 날개가 머리를 노렸던 낫을 막았다.
희미한 미소를 지은 아르타로스가 곧바로 무지갯빛 검기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모두 막을 순 없어 재빨리 자리를 벗어난 류민이지만 그보다 아르타로스가 더 빨랐다.
푸욱-!
어느새 뒤로 온 그의 검이 류민의 가슴팍을 뚫고 나왔다.
[끝났…….]그러나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아르타로스는 올리려던 입꼬리를 도로 내렸다.
그 대신 거북이처럼 날개로 몸을 감쌀 뿐.
카캉!
류민의 낫이 아쉽게도 날개에 가로막혔다.
간발의 차이.
아르타로스의 대처가 빨랐다.
“분신인 줄 알았나 보네?”
[그런 잔재주는 내게 통하지 않는다.]“그럼 이건?”
검은 그림자가 쐐액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팅- 팅- 팅!
철판도 꿰뚫는 어둠의 비수였지만 날개 앞에선 바위에 계란 치기나 다름없었다.
[헛수고를 하는군.]파지지지직-!
대답 대신 상대를 밀어내는 [차징]도 날려봤지만 아르타로스는 피하지도 않고 날개로 막아냈다.
‘움직이지 않아?’
죽음의 손아귀를 써봐도 마찬가지였다.
응당 밀려나야 할 상대는 고목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날 상대로 테스트를 하나 본데, 그런 효과들은 내 방벽 앞에서 무의미하다.]“하지만 스탯 감소는 잘만 적용되는걸?”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류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도 한쪽 구석에 올라온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무의 공간에 들어왔습니다.] [이 공간에선 외부의 어떠한 버프도 적용되지 않습니다.]블레스, 스위프트, 세이프티 배리어, 성녀의 축복, 무기 연마, 장비 연마 등.
류민에게 걸려 있는 모든 버프가 잠금 상태가 되어 있다.
아무래도 아르타로스가 만든 영역에선 일시적으로 버프들을 쓸 수 없는 모양.
‘저놈만 스탯이 떨어진 게 아니야. 나 역시 스탯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어.’
다행이라면 타인에게서 받은 버프만 적용되지 않을 뿐, 룬이나 스스로 사용한 버프는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어쩌지? 가지고 있는 스탯을 모두 투자해 봤지만, 놈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
블레스가 없더라도 1억 7천만이 넘어가는 스탯들이다.
기존에 온갖 버프를 발랐을 때보다 8배 이상 올랐는데도 아르타로스와 대등한 수준의 힘과 스피드가 나온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가 조금 밀려.’
스탯을 절반이나 떨어트렸는데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
‘대체 기존 스탯은 얼마나 높다는 거야?’
과연 하늘의 지배자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상대였다.
‘처음으로 상대할 만한 상대가 나왔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수밖에.
류민이 씨익 웃어 보이자 아르타로스가 고개를 삐딱하게 틀었다.
[정신이 나간 건가? 이미 실력 차는 확인했을 텐데?]“길고 짧은 건 좀 더 대봐야 아는 법이지.”
[자신감만큼은 칭찬하마. 그럼 이제 속죄의 시간이다.]아르타로스가 검을 든 그때, 류민의 모습이 사라졌다.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거늘.]뒤로 돌아 검을 휘두르자.
카앙-!
낫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투명화가 풀리며 류민이 나타났다.
기척을 읽을 수 있는지 정확히 기습을 막아내는 아르타로스였다.
[길게 끌 거 없지. 이만 소멸하라.]검날에서 무지갯빛 광채가 터져 나왔다.
어둠을 밀어내는 것으로 모자라 주변을 대낮처럼 만든 그 광채는 류민의 몸을 완전히 불태웠다.
피할 공간이라곤 없는, 외통수였다.
‘끝났군.’
자신의 기술, [멸절의 빛]에 녹아 사라지는 검은 낫을 보며 아르타로스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하지만.
‘음?’
아르타로스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류민에겐 신성 계열 대미지를 80% 막아내는 칭호가 있다는 것을.
또한 신력에 담긴 정신계열 대미지를 무효화 하는 칭호까지 있다는 것을.
“내가 말했잖아.”
광채 속에서 보이는 건 새빨간 [적월]의 눈을 뜬 검은 낫이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키이이이잉-
그의 낫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섬뜩한 달빛을 토해냈다.
월광섬 5연속 콤보가 아르타로스를 향해 쏘아졌다.
반사적으로 날개에 몸을 숨겼던 그가 행동을 철회했다.
‘이건…… 막으면 안 된다.’
쿠콰콰콰콰콰쾅-!
쿠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쾅!
무의 공간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충격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물론 그 모든 공격이 아르타로스에게 적중할 리는 없었다.
애당초 류민의 빠르기도 따라잡는 그에게 기술 하나 피하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월광섬은 아르타로스가 피하지 못하도록 교묘한 각도로 날아들었다.
그 결과 날개들을 자르는 데는 성공했다.
“날개만 가져갈 생각은 없는데?”
월광섬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류민이 나타났다.
낫이 무서운 속도로 얼굴을 노린다.
날개로 막으려던 아르타로스였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날개가 대부분 잘렸다는 것을.
‘안 되겠군.’
막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머리를 비틀며 검을 찔렀다.
낫이 아르타로스의 볼을 스쳐 가며 머리카락과 귓바퀴를 잘라버렸다.
동시에 그의 검이 류민의 복부에 박혔다.
아니, 박히는 듯했다.
팅-!
‘검이 비껴가?’
73.7%의 확률로 막아내는 타나토스의 흑마갑 덕분에 치명상을 피한 류민이 재차 낫을 내리찍었다.
이미 서늘한 감각을 느낀 아르타로스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몸을 워프시켰다.
류민의 뒤쪽으로.
그러나 그것은 아르타로스의 패착이었다.
“그럴 줄 알았지.”
이미 상대의 생각을 읽고 있던 류민이 낫을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아르타로스가 재빠른 순발력으로 몸을 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서걱-!
옆구리에 긴 자상이 나며 주홍색의 핏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기세를 몰아 폭풍처럼 낫을 휘몰아치자 아르타로스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생겼다.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놈을 이기지 못해.’
간신히 피해를 준 류민은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아르타로스의 몸을 베기 위해 낫을 휘둘렀다.
캉-! 캉-!
검을 들어 막아내면서 물러서는 아르타로스였지만 그럴 때마다 찢어진 옆구리로 핏물이 주룩주룩 새어 나왔다.
궁지에 몰린 개처럼 움직임도 전과 달리 느려지기 시작했다.
카캉-!
검과 낫이 충돌하자 그 반동을 이용해 아르타로스가 휙 물러났다.
조금이라도 쉴 틈을 마련할 생각이었지만 류민은 그럴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거머리같이 따라붙었다.
‘귀찮게 하는구나, 인간 녀석.’
여전히 상처 입은 채로 막아내던 아르타로스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기술을 사용했다.
[타오르는 광휘]라는 기술로 전신의 신력을 끌어올려 모든 신체 능력을 50% 향상시키는 버프였다.캉- 캉- 캉-!
스피드가 눈에 띄게 빨라지자 류민으로선 따라가기 벅찼다.
어느새 상황이 역전됐다.
수세에 몰린 건 자신이 되어버렸다.
‘미쳤네. 상대는 버프도 못 받게 해놓고 자신은 올 스탯을 50%나 향상시켜?’
역으로 밀리고 있던 류민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대로면 몇 초 사이에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승부를 걸어야지.’
길게 끌면 좋지 못하다.
조금 전에 녀석의 기술에 맞아서 자신 또한 상태가 좋지 못했다.
전신이 화상에 대인 것처럼 뜨끈뜨끈하다.
80%의 대미지 감소와 정신 대미지 무효화, 세트 효과인 받는 대미지 30% 감소까지.
온갖 효과들로 대미지를 줄여보긴 했으나 완전히 막아낸 건 아니다.
‘안 되겠어. 녀석이 심장을 노리는 타이밍에 나는 목을 노린다.’
힘겹게 검을 막아내던 류민은 일부러 갑옷을 맞히도록 빈틈을 열어줬다.
73.7% 확률로 공격을 비껴가게 하는 흑마갑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류민이 틈을 보이자 마침 녀석이 미끼를 물었다.
생각을 읽어봐도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지금이다.’
류민은 방어하지 않고 오히려 달려들었다.
가슴을 내주는 대신 놈의 목을 취하기 위해.
‘이번에도 빗겨낼 거야.’
아니나 다를까.
티잉!
검이 심장에 닿았음에도 삐끗하며 비껴간다.
다행이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류민은 이미 움직이는 낫에 더더욱 힘을 가했다.
이미 낫이 목을 가르고 있었기에 피할 공간이라곤 없었다.
서거어억!
아르타로스의 목이 아래로 떨어졌다.
투욱-
‘끝났다.’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한 그때.
파아아아앗-
아르타로스가 빛에 휘감기더니 떨어졌던 목이 제자리로 달라붙었다.
마치 시간에 되감기듯.
류민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부활 능력이 있다고?’
상대의 생각을 읽는다는 게 모든 기술을 파악한다는 뜻은 아니다.
놈이 곧장 되살아날 거라곤 류민도 생각지 못했다.
뻐근한 듯 목을 한 바퀴 돌린 아르타로스가 무감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저주가 걸려 있지. 죽어도 죽지 못하는 저주가.]“…….”
[한낱 인간에게 저주를 들키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만…….]아르타로스가 빛의 검을 들었다.
[들킨 이상 살려두어선 안 되겠군. 애초에 죽일 생각이었지만.]아르타로스의 몸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뒤에 접근했다고 판단하고 돌아봤지만 보인 건 녀석의 잔상뿐이었다.
[이쪽이다.]류민이 고개를 돌린 그 순간.
아르타로스의 검이 류민의 목을 꿰뚫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기사회생의 룬이 발동되기 전까지는.
[죽음에 이르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기사회생의 룬이 발동됩니다.] [대상의 공격을 반사합니다.]순간 아르타로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