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61
제61화
펑! 퍼벙!!
쉬이익~쾅!
“밀어붙여!”
“죽었~!”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성벽 위에선 연이어 굉음과 함께 섬광이 터지고 충격파가 뒤이었다.
“제기랄!”
여태까지 잘 버티던 달튼이 외마디 욕설과 함께 요새 내부로 튕겨나 버렸다.
여태까지는 인간들의 전투 영역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병기 간의 대결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달튼이 엑스퍼트급 기사라 해도 저 흉악한 전투 현장에 휘말리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꾸드득! 서컹!!
그렇게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던 마병조차 아머유저 간 검기 충돌에 휘말려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성벽 위는 아머 유저를 제외하곤 초토화되었다.
“쳇!”
도저히 그 사이로 뛰어들 틈을 찾지 못한 달튼이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필립이 소리쳤다.
“밀어붙여!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그리고 그에 호흡을 맞추듯 퍼스트 기사단원들이 힘을 방출했다.
“타핫!”
“꺼져라!!!”
투과과과!
한바탕 거한 충돌이 벌어지고 제국측 아머 유저들이 성벽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으라차!”
황금빛 곰의 문양이 음각된 검은 갑주를 입은 제이크가 거한 호통을 내뱉으며 적을 따라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뒤이어 퍼스트 기사단의 아머 유저들도 속속 요새 밖으로 뛰쳐나갔다.
쾅! 퍼벙!
성벽 밖에선 충돌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요새 내부는 상대적으로 고요함이 맴돌았다.
겨우 숨을 돌린 용병들이 자리에 퍼져 앉아 체력을 회복했고 일부는 망루에 올라 전황을 살폈다.
여유를 찾은 건 달튼도 마찬가지. 그러자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아머유저가 몇이나 되는 거야?’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다들 어디에…? 설마!?’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라울이 기사단원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간부 기사를 제외하고 정규기사 셋에 수습기사가 일곱이었다.
수습기사 치고는 다들 실력이 뛰어나서 놀랐는데 설마 그게 다가 아니었단 말인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성벽위로 훌쩍 뛰어올라 전장을 확인한 달튼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맙소사!! 그들이 전부 아머유저였단 말이야?’
요새 앞 언덕에선 제국측 아머유저 아홉과 퍼스트 기사단의 아머유저 열셋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분명 정규기사 9명의 신생 기사단이라고 들었는데 이게 무슨…!’
달튼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여갔다.
‘정말로 라울이 백작가의 숨겨진 후계자인가? 그게 아니면 정말 돈이 많아서?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엑스퍼트 기사들이 남아돌진 않을 텐데….’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콰아앙! 퍼벅!!
“크흑!”
“뭐냐 그 어설픈 검술은!? 파워아머가 아깝구나!”
필립은 적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와 다른 기사까지 둘을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절제된 움직임으로 간결하게 내지르는 찌르기가 적의 빈틈을 파고들어 파워아머를 가격했고, 적들은 뒷걸음질 치기에 바빴다.
간혹 날아드는 파괴적인 검기 다발도 그의 몸을 스치지조차 못했다.
퍽! 퍽!!
“우하하! 손맛이 끝내주는구나!!”
제이크는 무식하게 커다란 검기를 뽑아내 상대 아머 유저를 말 그대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간부인 피어스는 성벽 위에서 거대한 활로 적의 아머 유저들을 저격하고 있었다.
쉬이익~퍽!
마나가 서린 화살은 비록 파워아머를 꿰뚫지는 못했지만 아머 위에 주먹만 한 흠집을 만들어내며 적 기사들을 비틀거리게 했다.
‘굉장하구나! 가문의 단장님들 못지않은데?’
눈이 호강하는 듯한 화려한 전투 장면을 바라보며 달튼은 왠지 모를 갈증을 느꼈다.
‘나도 싸우고 싶다….’
무의식중에 그의 손이 허리춤에 올라가 있었다.
“손이 근질근질한가 보지?”
어느새 다가온 라울이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달튼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겠어?”
“그럼 끼어들지 그래?”
라울이 그의 허리춤을 바라보며 말하자 달튼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보험용이야.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거 알잖아?”
달튼의 허리춤에 메인 벨트. 그건 바로 파워아머였다.
아무리 검공이 대담한 인물이라지만, 아무런 보험도 없이 홀몸으로 손자를 내보낼 리가 없었다.
[듀렌사 D타입 보급형 파워아머]등급 : D
출력 : 0.85 CP(Core Power)
가동시간 : 2.5h/max
가동형태 : 마나석 소모형
방어술식 : 4서클
브레넌 공화국의 듀렌사에서 제조한 D등급 파워아머였다.
듀렌사의 제품은 동급 제품에 비해 출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동시간이 길고 가성비가 좋아 많은 가문들이 선호했다.
“흠. 아무 생각 없이 전장으로 뛰어들 줄 알았는데…. 아쉽지 않아?”
라울이 의외라는 듯 묻자 달튼이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네가 우리 영감을 몰라서 그래. 줬다고 맘대로 썼다간 앞으로 내 인생은 지옥이 될 거야! 절대 그럴 순 없지.”
분명 마나석 값만큼 그를 굴려 먹으려 할 것이다. 아마 한동안은 바깥구경은 커녕 연무장에 박혀 지옥훈련에 허우적대겠지.
‘…쩝.’
창백해진 안색의 달튼을 보며 혀를 한번 찬 라울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
“무슨 소리야? 내가 안 된다고…헉! 설마 그건?”
라울이 손에 든 물건을 본 달튼이 눈을 번뜩였다.
‘마나석 아냐? 그것도 파워아머용으로 정제된 충전용 마나석!’
휙.
“어, 어엇?”
라울이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반짝이는 구슬을 슬쩍 던지자, 달튼이 허둥지둥 그것을 받아들었다.
“서, 설마 이거 나 주는 거야? 내가 써도 되는 거야? 진짜!?”
라울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달튼이 격하게 라울을 껴안으며 웃음 지었다.
“너 이 자식, 좋은 놈이었구나!!”
이 손톱만 한 마나석 하나의 가격이 백 골드.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천만 원이었다.
파워아머를 한계 가동시간까지 사용하면 이 마나석 하나가 통째로 소모되니, 파워아머가 얼마나 돈을 잡아먹는 물건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돈도 돈이지만 전략물자였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도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 귀한 것을 아무리 친구라지만 선뜻 내어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근데 솔직히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야? 정말 친구라서??”
달튼이 묻자 라울이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건 딱 게이트 체험까지였어. 이건 별개의 얘기지.”
“그럼 이유가 뭐야? 이 비싼 걸 그냥 준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러자 라울이 달튼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세상일은 복잡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로 나눌 수 있거든. 봐봐.”
라울이 그의 기사들을 가리켰다.
“돈으로 저들을 고용하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만약 저들이 죽는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되살릴 수 없어. 그래서 기사단을 세우면서 다짐했지. 강한 적을 만나서 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돈을 아끼다 지는 일은 없어야겠다. 돈은 벌 수 있지만, 훌륭한 부하의 목숨은 되살릴 수 없으니까.”
“…….”
뭔가 기사로서 자랑스럽게 내뱉을 만한 논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라울의 말에선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침묵하고 있는 달튼에게 라울이 다시 말했다.
“너 같은 훌륭한 기사를 고작 마나석 때문에 놀려둘 생각은 없단 얘기야. 네가 참전해서 내 부하들의 목숨을 구하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그깟 마나석 백 개, 천 개도 아깝지 않아! 그러니까 얼른 가서 적들을 박살 내버려! 부탁한다.”
라울의 타오르는 듯한 눈을 바라보며 달튼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라울의 말에 울컥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렇게 부하를 아끼는 주군이라니….’
솔직히 게이트를 공략하는 내내 라울이 쓸데없는 돈을 낭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몬스터의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값비싼 용병들을 동원한 것.
돈지랄이나 다름없는 간이 요새를 만들어낸 것.
값비싼 쇠뇌와 특수제작 화살, 강철창 등의 수성 무기들까지.
만약 적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다 쓸모없는 것들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규기사뿐만 아니라 수습기사까지 전원에게 지급된 파워아머를 확인하고 나니 생각이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을 아끼는 것이구나.
쓸데없는 투자가 아니라 전투에 이기기 위한 철저한 준비였구나.
‘그에 반해….’
가문에서 무구를 빌리는 데 얼마나 눈치가 보였는지 몰랐다.
가주인 공작이 명령했음에도 파워아머를 빌리는 데 3일이나 걸렸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친척들의 으름장을 들어야 했다.
라울에겐 할아버지 핑계를 댔지만, 파워아머를 맘대로 쓰고 조금이라도 손상이 간다면 그를 가만두지 않을 어른과 사촌 형제들이 공작가 건물을 한가득 채우고도 남을 것이었다.
“후우….”
괜히 심란해진 기분을 가라앉힌 달튼은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알았어, 라울. 내가 네 몫까지 적들을 해치울게. 걱정 말고 기다려!”
이렇게 부하를 생각하는 녀석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구경만 해야 한다니.
제3자인 자신도 손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는데, 본인인 라울은 오죽 답답하고 안타깝겠는가!
‘친구인 나라도 나서서 라울의 울분을 대신 풀어줘야지. 기다려라, 이놈들!’
겸사겸사 파워아머를 입고 실전을 치르게 될 생각에 머리끝이 짜릿해져 왔다.
“그래, 부탁한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하하. 맡겨달라고.”
가슴을 툭 치며 달튼이 자신감을 표하자 라울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렸다.
그리고 요새 아래로 휙 뛰어내렸다.
“어…!? 야! 그쪽이 아니야!!”
달튼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왜냐면 라울은 요새 내부가 아닌 밖을 향해 뛰어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대체 무슨 생각으로!!’
황급히 벨트에 마나를 불어넣고 파워아머를 발동시킨 달튼이 라울을 구하기 위해 요새에서 뛰어내리려던 순간.
‘…응??’
무언가를 본 달튼이 움직임을 멈췄다.
달려가는 라울의 몸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고풍스런 황금 문양이 각인된 검은 갑주가 그를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반칙이잖아. 15살인데 엑스퍼트라니!”
약간은 허탈하고 놀랍기도 해서 몸이 굳었던 달튼은 이내 자기 허벅지를 한 대 내려치고는 쿨하게 성벽을 뛰어내렸다.
그는 친구를 질투하는 소심한 남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친구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되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좋아. 출발선은 같아 보이니까 이제 승부다! 중급의 경지엔 내가 먼저 도달해서 라울을 놀라게 해줘야겠어.’
차마 라울이 벌써 중급의 경지에 도달했다곤 생각하지 못한 달튼이었다.
쌍검에 붉은 검기를 뽑아 올린 달튼이 질풍처럼 적을 향해 달려나갔다.
“각오해라, 제국의 멍멍이들아!!”
그렇게 라울과 달튼이 오러 유저들의 전장에 합류하며 전황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