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뭘 죄송까지. 사람이 원래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지. 이해한다.”
“감사합니다!”
맞고 나가 떨어진 궁샤이는 그 와중에도 기가 막혔다.
원래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지’는 맞은 사람이 해야지 때린 사람이 하면 안 되는 말 아닌가.
궁샤이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최연승을 노려보며 말했다.
“한국 정부에!”
“한국 정부에?”
“…항상 깊은 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그렇군. 왜 외국인이 고마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알겠다.”
옆에 있던 다른 헌터들은 감탄했다.
저렇게 맞고 나서도 절대 이성의 끈을 놓지 않는 끈질김.
헌터가 저 정도는 되어야 당의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고마워하는 와중에 이런 말을 하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혹시 부탁 하나 해도 되겠나?”
“헤헤. 무엇이든 하시지요.”
“여긴 내가 점령하고 싶군.”
“……”
“……”
너무나도 뻔뻔한 최연승의 말에, 자리에 있던 헌터들은 귀를 의심했다.
궁샤이도 나쁜 새끼긴 했지만 저건…
더 나쁜 새끼 아니야??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원래 던전 공략할 때 영역 충돌하면 먼저 온 사람한테 권리가 있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레이드 초기에 던전을 공략하면서 헌터들끼리 있었던 수많은 충돌들.
그 충돌들을 막기 위해 각종 국제법들이 만들어졌다.
물론 엄청 효과적이진 않았다. 원래 헌터들이 법 없이 사는 족속들이기도 했고.
하지만 중요한 레이드일수록 명분이 필요해졌고, 그럴 때 가장 많이 쓰이는 게 법!
그 중 하나가 ‘던전 공략할 때 다투지 않도록 먼저 온 놈한테 최대한 우선권을 준다’였다.
“응. 안다.”
최연승도 물론 알았다.
그 반응에 궁샤이는 안심했다.
“예. 그러면 취소해주시는…”
“아니. 그걸 알고도 점령하고 싶다고.”
“……”
“……”
“억울하면 덤벼라. 나도 피하지 않겠다.”
A급 헌터가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싸우거나(그리고 개쳐맞듯이 맞거나) 항복하거나.
중국 헌터들은 자신들이 해왔던 일들을 돌아보게 됐다.
아!
힘으로 다른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건 정말… 야만스러운 일이었구나!
퍽!
최연승은 가까이 있는 헌터 한 명을 후려 갈겼다. 가볍게 주먹을 뻗었는데도 그 헌터는 피를 토하며 반대쪽까지 날아갔다. 살벌한 위력이었다.
“왜, 왜?! 어째서!?”
“싸우는 거 아니었나?”
“아닙니다! 항복입니다! 항복하려고 했습니다!”
“그래. 고맙군.”
* * *
먼저 온 중국 헌터들은 매우 친절하게 지하 2층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놀랍게도 지하 2층에는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있었다.
“지하 2층에 보스 몬스터가 있다고?!”
루이스는 깜짝 놀랐다. 최연승은 왜 놀라냐는 듯이 말했다.
“지하 2층에 있을 수도 있지. 기습 효과도 있잖나.”
어비스에서는 온갖 종류의 던전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입구부터 보스 몬스터가 대기하고 있는 형식도 수두룩했다.
최연승에게 이런 방식은 별로 놀랍지 않았던 것이다.
“아, 아니… 그런가요? 보통 던전 깊숙한 곳에 있어야 하지 않나? 입구부터 있으면… 안 되는 거 같은데…”
루이스는 상식이 파괴되는 것 같아서 중얼거렸다.
“보스 몬스터라고 해봤자, 던전의 주인은 아닙니다.”
“그렇겠지. 애초에 이 던전은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게 클리어가 아니니까.”
가장 깊숙한 심층부로 헌터들을 보내는 게 목표지 그 외 몬스터들을 잡아봤자 별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헌터들도 이 보스 몬스터를 잡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서 내려가는 게 목표였다.
“지하 2층은 원형인가? 이 원형 중심에 보스 몬스터가 있고, 바깥에 빙 둘러싸듯이 방들이 있나보군.”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곳 중심으로 원형으로 둘러싼 방들.
그게 바로 지하 2층의 구조였다.
헌터들은 이 보스 몬스터를 만나고 싶지 않으니 중앙으로 가지 않고 방들을 통해서 빙 돌아가듯이 움직였다.
“그러면 통과하기 쉬울 텐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겁니까?”
루이스의 질문에, 최연승은 대답을 듣지 않아도 짐작했다.
‘평범한 방들이 아닌 모양이군.’
“방들이 다… 까다로워서…”
“까다로워봤자 몬스터들보다는 낫지 않나?”
루이스의 질문에 중국 헌터들은 발끈하듯이 대답했다.
“직접 경험 안 해본 놈은 몰라!”
“이래서 한국 헌터 놈들은…”
“……”
루이스는 한 대 치려다가 말았다. 최연승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떤 방들이 있지?”
“여기에서 가까운 방 중 하나가 입니다.”
“아. 알 거 같군. 혹시 몇 명 이상 들어가야지 시작되는 방인가? 한 명만 나올 수 있고?”
“어떻게…?!”
“위의 1층에서도 보니까 비슷한 짓을 하던데. 성좌의 취향인가보군.”
“그것 말고도 들어가면 지독한 함정을 피해야 하는 곳도 있고…”
“용암의 방은 이제까지 들어가서 나온 헌터가 없습니다.”
중국 헌터들은 쌓인 게 많았는지 입을 모아서 투덜거렸다.
지하 2층에는 워낙 위험하고 수상한 방들이 많았다.
게다가 방들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순서를 바꾸고 움직였다.
그러니 헌터들의 움직임이 고정되고 발이 묶이는 것도 당연했다.
“아. 그래서 지금 저렇게 쌓아 놓은 건가?”
최연승은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이 물었다.
저기 구석에 웬 칙칙한 물자 상자들이 쌓여 있나 했는데, 여기서 움직이지 못하고 버티느라 저렇게 된 거구나!
“예. 다들 공평하게 나누고 있지만 앞일을 위해 좀 아끼고 있을…”
“무, 무슨…!”
“우리가 먹을 몫을 전부 다 가져가놓고서!!”
궁샤이의 뻔뻔한 말에 부하들이 격분했다.
아닌 척 해도 많이 쌓였던 것이다.
“필요한 조치였어!”
“조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쪽만 호의호식하는 게 조치냐!”
“시끄럽다. 루이스. 저거 갖고 와서 나눠줘라.”
최연승의 말에 루이스가 의아해했다.
“굳이 줄 필요가 있습니까?”
“……”
“……”
루이스의 말에 헌터들은 속으로 욕했다.
정작 A급 헌터인 최연승은 관대했는데 저 밑의 다른 헌터 놈이 더 악질이었다.
개자식!
“먹는 것 갖고 너무 그러지 말자고. 그리고 우리 물건도 아니라 원래 쟤네 물자였잖나?”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 야. 가져가라.”
루이스는 물자를 던져줬다. 헌터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받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최연승은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중국 헌터들이 통조림 까먹는 걸 구경하면서 말했다.
“그래. 잘 됐다. 빨리 먹고 휴식 좀 취해라. 보스 몬스터 잡으러 갈 거니까.”
“…예?”
“뭘 예야? 은혜는 잊지 않는다면서?”
“……”
* * *
‘암석 거인인가?’
지하 2층의 중앙에 발을 디디자마자, 최연승은 상대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휑뎅그렁한 곳에 혼자 우뚝 서있는 거대한 암석 기둥.
어비스에서 거인 종족은 그 특유의 신체 능력으로 강함을 자랑하는 종족이었다.
그 중에서도 암석 거인은 단단한 방어력까지 겸비해서 여러 성좌들이 탐내는 종족.
폭발 성좌와도 어울렸다. 그 폭발을 견디려면 보통 육신으로는 안 될 테니까.
-음! 손님이 왔군.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암석 거인이 몸을 일으켰다. 거대한 기둥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거인의 형체로 모습을 바꾸었다.
-나는 님을 섬기는 권속이다.
“이름은?”
-이름은 날 이기면 알려주겠다. 인간.
암석 거인은 무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친근하게 굴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어비스의 거인 종족다운 자존심.
“성좌한테 무슨 명령을 받았는지 물어봐도 되나?”
-모든 침입자의 격퇴.
“네가 쓰러질 경우에는?”
-회복 가능할 경우에는 주인님께서 부활시켜주실 것이고, 아닐 경우에는 그걸로 끝이겠지.
“여럿이서 같이 싸워도 되나?”
최연승의 질문에 암석 거인은 빙그레 웃었다.
질문이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물론이다! 우리 암석 거인을 상대하면서 혼자서 싸우려고 한다면 그게 더 건방진 짓이지.
“그렇군.”
최연승은 텔레파시 아티팩트를 켰다. 다른 헌터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나 묻기 위해서였다.
-다들 어디쯤 내려왔나?
-지하 2층 내려왔는데, 이란 곳에 걸렸습니다. 까다로워서 바로 탈출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 탈출하면 중앙으로 와라. 보스 몬스터 상대하고 있을 테니까.
-예?! 최연승 헌터! 같이…
퍽!
순간 최연승의 몸이 사라졌다. 뒤에 있던 헌터들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공격을 시작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최연승 헌터!!”
그러나 그 비명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암석 거인이 바로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꽝!!
그 거대한 덩치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주먹을 휘두르는 암석 거인.
거기에 폭발 성좌가 내려준 권능이 함께했다.
[이 준 권능이 발동됩니다.] [암석 거인의 육신이 폭발합니다!]“!”
암석 거인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바윗덩이 하나가 그대로 폭발했다.
최연승은 바로 보법을 밟아 뒤로 피했다.
‘뭐 저렇게 싸우냐?’
어비스에서 온갖 적들을 만나봤어도 저런 식으로 몸을 태워가며 싸우는 적은 드물었다.
최연승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게 폭발시키면 회복시키기도 힘들지 않나?”
-상관없다! 적에게 걱정 받을 이유는 조금도 없다.
암석 거인의 생각은 단순했다.
아껴서 잘 폭발시키면 된다!
물론 최연승이 저런 공격에 당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저것보다는 훨씬 더 까다로운 적들도 많았던 것이다.
최연승의 신형이 빠르게 사라지더니 사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법을 극한으로 밟으면서 속도를 올리자 암석 거인은 더 이상 최연승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었다.
-!
“이런 식으로 움직일 때 대응할 방법은 없나?”
-조용히 해라!
암석 거인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무공을 극한으로 익힌다는 건 상대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더라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상대의 감각을 속이고 예상을 깨뜨리면 더 느린 움직임으로도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어비스에서 성좌로 각성하기 전부터 많이 해왔던 일이었기에 최연승은 능숙하게 암석 거인을 농락했다.
-이익!
암석 거인이 주먹을 휘두르자 최연승은 그대로 잡고 옆으로 흘려 넘겼다. 균형이 깨진 암석 거인이 날아갔다.
쾅!
데굴데굴 굴러간 암석 거인이 벽에 박았다.
얼굴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최연승은 상대가 왠지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잠깐. 이 기술은…
“?”
-뱀들한테 들은 적이 있다. 무공 아닌가?
“…잘못 들은 거 같군.”
최연승은 자신도 모르게 부정했다.
그러나 암석 거인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맞는 것 같은데…
“아니다. 마법이다.”
-무공 맞는 것 같은데. 혹시 의 권속인가? 암석 뱀들이 그 화신을 섬긴다고 들었는데…
암석 거인의 말에 최연승은 살짝 안심했다.
다행히 최연승 본인이 성좌인 게 들키진 않은 것이다.
-후계자야. 보통… 그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지 않겠니?
나태의 여신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어비스의 어떤 존재도 설마 성좌가 권속인 척 위장하고 지구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테니까!
실제로 나태의 여신도 최연승의 상황을 듣고 얼마나 황당하게 생각했었던가.
-그런 졸렬… 아니, 그런 짓은 아무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거란다.
-방금 뭐라고 하려고 했는지는 나중에 확인하도록 하지.
최연승은 다시 암석 거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암석 거인의 표정은 살짝 부드러워져 있었다.
-여기서 뱀들의 친구를 만나다니. 반갑게 됐다. 정식으로 인사하겠다.
“그, 그렇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