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40)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40화(40/40)
제40화
“움직여!! 움직이란 말이다!!”
“내가 5서클인 건 맞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사령마나가 고작 5서클 사령술사 수준인 줄 아나.”
내가 가진 방대한 사령마나는 이미 극의를 본 데스로드의 사령마나.
내 육신이 약해질지라도 그 마나 자체가 닿은 특이점은 고작 6~7서클 수준의 리치 따위가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의 전당과 무의 전당이 막대한 오러 양으로 인해 육체 능력이 극도로 강화되는 메리트를 주었다면.
사령의 전당이 준 메리트는 내 사령마나의 지배력이다.
“출력이 딸려서 빼앗진 못해도 못 움직이게 하는 것 정도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거침없이 놈을 향해 내디뎠다.
“조금 따끔할 거다.”
“오…… 오지 마라! 오지 말라 하였느니라! 내게 접근하지 마라!!”
마치 자신을 불태우듯 사령마나를 퍼뜨리며 겁을 먹고 소리 지르는 그였지만, 이미 나는 그의 지근거리까지 파고들었다.
그나마 내가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데스나이트가 있긴 했지만, 데스나이트 하나의 수준으론 나를 막을 수 없다.
쩌억!!!!
순식간에 파고들어 리치의 가슴을 베어 버린 내가 놈의 몸 안에 숨겨진 붉은 구슬을 끄집어낸다.
아무리 유사품이라 해도 검강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손에 쥐어진 붉은 구슬이 옅게 고동쳤다.
리치의 핵, 라이프 포스 베슬이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리치들은 라이프 베슬을 자신의 몸 안에 지니는 편이더라.
자신의 몸이 세상 그 어디보다 안전하다 믿을 테니 말이다.
“끄르륵…… 말도 안 돼……. 이미 몰락한 사령술사들 사이에 어찌 이런 괴물이…….”
요즘 사령술사들 수준이 떨어지는 건 확실히 알겠네.
근본적으로 보안이 가져다주는 여파를 전혀 모르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었다.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 봤거든. 사령술사에게 있어서 보안은 근본이나 다름없는데, 왜 이런 보안을 뒷전으로 두고 발전했을까.”
“…….”
“그러다 네 마법을 보고 감이 잡히기 시작하더라.”
마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한다.
문제는, 현재 마법의 진화 방향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효율성과 화력을 올리려고 필요 없다 생각되는 부분을 쳐 낸 거야. 그중 하나가 보안이겠지. 그래, 인정할게.”
어깨를 으쓱이며 잔인한 사실을 말해 주었다.
“사령술의 근본이 해킹이기도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거든.”
“네놈…….”
“그래. 보안이고 뭐고, 있어야 할 공간을 빼고 다른 걸 채워 넣으니 효율성이야 올라갔겠지. 그래 놓고 조상들의 마법은 비효율적이고 형편없다고 욕했을 거야.”
정작 자신들이 진화시킨 마법의 체계에 이렇게 큰 구멍이 있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흐르면서 고착화되면 과거의 진실은 잊게 된다. 보안 문제 자체를 아예 인지도 못 하는 거지. 결국 내 기준에선 너나 저기 다른 사령술사들이나 똑같은 놈들이야.”
내 기준에선 현재의 사령술사든 수백 년을 살아온 눈앞의 리치건, 근본적으로 똑같은 놈들이다.
“대체……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쯤 되니 리치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레온 카스카디아. 네 기준에선 핏덩이일 수도 있고, 너보다 오래 존재한 노괴일 수도 있고.”
“레온 공, 사…… 살려 주시오.”
리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나를 살려 두면 당신께 충성을 다하겠소.”
“굳이?”
“기아스를 걸어도 좋소이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나는 꽤 유능한 인재이니!”
필사적으로 외치는 그를 향해 나는 고민에 빠졌다.
리치의 마법 영향권 안에 있던 이들은 무영을 포함한 언데드들이 벌써 밖으로 옮겼으니 마법에 영향을 받는 건 나와 리치뿐이다.
시간 자체는 조금 넉넉해진 셈이다.
“뭘 줄 수 있는데.”
그래도 오래 살았으니 뭐라도 있을 거 아니야.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그런 것들.
내 물음에 리치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수중에 숨겨 놓은 것들을 꺼내 들었다.
“이건 광인의 두개골 주구입니다! 사령 마법의 효율을 올려 주는…….”
“필요 없는 거네. 다음.”
내가 받지 않으면 자신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일까.
리치는 허겁지겁 다음 물건을 꺼내 들었다.
“죽음의 수확자입니다! 수백 년 전의 마공학 장인이 만든 물건으로…… 인간의 두개골을 이용해서…….”
“누굴 동족상잔의 사이코패스로 아나. 다음.”
내가 냉담하게 쳐내자, 그가 안절부절못한다.
마법으로 그의 상태가 계속해서 안 좋아지고 있다. 게다가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간이 아닌 리치인 그에게는 이 마법 자체가 극독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그렇다면 저것들은 어떠하십니까.”
리치가 그다음에 보여 준 것은 다름 아닌 골드선으로 만든 시체 골렘과 데스나이트였다.
나는 데스나이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저 데스나이트는 본래 힘을 못 끌어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독립적인 개체로 네임드 개체를 만들고 있는 과정이라……. 물론, 시간만 지나면 서서히 강해질 것입니다. 그것도 일반 데스나이트보다 더요! 저 데스나이트의 원본이었던 인간은 죽기 직전 무려 소드 마스터의 힘을 보였습니다.”
그 말에 나는 턱을 어루만졌다.
소드 마스터급 데스나이트.
그 정도 급의 언데드를 망령화해서 편하게 데리고 다니려면 6서클을 뚫어야겠지만, 6서클을 뚫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럼 소유권 넘겨.”
내 말에 그는 재빨리 손짓하여 데스나이트와 이어진 자신의 연결 고리를 끊어 냈다.
그러고는 그 마법의 핵을 내게 건넸다.
“여…… 여기 드리겠습니다.”
“좋아.”
나는 데스나이트의 연결 권한을 온전히 넘겨받았다.
그 본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데스나이트의 원본인 본래 인간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파렐처럼 죽은 지 몇 분도 안 되고 아티팩트로 육체가 회복되고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나와 연결된 데스나이트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부하던 행동을 멈추고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저…… 그럼 저는 살려 주시는…….”
“더 없어? 아니, 무슨 수백 년 된 리치가 가진 게 없어.”
“그…… 제가 봉인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옵시면 지금부터라도 만들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언데드 군단이나 당신만을 모시는 단체 같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지만, 솔직히 말하면 의미 없는 짓이었다.
“좋아. 그럼 저거 해결하면 살려 줄게.”
내가 골드선 비다르로 만들어진 시체 골렘을 가리키자, 그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 그 인간을 구하시려는 겁니까? 비록,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아니. 비다르 후작가의 자제가 죽든 말든 그건 상관없지만 저걸 만드는 바탕 재료로 사용된 인간들, 그들을 되살려 놔.”
내 말에 그의 입이 다물어졌다.
애초에 답은 정해져 있었다.
끔찍하게 죽어 간 수많은 인간을 되살릴 방법은 그에게 없다.
영혼을 구제할 순 있어도 망가진 것들은 복구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골드선 비다르를 회복시킬 수 있느냐 묻는다면, 사실 그 또한 불가능하다.
아마 그가 말한 부활엔 뭔가 많은 게 빠져 있겠지. 물론, 그의 생존에 나는 관심 없었다.
내가 시체 골렘을 지목한 것은 단순히 리치 놈을 살려 둘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체 골렘의 주변을 배회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영혼 잔재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영혼이 죽어 윤회에 들지도 못하고 저렇게 잔재만 남아 괴로워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필시 엄청나게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것이겠지.
노인도 있고, 아이도 있다.
작은 소녀도 있고, 소년도 있다.
그 수만 무려 서른 명이 넘어가는, 살아 있는 묘비가 저게 아닐까.
내 말뜻을 고스란히 이해한 리치의 안광이 일렁였다.
“비…… 빌어먹을!! 처음부터 날 살려 둘 생각이 없었…….”
서걱!!!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게 지배권이 넘어온 데스나이트가 놈의 몸을 베어 버렸다.
“그럼 살기를 바랐냐, 이 개X끼야.”
이후 무력화된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나는 라이프 포스 베슬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라이프 포스 베슬은 곧 내 힘을 버티지 못하고 금이 갔고, 이내 완전히 깨져 버렸다.
리치의 검은 뼈가 마치 멈춰 있던 시간이 흐르듯 풍화되기 시작한다.
“이럴 순 없…… 나는 죽음의 왕, 글레빅…….”
수백 년을 살아왔을 리치의 죽음은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이후 나는 바닥에 늘어져 있는 시체 골렘에 손을 뻗어 그 안에 묶인 영혼들을 전부 해방했다.
주인을 잃고 극도로 불안정해진 시체 골렘이다. 당연히 간섭해 들어오는 마법에 대한 방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데스나이트와는 달리 5서클 정도의 간섭력이면 충분히 무위로 돌릴 수 있었다.
이성이라곤 남아 있지 않던 그들은 더 이상 죽여 달라는 말은 하지 않고 서서히 흩어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중엔 골드선 비다르의 영혼도 섞여 있었다.
나는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는 데스나이트를 바라보았다.
데스나이트를 대동하고 다니면 이래저래 말이 많겠지만, 망령화가 안 되면 내 그림자에 담는 것도 어렵다.
아티팩트에 담아 이동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이 지니고 다니는 아공간 아티팩트는 주인을 가리는 물건.
그리고 나는 사령 마법에 관해선 잘 알아도 다른 계통의 마법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같은 마법이라 할지라도 그 계통 자체가 다른 법이다.
서로 다른 과목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쓰지 못할 물건이니 그냥 데리고 다닐 수밖에.
그렇다고 해도 포텐셜이 소드 마스터에 준하는 부하를 하나 얻은 셈이다.
“무영, 네 후배다.”
나는 묵묵히 나를 따라오는 데스나이트를 그림자 늑대 무영에게 소개해 주었다.
무영의 경우도 데스나이트처럼 어느 정도 독립된 네임드 개체에 가깝기에, 생각 이상으로 자의식이 강한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의식이 강한 언데드는 보통 주인에게 맹목적인 편이기도 하다.
데스나이트가 멀뚱멀뚱 녀석을 보고 있자, 무영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고.
그대로 그의 머리를 콱! 물어 버렸다.
“야.”
그러고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데스롤링까지 돌려 버렸다.
전부터 그랬지만 무영은 사실 늑대가 아니고 악어가 아니었을까.
* * *
테러를 저지른 사령술사들 중 생존자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일망타진했다는 전공 자체가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사후 처리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이 일을 기밀에 붙이던 왕실은 사령술사의 토벌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표하기로 했다.
겉으로 드러난 최고 공로자는 다름 아닌 베를리 공작이었다.
본래 공로자는 나였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 나는 칼같이 알려지는 것을 쳐 냈다.
내가 바라는 건 보상이지 쥐뿔도 안 되는 영광을 위한 어그로 따위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가 그런 선택을 내린 데엔 사령술사들의 뒤에 다른 누군가가 더 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