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9
38. 유능한 매니저
지금 케이블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그녀의 두 번째 삶’이라는 드라마의 여주인공 테마곡으로 이 곡을 넣을 수 있는지 얘기를 건네보겠다는 것이었다.
설명을 들은 장 PD와 작곡가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대형기획사와 작곡가 회사가 유명 드라마에 ost를 넣으려 들이는 노력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곳에 제안을 넣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운 좋은 일이었다.
“확정은 아닙니다. 곡 분위기가 여주인공 상황과 너무 잘 어울려서 말을 한번 건네보는 정도입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큰 기회입니다.”
“당연하지. 그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지.”
‘그녀의 두 번째 삶’에 현재 트리즈의 여배우 김혜주가 출연 중이었다. 게다가 견우와 그녀는 인연이 작지 않았다. 견우가 처음 매니저 일을 시작했을 때 그녀의 로드 겸 경호로 일했었다.
김혜주는 우 팀장과도 꽤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언니, 동생 하는 사이로 김혜주가 트리즈로 이적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견우는 작곡가의 노래를 듣자마자 바로 드라마 ‘그녀의 두 번째 삶’을 떠올렸다. 이혼 후에 새로운 만남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두 번째 삶을 개척해나가는 여주인공 상황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이미 빠르고 경쾌한 첫 번째 테마곡은 공개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작곡가의 곡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곡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한 번쯤 제안을 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드라마는 사전 제작이 아니라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었다.
“방영 중인 드라마라면 이미 ost가 모두 결정된 상태일 텐데요.”
“박지연 작가님이십니다. 이번 작품 작가님이요.”
“아! 김혜주 선배 양어머니.”
“그렇게 불리기도 하시죠. 워낙 김혜주 배우님을 아끼셔서요. 벌써 세 작품이나 같이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분이시라면 김혜주 배우님 장면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ost를 선택하실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었으니 노래를 잘 부탁한다며 말을 마친 견우였다. 태주는 자신에게 이롭게 돌아가는 상황이 반가웠다. 하지만 떨떠름한 기분도 느끼고 있었다.
겨우 열흘 못 되게 남은 휴가를 버스킹 ost 녹음과 또 다른 ost 곡 녹음에 모두 바쳐야 할 상황이 벌어져서였다. 매주 촬영하는 힐링 인터뷰는 빼놓더라도 이상하게 일이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이게 휴가가 맞나? 일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왜 줄지 않지?’
“그, ost를 연달아서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장르가 전부 다르니 괜찮지 않겠습니까? 발표되는 시기도 모두 다르고요.”
“어, 음. 그렇긴 하네요.”
“그리고 배우라도 본인 노래가 한 곡 있으면 쓸 데가 꽤 많습니다. 더욱이 태주 씨는 노래도 잘하시니, 기회가 좋습니다.”
최근 드라마 ost의 선정 기준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기존의 유명 가수만 찾는 풍토에서 드라마 내용이나 장면과 어울리는 곡을 넣는 방향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물론 여전히 톱 가수들이 부르는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나 인디밴드의 곡을 넣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태주는 아직 유명세가 없는 배우지만 곡만 드라마 장면에 어울린다면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자아. 그럼 녹음 일정을 잡아보자고요.”
친구의 곡이 세상에 나올 가능성이 보이자, 신이 난 PD가 밝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견우가 PD에게 다가가 일정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걸 보던 작곡가가 태주에게 다가와 usb를 건네줬다.
“가사는 내일까지 준비할게요. 우선 곡 먼저 익혀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기뻐하는 사람한테 거절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노래가 좋기도 했고.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매니저님 역시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자 일을 추진하는 중이었고.
휴가가 조금 아쉬웠지만, 사실 처음부터 휴가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선율의 촬영준비 중이었으니까. 연기 준비에 바이올린 수업, 힐링 인터뷰 촬영에 ost 녹음까지 실제로 촬영만 없을 뿐, 쉬는 것은 아니었다.
‘정원이 없었으면 진짜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견우가 일정 조율을 마쳤는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태주도 견우를 따라 인사하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내일 오전에 힐링 인터뷰 촬영이 있으니 지금은 돌아가서 쉬어야 했다.
*
돌아오는 차 안에서 견우가 ‘숲 속 카페’가 방영되었다는 얘기를 전해줬다. 방송은 1박 2일 촬영한 분량을 2주에 걸쳐 방영한다.
어제는 목장에 들어가는 장면과 카페에서 일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해당 편에서 태주의 분량이 많았다는 얘기를 전하며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이제 혼자 다니지 말라고 주의 줬다.
“에이 못 알아봐요. 드라마 정도는 나와야 알아보죠. 힐링 인터뷰도 매주 방송되잖아요. 그런데 태산이 없이 저 혼자 다니면 아무도 못 알아봐요.”
태주는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드라마 조연으로 출연하고 나서야 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었기 때문이다.
오 분 남짓 출연하는 힐링 인터뷰나 진혁과 출연한 ‘숲 속 카페’ 정도로 알아보는 사람이 생길 거라고 여기지 않았다. 예능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 사실 내세울 작품도 없는데 스타라도 된 양 구는 것 같아서 민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견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충고하자 수긍하고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태주 씨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고, 앞으로 외출하실 때 신경 써 주십시오.”
“네. 그렇게 할게요.”
회귀 전 방송 연기자가 된 이후로 감수해야 할 것이 많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야 하는 일도 많았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기도 했었다. 덕분에 항상 사람들 없는 곳을 찾느라 바빴다. 이번에도 그렇게 흘러갈 것 같았다.
사람들 시선이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시선이 모이는 일은 데뷔전에도 많았었다. 외모가 외모다 보니 어디에서나 관심이 집중되었다. 자신은 이미 익숙해서 괜찮았지만, 항상 같이 다니는 태산이나 태우, 연우가 문제였다.
이번엔 여유가 생기면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회귀 전엔 하지 못했던 캠핑도 해보고, 여행도 다녀보고. 또 약속대로 보육원도 자주 다닐 생각이었다.
찬성에게도 사정이 있을 텐데, 지난번처럼 차를 얻어 타는 건 미안했다. 그렇다고 이런 개인적인 일에 회사 밴을 쓰는 것도 불편하고.
앞으로 외출하거나 개인적인 볼일을 보려며, 차를 사야 할 것 같았다.
“매니저님 저 차를 사야 할 것 같아요. 태산이 데리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악기도 들고 다녀야 해서요.”
“그럼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살게요.”
견우가 뒷좌석에 앉은 태주를 백미러로 보며 말했다. 소속사의 배우 중에서 차를 처분하려는 사람이 꽤 있다는 얘기였다. 진혁 같은 경우 주기적으로 차를 바꾸는 편이었다. 여러 대를 보유하기도 했지만, 차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자주 바꾸고 있었다.
“중고차도 괜찮으시다면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차도 깨끗하고 믿을 수 있고요.”
“그, 그럼 부탁드릴게요.”
차는 결국 견우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아마 매니저들끼리 얘기해서 처리하는 게 태주가 나서서 차를 구하는 것보다 빠를 것 같았다. 스스로 알아서 해보려 했는데 시도도 하기 전에 해결돼 버렸다.
‘악! 사람들이 너무 유능해!’
*
상점에 올려두었던 갯지렁이 향료가 모두 팔렸다. 굉장히 잘 팔리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태산이는 향료를 쓰지 않지만, 혹시 다른 펫을 키웠다면 뭣 모르고 저런 향료를 뿌렸을 수도 있었다. 상상만으로 메스꺼워지는 느낌이었다.
“와아! 태주, DP가 늘었어.”
“다행이야 희. 솔직히 너무 조금 남아서 걱정했었어.”
“태주, 향료 또 만들자.”
고민되는 얘기였다. 향료는 공짜나 다름없는 재료로 만들어 나름 괜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판매하고 받은 DP를 보자 양심이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재료를 알고 나니 향료를 계속 만들어서 팔아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희, 그건 조금 고민해 보자. 피부 크림 종류도 잘 팔리니까. 우선 그것 먼저 만들어서 팔자.”
태주는 희의 관심을 돌릴 만한 걸 생각해내기 위해 아이디어를 쥐어짰다. 최근 희는 정원의 DP 수급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다. 관리자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혹시 찻집 같은 걸 열어서 DP를 벌 수 없나.’
“희, 우리 정원에서 카페를 열 수는 없어?”
“나중에, 정원이 레벨 3이 되면 할 수 있어.”
현재 정원의 레벨은 1이었다. 처음 레벨 0이었다가, 장식을 추가해서 1레벨이 되었다. 그때 오두막에 제약 공방을 설치했었다.
“우리 정원 예쁘게 꾸몄는데, 왜 레벨이 안 올랐을까?”
“태주, 장식하고 나무, 꽃을 더 심어야 해.”
“하긴 아직도 빈 곳이 많긴 하다. 태산이 굴 주위도 텅텅 비어있고.”
희가 DP에 예민하게 구는 게 이해되었다. 정원의 빈 곳을 채우려면 지금 가지고 있는 DP로는 턱도 없었다.
“타임 세일 한다. 희, 30% 할인이야!”
“태주, 이거. 이거 사야 해.”
“그, 그걸?”
“응. 사야 해.”
희가 고른 것은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잠자리 채를 닮은 채집용 채였다. 얼마 전에 그물 총도 사준 것 같은데. 취향이 참 한결같았다.
[채집 채(대)] [운동화(점프)]타임 세일로 구매한 운동화는 점프라는 스킬이 붙어있었다. 모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아주 높이 점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 더 높게, 평소 점프하는 높이보다 약간 높이 뛸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횟수에 제한이 없고, 착용 중에는 계속 적용되는 것이라 매우 쓸모 있어 보였다.
“이거 신고 농구 시합 나가면 MVP 당첨인데. 농구화가 아닌 게 아쉽네.”
“MVP?”
“응. 시합에서 제일 잘한 사람한테 주는 칭호야.”
희는 MVP라는 단어를 듣자 생각 나는 게 있었다. 태주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오랜만에 책 조각상으로 태주를 데리고 갔다.
“별똥별 잡기?”
“태주, 이걸로 잡을 수 있어.”
희가 자신의 그물 총을 가리켰다. 그리고 좀 전에 상점에서 구매한 채집 채로도 잡을 수 있다며 알려줬다. 여기서 말하는 별똥별은 태주가 알고 있는 별똥별과는 좀 다른 것 같았다.
정원에서는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고 지나가는 별 무리를 자주 볼 수 있다. 별 무리는 정원과 정원 사이를 멈추지 않고 이동했다. 그러다 일부의 별이 무리에서 떨어져 아래로 내려오는데 이걸 별똥별이라고 불렀다.
“별똥별은 어디에 쓸 수 있어?”
“태주, 별똥별은 맛있는 거야.”
“그걸 먹을 수 있어?”
희가 별똥별의 그림을 검색해서 보여줬다. 별똥별은 별 모양 캡슐처럼 보였다. 비틀어 열면 그 안에 과자나 사탕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설명서에는 특이한색의 별똥별을 잡으면 그 안에서 보석이나 레시피도 얻을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별똥별을 잡는 건 재밌어 보였지만, 언제 떨어질지 모르니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태주는 희에게 별똥별을 기다리지 말자고 얘기했다.
희는 날개를 축 내리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곧 기운을 차리더니 태주를 다시 상점으로 이끌었다.
“태주, 이거.”
“열기구?”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서 지나가는 별 무리를 잡자는 얘기였다. 태주는 희가 이렇게 적극적인 건 정원 꾸미기 이후 처음 보았다.
“희, 우린 열기구 재료 살 DP가 부족해. 레시피 밖에 살 수 없는걸.”
“태주, 슬퍼.”
“희, 왜 그래? 응?”
태주는 희의 이런 반응이 처음이라 당황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희가 포르르 날아서 다시 책 조각상으로 갔다. 태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희의 뒤를 따라갔다.
“별똥별 수집 순위표?”
별똥별 수집 랭킹이 매겨져 있는 페이지였다. 꿈의 정원 사용설명서 외에 이런 페이지가 있는 줄은 몰랐다. 랭킹의 제일 위에는 MVP 표시와 왕관이 달려있고, ‘녹차 향 가득한 정원’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태주의 정원은 참가 자체를 한 적이 없어서 랭킹 외인 것 같았다.
“이걸 참여하고 싶은 거야?”
“희는 MVP가 하고 싶어.”
“어, 그건 좀···.”
희는 생각보다 승리욕이 강한 것 같았다. 달 사탕 나무 키우기 이벤트에서도 우승을 바라더니, 100만 P가 넘어 보이는 MVP를 이기고 싶어 했다.
“그럼, 희. 우선 재료를 살 DP를 모으자. 열기구를 만드는데 DP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같이 DP부터 모으자.”
“태주, 고마워. 같이 힘내자.”
“하하. 그래.”
태산이도 요원 S에게 두 번이나 덤빌 정도로 승리욕이 크더니, 희도 그렇다. 아직 참여도 하지 않아 0P인데도 MVP에게 이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혹시 내 영향인가. 수상에 대한 욕심이 둘의 성장 방향에 영향을 끼친 건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니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면 태주의 생각대로 둘이 태주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태주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도 둘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태산이를 키우며 다른 사람과 더 자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또 희와 지내면서 솔직하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게 되었다.
그의 걱정과 다르게 셋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