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39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 399화(399/400)
압도적인 피칭은 아군을 춤추게 하며 상대에겐 공포를 심어준다.
1회 벨 조이스가 보여준 피칭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오늘 1번 타자로 나서는 도진의 눈동자에는 희망이 물들어 있었다.
‘이길 수 있다.’
대신 그가 이 분위기를 이어 나가려면 점수가 필요했다.
타자들은 점수를 뽑아 벨의 기세를 유지 시켜줘야 했다.
‘선봉장인 내 역할이 제일 커.’
도진은 타석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다저스의 선발 투수 타일러 엘스워스를 힐끗 쳐다봤다.
‘타일러 엘스워스. 평균 구속 100마일의 투수로 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지.’
파이어볼러.
제구가 훌륭한 편은 아니며 구종이 다채롭지도 않지만, 구위와 구속은 훌륭하다.
‘문제는 긁혔을 때란 말이지.’
파이어볼러가 긁히는 날에는 정말 답도 없어진다.
투수가 제발 그날이 아니기만을 속으로 빌었다.
도진은 타석에 들어섰다.
배터리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포수는 사인을 냈다.
‘위험한 친구야.’
투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알아. 그래도 오늘 컨디션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
타일러의 오늘 컨디션은 예사롭지 않았다.
7차전 선발 등판이었음에도 눈을 뜬 순간부터 개운함을 느꼈다.
그리고 연습 투구 때도 원하는 코스로 계속해서 제구됐다.
긁히는 날이다.
오늘 타일러의 몸 컨디션이 그에게 그렇다고 일렀다.
벨 조이스의 피칭에 잠깐 압도된 건 맞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심장을 지배하던 긴장감이 전부 자취를 감췄다.
그런 그가 와인드업했다.
퍼억.
“스트라이크!”
바깥쪽 하단 낮은 코스로의 포심은 100마일을 기록했다.
도진은 턱이 살포시 벌어지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팀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상대의 기세를 죽이려면 해서는 안 될 행동.
그러나 은연중에 나오는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
‘와. 이거 큰일이네.’
오늘 타일러는 벨 못지않다.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벨이 더 대단한 건 맞다.
하지만 야구는 상대적인 법.
저 둘에 에인절스와 다저스의 타선을 대입했을 땐 어디가 우세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절대 그냥 물러서서는 안 된다.
2구가 날아왔다.
몸쪽 상단으로 날아오는 포심 패스트볼에 도진은 헛스윙했다.
“스트라이크 투!”
젠장.
도진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0-2.
스트라이크 하나면 삼진이었다.
그런데 상대의 구위 제구.
거기에 구속까지 빨라 버리니 쉽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후우.”
도진은 깊은숨을 뿜어냈다.
그러고는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각오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떤 공에도 전부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경기장을 삼켰다.
‘전부 반응한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해.’
허세가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배트마저 짧게 잡았다.
정말로 어떤 공에도 반응하겠다는 뜻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다.
배터리도 그 광경을 보고 있었기에 도진의 뜻을 알고 있었다.
포수는 유인구를 요구했다.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가 3구로 채택됐다.
이닝의 선두 타자인 도진은 커브의 궤적을 정확히 몰랐다.
그러나 짧게 잡은 배트 덕분에 공을 맞힐 수 있었다.
틱.
투구는 배트의 윗부분을 맞고 뒤로 흐르는 파울이 됐다.
카운트는 여전히 0-2.
4구는 체인지업. 이번에도 유인구였다.
바깥쪽으로 향하던 투구가 갑자기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진은 체인지업을 뒤늦게 파악했지만, 배트를 멈춰 세웠다.
포수는 곧바로 1루심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스윙이 돌지 않았냐고 묻는 것이었다.
1루심은 양팔을 펼쳤다.
“볼!”
1-2.
5구.
가슴 높이로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왔다.
가만히 두면 볼.
하지만 타자는 투구가 눈에서 가까울수록 배트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7차전의 선봉장인 도진 역시 긴장을 잔뜩 머금고 있었기에 선구안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으면서 배트가 나갔다.
다만 이번에도 배트를 짧게 잡고 있었기에.
투구를 갖다 맞출 수 있었다.
딱.
다시 한번 투구는 뒤로 흐르는 파울.
카운트는 여전히 1-2였지만, 투수는 아직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6구를 앞두고 있었다.
6구. 바깥쪽에서 더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
도진의 배트가 이번에도 나가려다 말았다.
퍼억.
“볼!”
2-2.
7구.
가슴보다 더 높게 날아오는 패스트볼에 도진은 배트를 휘둘렀고.
“파울!”
투수는 어느덧 8구를 맞이하게 되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그의 컨디션은 오늘 최상이었다.
투구도 원하는 로케이션에 족족 꽂혔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직 아웃카운트 하나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거머리처럼 끈덕지게 달라붙는 도진은 지금 최고의 컨디션인 투수를 말려 죽이고 있었다.
9구.
체인지업은 다시 한번 바닥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진은 이번만큼은 배트조차 휘두르지 않았다.
9구까지 다다른 지금 그의 장점인 선구안이 발휘되고 있었다.
“볼!”
3-2 풀카운트.
포수는 어금니를 갈았다.
아직 첫 타자를 상대하고 있는데 10구째다.
컨디션이 좋은 투수의 투구 수를 줄여주지는 못할망정 투구 수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건 다저스에게 악재였다.
결국 포수는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투수도 한숨을 내뿜어 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은 던져졌다.
도진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도 그때였다.
‘포기하셨네?’
한복판 포심 패스트볼.
배터리는 배트에 맞춰주고 후속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너무 늦었어.’
한복판 포심 패스트볼이다.
투수는 실투를 던졌다.
도진은 지금 배트를 짧게 잡고 있었다.
배트를 짧게 잡으면 스윙 속도가 늘어난다.
길게 잡았을 때보다 타구의 힘이 덜 실리는 것도 맞지만.
‘한복판이었을 땐 이야기가 다르지.’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얹히기만 한다면 타구는 결국 쭉쭉 뻗어나가는 법.
따—악!
벼락같은 스윙이 투구를 후려친 그 순간.
천지를 흔들 것 같은 굉음이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타구는 에인절스 구장의 제일 먼 정 중앙으로 쭉쭉 뻗어나갔으며.
120m를 넘기는 대형 홈런이 나왔다.
도진은 베이스를 돌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코어는 1:0.
에인절스가 1회부터 앞서나가기 시작하자 관중석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의 성을 연호하는 함성의 물결이 한바탕 휘몰아쳤다.
1루 측 더그아웃에 자리 잡은 에인절스 선수들은 베이스를 도는 도진에게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엿보았다.
* * *
[키, 킴! 이닝의 선두 타자로 나서서 솔로 홈런을 기록합니다!] [결국 오늘도 저 어린 선수가 해내고 말았습니다! 이건 오로지 개인 역량으로 만들어 낸 점수라 다저스 배터리의 멘탈이 크게 흔들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건 오늘 에인절스가 유리한 고지를 먼저 선점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네. 오늘 투수의 컨디션은 매우 좋았어요. 2스트라이크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손쉬운 승부를 예상했겠죠. 하지만 결과는 어떻죠? 여기에 더해 오늘 벨 조이스의 1회 투구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다저스 선수들이 그에게 점수를 뽑아내기 절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경기의 양상은 해설의 예측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도진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가져간 에인절스는 3회까지 추가 점수를 내지 못했다.
다만 다저스 또한 벨 조이스를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에인절스의 추가 점수는 4회 말 1아웃에 나왔다.
아돌니스의 솔로 홈런으로 스코어는 2:0.
에인절스는 더욱 우승에서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저스도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고작 2실점밖에 하지 않은 투수를 4회 말 2아웃을 끝으로 강판시켰다.
[타일러. 교체됩니다.] [다저스는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내립니다. 과연 누가 불펜의 문을 열고 나올지 기대가 되는데요.]기대된다.
해설은 그렇게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일러는 다저스의 2선발 투수이다.
그런 그를 7차전에서 대처할 만한 투수는 오로지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불펜의 문을 열고 나온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조엘 오스틴이었다.
[조엘 오스틴! 당장 어제 던진 투수가 오늘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다저스는 총력전을 예고했습니다. 지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는 오로지 조엘 오스틴뿐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결과가 어떠려나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가 마운드에 오른 지금 다저스 선수들의 표정을 보십시오.]다저스 선수들은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팀 내 에이스가 당장 어제도 던졌다.
그런데 오늘도 팀을 위해 등판했으니 그럴 수밖에.
결과는 바로 나왔다.
조엘의 호투에 4회 말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다저스는 5회 초 벨을 서서히 두들기기 시작했다.
다저스는 5회 초에 2개의 안타를 쳤지만, 점수와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6회 초에는 3개의 안타로 한 점 쫓아갔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다저스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조엘이 등판하는 순간 에인절스의 타선은 꽁꽁 얼어붙었고 다저스 방망이엔 불이 붙었다.
에인절스는 서둘러 불펜을 가동했다.
불펜 투수를 2명 배치하며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게 예열해 두었다.
다만 다저스 불펜 안에는 그 어떤 투수도 몸을 풀지 않았다.
이건 조엘로 오늘 경기 끝을 보겠다는 것이었다.
어느덧 경기는 7회 초.
스코어는 여전히 1:2.
조 캐넌은 마운드를 방문했다.
“벨. 힘들면 내려와도 된다. 불펜에 있는 선수들은 이미 몸을 전부 데웠어.”
벨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번 이닝까지만 더 던지겠습니다. 7번부터 시작하는 하위타선이잖아요. 막을 수 있습니다.”
벨에겐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아직 7회다.
지금 에인절스에서 믿을만한 불펜이라면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 둘 뿐이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내려가면 1이닝이 붕 떠버린다.
이 7회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다저스의 기세에 집어삼켜질 터.
조 캐넌도 벨의 생각을 읽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실점할 때까지 네게 맡기겠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벨은 다시 마운드 위에 혼자 남게 됐다.
그런 그는 어딘가 불편하다는 듯.
어깨를 빙빙 돌리고 있었다.
표정 또한 짙게 일그러져 있었다.
‘젠장.’
어깨가 욱씬거려 좀처럼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진짜 마지막인가.’
벨은 올 시즌 초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병원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복귀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잘못하면 어깨를 쓰지 못한다고?’
그때는 손을 다쳤지만, 정밀 검사에서 어깨에 문제가 드러났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이닝을 던져서 인대가 너덜너덜해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그냥 인대만 끊어지면 또 모를까.
자칫 팔까지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니.
‘개소리다.’
벨은 분노를 씹었다.
원래 의사는 환자에게 최악의 상태를 일러준다.
별것도 아닌 가벼운 수술에 자칫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게 의사였다.
물론 그러했던 데이터가 있었으니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만약 그렇다고 해도 딱히 상관없어.’
어차피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은퇴 후에 팔은 적당히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벨은 우승과 자신의 팔을 맞바꿀 수 있다면 언제라도 바꿀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는 우승이 절실했다.
유일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어디 세상이 뜻대로 되는 법이던가?
따-악!
벨은 7번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
로케이션이 말을 듣지 않아서 그랬다.
급작스럽게 구속이 확 줄어들어 8번 타자에게까지 연속 안타를 내주었다.
7회 초. 스코어는 1:2. 무사 1, 2루. 타자는 9번 타자.
‘절대 실점할 수 없다.’
벨의 눈이 번뜩 뜨였다.
뜨인 눈동자에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기필코 틀어막겠다는 의지가 담긴 그의 초구에서 문제가 생겼다.
투수에게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겪게 되어 버렸다.
뚜두둑.
“으아아악!”
중계진은. 팬들은. 선수들은.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성에 깨닫게 되었다
방금 벨의 선수 생명이 끝이 났다는 것을 말이다.
통증을 이기지 못해 목구멍을 뚫고 나오는 괴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따금 나오는데, 그런 비명을 지른 선수 모두가 그라운드로 복귀하지 못했다.
그러나 벨은 은퇴한 투수들과는 무언가 달랐다.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모자랄 판에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조 캐넌은 더그아웃을 뛰쳐나오며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라운드 내 선수들도 마운드로 모여들었다.
그런데도 벨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선수 생명이 끝난 선수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베, 벨. 자네…….”
조 캐넌 감독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벨은 마치 그간의 메이저리그 인생을 담은 기나긴 한숨을 뿜어내더니.
“감독님. 전 여기까지입니다. 죄송합니다.”
“벼, 병원부터 당장 가게.”
벨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마지막입니다. 어차피 더 써먹지도 못하는 어깨 조금 늦는다고 달라질 건 없겠죠. 응급 처치나 하고 자리를 지키고 싶어요. 꼭 남아서 에인절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 누구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고개 또한 젓지 못했다.
감히 그의 간절함을 뭉개버릴 용기 따윈 없었으니 말이다.
조 캐넌은 고개를 푹 숙였다.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공을 돌려달라는 의미였다.
바닥을 나뒹구는 공을 아돌니스가 주워서 벨에게 넘겼다.
벨은 그 공을 조 캐넌이 아닌.
도진에게 내밀었다.
“미안하다. 못난 내가 또 네게 짐을 넘기려고 하네. 그래도 원래 가는 놈 소원은 뭐든 들어준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부탁한다.”
공을 쥔 벨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부탁이었지만, 그 부탁에는 확신이 묻어 있지 않았다.
이 공을 넘겨도 되는지.
넘긴다고 한들 실점 없이 넘어갈 수 있는지.
그렇기에 도진은 머뭇거리지 않고 힘차게 오른손을 내밀어 공을 건네받았다.
“맡겨 주세요.”
에인절스 역사상 최고의 투수라고 불리는 벨 조이스의 의지가 도진에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