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39)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39화(39/40)
제39화
하지만 움직일 힘도 이제는 남지 않았고, 설사 움직인다 해도 이렇게 약해진 상태로는 그의 곁을 지키는 데스나이트와 시체 골렘이 된 골드선 비다르조차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나머지 전력은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만!! 제발 그만!!”
“껄껄껄!! 비통해하는 꼴이 이리도 우습구나. 비탄과 슬픔은 가장 화끈한 맛을 내는 조미료가 될 터. 이 녀석이 소중한가? 조금만 견디면 다시 느끼지 못할 황홀경을 맛보게 되리라.”
“으아아아아!!!”
베를리 공작이 피가 날 듯 주먹을 꽉 쥐고 악을 내질렀다.
제발 누가 되었건 저 빌어먹을 괴물을 처리해 주기를.
일국의 기사단장이 품기엔 너무도 나약한 마음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기사단장보다는 죽어 가는 아들을 비통하게 바라보는 아비의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리치의 송곳이 파렐의 영혼을 완전히 적출하려던 순간이었다.
쩌적!!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떠 있던 구체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
이에 리치도 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검붉은 검기 같은 것이 구체를 반으로 가르듯 빛나고 있었다.
쩍!! 쩌저적!!
이윽고 검붉은 빛 무리는 마치 수차례 검으로 베어 내듯 구체 곳곳에 균열을 만들어 냈고.
콰창!!!!
이내 완전히 조각내듯 부숴 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선 레온이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왜 멀쩡한데?”
리치가 품위도 잊고 중얼거렸다.
대규모 마법진에서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듯 홀로 평온하더니, 이번에도.
흑색의 구체 마법은 생명체가 갇힐 시 살아남을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레온이 빠져나온 게 믿기지 않는지 리치가 공허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레온은 몸을 이리저리 툭툭 털더니 베를리 공작에게 다가갔다.
“공작님, 괜찮습니까?”
베를리 공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할 힘조차 남지 않은 것이다. 소드 마스터인 그가 어찌하지 못한 이 상황 속에서, 솔직히 아직 어린 레온에게 기대는 건 어리석은 판단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논리와 맞지 않은 느낌이 강하게 들 때가 있곤 했다.
“자네…… 괜찮은가.”
“보시다시피. 생각보다 조금 늦었네요.”
“크륵, 후웁…… 부탁…… 하네, 내 아들을…….”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었다.
거대한 홀 내에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 리치와 레온뿐이었다.
말없이 공작을 내려다보던 레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영, 애들 풀어라.”
그르르르.
동시에 그의 그림자에서 거대한 그림자 망령 늑대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곳에서 노획했던 언데드들이 일제히 뒤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토벌대 인원들 전원 한곳에 모아. 살아 있는 이들 먼저.”
그 말과 동시에 언데드들은 노획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며 빠르게 생존자들을 한곳에 모았다.
“아무리 봐도 신기하군. 네 녀석,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는 거지?”
이윽고 여유를 부리던 리치가 물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파렐은 공간에 진입하자마자 구역질을 하며 쓰러졌다.
다른 이들이라고 다를까.
유일하게 소드 마스터인 베를리 공작이 버티긴 했지만 그도 결국 지독한 중첩 디버프에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 레온은 너무도 평온했다.
“이 마법은 죽음에 가까운 자, 그리고 명계에 가까운 자를 가린다. 그리고 그보다 못한 자에겐 막대한 과부하가 주어지는 마법이다.”
“그렇지.”
“한데 어째서 너 같은 아직 어린 애송이가 아무런 영향도 안 받을 수가 있는 것이지?”
이 마법 자체가 실용성은 떨어진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었다.
일정 공간에서만 발현되며 그 유지 조건도 까다롭기 그지없으니까.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제 주인을 물어뜯으려 드는 마법이란 레온에겐 실패작으로 분류되었다.
그럼에도 그 효과만큼은 가히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별거 아니야. 그 대상에서 나를 뺀 것뿐이지.”
“뭐?”
“사실 보통 마법사가 아니니까 일단 방비는 하고 있었거든. 마법사들의 고질병인가 봐. 조금 아슬아슬했는데, 보안이 엉망진창이라.”
전엔 안 그랬는데. 사령의 전당의 기억을 되찾고 나서부터 저도 모르게 이런 반응을 보이곤 한다며 레온이 투덜거렸다.
“…….”
“이런 마법인 줄 알았으면 굳이 더 피해를 만들 필요도 없었는데. 원하면 그 대상에 나를 포함시켜 줄게.”
그 말과 동시에 레온이 손가락을 튕기자, 레온의 주변을 휘감던 검은 장막 같은 것이 가시화되고 이내 산산이 부서졌다.
마법이 레온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거지? 이 마법은 파훼할지언정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피할 수 없기는. 당장 사방에 널린 돌멩이도 효과를 받지 않고 있는데.”
“…….”
“솔직히 말하면 궁금한 건 내 쪽이야. 너도 그렇고 저쪽 사령술사들도 그렇고, 왜 기본을 벗어나 있는 건지 모르겠네.”
“감히 핏덩이가 내게 기본을 논하는가!”
고서클이 아니기에 화력이 강하거나 대규모 술식을 이뤄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 가동하는 마법진에 살짝 손을 대는 것 정도야 5서클 사령술사의 저력으로도 충분했다.
“네 이놈!!”
자신의 마법이 형편없다는 말에 분노한 리치가 소리치려던 찰나였다.
마법진이 기이한 소음을 내며 다시금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웅!!!
동시에 리치의 몸이 휘청거렸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가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리치에게 영향을 받는 데스나이트와 골드선의 시체 골렘 또한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며 무너져 내렸다.
“이 무슨…….”
“네 마법은 서로 간에 죽음과 명계에서 더 먼 쪽에게 디버프와 저주를 부여하는 방식이겠지. 그건 절대 명제가 될 테고. 지금 내 서클 수준으론 이런 마법을 해킹해서 장난질을 치는 건 가능해도 근본적인 디스펠은 불가능해.”
레온이 한 발 내디딘다.
“마법은 정상 작동 중이야…….”
“…….”
“다만 네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입장이 바뀌었다는 뜻이지.”
그 말뜻을 이해 못 할 정도로 리치는 무능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죽음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인간이……. 하물며 살아온 시간이 20년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애송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이더냐!”
“20년이라……. 직접 볼래?”
그의 눈앞에 있는 소년은 소년의 몸이며 아직 어린 인간이다.
하지만 그가 품고 있는 것은, 그가 겪은 것은 겉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레온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사령마나는 하나의 역사를 품고 있다.
리치가 살아온 수백 년의 삶을 ‘그따위’로 만들어 버리는 끔찍한 기억의 잔재, 세월의 흔적.
사령마나에 스며든 지배력은 가히 죽음 그 자체요.
그 양은 감히 리치 따위가 비빌 바가 되지 못한다.
그제야 리치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레온의 마나를 자신의 시야에 담았다.
그리고 턱이 빠질 듯 입을 떡 벌렸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레온의 심부를 들여다본 그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네놈…… 대체 정체가 뭐냐……. 정체가 커헉?! 끄르륵…….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생명체가 죽음 그 자체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레온은 담담함을 유지한 채 바닥에 버려진 검 하나를 주워 들었다.
동시에 검붉은 검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 * *
“커헉…… 끄르륵…….”
오랜 시간 살아왔을 리치에게 가장 큰 장점은 대량의 사령마나, 그리고 오랜 시간 친숙하게 접해 온 사기 그 자체다.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오래 살고 뛰어난 사령술사가 이기는 줄다리기.
그런 점에서 나는 현재 고작 5서클 사령술사에 불과하지만, 전당에서 내가 쌓아 올린 사령마나가 고스란히 내게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내 정신은 이미 죽음 그 자체를 보았고, 명계의 심연까지 들여다보았다.
내 사령마나에 스며들어 있는 지배와 죽음은 데스로드의 길까지 고행하며 걸었던 흔적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고작해야 7서클의 벽을 겨우 넘긴 리치?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억울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걸어 둔 마법에 자신이 노출된 탓에 리치는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렸다.
7서클 사령술사라는 거대한 경지이기에 고작 5서클 정도까지밖에 회복 못 한 내가 해칠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할지라도.
놈의 마법이 놈의 목숨줄을 죄고 있다.
게다가 놈의 특성상 사기에 서린 지배력에 더욱 취약했다.
“노…… 놈을 죽여라!!”
이윽고 리치가 다급하게 시체 골렘, 골드선 비다르를 향해 명령을 내리자 고통스러워하던 녀석이 나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검을 빙그르르 돌린 뒤 망설임 없이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아아아아아!!!!
시체 골렘의 거대한 주먹이 나를 곤죽으로 만들기 직전, 순간적으로 가속했다.
쩌억!
검에 피워진 것은 유사 검강.
당연히 검에 무리가 가기에 평소 들고 다니던 흑야검 1호는 쓰지 않았다.
순식간에 검강에 양단 당해 무너져 내리는 녀석을 바라보고 있자 리치가 경악했다.
“검강?! 검강이라니! 네놈?! 마법사가 아니었더냐!”
유사 검강이든 아니든 그걸 제대로 구분할 지식은 없는 모양이다.
본래라면 금방 재생을 거쳐 다시 일어났어야 했을 시체 골렘이지만, 마법으로 인해 리치의 힘이 극도로 억제되기 시작하면서 재생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에 리치는 특단의 대책을 내려야 했다.
“빌어먹을……. 일단 물러나야겠군.”
바로 도주였다.
자신의 마법에 역으로 당해 버린 이 상황에서 아무리 그라도 이 마법을 단시간에 해제하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도망은 곧 내 한마디에 끊어졌다.
“도망치려고? 이곳 안전 루트에 설치된 장벽이 이미 누구 손에 넘어갔는지 알 거 같은데.”
내 물음에 그가 이를 뿌득뿌득 갈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검은 안개가 쏟아져 나오더니 그 안에서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오러 유저 이상급의 언데드들이다.
물론 상당수가 그의 영향을 받아 무너져 내렸지만, 그중에도 버티는 언데드들이 있었다.
“네놈……. 결계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베를리 공작이 다급하게 소리치고 리치가 여유롭게 받아들이던 이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대상을 조금 고쳐 썼을 뿐이야.”
“불가하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설사 가능하다 할지라도 고작 네 수준으로…….”
“이거 왜 이래.”
스산하게 웃어 보인 내가 양손에 사령마나를 발현했다.
그리고 흩뿌리듯 가볍게 털어 내자 언데드들이 일제히 멈춰 버렸다.
음……. 5서클 수준으론 아무리 마법진의 여파로 강화되었다 해도 이 정도가 한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