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49)
꿈꾸는 재벌 250화(249/249)
250. 은퇴 그리고 새로운 일
내가 갑자기 거침없이 걸어가자 이정석 선배가 따라오며 물었다.
“괜찮아?”
“어.”
“어디 가는 거야?”
“여기 좀 살펴보려고.”
이정석 선배는 눈살을 찌푸렸다.
“쪽방촌이잖아.”
이정석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영등포 쪽방촌은 건설 근로자가 많았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
새벽같이 나가서 일용직이라도 한 번 해 보려는 이들.
그리고 건설 근로자가 아니면 집도 없고 가족도 없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족이 있다 해도 할아버지나 할머니 밑에서 간신히 사는 어린 학생이었다.
“여기 아직도 있네.”
이정석 선배도 술이 깬 것 같았다.
“개발도 안 하나?”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쪽방촌은 돈 없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형성된 곳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아무런 것도 안 해 주면서 간신히 바람만 막을 정도의 2평 남짓한 방 하나를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월세를 받는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서.
그 이외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냥 되는 대로 집을 짓고 사는 이들이었다.
수도 시설도 없고 무슨 1970년대나 80년대처럼 우물 대신 공동 수도가에서 양동이에 물을 받아다가 모든 것을 해결했다.
이곳을 개발하려면 이들을 어디로 옮겨야 했다.
아무것도 없는 이들이 어디로 가려고 할까.
“선수야. 어디 가냐고.”
나는 말없이 그냥 걸어갔다.
앞서가는 김 씨 아저씨와 목적지가 비슷했다.
그는 내가 죽은 쪽방 옆집에 살았다.
가끔 추위를 이겨 내겠다며 안주도 없이 소주를 같이 마셨다.
지금 저 품 안에도 소주가 있겠지.
없는 돈에서 어떻게 해서든 버텨 내려고 사서 마시는 소주.
술기운에 추위를 이겨 내며 빌어먹을 세상이라고 욕하며 하루를 또 버틴다.
“어후. 길 잃어 버리겠다.”
계획되지 않고 제멋대로 지어진 쪽방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김 씨 아저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나는 그 옆 쪽방이 목적지였다.
내가 멈춰 섰다.
“여기는 왜 온 거냐?”
“그냥 궁금해서.”
선명하게 남아 있는 내 기억 속의 쪽방.
나는 그 집의 문을 밀었다.
그냥 열린다.
비어 있는 집인가?
“야! 막 들어가면 어떻게 해!”
이정석 선배가 말리지만, 나는 그냥 들어갔다.
“쿨럭.”
안에 누군가 있다.
“으으…….”
짧은 기침과 추위에 떠는 신음.
나는 또 몸이 떨렸다.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기침하며 추위에 떨다가 죽어갔던 그 기억을.
나는 방문을 거칠게 열었다.
“선수야!”
이정석 선배가 소리치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내 기억 속의 쪽방이 그대로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그 바람이라도 막아 보겠다며 신문지로 막아 놨다.
바닥 난방 같은 것도 안 되어 찬 기운이 그대로 올라온다.
그리고 그 위에 언제 세탁했는지도 모를 이불을 몸에 둘둘 말아서 떨고 있는 한 남자.
내 모습 같았다.
“괜찮아요?”
나는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으으…….”
남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마에 손을 대니 열이 엄청났다.
또 기억이 났다.
이 쪽방촌에서 겨울에 죽어 나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래 슬퍼하지 않았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임 대표님!”
“네. 회장님.”
“이 사람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임강민 대표는 따라온 경호원에게 지시했다.
경호원이 남자를 들쳐업었다.
그리고 쪽방을 나서는데 옆집 김 씨 아저씨가 나왔다.
소란스러웠으니.
“당신들 뭐야?”
“이 사람 아픕니다. 병원에 데려갈 겁니다.”
“어? 선수야!”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김 씨 아저씨는 경호원 등에 업힌 남자를 부르는 것이었다.
남자의 이름이 선수라니.
나와 이름이 같다.
또 다른 나인가?
나 대신 죽어가는 사람인가?
“야! 정신 차려!”
“병원부터 가야 합니다.”
일단 나와 이름이 같은 이 남자부터 살릴 생각이었다.
* * *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갔다.
남자의 이름은 나와 똑같았다.
이선수.
이정석 선배도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영양실조에 저체온증까지 겹쳤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나와 같다.
갑자기 무언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른다.
“며칠 입원해야 합니다.”
의사의 말에 같이 따라온 김 씨 아저씨가 내 팔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임강민 대표에게 막혔다.
그래도 내게 말했다.
“선생님. 살려 주세요. 이대로 퇴원하면 선수 그냥 죽습니다.”
내가 죽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병원비는 나중에 제가 어떻게 해서든 갚겠습니다. 선수도 그냥 나 몰라라 할 놈이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대기업 다니다가 해고당하고…….”
자꾸만 나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친구분 병원비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나 대신 이정석 선배가 나섰다.
이정석 선배도 환자 이름이 나와 같은 것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김 씨 아저씨도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아저씨.
저 거친 손도 그대로다.
겨울이라 일이 많이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박 사장님… 늦은 밤에 미안합니다.”
나는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네. 드림 전자에서 난방기 좀 가져와야 할 것 같아요. 발전기도요. 여기가…….”
나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할 생각이었다.
* * *
일단 영등포 쪽방촌에 전기 난방기를 집집마다 가져다줬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곳도 있으니 발전기도 곳곳에 설치했다.
기름으로 돌아가는 발전기다 보니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쪽방촌 사람들에게는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그 어떤 음악보다도 듣기 좋았다.
덜덜 떨며 추위를 이겨 내야 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리고 무료 진료도 받게 해 줬다.
영등포 구청에 문의해 쪽방촌 사람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아봤다.
사실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
“영등포 재개발 지역에서 제외됐네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영등포에도 드림 건설에서 지은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 그리고 임대 아파트가 있었다.
하지만 드림 건설도 쪽방촌은 건드리지 못했다.
서울시 소유의 땅과 개인의 땅이 겹쳐 있었다.
그리고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서울에 쪽방촌이 많군요.”
나는 몇 개 정도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서울에 최소 7개의 쪽방촌이 있었다.
서울역 근처에도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쪽방촌에는 관심이…….”
박찬우 사장의 말에 나 대신 소파에 앉은 이정석 선배가 말했다.
“우리 이선수 회장님과 이름이 똑같은 사람이 살았어요. 나이도 비슷하던데?”
“아. 그러셨군요.”
박찬우 사장은 이선수가 측은지심에서 쪽방촌의 현실을 알아본다고 생각했다.
“그룹 차원에서 영등포와 양재 쪽에 있는 쪽방촌을 지원하겠습니다. 조금씩 늘려 나가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아 보겠습니다. 회장님.”
박찬우 사장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룹 이미지에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아니요.”
“다른 계획이라도?”
“드림 그룹을 개편합니다.”
“네?”
박찬우 사장은 깜짝 놀랐다.
이정석 선배도 놀랐다.
“선수 회장님? 그룹 개편이라니? 쪽방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그룹 개편 이야기가 나와?”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었다.
삼두 전자를 넘어선 후 드림 그룹을 어떻게 할 것인지.
“빅파이 컴퍼니를 드림 그룹에 편입할 겁니다.”
박찬우 사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정말이십니까?”
“네.”
“잘 결정하셨습니다.”
박찬우 사장도 빅파이 컴퍼니를 드림 그룹에 편입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엘아이 그룹과 선견 그룹과의 문제 때문에 참고 있었다.
사실 이선수가 결정하지 않은 이유가 더 컸다.
“어차피 빅파이 컴퍼니도 박 사장님이 컨트롤하잖아요.”
“그렇기는 합니다.”
빅파이 컴퍼니는 말만 다른 회사지 사실상 드림 그룹이 경영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엘아이 그룹과 선견 그룹 출신의 직원도 있기는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빅파이 컴퍼니를 그룹에 편입하실 생각을 하셨는지…….”
“한국 재계 1위 기업이 되어 보려고 합니다.”
드림 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3위였다.
아직 삼두 그룹이 1위였다.
하지만 곧 삼두 그룹은 2위로 내려올 것이다.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삼두 전자의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니까.
2위는 엘아이 그룹이고.
4위는 선견 그룹이다.
“재계 1위 기업이요?”
박찬우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드림 그룹이 재계 1위가 되려고 마음먹었다면 벌써 됐을 것이다.
이선수는 재계 순위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네. 조금 더 힘을 가져야 할 것 같네요.”
한국 재계 순위 1위.
빅파이 컴퍼니를 편입시키면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합병 후 초대 회장은 박찬우 사장님이 될 겁니다.”
“…….”
박찬우 사장은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정석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너 회장 내려놓고 뭐 하려고? 드림 컴퍼니 올 거야? 그러면 나야 좋지.”
박찬우 사장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싱가포르 드림 컴퍼니는 솔직하게 말해서 한국 드림 그룹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었다.
“아니. 나는 드림 컴퍼니에서 그냥 월급 도둑 할 거야.”
내 월급 통장에 200억 달러가 넘게 있다.
지난번 퀄컴을 인수할 때 사용했던 8억 달러는 다시 채워졌다.
200억 달러가 뭐야.
300억 달러에 가깝다.
“그럼 뭐하려고?”
“은퇴해서 나 하고 싶은 것 하려고.”
이정석 선배가 벌떡 일어났다.
“은퇴? 미쳤어?”
박찬우 사장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 잘못 말씀하신 거죠?”
“아니요.”
이정석 선배가 다가왔다.
“너 은퇴하고 뭐 하려고!”
나는 싱긋 웃었다.
* * *
은퇴를 결정하고 난리가 났다.
계열사 사장단 회의가 나를 제외하고 열렸다.
그리고 모두 찾아와서 은퇴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난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이정석 선배는 싱가포르 드림 컴퍼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해서 은퇴를 번복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 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가족이었다.
아내에게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조마조마했다.
내 결심을 꺾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내와 쌍둥이뿐이다.
하지만 아내는 내 결정을 지지했다.
그동안 드림 그룹에서 받은 월급 통장을 그대로 줘서일지도 모른다.
내가 땅은 산 것도 아니고.
건물 투자한 것도 없다.
있다면 양재동 집이 다였다.
그러니 드림 그룹에서 받은 월급 역시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생활비는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한 달 들어가는 생활비가 억대는 아니었다.
아내도 그렇고 어머니도 사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동안 드림 그룹에서 받은 월급 총액은 1천억 원이 넘었다.
통장에 고스란히 있었다.
* * *
삼두 그룹 이민욱 회장은 마음을 다잡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살릴 것은 살릴 생각이었다.
지금 이길 수 없는 것을 이기겠다고 애를 쓰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삼두 전자와 반도체에서 남은 보유 자금.
그것을 삼두 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투자해 덩치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불릴 생각이었다.
20조 원 이상 움직일 수 있었다.
한국 재계 순위 1위.
그것만 지킨다.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런데.
“계열 편입? 이게 가능해?”
재계 순위 3위인 드림 그룹과 삼두 그룹은 현재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재계 순위 8위인 빅파이 컴퍼니가 드림 그룹에 편입되면 순위가 바뀐다.
무조건 한국 재계 순위 1위는 드림 그룹이 된다.
“하하.”
이민욱 회장은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나서서 안 된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악 물었다.
“이렇게까지 해야겠다는 건가?”
삼두 전자를 짓밟은 것도 모자라서 삼두 그룹을 완전히 밟아 버리겠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밟혀도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 주겠어.”
언젠가 이선수가 했던 말을 이제는 이민욱 회장이 하고 있었다.
“방심하는 순간 이선수 회장 당신도 당할 거야.”
아직 삼두 전자가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역시.
자존심을 다시 세울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 이선수를 만나 말할 것이다.
삼두 그룹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해 자만했느냐고.
그때의 희열을 생각하며 다짐했다.
하지만 이민욱 회장은 그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선수의 은퇴 선언.
이선수에게 말할 기회가 사라졌다.
박수칠 때 떠난 것이다.
이민욱 회장은 이선수를 이길 수가 없게 됐다.
* * *
은퇴 발표를 하고 나서 나는 한 사람을 만나러 왔다.
“막걸리에 파전 얻어 먹으러 왔습니다.”
노현명 전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왜 이제 오시나.”
“죄송합니다.”
“이제라도 왔으면 됐지.”
“어서 오세요.”
아내인 권 여사께서도 반겨 줬다.
“빈손으로 왔습니다. 이제는 백수라서요.”
“하하. 괜찮아요.”
노 전 대통령은 웃으며 나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막걸리에 파전을 먹기 시작했다.
“진짜 은퇴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은퇴했는데 나를 찾아왔다? 이건 좀 이상합니다. 그냥 막걸리만 얻어 마시려고 온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맞습니다.”
그냥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선수가 진담으로 말했다.
“내가 필요한 일이 있는 건가요?”
“네.”
“미안하지만, 난 이선수 회장을 도울 수가 없어요.”
수많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을 찾아와 같이하자고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다 거절했다.
그들의 목적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것을 알아서였다.
“가끔 이렇게 막걸리나 마시는 것은 가능해요.”
딱 잘라 거절이네.
하지만 난 포기 안 한다.
“들어나 보시죠. 들어보시고 아니다 싶으시면 그때 거절하셔도 됩니다.”
어지간한 사람이면 말을 듣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선수는 달랐다.
이선수에게 빚을 진 것이 있었다.
“그러죠. 어디 말해 봐요.”
내 말을 들어도 생각은 바뀌지 않겠다는 말투였다.
“1천억 달러… 그러니까 13조 원 규모의 복지 재단을 설립할 생각입니다.”
“…….”
몇백억 원.
몇천억 원도 아닌 13조 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13조 원이란 돈만으로는 복지 재단 운영이 어렵습니다. 왜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13조 원이나 되는데… 정부 지원이 필요해요?”
“돈이 아니라 각종 규제를 풀고 행정 처리에 관한 지원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선수가 왜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 알았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찾아왔던 이유와는 다르다는 것도.
“잠깐만요. 이선수 회장은 드림 그룹에서도 꽤 많은 복지 사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굳이 복지 재단을 설립해서 하려는 겁니까?”
“드림 그룹은 드림 그룹입니다. 복지 사업도 사업이고요. 그런 말이 있습니다. 안 남는다고 하는 장사꾼의 말을 믿지 말라고요. 드림 그룹의 복지 사업은 어떻게 해서든 남는 장사였습니다.”
그것이 장기적이든 그룹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이었든.
“하지만 13조 원 규모로 설립되는 미래 복지 재단은 성향이 다릅니다.”
“미래 복지 재단이요?”
“네. 제가 최근에…….”
나는 영등포 쪽방촌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거 참… 부끄럽게 하는군요.”
노 전 대통령은 진짜 부끄러웠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앉아 있을 때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현재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이다.
그것을 이선수가 하려 하고 있었다.
“그냥 머물 곳만 만들어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움직일 힘이 있는 사람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줘서 수익을 만들 겁니다.”
노 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일 힘이 없는 노인들은 하나의 요양 마을처럼 된 곳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젊은이들을 챙기게 할 겁니다.”
노 전 대통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그곳에서 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는 기회를 주는 곳이 될 겁니다. 교육이든 기술이든 원하는 것이 있고 배울 의지가 있다면요.”
“그렇지. 아이들이 미래지. 그래서 미래 복지 재단인가?”
“비슷합니다.”
노 전 대통령이 다 넘어온 것 같았다.
“그래서 정부와 협상할 분이 필요합니다.”
“내가 적격이다?”
“네. 노 전 대통령님만큼 영향력 있으면서 존경받는 분도 없으니까요.”
“과찬이에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거절할 수 없게 하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빚진 것이 너무 많아 곤란했는데.”
“빚지신 것 없으십니다.”
“애들 학비도 해결해 준 것 다 알아요.”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모든 동양인 학생이 장학금을 받도록 기부금을 냈더군요.”
누군가에게만 지급되는 장학금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래서 약간의 편법을 사용했다.
그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었다면 노 전 대통령의 아내인 권 여사께서 또 자식들 학비로 고민했을 테니까.
“잘 부탁합니다. 이선수 이사장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님이십니다.”
“그럼 이선수 회장은요?”
“전 총괄이사입니다. 돈 만들어야죠.”
1천억 달러.
내 드림 컴퍼니 월급 300억 달러와 배당금이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할 수 있었다.
“하하. 나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겠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니까요.”
“그럽시다.”
노 전 대통령은 막걸리 잔을 들었다.
나도 들었다.
이게 맞는 것이겠지.
내가 현실 같은 꿈을 꾼 이유가.
삼두 그룹을 밟고 끝난 나의 삶에 새로운 목적이 생겼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면 내가 할 것이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