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gressman bows RAW novel - Chapter (856)
의원님이 보우하사-856화(856/857)
[연속기획] 대통령 차재림을 만든 사람들⓼- 장운태 前 정주시장…장 전 시장은 이른바 ‘차재림 신화’가 자신의 손에서 시작되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장 : 차재림 (당선인)이 뭐로 떴습니까? 복분자 축제로 떴지요? 그 복분자가 말이죠, 백제 복분자가 말이죠, 전임 장운태 시정에서 시작된 겁니다. 면사무소에서 썩던 차재림
(당선인)의 재능을 일찍이 간파하고 시청으로 불러들여 중용했고, 그 아이디어를 아무런 편견 없이 채용하면서 차재림 신화가 시작된 것이란 말입니다.
기자 : 그렇다면 장 전 시장님은 차 당선인에게는 은인 같은 존재이시군요.
장 : 허허, 아마 차재림 (당선인)에게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하진 않을 거예요. 선거에서 맞붙어서 나를 이기고 시장이 됐으니 마지막에는 서로 적수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 그 서사도 매우 신화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신화의 단골 소재인 이른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닙니까? 무명의 공무원이었던 차 당선인을 알아보고 발탁한 시장님은 정치인 차재림의
탄생을 가능케 한 정치적 양아버지 아니겠습니까? 그런 양아버지를 차 당선인이 선거에서 꺾고, 자신을 낳은 대지모(大地母)인 정주시의 책임자가 되었으니 어머니에 대한 집착과 아버지
살해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에 아는 것을 갖다 붙일 건수가 생겨 기자 본인도 모르게 수다스러워졌음에도, 장 전 시장은 참을성 있게 들어주었다.
장 : 아버지 살해라는 게 조금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도 해석이 되겠군요. 당시에는 내가 거둔 사람한테 패배하면서 호랑이 새끼를 거뒀구나, 하는 후회도 됐지만 대통령까지 되는 걸
보면서 아,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니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었겠구나 싶어요. (웃음)
기자 : 그 이후에 차 당선인과의 접점은 없었습니까?
장 : 그 이후로 제가 사실상 정치일선에서 물러났고, 차재림 (당선인)도 중앙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접점이 사라졌지요. 한 번쯤은 전화라도 해줄 법은 한데, 그렇지요?
차재림은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했다.
당선인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비서실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교체되어 있었다.
최진호는 일찌감치 사표를 냈고, 배범희는 아르메니아 대사로 기용하기 위해 외교관으로서의 소양을 쌓도록 차재림이 인수위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그래서 비서실에서 친숙한 얼굴은 이제 함솔 하나만 남게 되었다.
함솔의 심기도 매우 복잡했다.
정주 4인방이라고는 하지만 홍인덕은 따지고 보면 차재림과 커리어를 오랫동안 함께하지는 않았다.
정주시장 시절 부시장으로, 그리고 국방부 장관 시절 기조실장으로.
출신도 행시 출신 엘리트라 나머지 셋과 결이 많이 달랐다.
어깨 걸고 현장에서 땀 흘린 것으로 치자면 최진호, 배범희, 함솔 셋인데 개중 둘은 짐을 쌌고 이제 자기 혼자만 남았다.
차라리 자기가 짐을 싸는 게 낫지, 이렇게 혼자 덩그러니 남으니 쓸쓸함 이상의 감정에 빠졌다.
하지만 당선인 자신도 결코 마음이 편하진 않을 것이기에, 함솔은 내색하지 않고 차재림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당선인님, 오셨어요?”
차재림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취임식 초청장 보낼 분들 추리고 있는데, 당선인님이 여부 정해주셔야 할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아, 들어오세요. 얘기해 보죠.”
“네.”
함솔은 들어오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공직 생활 하면서 인연 있는 분들은 웬만하면 초청을 해라. 그게 당선인님이 알려주신 기준이잖아요?”
“네.”
“오래 같이 일하면서 지켜본 게 있으니 웬만한 분들은 제 재량껏 다 필터링이 되는데 애매한 분들이 좀 계세요. 이를테면 장운태 전 시장님 같은.”
“아아.”
“어떻게 할까요?”
차재림은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피시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게, 진짜 어떡하지?”
“때마침 또 신문에 이런 인터뷰가 나와서…….”
함솔이 조간의 장운태와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면을 펼쳐 건네주자 차재림은 그걸 받아 들었다.
“시청 발탁과 시장 선거 사이에 뭔가 굵직한 것들이 빠진 것 같은데.”
“그죠? 시의회 의장으로 시청 집행부랑 대립각 세우면서 시장 선거도 나가신 건데 그 부분은 쏙 빼먹고.”
“그래 놓고 뭔 전화 한번 안 하냐고 불평은. 차재림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 제목부터 맘에 안 들어.”
“빼버릴까요?”
차재림은 검지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까짓거 그냥 초대해 줘요. 뭐, 그 양반이 그래도 백제 복분자 승인해 준 건 맞으니까. 대승적으로 가자구요.”
“네, 그렇게 처리할게요.”
차재림은 얼마간 더 고민하다가 함솔을 올려다봤다.
“함비.”
“네?”
“취임식에 엄 계장 부르는 건 좀 너무한 거 같아요?”
“에에?”
차재림이 성북구청에서 산음면사무소로 소속이 바뀌었을 때, 차재림을 가장 괴롭게 만든 장본인이 그였다.
그걸 바로 옆에서 똑똑히 목도했고, 차재림이 산음면으로 넘어오기 전에는 엄 계장의 1번 타깃이었던 함솔은 그의 전과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소심하고 찌질해 보이려나?”
“…그 정도 재량은 발휘해도 괜찮다고 봐요. 국력 낭비도 아니고.”
“그렇죠?”
“그리고 저도 엄 계장이 발발 떠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대통령이 아직 졸렬하게 안 까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거든요?”
“다 좋은데 졸렬하게는 좀 빼면 어떨까 싶은데.”
“졸렬하긴 해요.”
“이 사람, 아직 공직에 있나?”
“아뇨. 근데 퇴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성격상 백 프로 뒤가 구릴 거라 많이 쫄리긴 할 걸요?”
차재림은 함솔의 표정을 흘끗 살피고 말했다.
“나보다 함비가 더 기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리더가 졸렬한데 당연히 그 쫄따구는 더 졸렬하죠. 솔직히 꼭 초청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차재림은 흡족하게 웃으면서 의자에 몸을 묻었다.
“아, 기분 좋아졌어.”
“고인이 된 지인분은 그 유족들 초청하는 걸로 할게요.”
“네, 그래야죠. 이성태 의원님 유족분들하고 허준식 선생님 유족분들께는 제가 직접 친필로 초청장 쓸게요.”
“좋은 결정이시긴 한데, 그분들께 모두 친필로 보내시려면 손가락 아플 정도로 친필 초청장 쓰셔야 할 텐데요.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야당 쪽 주요 인사하고 다른 원로들한테도
친필로 보내셔야 할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차재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몰아서 쓰면 진짜 손가락 부러질 거 같아서 요즘 미리 짬 내서 틈틈이 쓰고 있어요.”
“안 그래도 바쁘신데 그렇게까지…….”
“따지고 보면 지금이 그나마 제일 한가할 때예요. 아직 진짜 대통령이 아니니까. 받은 은혜, 받을 은혜 있는 사람들한테 돈하고 자리는 못 줘도 친필은 드려야죠.”
함솔은 약한 한숨을 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피곤을 자청하시니 제가 더 말리지는 못하겠네요.”
“노헌창 후보님을 초청하고 싶은데 오실까요?”
“지금까지 전례로 보면 경쟁 후보는 거의 불참하시긴 했는데요. 아무래도 내상도 치유가 덜 됐을 때이기도 하고.”
“치유가 됐어도 경쟁자가 취임 선서하는 걸 보면 다시 상처가 도지겠죠. 사실 내가 그 입장이라고 생각해 봐도 마냥 쉽지 않을 것 같긴 해요.”
“그렇죠.”
“하지만 경쟁 후보가 아니라, 지금껏 여의도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존경하는 선배로서 모시고 싶은데.”
“그럼, 직접 전화하셔서 마음을 전하세요. 사실 그렇게 해도 결심은 노 후보 쪽에 달리긴 한 거지만, 이쪽에서 최선은 다해봐야죠.”
차재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함비 말이 맞아요. 노 후보님 측에 괜찮으신 시간에 전화 드리겠다고 전해주세요. 공식일정 없으면 시간 픽스해 주세요.”
“그럴게요. 그럼 이만 나가볼게요. 필요할 때 불러주세요.”
“네, 취임 전까지 함비 찾는 일이 많을 거예요.”
함솔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할게요.”
함솔은 노헌창의 심복인 김석주 의원과 통화를 했다.
최대한 정중한 어조로 노헌창의 참석을 요청했고, 김석주는 사무적으로 응대했다.
노헌창의 응답은 함솔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바로 차재림에게로 전달되었다.
‘당선인 양반, 섭섭하구로 우예 아랫사람 통해가 빙빙 돌려서 물어보는데? 그냥 내한테 직빵으로 전화하면 된다이가.’
“언제 시간이 되시는 줄 알고 제가 바로바로 전화를 드리겠어요, 하하…….”
‘니 지금 내 놀리나? 내가 바쁘긴 머가 바빠. 천하에서 젤로 태평한 인간이 바로 이 노헌차이다. 선거 지고 쪽팔려가 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몬하고 그냥 집에 콕 박혀 있는데 바쁘긴
무신……. 설령 암만 바쁘대도 당선인만 하겠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 내더러 취임식 오라꼬? 김신두만 아이었으면 저 자리가 내 자리였을낀데 하면서 복장 터져 디지라 이거가?’
“그런 얄팍한 조롱이 아닙니다, 의장님.”
차재림은 후보라고 부르려다가 그 역시 노헌창의 심사를 뒤틀리게 할 것 같아 부랴부랴 속으로 호칭을 수정했다.
노헌창은 흐흐 잠깐 웃음을 흘렸다.
‘그래, 내 가꾸마. 내 간다꼬 하모 몇몇 얼라들이 노인네가 쫀심도 없냐꼬 막 머라 해쌀긴데, 내 가꾸마.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러 가꾸마.’
“감사합니다, 의장님…….”
‘니, 앞으로 단디 해라. 내 죽어도 니 임기 중에는 안 죽을기다. 잘하는지 몬하는지 다 보고 죽을기다, 알았나?’
“더 오래 사시라고 제가 재선까지…….”
‘칵 마. 끊어.’
전화를 끊은 차재림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는 책상에서 업무를 보다가 틈틈이 옆의 빈 책상으로 옮겨갔다.
거기에는 초청장이 뭉텅이로 쌓여 있었다.
아끼는 만년필 한 자루를 들고, 흐트러지지 않은 글씨로 한 자 한 자 적어 나갔다.
양주화 대통령 부부, 노범기 대통령의 유족, 남궁선재 대통령 부부, 노헌창 부부, 확정된 명단부터 천천히 초청장을 썼다.
그들과 쌓은 추억과 인연이 다른 만큼 초청장의 내용도 조금씩 달랐다.
최진호, 배범희, 함솔로 시작되는 함께 오랫동안 수고한 인연들에도.
자신의 은사였던 배기선 시의원과 허성만 위원장으로 시작되는, 지금은 다소 성기어졌어도 한때는 예쁜 매듭이 지어진 인연들에도.
문오숙, 정현철로 시작되는 교분이 도타우면서 원내의 우군인 인연들에도.
권순기, 홍세란으로 시작되는, 기껍진 않아도 정치적 필요로 포용해야 하는 인연들에도.
민희수, 김신두로 시작되는 존중을 갖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인연들에도.
그렇게 한 편, 한 편 완성된 친필 초청장이 또 다른 뭉텅이로 쌓이기 시작했다.
당선인 비서실에서 올린, 의전서열 순으로 정해진 명단을 다 채우고도 차재림의 친필 초청장은 계속 쌓였다.
차재림의 역정에 고군분투한 당직자들에게도 친필 초청장이 쓰였다.
차재림은 책상에 앉아 인수위원회 로고가 들어간 빳빳한 용지를 반듯하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만년필 뚜껑을 열고 사각사각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다.
[취임식 초청장]귀하를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 정중히 초청합니다.
일시 : 2017. 2. 25.
장소 : 국회의사당 앞마당
[당선인 친전]한 독자 주임님께.
안녕하세요, 대통령 당선인 차재림입니다.
귀하의 노고와 헌신 덕분에 오늘의 막중한 책무와 숭고한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독자 주임님을 비롯한 당직자 여러분께서 불철주야 노력해 주신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심지어 새벽에도, 실내에서 야외에서, 또 달리는 차 안에서 저를 위해 흘려준 땀방울을 기억합니다.
귀하의 노고와 은혜에 이런 몇 마디 글줄로나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날들을 돌이켜보건대 지금껏 걸어온 길 위에는 많은 우여곡절과 위기가 있었습니다.
귀하가 저와 함께해주시지 않았더라면,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코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귀하의 땀과 눈물을 먹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열매를 맺는 자리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맡는 자리인 취임식장에 가장 먼저 모셔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귀하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귀하께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실 것을 직접 펜을 들어 정중히 요청드립니다.
앞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귀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잘한 일에는 열성적인 성원을 보내주시고, 만일 제가 국민들께 누를 끼친다면 단호하게 꾸짖어 주십시오.
언제든 열린 자세로 귀하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듣겠습니다.
귀하는 우리 푸른내일당의 당직자이면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십니다.
귀하는 당직자로서 저를 힘써 도우셨습니다.
또, 국민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 저를 도우셨습니다.
그 깊은 은혜를 온전히 갚지는 못하겠지만, 저 역시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으로서 국민으로서의 귀하를 성실히 최선을 다해 섬기고 돕겠습니다.
돌아오는 2월 25일, 바쁘시더라도 꼭 취임식에 참석해 주시기를 바라오며, 존경과 사랑을 담아 글을 맺습니다.
대통령 당선인 차재림 올림.
의원님이 보우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