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Tam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1)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251화(251/252)
아카데미의 천재 테이머 251화
쾅. 쾅. 쾅.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시하를 구해 내기 위한 아델라의 발악이겠지만, 어차피 아델라의 힘으로는 이 튼튼한 결계를 깰 수 없다.
마력을 완벽히 차단하는 결계.
원래도 이 싸움은 아바돈이 우위에 있었지만, 지금의 한시하는 저항조차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가능하다면 더, 처참히 부숴줄 생각이다.
그래야 반항할 의지조차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
놈은 아니라지만, 인간은 원래 고통 앞에서는 솔직해지는 법이다.
아바돈은 한시하를 무너뜨릴 방법을 알았고, 놈의 의지를 이겨 먹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결계를 열고 들어섰을 때,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녀석이 있었다.
“꽤 흥미로운 대면을 하고 와서 조금 늦었군.”
카스티카의 한시하.
그래 봤자 팔다리가 묶여 있는 주제에 건방지다.
아바돈은 한시하의 눈빛이 싫었다.
귀족으로 태어나 고귀하게 자라셨겠지.
자신이 진흙탕을 구르며 성장했던 동안,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보고 자라 두려움이라는 것을 모른다.
저를 이길 만한 실력은 되지 않으면서, 악착같은 의지만으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그 꼴이, 아바돈에게는 그저 역겨웠다.
그런 희망 고문 따위, 그의 삶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아바돈은 한시하에게 차디찬 현실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아직 발버둥 칠 정신은 남아도는 모양이야.”
“….”
“아델라가 저 밖에서 네놈을 많이 찾던데. 이런 버러지 같은 꼴을 보여 줘서 어쩌나.”
한시하를 도발하기 위해 던진 말이었다.
아바돈의 예상대로 그 도발은 먹혔다.
줄곧 입을 닫고 있던 한시하가 천천히 입을 떼었으니 말이다.
아바돈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유감이야. 너야말로 이런 버러지 같은 꼴을 보여 주려고, 이 결계를 유리창으로 해 둔 것이 아닐 텐데.”
“뭐… 뭐?”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살벌한 시선.
‘원래 저런 녀석이었나…?’
아바돈은 순간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으나, 애써 부정했다.
겨우 저 어린애한테 두려움을 느꼈을 리가 없지 않나.
괜한 허세를 부리는 것이겠지.
아바돈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채 말을 뱉었다.
“너는 애초에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곱게 죽었을 것을, 그 주둥아리로 명을 재촉해.”
“마력도 못 쓰고 묶여 있는 주제에.”
“지금도, 여전히 입만 살아서 건방을 떠는구나.”
끔찍한 고통을 보여 준다면 그 건방진 생각도 바뀌겠지.
큐브를 얻을 때까지 놈을 죽이는 대신 지옥을 보여 주겠다.
그리 생각하며 다가서던 그때,
의자가 들썩였다.
“묶여 있어?”
한시하가 살기 어린 시선으로 몸을 일으킨다.
“누가 묶여 있지?”
아바돈의 두 눈이 번뜩 뜨였다.
녀석이 자유로워진 손을 제 눈앞에서 흔들어댄다.
“…!”
그럴 리 없다.
저 어린애가 힘으로 끊을 수 있는 밧줄이 아니란 말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아바돈은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당장 도망가도 모자를 판에 여유롭게 웃고 있는 녀석.
처음 잡아 왔을 때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이질적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손발이 파르르 떨렸다.
아바돈은 제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한시하를 협박했다.
“그래 봤자 너는 마력도 못 쓰는 몸이다. 허튼짓을 할 생각이면 포기해. 밖에 있을 네놈의 친구들을 개박살을 내줄 터이니.”
“아… 그게 가능해?”
“뭐?”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마력을 차단하는 결계라며. 나는 네놈의 상대조차 안 될 텐데, 어째서 무서워하는 거야.”
“….”
“아니면, 그 결계조차 완벽한 것이 아니었나?”
그 순간.
한시하는 결계를 향해 손을 뻗었고,
콰직- 콰콰콰쾅-.
순식간에 아바돈의 결계가 산산조각 나며 폭발해 버렸다.
쾅-.
결계의 파편이 사방에 튀면서 굉음을 내었다.
귀가 터질 것 같은 폭발음에 본능적으로 머리를 움켜쥔 아바돈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 어어?”
밧줄을 제 힘으로 풀어낸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결계를 없애 버린 것이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려 백 일을 쏟아부어 만든 것인데.
감히 어린애 따위가, 파훼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대… 대체 어떻게….”
이 싸움은 반드시 아바돈의 승리가 되었어야 했다.
젊음이 지닌 패기. 그따위로 승리를 점치기엔 녀석은 턱없이 약했고.
수십 년 마법을 공부해 온 자신에 비해 경험조차 부족했다.
한시하는 절대 저 결계를 깨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떤 마법사가 와도, 깨지 못하도록 설계된 결계였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다른 이도 아닌, 한시하가.
제 결계를 종잇장처럼 구겨 버릴 수 있나.
“으… 아아아아악! 이 개자식이!”
콰직-.
한시하는 바닥에 널브러진 파편을 지그시 밟았다.
조금의 동요조차 없는 시선으로 저를 물끄러미 응시한다.
인정할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이 격차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너… 네까짓 놈이 감히 어떻게….”
아바돈은 고개를 들어 한시하를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아바돈은 이 일이 어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한시하의 손에 붉은 큐브가 들려 있었다.
아바돈은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뱉었다.
“일월의 큐브…?”
기계의 심장에 있었어야 했던 것이 대체 왜 저 녀석에게….
아니, 아직도 여전히 기계에 연결되어 있을 텐데.
그 모순의 의미를 이해한 아바돈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시간에 장난질을 좀 쳤지.”
“뭐… 뭐?”
“내가 너를 얼마나 죽이고 싶어 했는지, 너는 아마 모를 거야.”
한 걸음. 한 걸음.
한시하가 씨익 웃으며 제게 다가온다.
악마와 영혼이라도 뒤바꾼 듯 서늘한 음성이었다.
“사백 년을 기다렸으니… 내 기다림에 보답해 주길 바라.”
아바돈은 뒤늦게 뒷걸음질을 쳤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 * *
‘꽤 흥미로운 대면을 하고 와서 조금 늦었군.’
아바돈의 한마디에, 한시하는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무력하게 의자에 묶여 있는 자신.
마력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준비된 결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비참했던 순간이었으나, 그 순간으로 회귀했음에 감사하다.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전.
아직 자신의 사람들이 살아 있는 시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한시하는 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벌벌 떨고 있는 아바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시하가 아공간에서 소환해 낸 것은 마기를 농축시켜 만든 마검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선사하는 검.
“으… 으아아아아악!”
아바돈의 것보다 수십 배는 더 강력한 검으로 놈을 수차례 베었다.
잔뜩 일그러진 표정.
고통스러운지 몸을 비틀어 대던 아바돈은 연신 피를 토해 냈다.
“커억… 컥.”
놈을 내려다보는 것은 처음이다.
네놈이 감정이라는 것이 있어서, 죽음의 순간에서는 저리도 발버둥을 치나.
그 역겨운 광경을 내려다보는 한시하의 두 눈은 지극히 건조할 뿐이었다.
“네놈을 사백 년 동안 어떻게 찢어 죽일지 고민했어.”
“으… 으으으윽….”
“모든 고통을 안고 바르작대며 죽길 바랐으니까.”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사백 년이 넘은 시간은 그런 복수심마저 조금씩 무뎌지게 만들었다.
증오스럽나?
아니,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아.
그저 불쾌할 뿐이다.
한시하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네가 저지른 죄에 비해 너무 편안한 죽음이야.”
어떤 방식으로든, 놈은 제가 흘린 죄 없는 이들의 피를 갚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판단이 섰다.
더 이상 시간을 끌 가치도 없는 인간이다.
한시하는 마검을 손에 움켜쥔 채 입을 떼었다.
“네놈에게 붙은 수식어가 참 많던데.”
한시하는 차가운 시선으로 아바돈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읊조린다.
최종보스.
제국의 만악(萬惡).
흑마법사의 수장.
“그딴 거창하고 뭣 같은 수식 붙일 필요도 없이.”
“너는 비겁하고 졸렬한 새끼였을 뿐이야.”
그러니,
“그냥 뒈져.”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휘두른 검이 아바돈을 반으로 갈랐고.
서걱-.
다리 아래가 없는 느낌과 함께,
쿵.
아바돈의 머리가 힘없이 땅에 떨어진다.
죽어 가는 그 순간까지도 욕망에 번들거리던 눈빛이, 허공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허무하고도 비참한 죽음.
그리 발버둥 쳤던 이의 결말이라고는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한시하는 졸렬한 이의 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검을 검집에 꽂았다.
* * *
‘제발 살아 있어 줘.’
‘나는 세상이 망해도 상관없어. 너만 있으면 돼.’
‘큐브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얼마든지 갖다 바칠 수 있어.’
제 힘으로는 도무지 깰 수 없었던 결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아델라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신에게 빌었다.
패배가 예정된 싸움.
모든 걸 내주어도 괜찮으니, 제발 그 아이만은 살려 달라고. 그렇게 빌고 있었던 아델라였다.
그런데.
아바돈의 결계를 순식간에 격파해 버리더니, 엄청난 격차로 아바돈을 가지고 놀다가.
마침내.
쿵-.
아바돈을 일격에 죽여 버렸다.
“어… 어어어…?”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델라는 충격 받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는데.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일인데.
아델라는 넋을 놓고 있다가 제 볼을 꼬집었다.
꿈인가 했는데, 아프다.
“꿈이 아니야… 이게… 꿈이 아니라고…?”
뒤늦게 몰려온 안도감에 온 정신이 휘몰아쳤다.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흐르고 있었다.
눈물을 닦으면서 애써 웃어 보이려는데,
마검을 내려놓은 한시하가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온다.
저벅저벅.
“한시하….”
어딘가 지쳐 보이는 눈빛을 보자마자, 다시 눈물이 왈칵 나오고 말았다.
아델라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너… 너… 어떻게 된 거야. 뭘 어떻게 한 거야.”
그 큐브는 왜 들고 있는 거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힘들어 보이는 얼굴로 서 있는 건지.
지금 당장 받아들이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아델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괜찮아? 너 괜찮아?”
“으응.”
“그럼 됐어… 그거면 됐어….”
말이 안 되면 좀 어때, 네가 살아 있는데.
그러면 된 거잖아.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이 자리에서 전부 다 물어볼 수 없었다.
아델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물을 훔쳤다.
“나중에… 다 물어볼 거야. 그때 가서도 숨기면 안 돼. 너… 너 지금 되게 이상하단 말이야.”
“….”
“네가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오늘따라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 거니까… 상처받지 말라고. 근데… 너 왜 말이 없어?”
그때였다.
한시하는 슬퍼 보이는 눈빛으로, 힘겹게 입을 떼었다.
“아델라.”
“응….”
마치 제 이름을 기억해 내듯 입안에서 굴리던 한시하가, 갑자기 자신을 와락 그러안았다.
“…!”
아델라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어… 어어….”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
아델라는 환하게 웃고 있는 한시하를 천천히 올려다본다.
고작 며칠 떨어져 있었는데.
그 며칠이 지옥 같긴 했지만,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을 텐데.
왜 저렇게 묘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건지, 아델라는 알 길이 없다.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그런 아델라에게,
한시하는 씨익 웃으며 말을 뱉었다.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