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79)
479화
“예?”
촬영팀은 당황했다.
헌츠먼이 데리고 온 촬영팀인 만큼 그들도 머리가 있었다.
지금 이 꼴을 내보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보였다.
헌츠먼이 강력한 지도자답게 헌터들을 이끌고 몬스터를 처리하는 모습을 담아도 모자랄 판에 저런 거지꼴을 담으라고?
“그건 좀…”
“해.”
카메라맨은 온몸이 얼어붙는 감각을 느꼈다.
일라파엘은 무기 하나 겨누지 않고 냉정하게 말했을 뿐이었지만, 촬영팀 스태프들은 일라파엘의 기세에 그대로 짓눌렸다.
어비스의 천사 종족, 그것도 성좌의 권속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의 강자가 작정하고 압박하는 이상 일반인들이 견디는 건 무리였다.
“알… 알겠습니다.”
일라파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라파엘이 보기에 최연승은 지나치게 욕심이 없는 편이었다.
인간들은 탐욕스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만큼, 최연승이 가만히 있으면 해준 일에 감사하기는커녕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일라파엘이 똑똑히 가르쳐주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지금 웬디고의 습격으로 방송이 도중 중지되었습니다.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희는 전원 무사합니다. 여기 최연승 헌터께서 구출 작전을 진행하셨고…”
-??
-대체 무슨 일이야?
-헌츠먼은? 헌츠먼은 괜찮고? 헌츠먼은 미국의 희망이라고!
생중계를 보고 있다가 끊긴 탓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우르르 반응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대다수가 헌츠먼의 지지자인 만큼 그 반응도 뜨거웠다.
-헌츠먼이 이런 곳에서 쓰러질 리가 없지. 그 헌츠먼이라고.
-맞는 말이야, 친구. 헌츠먼은 아마 헌터들을 지휘하고 있을 거야. 웬디고를 잡아야 하니까.
“끄흑, 죽는 줄 알았… 저 ■새끼들이 돈만 받고… 아주 ■새끼들…”
-저거 누구냐?
-헌츠먼 아니야? 헌츠먼 같은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이놈! 너 케니 놈 지지자지! 가짜 뉴스를 퍼뜨리다니! 헌츠먼이 저런 꼴로 엉엉 울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냐!
-그나저나 최연승 헌터는 정말 대단하군. A급 이상 레이드에 저렇게 참석하는 헌터가 있었나? 텍사스에서 싸운지 얼마나 됐다고.
-이봐! 저 미친 놈 끌어내! 최연승 헌터한테 달라붙은 저 미친 놈 말이야! 여기 헌터들은 민간인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나? A급 헌터한테 웬 미친놈이 달라붙는데!
보고 있던 사람들은 설마 저게 헌츠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너무 추했던 것이다.
* * *
안에 있는 사람들은 빠져나오느라 밖의 상황을 알지 못했지만, 사실 밖에서도 그리 쉽게 구해낸 건 아니었다.
거대한 산 밑에 깔린 사람들을 다치지 않게 구해내는 일인 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산이 아닌 웬디고가 마력을 엮어서 단단하게 경화시킨 산이었다.
“버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일라파엘은 냉정하게 말했다.
딱히 인간들이라서가 아니라, 천사들이 저기 갇혀 있다고 하더라도 일라파엘은 비슷한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지금 앞에서 위협적인 몬스터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등을 내놓고 구출 작업에 들어가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물론 다른 권속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몽마, 라마르트는 최연승의 눈치를 슬슬 보며 말했다.
“많이 위험하겠지만, 그쪽이 구하시겠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해드릴 수 있어요.”
인간은 원래 이성적이지 않은 생물.
괜히 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가 불똥이 라마르트 쪽으로 튈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최선이지.’
라마르트 생각에 최연승도 저 인간들을 그렇게까지 구하고 싶어할 리 없었다.
들어보니 오히려 경쟁자 사이에 가까운 이들 아닌가.
적당히 동의해주는 척하다가 위험하다고 말하면 최연승도 적당히 고민하다가 발을 빼리라.
일라파엘과 같은 말이지만 라마르트의 말이 훨씬 더 부드럽고 교묘하게 들렸다.
일라파엘도 그걸 깨달았는지 허를 찔린 표정으로 라마르트를 노려보았다.
“나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네가 명령하면 하긴 할 건데, 지금 위험하단…”
“진정해라. 일라파엘. 널 못 믿는 게 아니니까. 일레야. 혹시 권능으로 처리할 순 없나?”
“……”
일레야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지금 여기서 객관적인 평가만 놓고 보면 가장 약한 게 일레야일 것이다.
그런데 일레야한테 권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냐고 묻다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물론 성좌의 권능이란 게 강함과 상관없이 힘을 발휘할 때가 있긴 하다지만…
“무… 무리에요!”
“그런가?”
최연승은 살짝 아쉽다는 듯이 일레야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일레야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마치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 그 안의 물방울을 짜내려는 눈빛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최연승도 가끔 만만찮은 광기를 보여줄 때가 있었던 것이다.
‘쳐서 뚫는 건 문제가 아닌데, 역효과가 걱정이군.’
-확실히 위험하구나. 잘못 쳤다가는…
아무리 몬스터가 단단하게 흙과 자갈을 뭉쳤다고 하지만, 어비스에서 가장 순수한 창으로 손꼽히는 최연승의 강기를 버티진 못했다.
문제는 저 거대한 산더미 같은 규모였다.
처음에 양이 쌓이기 전에 처리를 했어야 했는데 규모가 산 하나쯤 되니 구멍 좀 낸다고 뚫릴 일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공격은 흔적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날카롭게 한 점으로 모아서 뚫기보다는, 망치로 후려치듯이 산 전체에 거대한 힘을 전해서 통째로 윗부분을 날려버려야 하는데…
너무 세게 치면 안에 있는 놈들까지 타격을 입거나 산이 쪼개져서 날아가는 데에 휘말릴 수 있었다.
막대한 힘을 담아서 후려갈기되 정확하게 방향을 통제해서 예리하게 산의 중간 부분 위만 날려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건 솔직히 최연승도 고민이 됐다.
어비스에서 싸울 때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지구는 부서질 게 너무 많군.’
[이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해도 그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곁에 있다고 말합니다.]여신은 최연승의 손발에 힘을 깃들게 하며 응원했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될지 안 될지는 여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최연승에게는 충분한 응원이 됐다.
‘맞는 말이다.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깊은 고민을 했다고.’
하고 싶으면 한다.
만약에 상황이 꼬여서 참사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최연승은 당당하게 다른 놈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생각이었다.
실제로 다른 놈들 책임이 맞았으니까!
지금 이사벨라 메이어와 몇몇 클랜들은 일을 벌려놓고 생존자들에게는 관심을 끄고 있었다.
구출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몰라도 최연승이 나서지 않는다면 성공할 확률은 아예 없는 것이다.
‘마음이 편해지는군.’
“최연승 헌터!”
“?”
웬디고 레이드를 진행 중이던 헌터들 중 한 명이 최연승 쪽으로 왔다.
‘뭐지?’
“메이어 님께서 가능한 빨리 웬디고 레이드에 참가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혹시 저기 갇힌 놈들이 있다는 걸 머릿속에서 지운 건가?”
최연승이 어이없어하며 묻자 상대도 얼굴을 붉혔다.
“죄… 죄송합니다. 별 관심이 없으신 것 같은…”
“가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최연승은 가만히 서서 흙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만히 서있는 자세였지만, 성좌들은 거대하게 뒤틀리는 마력의 흐름에 전율했다.
어비스의 흉폭한 몬스터가 사냥감에게 덤벼들기 전, 몸뚱이를 움츠리고 최대한 추진력을 얻으려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가 를 당신에게 걸어줍니다.] [당신의 고귀한 선택을 존중합니다.]‘고맙군.’
최연승의 손발 끝에 강렬한 권능이 깃들었다.
천사 성좌가 사냥한 용의 이름을 딴 권능은 어마어마한 힘의 덩어리였다.
‘일레야는 더 여력이 있었군.’
최연승은 앞으로 일레야가 엄살을 부려도 믿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 알았다면 대경실색했을 생각이었다.
[이 를 공유합니다.] [미래의 길들이 당신에게 보입니다.]주변 공기의 마력들이 모조리 최연승의 내공으로 전환되고 발끝에 모여 강기로 화(化)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몸을 낮춘 맹수처럼, 최연승은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던 헌터들도 공격을 멈추고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웬디고도 헌터들을 공격하는 대신 경계심을 느끼고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최연승은 한 줄기 빛이 되어 쏘아져나갔다.
강기공과 결합된 혼원각, 혼원유성락!
어비스에서 말 그대로 행성만한 몬스터를 찢어발길 때나 쓰는 스킬이 나타났다.
훨씬 더 축소된 위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정밀함은 예전의 몇십배였다.
폭발하고 작렬하는 그 짧은 사이, 최연승은 자신 안에 깃들었던 수많은 권능들이 발아하고 융합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상승하는 존재의 힘까지.
‘그 사이에 신앙이 올랐다고?’
최연승 본인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힘이 넘쳐흐르고 있다고!
꽝!!!!!!!!
바위에 부딪힌 계란은 깨지는 대신 바위를 그대로 가루로 만들며 날려버렸다.
거산에 비하면 티끌 크기인 최연승.
그 최연승이 부딪히자 산의 중턱 위가 통째로 날아가는 모습은 차라리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
“!!!!!”
보고 있던 헌터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인류 역사상 온갖 사기적인 특수 스킬을 가진 헌터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맨몸 하나로 이런 결과를 보여준 헌터는 본 적이 없었다.
‘산을…’
‘…무너뜨렸다!!’
발차기로 산을 날려버린 장본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착지했다.
그리고 안에서 사람들을 꺼냈다.
* * *
“저 새끼들!! 내가 저 새끼들 죽여버리겠어!”
“헌츠먼 님! 보는 눈이 많습니다! 진정하셔야 합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헌츠먼이 한 일은 헌터들을 잡아 죽이려고 한 일이었다.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보좌관들이 필사적으로 헌츠먼을 잡아 말린 것이었다.
막말로 지금 헌츠먼이 덤비면 헌츠먼이 뒤지지 헌터들이 뒤지지는 않았다.
“내 오늘 깨달았다. 미국 헌터 놈들은 모조리 쓰레기야! 한국 헌터들에 비하면 능력도 없는 주제에 돈은 더럽게 받아가는 놈들이지!”
“???”
“?????”
최연승도 들었다면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을 테지만, 헌츠먼은 마음을 굳혔다.
이 사회의 발목만 잡는 헌터 놈들을 반드시 두들겨 패서 미국을 바른 길로 이끌리라!
“웬디고가 쓰러졌다!!”
계속해서 공격을 받은 탓에 웬디고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감정을 추스르고 표정관리를 끝낸 헌츠먼이 외쳤다.
“다들 고생 많았다! 여기 우리를 도와주러 온 용맹무쌍한 헌터들에게 감사를 표하도록!”
헌츠먼의 보좌관들과 비서진, 호위와 촬영팀까지 시키는 대로 박수를 쳤다.
헌츠먼이 시키긴 했지만 최연승에게 고마운 건 진심이었다.
들어보니 이 헌터 새끼들이 정말로 구출은 무시하고 웬디고 레이드만 집중하고 있었다고 한다.
배신감에 어이가 없어서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뇌물을 바치고 타락한 클랜장들이나 기업가들과 다르다! 여기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에게 웬디고에 대한 권리를 넘겨주겠다!”
“?”
듣고 있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잠깐. 저걸 멋대로 결정할 수 있나?
A급 몬스터 권리를 멋대로 정했다가는 정말 헌터들에게 칼 맞고 뒤질 수 있을 텐데?
-준다는데 일단 받고 생각하자꾸나.
-하긴. 맞는 말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