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2
12
012. 나한테 빠꾸는 없다(3)
“미친.”
이천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뱉으며 조금 전까지 아도론이 서 있던 곳을 바라봤다.
아도론이 서 있던 곳은 싸웠다는 흔적 하나 없이, 그저 그가 들고 있던 메스 두 개가 떨어져 있을 뿐이었고, 그 앞에는 단 한 방에 아도론을 박살 낸 김현우가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다.
“우선 하나는 끝났고.”
————————
이름: 김현우
나이: 24
성별: 남
상태: 매우 양호
-능력치-
근력: A++
민첩: A+
내구: S+
체력: A+
마력: —
행운: B
SKILL –
없음
축하합니다! 당신은 성공적으로 탑을 빠져나왔습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시려면 최소한의 증명을 위해 세 개의 던전 보스를 클리어 해주시기 바랍니다.
– 아도론의 연구소 [완료]
– 숲지 부락
– 눈에 보이는 늪
———————–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현우는 눈앞에 떠 있는 로그를 보며 만족스럽게 끄덕이곤 곧바로 다음 로그를 바라봤다.
‘이다음은 숲지 부락.’
곧바로 다음 행선지를 정한 김현우.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아도론의 연구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어? 저 사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천의 일행 중 한 명인 이민연은 김현우의 뒷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왜?”
“저, 저 사람 그 사람 아니야??”
“……그 사람?”
“그, 있잖아? 이번에 헌터킬에서 1주일 내내 이슈게시판 1위 먹었던 그 사람……!”
이민영이 연구실을 빠져나간 김현우를 손가락질하자 곰곰이 생각하던 김창석은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그 고인물?”
“그래, 걔! 지금 조금 전에 그 사람 그 고인물 아니야?”
“어? 진짜 생각해 보니……!”
이천은 영상 속에서 보았던 ‘고인물’과 조금 전 보았던 고인물의 외형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색 츄리닝에 아무렇지도 않게 기른 더벅머리, 거기에 덤으로 느긋해 보이는 표정까지.
“소름 돋아……!”
이민영이 저도 모르게 양팔을 감싸 앉고 소름이 돋는다는 듯한 체스쳐를 취했고.
튜토리얼 존에서 봤던 것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김현우를 보며 저도 모르게 그가 빠져나간 문을 바라봤지만, 이미 김현우는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
아레스 길드가 가지고 있는 고층 빌라 지하 5층에 만들어져 있는 ‘관리부’.
그곳은 아레스 길드의 한국지부 내에 있는 대표적인 부서인 ‘정보부’, ‘인사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권력을 가진 부서였다.
그런 관리부의 사무실에서 두 남자는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한 명은 바로 인사부서의 ‘유병욱’.
다른 한 명은 바로 아레스 길드 한국 관리부를 책임지고 있는 ‘우천명’이었다.
그는 앞에 앉아있는 유병욱을 말없이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우리 인사부장님께서 이 지하까지는 왜 찾아오셨을까?”
우천명 특유의 말려 올라가는 듯한 목소리에 유병욱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흑선우 지부장님께서 따로 말해 놓는다고 들었는데, 아직 듣지 못했나?”
“아니, 다 듣기는 했지. 다만 정보를 받지는 못했어.”
우천명의 말에 유병욱은 곧바로 자신이 쥐고 있던 서류철을 우천명에게 넘겼고, 그는 유병욱에게 받은 서류철을 곧바로 펼쳐 확인하더니 이내 놀랍다는 듯 말했다.
“A등급 능력치가 두 개? 탑에서 이제 막 빠져나온 신인 헌터가 이 정도 능력치라니…… 이거 확실한 거야?”
————————
이름: 김현우
나이: 24
-능력치-
근력: B+
민첩: A-
내구: A-
체력: 알 수 없음.
마력: 알 수 없음.
행운: 알 수 없음 .
————————
유병욱이 건네준 서류철 안에 들어있는 서류를 보며 그가 놀랍다는 듯 말하자 유병욱은 대답했다.
“100% 확실한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협회에서 받은 영상으로 분석부에서 능력치를 임시로 지정해 둔 것뿐이야.”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라니 대단하군, 아니, 대단한 걸 넘어서 초기 능력치가 이 정도면 괴물수준이야.”
우천명은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듯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말했다.
“그래서, 이 녀석을 죽이면 되는 건가?”
우천명에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 살인 예고.
하지만 유병욱은 그런 우천명의 살인 예고에도 불구하고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지부장님께서는 죽이지는 말고 적당히 상처만 입히라고 하셨지만 뭐,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다.”
“네가 원하는 게 아니라?”
미묘한 웃음을 지은 우천명은 이어 말했다.
“이번에 듣기는 들었지, 그 녀석이 건방지게 아레스 길드가 독점으로 잡고 있는 던전을 무단으로 들어갔다고, 근데 하필이면 그때 그 독점 던전을 지키던 헌터들이…….”
“잘 알고 있군.”
유병욱이 그 말을 끊자 우천명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인상 좀 구겼겠군.”
“그래, 그 녀석 덕분에.”
그렇게 말하며 유병욱이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걱정하지 마, 솔직히 이 정도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우리도 적당히 ‘상처’만 입히는 건 힘들거든.”
거기에 더해서-
“이번에 중국 쪽 시장 진출하는 데도 힘을 조금 보태야 해서 말이야.”
“……중국?”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이번에 우리 지부장님께서 중국 진출에 발하나 걸치겠다고 열심히 일하는 중이잖아?”
우천명은 그렇게 말하더니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까 우리 지부장님 배에 탄 나도 지부장님이 원하는 바를 팍팍 밀어드려야지.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우천명이 느긋하게 묻자. 유병욱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중국 진출에 관리부가 움직이는 거지? 진출하고 난 다음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관리부.
그들은 명목상으로는 그저 길드 내 헌터들의 불법행위를 징계하는 징계부의 색깔을 띠고 있었지만, 그 실상은 헌터 업계의 더러운 뒷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였다.
유병욱이 묻자 그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말했다.
“패도 길드 덕분에 좀 바쁘지.”
“패도 길드라면…… 그?”
“그래, 이제 막 중국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인데, 말도 안 되는 기세로 중국 길드들을 먹어치우며 2년 만에 중국 전체 던전 중 52%를 먹어치운 괴물 길드.”
거기에다가-
“그 패도 길드의 길드장도 탑에서 빠져 나온 지 4년만에 길드를 그정도로 성장시킨 데다가, 녀석이 데리고 있는 녀석들도 하나같이 괴물들뿐이라…….”
게다가 이런저런 소문도 많지.
“……무슨?”
“패도 길드의 길드장은 신원미상인데 듣기로는 이번에 S등급 세계랭킹에서 5위를 차지했다더군.”
“……신원미상인데?”
“그래, 협회에서 집계한 정보로 랭킹을 먹였으니 확실하겠지.”
뭐, 그 뒷이야기는 말 하지 않아도 대충 알겠지?
우천명의 말에 우병욱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만족스럽다는 듯 바라본 그는 말했다.
“이 녀석은 걱정하지 마. 우리 쪽에서도 ‘상처’입힐 만큼의 인원을 쓸 수 없는 만큼, 그냥 깔끔하게 죽여 줄 테니.”
그의 말이 사무실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
그날 밤, 김시현의 집.
“진짜 세상의 발전이 끝없이 이룩하다 못해 한계치까지 돌파했구만.”
“그렇게 감탄할 정도예요?”
김시현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김현우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더니 이내 커피를 들고 있는 김시현을 찍었다.
찰칵!
“왜 찍어요?”
“와, 화질 선명한 거 봐.”
김시현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조금 전 찍힌 사진을 보며 신기해하는 그를 보며 김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 집에 오며 김현우에게 연락을 하려던 그는 김현우가 아직도 스마트폰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스마트폰을 사 와 선물했고-
“와, 이게 진짜 폰으로 되는 게임이라고……?”
김현우는 장장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하며 현대 문명의 발전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김현우가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김시현은 이내 떠올랐다는 듯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형이 아까 물었던 ‘숲지 부락’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응.”
“그거 저희 서울 길드에서 관리하고 있는 독점 던전이긴 한데, 아마 보스 몬스터는 없을 거예요.”
“……응? 뭐라고?”
김시현의 말에 반응한 김현우는 스마트폰을 내리고 그를 바라봤다.
“보스 몬스터가 왜 없어?”
“몇 주 전에 잡아서요.”
“……그게 무슨 소리야?”
김현우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 김시현을 바라보자 그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원래 던전의 보스몬스터는 일반 몬스터처럼 항상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저희 탑 있잖아요?”
“…탑?”
그의 말에 김현우는 얼마 전까지 갇혀 있던 탑을 떠올렸다.
“그곳에는 몬스터가 대충 하루 기준으로 리젠 되잖아요? 일반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나 똑같이요.”
“그렇지?”
“근데 현실에 있는 독점 던전들은 달라요. 일반 몬스터들은 죽여도죽여도 어디선가 끝없이 나타나는데 비해, 보스 몬스터는 한 번 죽이면 다시 리젠되는 데 시간이 걸려요.”
“얼마나?”
“그것도 다 다른데, 숲지 부락 같은 경우는 대충 1달 정도?”
“……한 달?!”
“네.”
“그럼 나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 거야?”
김현우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자 김시현은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아뇨, 한 달이나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 이제 대충 2~3일 정도만 있으면 숲지 부락은 리젠 주기가 채워지니까요.”
“그럼 아까 같이 물어봤던 ‘눈에 보이는 늪’은?”
“거기는 아레스 길드가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는 던전인데, 거기 보스 몬스터는 언제 리젠될 지 모르겠네요.”
뭐, 그런 정보야 자세히 찾아보면 나돌아 다니니까 찾아볼 수는 있지만요.
김시현이 짧게 뒷말을 붙이자 김현우는 혀를 차며 구시렁댔다.
“아니 뭐 몬스터 한 마리 잡는다고 해도 이렇게 신경 쓸 게 많은 거야?”
김현우의 투덜거림에 김시현은 그런 그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내 물었다.
“형, 그러고 보니까 헌터 협회에 랭크 등록은 언제 할 거예요?”
“……뭐?”
“랭크 등록이요. 협회에 가서 능력치 측정을 해야 그때부터 헌터 등급이 매겨지거든요.”
“……그래? 근데 그거 굳이 해야 돼?”
“하는 게 좋죠.”
“왜?”
“뭐 여러 가지로 좋은 게 있어요. 예를 들면 각종 편의 시설 혜택 같은 걸 거의 최대치로 받을 수 있고, 돈이 나오거든요.”
“뭐? 돈?”
“네, 돈이요.”
“얼마나?”
김현우가 궁금하다는 듯 묻자 김시현은 슬쩍 고민하는 듯한 몸짓을 취하더니 이야기했다.
“뭐… 등급에 따라 다르긴 한데 B급이 130인가 나오고 A급이 250, 그리고 S급이 좀 차이가 크긴 한데 제가 한 700정도 받아요.”
“뭐? 700?”
“네.”
“야, 그럼 존나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있어도 협회 등록만 되어 있으면 그 돈 받는 거야?”
김현우가 굉장히 기대하는 표정으로 묻자 김시현은 답했다.
“아뇨, 한 2~3달에 한 번 정도는 실적이 있어야죠.”
그 말에 김현우의 표정이 흐려졌지만, 그는 곧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아무튼 두세 달에 던전을 한 번 정도만 들어가도 그 정도 돈을 받을 수 있다 이거지?”
“네.”
“내일 당장 하러 가자.”
김현우의 말에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