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93
제192화
콰아아아아아아아-!
폭풍에 뽑혀 나가는 나뭇가지들처럼 검은 파도의 사정권 내에 있던 인원들이 모두 터져나갔다.
저택은 말 그대로 반으로 쪼개졌다.
아니, 이런 때엔 반으로 쪼개졌다는 말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사라졌다.
그렇게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헉… 허억….”
기가 막힌 광경을 눈앞에서 본 마르셀로의 수하들이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팟-!
“크윽….”
핏-!
“으으윽….”
좋게 봐줘 봐야 패잔병인 무리.
더군다나 카르텔 소속이었으니 한여명은 인정사정없이 잔당들을 베었다.
저택이 부서진 여파로 피어오른 흙먼지가 가라앉을 때쯤, 모든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이거 놔! 놓으라고!”
“그 입 다물어라, 마르셀로. 조금이라도 빨리 죽고 싶다면 떠들어도 상관없지만.”
한여명이 카루나와 쌍둥이의 싸움에 시선이 팔린 틈을 타 도주하려던 마르셀로를 붙잡아왔다.
그는 싸움이 결착이 나기도 전에 승패를 예상하고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다 덜컥 한여명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굳이 한여명이 아니더라도 강설이 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기에 도주에 성공하지는 못했겠지만, 아무튼 마르셀로의 도주는 실패로 끝났다.
“미친 새끼들… 우리를 건드리다니… 너희는 이제 죽은 목숨이다.”
한여명은 마르셀로를 땅에 고개를 처박게 한 후에 그가 꼭 쥐고 있던 물건을 회수했다.
“이건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거고….”
“빌어먹을 새끼… 물건 하나 때문에 일을 이렇게 키워?”
“물건 하나? 아니지, 그간의 죗값이다.”
강설이 잠시 여운에 잠겨있는 카루나를 바라보다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아 마르셀로에게 고개를 돌리고 다가갔다.
“…이봐.”
“너… 너!”
“알고 있는 게 있나?”
“뭘… 염소들 말이냐?”
“그래, 풀이나 뜯어 먹고 살지 앞에서 거슬리게 하는 그놈들.”
“내가 말할 것 같아?”
“아니.”
마르셀로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잠깐의 침묵 이후에 그가 말을 꺼냈다.
“다… 다 말하면 살려주는 거냐?”
강설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럴 리가.”
“퉤! 그럼 엿이나 처먹어, 이 새….”
마르셀로가 발악하며 품에서 무기를 꺼내려던 순간.
서걱-!
한여명이 검을 뽑아 마르셀로의 목을 쳤다.
“감히 어딜….”
“의외로 끈끈한 구석이 있네.”
“어차피 여기서 살아남아 봐야 카르텔에게 처분당했을 거예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테니….”
카렌이 짊어지고 있던 마리를 내려놓았다.
스윽…
“으윽….”
마리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마리!”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중독된 기미가 있습니다.]
강설은 소지품에서 해독제를 꺼내 마리의 입으로 흘려보냈다.
“으으… 아파….”
마리가 괴로워하며 깨어나려는 기미가 보이자 한여명이 그녀를 부축했다.
“마리, 괜찮아?”
“소리 커… 멍청아.”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는 것 같았다.
강설은 다시 충격적인 행보를 보인 카루나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불안한데….’
그의 염려가 느껴졌는지, 그림자 속에서 우르가 지금 이 상황을 설명했다.
– 안심해라. 아마도 벽을 깨부순 여파 때문에 그러는 것 같으니.
‘위험한 거 아니야?’
– 위험할 수도 있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텅 비어있는 곳에 갑작스럽게 뭔가가 차오르면 당황할 수밖에 없어.
카루나의 자아가 결손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우르는 눈치채고 있던 것 같았다.
– 경지를 가늠하다 알게 된 거다. 겉으로는 뻣뻣한 인형 같은 느낌이었는데 내부는 들끓고 있더군. 벽을 완전히 허물면 성격이 조금 변할지도 몰라.
그 부분에 대해선 강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설마 흑기사처럼 포악해지기라도 하겠는가.
그리고 그렇게라도 카루나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했다.
휘오오오오…
강설의 걱정과는 달리 카루나는 상당히 평온한 상태였다.
분노를 쏟아낸 뒤의 그는 오히려 통쾌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개운함을 느꼈다.
카루나가 흑기사를 흡수한 행동은 사실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다.
사람이 납덩어리를 집어삼켜 무게는 늘어났지만, 정작 납덩어리를 소화 시킬 수는 없는 불균형한 상태를 겪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마음에 생긴 커다란 분노는 감정이 희미한 그를 결국 내면에서부터 갉아먹을 터였고.
하나, 다행히도 변수가 있었다.
강설이 전승한 공명이라는 능력 덕택에 그의 감정을 카루나도 함께 느끼게 되었던 것.
강설에게서 전해진 잔잔한 감정의 파문들은 뜨거운 분노를 차갑게 식히기도 했고 또 녹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듬어진 분노는 속 안에서 폭발하지 않고 이렇게 밖으로 표출되었다.
공명이라는 능력이 없었다면, 이 같은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능력이라 할지라도 그 쓰임이 있는 법이다.
스르르르륵…
저택을 소멸시킨 검은 파동이 카루나에게 회수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쌍둥이 기사의 경지를 가로막고 있던 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휘오오오오오오-!
검은 파동이 일렁이는 카루나.
이전에도 묵직한 기운을 가졌지만, 지금은 단단해서 틈조차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그의 곁에서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여파는 카렌에게도 이어졌다.
“…어?”
그녀 또한 갑자기 불길에 휩싸였다.
[쌍둥이 기사의 이어진 영혼이 발동합니다.]
[두 소환수의 등급이 초월 등급으로 강화됩니다.]
[두 소환수는 이제 원래의 힘을 발휘합니다.]
[두 소환수는 이제 대장군의 자격을 갖췄습니다.]
[대장군은 각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선택한 길에 따라 능력이 강화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루나의 월광충천(月光衝天)이 강화됩니다.]
[월광충천(月光衝天) 발동 시, 이제 만월(滿月) 상태가 항시 유지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렌의 불의 꽃이 항성(恒星)으로 변형됩니다.]
[회전 당 피해량이 증가하고 직접 만들어내는 화염이 크게 강화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루나의 지속: 검은 파동이 강화됩니다.]
[검은 파동이 하락시키는 능력치가 증가하며 이에 따라 둔화 비율 또한 증가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렌이 새로운 능력을 깨우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렌이 지속 : 단짝을 깨우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루나의 신체 능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렌의 신체 능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루나가 홀로서기를 깨우칩니다.]
[쌍둥이 기사 : 카렌이 홀로서기를 깨우칩니다.]
[쌍둥이 기사가 모두 소환되어 있지 않더라도 능력치 상승이 지속됩니다.]
……
잔뜩 떠오른 메시지들.
– 드디어 벽을 깼군.
카루나가 변화를 거치자, 카렌도 변화를 거쳤다.
둘의 이어진 영혼 때문이기도 했고 사실, 카렌은 카루나보다 더 일찍 준비되어 있었다.
요그나툰에서 진의 잔상을 떨쳐냈을 때, 어쩌면 그녀는 더 높은 경지로 갈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나, 그것이 카루나의 경지 때문에 가로막혀 있었고 카루나가 한 단계 경지를 높이자 그녀의 등급까지 순탄하게 상승한 것이다.
강설은 직관적인 능력들은 전부 제쳐둔 채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만 읽어 내려갔다.
[지속 : 검은 파동]
지속적으로 검은 기운을 뿜어냅니다. 검은 기운은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며 중첩됩니다. 검은 기운은 중첩당 1~3%의 능력치를 하락시키며 해당 수치만큼 둔화시킵니다. 중첩은 최대 10 중첩까지이며 최대 중첩 도달 시 받는 피해량이 20% 증가합니다.
– 어처구니가 없네 ㅋㅋㅋ
– 방귀 대장이 되어버린 카루나…
– 10 중첩의 냄새를 맡아라!
– 그쯤 되면 똥방귀 아닐까요?
[지속 : 단짝]
지속 : 깜짝 출현이 항상 발동하며 가장 교감이 깊은 피조물이 출현합니다.
– 이건 먼 소리지?
– 깜짝 출현이 뭔지 봤어야 알지 ㅋㅋ
– 암튼 좋은 거겠지 머~
– 능력 점수는 능력 점수 대로 빨아갔으니 좋아야지 당근…
– 콩도 아닌데 왜 승급을 두 번이나 하는 거야….
– 콩도 아닌데 왜 승급을 두 번이나 하는 거야….
– 글고 저 대장군의 길은 뭐지?
– 그러게?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한 대장군의 길은 강설은 아는 것이었다.
기사 클래스가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얻게 되는 능력.
이는 성향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중갑과 방패를 주로 다루면 신의의 길, 양손 대검을 주로 다루면 패기의 길 같은.
‘나중에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건가?’
쟈마드가 대주술사가 되며 근원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그들도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음?’
능력의 확인을 마친 강설은 카루나의 근처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거… 그 초시계잖아?’
점심과 저녁에게서 수명을 빼앗아간 시계.
그게 지금 강설의 손에 들어왔다.
“조금… 이상하긴 했었지.”
수명을 먹는 시계라니, 기괴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시계가 단순히 수명을 빨아들이는 게 아닌 노화를 촉발한다는 것이다.
그 말인즉, 혹시 이 시계를 사용하면 사용자의 시간이 그만큼 빨리 가는 것 아닐까?
일개 소모품이 시간을 좌지우지한다니 신기했다.
강설이 시계를 쥐었다.
표면에 금이 간 시계.
[불공정한 초시계]
등급 : 보물
적정 레벨 : 없음
무게 : 0.1kg
특수 능력 : 사용자의 능력을 큰 폭으로 늘려주지만 1초마다 사용자에게 세월을 부담한다. 현재는 고장나 능력치 상승 폭도, 1초마다 부담하는 세월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중급 간파가 발동합니다.]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야?”
강설은 일단 그것을 품에 넣었다.
우르는 그가 품에 넣은 시계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 *
다행히, 마리는 금방 회복했다.
가진 능력 중에 회복 계열 능력이 있었고 몸을 가누지 못하게 만들었던 독도 평범한 마비 독이었던 것 같았다.
강설은 상황이 정리되자, 한여명에게 말을 걸었다.
“무사해서 다행이군요.”
“…형 덕분이에요.”
“근데 좀 변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예?”
“좋은 의미로요.”
“아…. 그, 그런가요?”
분위기도 실력도 전과는 크게 달라졌으니 강설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많이 성장했네.’
긁적긁적…
한여명이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었다.
“고생도 좀 한 것 같고요.”
끄덕끄덕…
그는 마치 군대에서 휴가 나온 형에게 시험지를 보여주는 어린 동생처럼 솔직하게 행동했다.
강설이 그걸 보고 웃었다.
“그래도 성장했군요, 다행입니다.”
씰룩… 씰룩…
한여명이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움찔거렸다.
푹-!
“아!”
마리가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여명, 바보 같아.”
“그래?”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 강설을 쳐다봤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마르셀로 패거리가 초토화돼서 아젤포그에서 사라졌다는 것이.
“소환사… 소환사라….”
“왜 그래, 마리?”
“소환사였어?”
“아, 형 말하는 거야? 응. 노을이가 편지 보내준 거 마리도 같이 읽었었잖아. 그때 마리가 전이자가 미궁 돌파를 어떻게 하냐며 거짓말이라고 했던 거.”
“고행자 말하는 거야?”
“응, 그 고행자. 형! 혹시 그거 형 아니었나요?”
끄덕.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가 그 반응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저, 정말 미궁을 돌파했어요? 어땠어요?”
“그냥…”
– 어땠긴, x같았지 뭘…(담배를 한 모금 찐하게 빨며)
– (알콜 중독 증세를 보이며) 그 얘긴 꺼내지도 마!
– 소녀 팬이 그딴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니었을 텐데…
– 이거 곤란한걸? 또 한 명의 소녀팬의 가슴에 불을 질러 버렸으니 말이야! 누가 119 좀 불러줄래?
마리는 강설에게 집착하다시피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점수가 그럼 도대체 몇 점이에요?”
이런 질문이라거나.
“1,100만 점? 아니 왜 나는 못 봤지? 어떻게요? 아니… 어떻게?”
– ㅎㅎ 그것도 미궁 때문에 발목을 잡혀서^^
– 아 진짜 그만하시라고요, 낯간지럽잖아요^^
– 사실 그거 말고도 많은데, 소문이 거기까진 안 났나 봐요^^?
마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나, 어쩐지… 여명이 하도 형형 거리길래… 이런 형이 있는 줄 몰랐네.”
– 한여명 어깨 지금 에베레스트보다 높음.
– 엄흥길 : 뭐야, 잘못 올라왔다. 여기가 아닌데?
– 형부심 ㅋㅋㅋㅋ
– 마ㅋㅋㅋ 니들 이런 형 읎재?
한여명이 강설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싸우는 모습 보셨나요?”
“아뇨, 못 봤습니다.”
“…그랬구나. 못 봤구나.”
그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카렌?”
카렌이 대화에 관심이 없는 듯 코코를 상대하다가 답했다.
“왜 자꾸 들러붙… 어? 어… 맞아. 전에는 어설펐거든. 유약한 면은 좀 고쳤나 보네?”
“허, 험한 일들을 주로 했거든요. 몸보다도 정신이 약해빠진 것 같아서….”
한여명의 변한 모습이 강설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잔인하리만치 냉담한 모습들이나, 결단력들이.
‘그래도 좋은 부분은 아직 남아 있으니 된 건가?’
마리가 말했다.
“설! 이제 어쩔 생각이죠? 혹시 모험이 아직 안 정해졌으면….”
“정해져 있습니다, 당분간은.”
“그렇구나….”
마리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녀는 크게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강설은 한여명에게 이번 모험이 끝난 후 아젤포그에서 보자고 하며 만남을 끝마쳤다.
* * *
며칠 뒤, 전이를 기다리는 강설.
이렇게 태평하게 모험의 시작을 기다리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그간에는 좀처럼 뜻대로 모험을 진행한 적이 없어서 그랬다.
강설은 지금, 리안에게서 나침반을 얻게 된 후 처음으로 말 수색에 임하는 것이다.
무릇 첫 단추가 잘 꿰여야, 일이 술술 풀리는 법.
마르셀로와의 일전이 있기 전, 숙소에서 자리를 비운 것도 미리 모험을 설정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화살표는 골런을 가리킨 거였구나.”
– 골런?
우르가 처음 듣는 이름에 의문을 표했다.
강설은 그 의문에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지이이이이잉-
빛무리에 휩싸인 그의 몸이 축축한 동굴로 전이되었다.
화르륵…
미리 준비한 횃불에 불을 붙인 강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는…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인데.’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스물다섯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25. 도굴꾼의 무덤]
……
이곳은, 그의 말 중 하나였던 도굴꾼 골런이 잠든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