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90)
의선명가 천재막내 190화(190/191)
제190화
탈혼희는 뜻밖에 젊은 외모였다.
이십 대 중반에서 기껏해야 서른 전의 외모 정도?
실제로 젊은 게 아니라, 환골탈태를 몇 번이나 한 후 노화순청(老化順淸)을 겪었기 때문이다.
초절정 이상의 초고수라면 환골탈태야 흔하게 겪지만, 노화순청을 경험하는 고수는 극히 드물다.
탈혼희의 공부가 무척이나 깊다는 의미.
같은 십악이지만, 괴의가 쩔쩔매는 게 보였다.
“이런 위험한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의선혜검의 의기가 강호 최고라더니, 과연 위선적인 정파 놈들과는 전혀 다르군요.”
“별말씀을요. 의원이 환자가 있는 곳에 오는 건 당연한 거죠.”
“흐음.”
탈혼희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젊은 소방주 시절 ‘화(花)’라는 별호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젊음을 얻어 왕년의 아름다움을 모두 되찾았음은 물론, 더욱 깊고 성숙한 매혹을 풍기고 있어, 모르는 이가 보면 가슴이 떨렸겠지만, 위지천은 탈혼희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위지천이 아니라도 감히 간 크게 강호의 거악 탈혼희에게 설레 하는 머저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의원으로서보다는 협객으로서 손을 보태주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사금방의 기라성 같은 고수분들이 많은데, 기껏해야 후기지수인 제가 무슨 큰 도움이 되겠어요.”
“흐음. 후기지수라.”
탈혼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헷갈린다는 표정.
‘역시 탈혼희. 내 경지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다고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어.’
탈혼희의 저런 직감은 위지천이 종종 발휘하는 직감과 비슷한 것이리라.
단, 직감은 어디까지나 직감이니, 탈혼희도 정확히 확신은 하지 못하는 기색이다.
탈혼희의 눈동자에 의문과 불신, 놀람이 섞여 있다.
위지천의 나이에서 그녀가 ‘짐작’하는 성취를 이루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소협이 뛰어난 의원인 건 익히 들었지만, 전장의 치료소는 딱히 대단한 의술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런 의술을 발휘할 여유도 없고, 만약 그런 의술이 필요한 일이 생겨도 저 미친 돌팔이 놈한테 맡기면 돼요.”
“하! 누구한테 돌팔이라는 거냐, 미친 것아?!”
“의술 실험이랍시고 네놈이 지금껏 벌인 미친 짓을 생각하면, 돌팔이란 칭호도 과분하다. 더구나 본방에 막대한 빚을 지고 배 째라고 나오기까지. 네 알량한 의술이 아니었다면, 네놈은 진즉 내 손에 사지가 찢어졌을 거다.”
“모두 강호의 의술 발전을 위한 노력이었거늘!”
“그래서, 죽고 싶다고?”
괴의.
오신의라 불릴 정도로 천의무봉한 의술을 지닌 그가 십악으로 꼽히게 된 이유는 탈혼희와 대화한 내용 때문이었다.
의술 발전을 위한답시고 해괴한 인체 실험을 자행했던 거다.
그나마 양민을 대상으로 실험한 건 아니고, 죽일 놈들, 그러니까,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관아의 죄인을 옥을 털어 납치한다든지. 혈교 마인들을 만나면 죽이지 않고 실험실로 끌고 간다든지. 선을 지켜 척살 대상에 오르진 않았지만, 어쨌든 인륜을 저버린 짓을 자행해 기피 대상이 된 인물이었다.
탈혼희와 악연이 된 건, 실험에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사금방의 돈을 빌렸다가 나 몰라라 해서다.
‘확실히 내 의술 실력은 괴의보다는 못하지.’
지난 삼 년의 시간 동안 어마어마하게 의술 실력이 성장한 위지천이다.
이제 어엿한 명의라고 불려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
괜히 천의(天醫)가 의룡지회 때 감탄한 게 아니었다.
강호의 웬만한 명의들과 비교해도 위지천의 의술 실력이 훨씬 더 앞설 거다.
이제 위지천의 의술 실력은 위지강, 위지상아의 뒤를 바짝 따라잡을 수준이 되었다.
그 말은 위지천의 의술이 천하명의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는 않는 실력이라는 뜻.
그래도 오신의인 괴의에게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꼭 의원의 의술 실력이 뛰어나야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역대 의성(醫聖)들이 반드시 당대 최고의 의술 실력을 지닌 건 아니었던 것처럼요.”
“흐음?”
위지천의 말처럼 의술로 세상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의성들은 당대 천하제일신의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위지천이 차대 의성(醫聖)이 될 거라고 꼽히는 건, 단순히 그의 의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지금껏 해낸 일들 때문이다.
비록 의술 실력이 아직 미숙하더라도, 어떤 천하명의들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숱하게 해냈으니까.
“방주님께서는 어떤 의원이 환자를 위해 최고의 의원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거야….”
탈혼희는 ‘뭐든 치료할 수 있는 의원’이라고 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런 당연한 걸 묻지 않았을 테니까.
동시에 탈혼희는 위지천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서 전혀 위압감을 느끼지 않는다니?’
탈혼희는 일부러 위압감을 숨기지 않는다.
여인의 몸으로 방주가 되어 오랫동안 무시당해 생긴 습관 때문이다.
당장 놈 옆의 두 명은 딱딱하게 질려 있었다. 절정 극의 고수인 한 명은 바닥에 벌벌 엎드려 떨고 있었고, 초절정의 싹수없어 보이는 놈도 잔뜩 긴장한 얼굴.
같은 십악인 괴의조차 그녀의 눈치를 본다.
그런데, 저 어린 청년은 그녀를 향해 전혀 그런 긴장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리어 어딘지 모를 친근감까지 느껴졌다.
‘미친놈인 건가? 하긴, 지금껏 저 어린놈이 해낸 일들을 보면 멀쩡한 정신은 아니겠지만.’
무엇보다.
‘저놈의 무공 경지는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인 거지?’
절정.
겉으로 보이는 놈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탈혼희의 직감은 자꾸만 이질감을 느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라고.
‘저 나이에 초절정이라고? 그건 불가능해.’
그녀는 정적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젊은 시절 무공 성취를 숨겼다.
따라서 강호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 또한 천고의 무재였다.
오룡사봉?
그녀의 젊은 시절 성취와 비교하면 우스울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약관에 초절정은 감히 꿈에서도 바라보지 못했다.
‘내 직감은 정확한데? 도대체 뭐지?’
탈혼희는 고개를 젓고 잡념을 떨쳤다.
감히 건방지게 그녀를 시험하듯 묻는 저 어린놈에게 답을 해야 했다.
“상인의 기준으로 답하마. 아무리 병을 잘 치료하는 의원이라 해봤자, 상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생긴 손실을 최소한으로 막는 것에 불과하겠지. 최고의 의원은 아예 환자의 병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일 거다.”
“맞아요. 황제내경에도 치병(治病)보다 치미(治未)가 중요하다며 질병이 생기기 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지금 왜 하는 거냐?”
“열심히 부상자들을 치료해봤자, 어차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테니까요.”
“그건 맞는 말이다만, 방법이 없지 않으냐?”
탈혼희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역병이면 모를까, 전장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걸 어떻게 멈추게 하겠는가?
그런데.
“전쟁을 끝내면 되죠.”
“…뭐?”
“제게 의원으로서 전쟁을 끝낼 방법이 있어요.”
“?!”
탈혼희는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불가능한 일이다. 네가 보통 지략을 지닌 게 아님은 소문을 들어 알고 있지만, 잔꾀가 통할 전장이 아니다.”
“해왕(海王)들 때문인가요?”
사해도를 이끄는 이들이다.
총 세 명이 있으며, 세 명 모두 화경의 고수라고 한다.
괜히 온 강호의 무림인들이 사해도에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다.
사해도는 어마어마한 해적들의 머릿수만큼이나 고수들의 숫자도 많았다.
“해왕 중 총도주인 사해용왕이 특히 문제다. 사해용왕의 성취는 화경 극에 도달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그런 절대 고수에게는 어떤 모략도 통하지 않는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제가 의원으로서 도움을 드리겠다고 한 거예요.”
“??”
“의술의 범위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 말고도 무척 넓어요. 제가 의무선생(醫武先生)으로 유명한 건 방주님께서도 알고 계시죠?”
“!!”
그렇다.
위지천은 과거 무당의 사달을 막으며 처음 강호에 의무선생으로서의 자질을 알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의선의가의 의검대에 몸담으면 의선혜검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
-이제 약관도 안 된 소년에게 가르침을 받아봤자?
-모르는 소리 하지 말게! 투룡 공진 도장이 의선혜검의 집중 가르침을 받고 얼마나 빠르게 벽을 넘었는지 못 들었는가?
-허어?
의검대는 의가에서 가장 많은 경비가 든다.
무림인들의 몸값은 보통 비싼 게 아니니까.
위지천은 무림인들의 몸값을 후려치기 위해 꾀를 내었다.
-의선혜검의 도움을 받아 경지를 올리면, 의검대에서 삼 년간 의무적으로 봉사해야 한다!
처음엔 다들 긴가민가했지만, 효과를 본 이들이 나오자, 무림인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벽을 넘을 수 있는데, 삼 년의 봉사면 거저나 다름없었다. 천하에서 가장 의롭다는 의선의가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무림인으로서 명예로운 일이기도 했고.
-의선혜검은 전설의 무학자인 천무태사(天武太師)의 환생이다!
이런 소문이 돌 정도.
덕분에 의선의가는 어떤 성급 의가보다 뛰어난 의검대를 (거의 공짜로)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네놈 설마?”
“네, 제가 방주님께 가르침을 드릴게요. 사해도주 사해용왕을 대적할 수 있도록.”
“!!”
탈혼희의 안색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재밌구나. 감히 본좌에게 가르침을 내리겠다니. 네놈이 허명을 좀 얻었다고 제정신이 아니구나.”
십악 중 그 누가 저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겠는가?
탈혼희도 주제 모르는 건방진 이에게 관대한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화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당장에 요절을 냈겠지만, 온 강호의 칭송을 한 몸에 받는 의선혜검은 그녀 마음대로 혼쭐을 낼 이가 아니다.
‘참자. 아직 어린아이 아닌가? 설마 본좌를 능멸하려는 의도로 말한 건 아닐 테니. 여기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저 어린아이의 의로움은 충분히 알 수 있으니. 그저 어려서 주제를 모르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던 탈혼희는 눈썹을 꿈틀했다.
위지천이 빤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
도발적인 시선으로.
“못 믿으시겠으면, 한번 시험해 보면 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