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56)
556화
이창식이 괜히 철혈빙제라는 칭호를 얻은 게 아니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이창식은 신경 쓰지 않고 강하게 말했다.
“충격받은 건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다들 움직여야…”
“거짓말하지 마라!”
바리고스는 발을 구르며 외쳤다.
그 서슬에 건물의 뼈대가 삐걱거렸다. 헌터들의 훈련장도 위치한 건물이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설명해봐라. 인간. 왜 최연승이 나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나? 이것에 대답할 수 없다면, 너의 말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야… 다른 성좌들에게 정체를 들킬 수 있으니까.”
이창식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왜 묻냐는 듯이 대답했다.
바리고스는 말을 듣더니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군. 말이 된다. 네 말을 인정하도록 하지.”
“……”
한세하는 바리고스를 한 대 치려다가 참았다.
“지금 그래서 뭘 하면 되죠?”
“가서, 같이 싸운다.”
단순하지만 쉽게 결정내리기 힘든 선택이었다.
지구에서 성좌 본인들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초유의 상황.
필멸자들이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목숨을 잃고 쓰러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창식은 무조건 갈 생각이었다.
의 권속들이 주인을 지키기 위해 최연승을 공격하는 동안 영역에 가만히 있는다면 이제까지 헌터로서 살아온 시간이 부끄러울 터.
“가죠.”
한세하는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
권영승과 정원욱은 당황했다. 너무 빨리 결정을 내린 것이다.
1초도 안 된 것 같은데…
둘은 그 사이에 아주 많은 고민을 순간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한세하가 저렇게 말하니 매우 당황스러웠다.
“뭐야. 설마 안 가?”
한세하는 권영승을 보며 물었다. 권영승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이 먼저 나와버렸다.
“당… 당연히 가지.”
“그런데 왜 그러고 있어? 나와.”
“…어어…”
권영승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따라나왔다.
물론 최연승을 돕고 싶느냐, 돕고 싶지 않느냐로 묻는다면 당연히 돕고 싶었다.
하지만 최소한 30분 정도는 고민하고 각오를 다지고 주변 사람들한테 연락 정도는 하고 싶었는데…
‘이 자식 때문에!’
권영승은 한세하를 뒤에서 노려보며 따라 나갔다.
* * *
사방에서 새까맣게 달려드는 적들.
을 섬기는 하수인들이 침입자를 쓰러뜨리기 위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최연승은 굳이 나서서 저들을 거꾸러뜨리지 않았다.
최연승의 뒤쪽에서도 군세가 나타난 것이다.
가장 먼저 오크들이 왕국에서 뛰쳐나왔다.
“적의 머리를 추수해라!”
살벌한 기세와 함께 뛰쳐나온 오크들은 강력한 내공을 뿜어냈다.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진법이 그 내공을 더욱 더 증폭시켰고, 마지막으로 최연승의 존재력이 하수인인 그들을 강화시켰다.
“고작해야 오크들 아닌가! 처리해라.”
처음에 의 영역에 있던 적들은 나타난 오크들을 무시했다.
어비스에서 오크 종족은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았다.
숫자가 많고 난폭하긴 했지만, 그 중에서 강자의 숫자가 적었던 것이다.
종족 특성상 서로 치열하게 다투는데 강자가 될 정도로 오래 살아남는 오크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떄문에 오크들이 나타났어도 코웃음을 쳤는데…
우드득!
오크를 얕보고 근접전을 시도한 의 하수인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강력한 마법이 걸린 검이 오크가 뿜어내는 검기에 박살나더니 산산조각났다.
“?!”
“네 머리통을 추수하겠다, 이 폭력에 의존하는 어리석은 종족아!”
오크는 벼락 같이 검을 휘둘렀다.
나름 어비스의 강자라고 자부하는 의 하수인은 허무하게 쓰러졌다.
“여기 적들을 베었다!”
“폭력에 의존하고 주인님의 자비를 거절하는 어리석은 적들을 찢어죽여라!”
오크들은 진형을 유지한 상태로 전장을 밀어붙였다.
그 뒤로 차례대로 최연승의 권속들이 나타났다.
리치 가논바이알과 골렘, 도플갱어와 뱀파이어들. 마수 일링가르스가 이끄는 군단과 악마들.
오다이곤은 빠르게 불어나는 군세를 지휘하며 외쳤다.
“주인님이 결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호해라!”
“감히 영역에 겁 없이 들어온 자들을 쓰러뜨려라!”
타르두스는 쓰러졌지만 다른 권속들이 있었다. 그들은 음산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비스의 종족들은 물론이고 을 섬기는 헌터들까지 동원되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장기전으로 가서 좋을 게 없겠군.’
최연승은 달려드는 적들의 숫자를 보고 빠르게 계산했다.
의 하수인들이 얼마나 많을지는 최연승도 짐작하지 못했다.
단순히 지구에 있는 놈들만 해도 숫자가 어마어마할 텐데 어비스에 있는 놈들까지 합한다면…
그래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의 숨통을 끊기 위해 온 것이었으니까.
장기전으로 가기 전에 승부를 봐서 이긴다면 최연승의 승리였다.
[이 모습을 드러냅니다.]저 멀리서 거대한 고래처럼 생긴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 모든 싸움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한 무관심한 존재였다.
최연승은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이 나타난 것이다.
-어리석은 자 같으니. 그 교활한 꾀는 인정해주겠지만, 그런다고 무엇이 달라질 것 같은가?
이름 모를 권속 한 명이 고래 근처에서 최연승을 힐난했다.
감히 필멸자 주제에 성좌를 비난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자신의 주인이 근처에 있어서리라.
-너의 힘이 주인님의 발끝에라도 미칠 것 같은가? 그런 잔수작으로 불린 힘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은가?
‘아픈 곳을 찌르는군.’
최연승은 상대의 말을 무시했다.
사실 성좌인데 인간인 척하고 수작을 부린 건 어떻게 반박을 할 수 없는 부분이 맞았다.
반박할 수 없을 때에는 못 들은 척을 하는 게 가장 좋다!
-네 힘으로 주인님을 이길 수 있겠는가? 아니면 다른 성좌들이 네 편에 서기를 바라는 것인가? 그런 꾀를 부리고 성좌들이 설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최연승은 존재력을 끌어모았다.
어차피 을 공격하면 그 주변에 붙어 있는 권속들은 대충 박살이 날 터.
저런 말에 일일이 대답해 줄 필요가 없었다.
[가 당신을 돕습니다.] [의 군세가 차원의 문을 열고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이 당신을 돕습니다.] [의 군세가…] […] […]의 권속이 말을 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 체면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여러 선신 성좌들이 참가를 선언한 것이다.
-……
의 권속은 이런 상황까진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스러워했다.
-무… 무슨. 성좌들이여, 정신이 나간 것인가? 저런 꾀를 보고서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인가?
[가 어디서 건방지게 입을 놀리냐고 경고합니다.] [네 주인이 하고 있는 짓에 비하면 저 정도는 용납할 수 있는 속임수라고 말합니다.] [가 네 주인의 음모를 막기 위해 인내한 성좌의 긍지를 생각해보라고 일갈합니다.]‘…아니. 생각보다 많이 관대하군.’
최연승은 선신 성좌들의 응원에 살짝 감동했다.
정체를 드러내면 ‘뭐 저런 새끼가 있냐?’ ‘이런 사기꾼 새끼’하고 욕을 할 줄 알았는데, 이 끌어놓은 악명이 너무 높아서 최연승은 욕을 먹지 않았다.
-이런 어리석은 성좌들 같으니… 네놈들은 곧 주인님 앞에서 무릎 꿇게 될 것이다. 보고 있나? 네놈들이 어떤 수작을 부리더라도 인간들은 네놈들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오로지 주인님에게 굴복한다! 지금도…
[이 권속을 집어삼킵니다.]거대한 고래가 입을 벌리더니 자신의 권속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배가 고파서 먹은 것도 아니고 힘을 충전하기 위해서 먹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시끄러워서였다.
의 권속이 침착을 잃고 시끄럽게 떠든다는 건 권속의 자격을 잃는다는 것.
최연승은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강력한 존재력과 함께, 다른 성좌들의 권능이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 * *
미국의 A급 헌터, 길버트 게러티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삭막한 감옥 같은 곳이었다.
“감… 감히 나를?!”
아무리 이런저런 사건이 있었고 끈 떨어진 신세가 됐다지만, 길버트 게러티 본인을 이렇게 납치해서 감옥에 가두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미친 거 아닌가?! 이 내가 누군지 알고! 당장 풀지 않으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길버트 게러티는 온몸의 마력을 일으켰다. 이 건방진 감옥의 주인에게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마력이 일어나지 않았다.
[의 권능이 당신의 스킬을 침묵시킵니다.]“……”
길버트 게러티는 경악했다.
그러니까 지금 악신 성좌한테 납치당해서 끌려왔단 말인가?
“이거 풀지 못해!? 지금 파커 그룹 때문에 그러는 거냐!? 파커 그룹은 솔직히 자업자득이었다! 그렇게 경영을 저능아처럼 하니 망하는 거지! 협정을 기억해라! !”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상대에게는 변화가 없었다.
길버트 게러티는 몇날며칠을 발악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잠잠해졌다.
‘이 자식들이 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중국 정부가 말 안 듣는 헌터들을 이런 수용소에 가둬놓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악신 성좌가 그걸 그대로 따라할 줄이야.
‘빌어먹을 놈들! 악신 성좌한테 이상한 거나 가르치고!’
목적은 하나밖에 없었다.
굴복!
A급 헌터를 데리고 와서 굳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을 섬기겠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분명했다.
악신 성좌한테 납치당해서 굴복한 자들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길버트 게러티가 마지막도 아닐 터.
‘그렇다면 항복해야 하나?’
길버트 게러티는 고민했다.
사실 을 섬기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까지 누렸던 향락을 누리지 못하게 될까봐!
어이없는 이유였지만 본인은 진지했다.
‘의 영역에서는 어떤 즐길거리도 없이 조용히 명상만 한다던데…’
이 이유 때문에 길버트 게러티는 버티고 버텼다.
그렇게 버티는 사이, 길버트 게러티가 있는 수용소에는 다른 헌터들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붙잡혔지만 에게 굴복하지 않은 헌터들이었다.
미국의 다른 A급 헌터인 이사벨라 메이어도 있었고, 그 정도 거물까진 아니어도 다른 상위 등급 헌터들도 제법 보였다.
그 중에서 몇 명은 에게 굴종을 선언하고 밖으로 나섰다.
그게 길버트 게러티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아… 항복해야 하나… 아니… 근데… 아… 제기랄.’
꽝!!!!!!
“???!”
그렇게 고민만 하던 나날 끝에, 갑자기 수용소가 무너져내렸다.
안에 갇혀 있던 헌터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수용소를 관리하던 의 권속이 경고했다.
“가만히 있어라, 필멸자들! 허튼 수작을 부렸다가는 네놈들을 찢어발기겠다. 지금 의 침공에 감히 동조하는 자는…”
그 말에 헌터들은 상황 파악을 끝냈다.
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길버트 게러티는 바로 갈아탔다. 승패와 상관없이 을 섬길 수는 없었다.
“의 군세가 온 모양이다! 거기 참가하자!”
“…그, 그래!”
길버트 게러티의 외침에 다른 헌터들이 우르르 따라나오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하늘에서 거대한 존재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느릿하게 유영하고 있는 고래와, 그 반대편에 서있는 까마득히 작은 점.
뿜어내는 힘을 보니 한쪽은 이고, 다른 한쪽은 인 모양이었다.
그 순간 이 굉음과 함께 땅바닥에 처박혔다.
“……”
길버트 게러티는 순간 그냥 수용소 안에 있어야 했나 후회했다.
“저거 최연승 헌터 아닌가?”
“수용소 안에 있더니 시력을 잃었나? 저게 인간으로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