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142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142화
“여기입니다, 용사님.”
난 카리아만의 안내를 따라 성채의 문을 넘었다.
미리 부단장의 말이 있었던 탓인지, 우리를 붙잡는 용병들은 없었다.
“요, 용사라니…….”
“허, 하필…….”
콘도르의 용병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물론 그 시선들은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용사라는 건, 그 ‘마스터’보다도 보는 게 어려운 유명인이니까.
물론.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 내게 집중하는 것도 아니겠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맹목적으로 카리아만을 믿는 것처럼 태연하게 대화하며 걸어갔다.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
여기가 이미 반쯤 악마의 소굴로 전락했다는 생각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마일러스 경은.’
이 성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애초에 놈들 입장에서도 마일러스 경 정도 되는 인물을 콘도르 바깥에 두기에는 부담이 될 터.
‘……그 정도의 인물을 침식시키려면 가까이서 지속적인 압박을 할 필요가 있을 테니.’
어쨌건 중요한 건, 이 성채 어딘가에 그가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습니까, 괜찮지 않나요?”
“아아, 예. 확실히…….”
미리 맞춰 둔 대화를 카리아만과 이어 간다. 그러면서도 용병단 내부를 살폈다.
아까 전부터 느끼고 있는 용병단원들의 시선은 꽤 복잡했다.
단순히 유명한 용사를 직접 본다는 선망이나 경외와 같은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중에는 분명 적의나 증오와 같이 제 본능을 참지 못하는 놈들의 시선 또한 섞여 있었다.
역시 수가 적지 않다.
교묘하게 섞여 있어 하나하나 도려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여기 있기 싫어.]세트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이리저리 내저었다.
당연한 반응이다.
곳곳에 에녹의 마기가 짙게 배여 있었으니.
‘……그렇겠지.’
이름을 붙이는 것을 거부할 자들은 없을 것이다.
변질되기 전까지, 이름을 붙이는 건 단순한 콘도르의 전통이었으니.
하지만 변질된 후.
수많은 용병단원들이 ‘이름을 붙인다.’는 것 하나에 강제적으로 혼이 뒤틀리고 말았다.
침식이란 본인의 동의가 전제가 되어야 이뤄지는 것.
그런 점에 있어, 콘도르의 전통은 자연스레 무고한 이들을 침식시킬 수 있는 탁월한 수단이라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자유의 억압.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영혼의 자유를 강탈당한 것이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세트의 말이 옳았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화약고. 그게 지금의 콘도르다.
카리아만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부단장실로 향했다.
부단장실은 성에서도 가장 높은 곳,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다.
‘이 주변에는 아무도 없군.’
부단장실이 위치한 곳까지 향하는 길은 꽤 길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콘도르 부단장, 뭐, 딴 건 다 거르고서도 좀 특이한데?”
“……저도 이런 쪽으로 좀 강박증이 있는 인간이라는 걸 듣기는 했는데, 심하네요.”
리안의 말에 에일렌이 답했다.
카리아만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부단장의 강박은 유명했지요. 과거에는 뭔가 다른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가 했습니다만.”
“악마 때문이었지요.”
난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주변에 널린 것이 증거라 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집사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어떻게 해. 딱히 달라질 건 없지. 원흉을 때려잡고, 억류된 단장을 구하는 것. 그게 다야.”
난 그렇게 말하며, 저 위에 위치한 부단장실을 올려다봤다.
“부단장과 이야기하는 건 나와 카리아만 님 정도면 충분해. 그러니까…… 대충 알지?”
“어, 알아서 확인한다. 들키지 않고. 제때 이쪽으로 다시 오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내 말에 리안이 히죽 웃더니 먼저 움직였다. 거의 그와 동시에 다른 이들도 모습을 감췄다.
카리아만 한 명을 제외하고.
난 그와 부단장실로 향했다.
그렇게 그와 함께 걷던 중, 카리아만이 조심스레 나를 불렀다.
“저, 그런데, 용사님.”
“예, 말씀하시지요.”
카리아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부단장 말입니다. 혹시라도, 그가 단순히 악마에 의해 세뇌당했을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없습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대답.
부단장이 에녹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카리아만 본인이 말했다.
게다가, 그는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썼었고.
“부단장이 완전히 변절했으리라 믿고 싶지 않은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모든 일이 부단장 본인의 책임이라는 건 부정해서는 안 되는 사실입니다.”
“……하긴, 그렇지요.”
부단장에 대한 카리아만의 입장은 꽤 복잡하다.
부단장은 분명 용병단의 배신자이며, 해악을 가져온 원흉이기는 하지만…….
‘시궁쥐에게서 마일러스 경과 함께 그를 구해 줬던 은인이기도 했단 말이지.’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그런 과거는 큰 의미가 없지만.
“다른 감정은 필요 없습니다. 카리아만 님, 현재에 충실하세요.”
“알겠습니다.”
스쳐 지나간 갈등은 짧았다.
사실 진즉에 감정은 거의 정리했을 것이다.
남은 것은, 아주 약간의 잔재.
방금 전의 대화로 털어 낼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 이미 정해진 결과다.
‘키에르 부단장.’
다른 자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적어도 이자만큼은 구제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 * *
“어서 오시지요.”
방에 들어서자, 새하얀 빛이 두 눈을 가득 채웠다.
부단장의 방은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온몸으로 자신이 악마와 관련이 없다 외치는 것처럼.
“하.”
하도 노골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용사님?”
“아아, 아닙니다. 그냥 좀…… 빛이 밝아서 헛소리가 나왔네요.”
난 그렇게 말하고는 부단장을 보았다.
눈 밑으로는 새카만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었고, 눈동자 또한 검게 죽어 있었다.
다른 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 이 부단장, 키에르는 이미 죽은 자였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용사님께서는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는지요.”
“계시가 있었습니다.”
“흐음, 계시 말씀이신가요.”
부단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 생각을 확실히 살피겠다는 듯, 그의 눈은 조금도 내게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바로 뒤에 있던 카리아만에게 눈짓했다.
“잠시 바깥에 있어 주겠나?”
“알겠습니다.”
카리아만은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방을 나섰다.
방에는 나와 부단장 단 둘만이 남았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계시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그거야 어려울 건 없습니다만. 그 전에…….”
난 그에게 물었다.
“단장인 마일러스 경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요? 그분께 직접 전달 드리고 싶은 안건입니다만.”
“……그분께서는 잠시 부재 중이십니다. 제게 먼저 말씀해 주시면 제가 직접 전하도록 하지요.”
“부재 중이라…….”
난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입가를 매만졌다.
내 말에 부단장이 반응했다.
“중요한…… 일인지요?”
“예, 중요한 일이지요. 계시니까요. 특히, 단장님과 직결된 계시니 오죽하겠습니까.”
“직결된 계시라면…… 오히려, 가족인 제가 더더욱 알 필요가 있겠군요.”
그 말에 난 처음 알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허, 가족이라면……?”
“예, 현 단장인 마일러스 경은 제 친형입니다.”
“아아, 그렇군요.”
물론 알고 있다.
여기까지 오기 전, 카리아만에게 용병단에 대한 정보는 얼추 다 확인했으니까.
친형제.
한때, 둘은 그 누구보다 우애가 좋았다고 한다.
애초에 그러니 같이 이런 용병단을 만들었겠지만.
‘뭐, 그건 의미가 없고.’
난 눈앞의 부단장의 경지를 살폈다.
검술로만 따지면 형인 마일러스 경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스터의 경지를 코앞에 뒀다.
에녹의 힘을 빌린다면…….
‘마스터까지도 올라가겠는데.’
그것도 일반적인 마스터가 아니라, 밀리움조차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존재가 될 수도 있으리라.
어쨌건.
[확인했어, 미하일.]툭툭.
난 세트의 말에 탁자를 두드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단, 마일러스 경의 행방은 정확히 알지 못하시는 겁니까?”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부단장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속이 뻔히 보이는 가식.
그것에 절로 냉소가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뭐, 마일러스 경이 계시지 않는다면 부단장께 계시를 전해 드리는 게 옳지요.”
“하하, 감사합니다.”
물론 변절자가 원하는 ‘계시’를 내려 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계시는 간단합니다. 뭐, 별건 아닙니다만, 거대한 매 한 마리가 잔털을 고르고 있더군요.”
“……예?”
“털어 낸 뒤에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랍니다. 아마 쓸데없는 깃을 다 떼어 낸 것이겠지요.”
내 말에 부단장의 얼굴이 굳었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내가 말한 ‘계시’가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음을 안 것이다.
“그게, 무슨…….”
“저야 모르지요. 신께서는 미래에 대한 것을 워낙 애매하게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뭐, 전부 해석하기 나름이지요.”
“하.”
그 말에 부단장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해석하기 나름이라. 하긴, 용사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물론 그 눈빛 속에는 차가움이 감춰져 있었지만.
“깃털이 누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게요.”
나 역시 마주 웃었다.
독수리가 털어 낸 ‘잔털’은 과연 어느 쪽일 것인가.
부단장과의 대화는 끝났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 *
부단장실에서 나온 뒤, 한적한 곳으로 향한 난 곧바로 모두를 다시 불러 모았다.
“그래서, 성과는?”
“전부 교묘하게 숨겨 두기는 했습니다만, 곳곳에 악마의 표식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집사가 말했다.
“정신 장악이라고 해야 할까요. 특정 조건…… 그러니까, 이름을 받은 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듯 보이는 표식이었습니다만.”
“유독 배치 인원이 많은 장소도 확인했다. 일단, 그쪽에 마일러스 경이 있지 않나 추측한다만.”
밀리움은 재차 말을 이었다.
“한번 접근할까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아무래도, 놈들이 무슨 교묘한 수를 써 뒀을지 당장 짐작하기 힘들었거든.”
“현명한 판단이셨습니다.”
아까 전, 부단장과의 대화를 통해 확신한 사실이지만, 부단장은 마일러스 경에 대한 생명줄을 ‘확실하게’ 쥐고 있다.
수틀리면 어디서건 마일러스 경의 목을 손쉽게 날릴 수 있을 정도로.
내가 그 사실을 말하자, 모두의 표정은 굳었다.
“……친형제에게 그런 짓을.”
“비정하기 짝이 없군요.”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탄식.
난 잠시 기다렸다가 모두에게 말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듣겠습니까.”
“……좋은 소식부터?”
리안의 말에 난 바로 대답했다.
“부단장과의 대화 중에 그 부단장의 장난질을 역으로 추적해서, 대충 마일러스 경이 감금당한 장소는 확인했어.”
“뭐야, 최고잖아. 그럼 나쁜 소식은 뭔데?”
“뭐, 별거 없어.”
나쁜 소식.
옛 성현께서 말씀하셨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고.
“운 나쁘면 에녹이 직접 여기까지 올 수도 있겠다는 것 정도?”
“……응?”
좌중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뭐, 시발?”
일류가 되지 못한 리안의 반응은 참으로 구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