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Seat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210)
말석 영웅이 회귀했다 210화(210/211)
제210화. 소제목 특임 후보생 (1)
라오넬 총장의 지시로 시작된 위장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지 수일.
평소와 다를 바 없던 내 학교 일상에는 몇 가지 변화가 생기게 됐다.
“에헤헤. 데일~.”
일단, 그중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
“오늘도 수련하느라 수고했어. 머리 내밀어 봐. 내가 땀 닦아 줄게.”
“이 정도는 내가 직접….”
“쓰읍!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자, 어서!”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유렌 모습이라서 별로 받고 싶지 않….
“어억.”
“하아… 데일 땀 냄새… 좋다.”
제발 그 모습으로 얼굴을 붉히지 말아다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아 참, 조금 있다가 같이 저녁 먹으러 갈래? 그, 그리고 혹시 시간 되면… 내 방에 같이….”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살짝 시선을 내리까는 유렌(유리나).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며 부끄럽다는 몸을 꼬는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기 그지없었지만.
나는 주먹을 꽉 쥐며 유렌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사납게 노려봤다.
‘500년 전 대현자 율리우스가 직접 만들어 헬리오스 가문에 선물로 준 마도구라 했던가.’
대체 왜 대현자나 되는 인물이 성별을 바꾸는 변장용 마도구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펜던트 안에 깃들어 있는 마법, ‘폴리모프’는 과연 대현자의 손길이 닿았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고, 또한 세밀했다.
그래.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용물이 유리나라는 걸 알고 있어도 적응이 안 된다고.’
인간은 시각 정보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생물이고, 그건 초인의 육체를 지닌 영웅이라고 할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데일? 왜 그래?”
“아… 그게.”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유렌에게서 애써 시선을 피하고 있을 때.
“흐응. 최근 아주 깨가 쏟아지네 둘이?”
“흥. 아까 수련하는 중에도 둘 다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더군.”
가늘게 뜬 눈으로 우릴 째려보는 아이리스와 팔짱을 낀 채 못 마땅찮다는 듯 혀를 차는 카밀라.
“흐흐. 왜 그런지 알려 줄까~?”
“…아니, 됐어. 유리나가 왜 요즘 어디 나사 풀린 것처럼 행동하는지는 대충 예상이 가니까.”
쯧, 혀를 차며 고갤 젓는 아이리스.
예상했다고는 하지만 열을 받지 않는 건 아닌지 입술을 삐쭉 내밀며 내 옆구리를 강하게 꼬집었다.
“윽.”
옆구리를 타고 전해지는 꽤나 강렬한 통증에 난 눈을 찌푸렸다.
아이리스는 슬쩍 내 귓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가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데일 씨, 잊지 않았죠? 제가 첫 번째예요.”
“크흠.”
최근 며칠 행복해하는 유리나의 모습을 보며 소외감이 든 걸까.
아이리스의 목소리에는 잔잔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그래도 차라리 아이리스처럼 화를 내는 게 더 낫지.’
나는 우리와 살짝 떨어진 자리에 무릎을 끌어안은 채 쪼그려 앉아 까득까득 손톱을 깨물고 있는 라네즈를 돌아봤다.
/(폰트 하나 작게) “유리나부럽다나도데일이랑키스말고다른것도하고싶은데내가더잘할수있는데데일이원하는것들다들어줄수있는데왜데일은내방에는찾아와주지않는걸까역시내가여자로서매력이부족해서그런걸까?그런거겠지?남자들은키크고날씬한여자를좋아한다고하는데나는키도작고날씬하지도않으니까데일이날바라봐주지않는거야어떻게하지?어떻게하지?어떻게하지?어떻게하지?어떻게하지?역시데일의팔다리를꽁꽁얼려두고강제로하는수밖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저주와 같은 중얼거림.
‘이러다 이거… 혹한의 가호 한 번 더 폭주하는 거 아니지?’
나는 음울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라네즈를 바라보며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전에 아이리스랑 이어졌을 때만 해도 약간 ‘괜찮아, 우리는 다 같이 행복해질 거야’ 이런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뭔가 ‘어라? 우리… 다 같이 행복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로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엘리샤 교수님… 그립습니다.’
이럴 때야말로 엘리샤 교수가 직접 나서 큰 언니 역할을 해 줘야 하는데.
엘리샤 교수는 최근 지난 사건의 조사 때문에 통 얼굴을 비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괜히 내가 입 열었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할 거 같고.’
이걸 어째야 하나 고민에 잠겨 있을 때.
“뭘 그렇게 구석에 쪼그려서 구시렁거리고 있어?”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소피아가 한숨을 내쉬며 라네즈에게 다가갔다.
“소, 소피아?”
“쯧. 하여간 너도 참 왜 저런 놈한테 빠져서는….”
“우으.”
“하아. 뭐, 그래. 내가 할 소리가 아니지.”
소피아는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내려앉은 분위기 속에도 ‘저녁은 언제 먹으러 가실 생각이오? 나도 같이 가겠소!’라며 실실 웃고 있는 베럴드를 찌릿 노려봤다.
“뭐, 어쨌든. 그렇게 풀 죽어 있지 마. 전에 뭐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기로 약속했다며?”
“그, 그건… 그렇지만.”
몸을 콩 벌레처럼 둥글게 만 채 손끝을 꾸물거리는 라네즈.
데일과 유리나가 이어졌다고 해서 자신의 자리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라는 게 머리로 이해한다고 다 뜻대로 움직이겠는가?
데일과 찰싹 달라붙어 있는 유리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질투심이 솟아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형님, 정학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요?”
“글쎄… 앞으로 한 달은 더 남았을걸?”
“음? 그러면 기말 평가도 다 끝나지 않소?”
“그러게 말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갤 떨궜다.
참고로 중간 평가는 이미 한참 전에 다 끝난 상태였다.
‘어차피 말석인데 중간 평가고 기말 평가고 무슨 소용이냐.’
라오넬 총장에게 부탁해 징계를 없애 달라고 얘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중간 평가가 치러진 이후라 어차피 여기서 징계를 철회한다고 해도 지나간 시험을 다시 치를 수도 없었다.
‘그리고 괜히 말만 많아질 게 뻔하고.’
교칙을 어겨 중징계받은 후보생을 학교 총장이 직접 나서 징계를 철회해 준다?
나와 총장의 관계부터 시작해 여러 말이 나올 게 분명했다.
‘최악의 경우, 그 가면 놈들에 관한 내용이 새 나갈 수도 있고.’
여하튼.
지금 상황에서 징계 철회를 보상으로 요구하긴 리스크가 컸다.
“으음… 근데 이렇게 모이니 여기도 좀 비좁게 느껴지는구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연무장 안을 살피는 베럴드.
최근 들어 반쯤 아지트 느낌으로 사용되는 유렌의 개인 연무장.
말만 ‘개인’ 연무장이지 혼자 사용하기 벅찰 정도로 넓은 내부를 자랑하는 연무장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7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여 있다 보니 꽤 비좁게 느껴졌다.
“아.”
그때, 머리에 번뜩이며 지나가는 아이디어.
“이번에 그럼 총장님한테 파티 연무장이라도 내 달라고 부탁할까?”
“파티 연무장 말이오?”
“응.”
파티 연무장.
말 그대로 최소 3명에서 5명까지 사용하는 연무장으로 파티 훈련을 하기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조건들 탓에 실제 이용하고 있는 파티는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정도라면 총장의 권한으로 충분히 마련해 줄 수 있는 장소였다.
“아, 나도 좋은 생각 같아. 여기가 일대일 대련 같은 건 하기 좋지만 파티 훈련은 하기 힘드니까.”
“그러고 보니 유적 탐사 때 말고 저희가 따로 파티 훈련을 할 만한 기회가 많이 없긴 했죠.”
고갤 끄덕이며 동의하는 유리나와 아이리스.
“오오! 그러면 진짜 학교 안에 우리 파티 아지트가 생기는 것이구려!”
‘아지트’라는 단어에 꽂힌 걸까.
베럴드가 눈을 반짝이며 흥분에 찬 콧김을 내뿜었다.
“뭐… 나도 같이 마법 수련할 만한 장소가 필요했으니까 나쁘지 않네.”
“좋아. 그러면 나중에 한번 총장님한테 얘기해 볼게.”
소피아 선배의 동의까지 받았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라오넬 총장에게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띠링.
맑은 방울 소리와 함께 히어로 워치가 반짝였다.
[데일 후보생. 지금 바로 총장실로 와 줄 수 있나?]엘리샤 교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총장실?”
교수실도 아니고 총장실로 와 달라니.
‘가면 놈들의 정체에 관해서 뭐 단서가 나온 건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미안. 오늘 저녁은 같이 먹기 어려울 거 같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바라보는 파티원들을 뒤로한 채, 나는 곧바로 총장실로 향했다.
* * *
똑똑.
“들어오게.”
현 영웅 랭킹 3위.
‘뇌신’이라 불리며 수많은 영웅의 우상이 되는 라오넬 총장의 총장실은 그 찬란한 명성과 달리 담백하기 그지없었다.
오래된 목제 테이블과 낡은 소파, 이름 모를 헌책이 꽂힌 책장.
대륙 최고의 권력자 중 하나의 방이라기보단 어디 고즈넉한 시골 고서점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네.”
“아뇨, 괜찮습니다.”
“원래라면 식사를 대접하며 예를 차릴 생각이었네만, 자네가 이번에 찾은 가면 괴인에 관해 중요한 정보가 들어와서 이렇게 부르게 됐네.”
수염을 매만지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 라오넬 총장.
“무슨 정보죠?”
“그건 내가 설명하지.”
엘리샤 교수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마도구를 조작해 허공에 홀로그램 사진을 띄웠다.
늑대 가면의 전투 직후, 가면을 벗기고 찍은 얼굴 사진이었다.
“이게 데일 후보생이 찍은 늑대 가면의 사진 맞나?”
“예. 맞습니다.”
“자네가 보기엔 이자가 가면 집단의 수장으로 보였나?”
“아뇨. 그건 아니었습니다.”
늑대 가면이 따르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있었다.
“그럼 적어도 간부급처럼은 보였나?”
“음… 예. 간부 중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후우. 그렇단 말이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엘리샤 교수를 돌아보자, 그녀가 화면을 넘겼다.
새롭게 떠오른 사진에는 늑대 가면의 얼굴과 비슷한 외모를 지닌 청년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이건….”
“이름은 제임스 진. 우리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 명단 중에서 신원을 찾았다.”
“오.”
상대가 마인이 아닌 영웅이라면 영웅 학교 안에서 정보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나는 눈을 빛내며 늑대 가면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 가득했던 흉터가 없고 한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 외모였지만, 늑대 가면이 확실했다.
“문제는….”
엘리샤 교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제임스 진이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에 영웅 학교를 졸업한 후보생이라는 점이다.”
“…예?”
뭐?
300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