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1
천유성은 은영당으로부터 제갈빈과 그 수하들이 제갈세가를 떠났다는 소식을 받았다. 이제 머지않아 이곳으로 당도할 것이다. 천유성은 미리 준비했던 대로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너희들은 각자 정해진 위치로 이동한다.”
“네.”
“전투에서 이긴 후 다시 뵙겠습니다.”
모두 무림맹 전역으로 흩어지고 남은 건 천유성 혼자였다.
그는 맹주전 태사의에 앉아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무림의 신의(信義)는 이미 자신을 떠났다. 모두가 제갈빈 그자를 응원하고 새 무림이 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어차피 정의로운 껍데기는 벗겨졌다. 천유성은 더 이상 껍데기로 자신을 숨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악역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 현실에는 경극 대본처럼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뻔한 결과는 없다.
이 자리에서 제갈빈의 목숨을 취해 강호인들에게 그 사실을 똑똑히 각인시킬 것이다.
“은영당주입니다. 운남에서 서신이 날아왔습니다.”
“마태룡인가. 그래. 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겠지?”
은영당주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무래도 제갈빈이 한 발 앞서 손을 쓴 모양입니다. 그자가 운남성 도지휘사를 움직였습니다. 마태룡과 그 수하들의 발을 묶어 운남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천유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가 이내 허탈하게 바뀌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놈은 내 수를 이미 한참 앞서갔구나. 참으로 대단한 놈이야. 허허.”
이제는 화도 나지 않는다. 심지어 놀랍기까지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놈이다. 보잘것없는 첩자식에다 막내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천동지할만한 행보를 보여주었다.
자존심이 매우 상하지만, 정말 하늘이 보내준 인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허나 하늘이라고 해서 막지 못할 것은 없다. 그를 죽이는 것이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라면, 주저없이 행할 생각이었다.
그 옛날, 똑같은 감정을 느낀 사내를 결국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처럼.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그렇게 대단한 자가, 과연 이 전쟁에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결국 이 싸움은 제갈빈과 나의 대결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헌데, 자신의 경지가 내게 미치지 못함을 그 영리한 녀석이 몰랐을 리 없다. 북해대전에서 우린 서로의 경지를 확실히 보았으니까. 그런데 놈은 무슨 자신감으로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그건······.”
그때, 천유성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빨리도 왔군.”
천유성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기운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곳은 곧 전장이 된다. 나가라.”
지고의 경지에 오른 무(武) 앞에서는 어떠한 모략도 소용없음을, 천유성은 젊은 용에게 똑똑히 알려줄 생각이었다.
***
무림맹 본산 안으로 들어오자 건물 곳곳에서 마치 도발하듯 기운이 흘러나왔다.
지강백은 중앙의 맹주전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많은 기운들 가운데 태산처럼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기운.
그는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어서 오너라. 기다리다 지루할 지경이다.
지강백이 창대를 움켜쥐었다. 항상 냉정을 유지하는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가슴이 끓어올랐다.
“천유성-!!!”
지강백은 그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바닥을 박차고 맹주전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고수들이 서로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인사를.
“그럼 우리는 각자의 적을 찾아 흩어집시다.”
“그럽시다. 다들 조심하시오.”
나머지 고수들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적을 향해 달려갔다. 누군가 미리 점찍어두기라도 한 듯, 그들은 자연스레 서로의 적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강무영과 모용명, 홍련과 호야는 각각 사천왕의 한 명을 맡기로 했다. 천유태가 있는 곳으로는 팽연화가 향했다.
그 아래 칠절(七絶)은 비슷한 무공수위를 지닌 남궁운, 당휘란, 제갈총, 제갈근, 제갈연, 연시환, 진유민이 맡았다.
훗날 백인혈전(百人血戰)이라 불리는 정파 무림의 대전투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
터벅터벅.
지강백은 맹주전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 천을 따라 거대한 대전을 가로지르니, 중앙 의자에 앉은 천유성이 그를 반겼다.
짝짝짝.
천유성은 의자에 앉은 채 지강백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참으로 훌륭하다. 결국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였군.”
지강백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싸늘히 대꾸했다.
“네놈은 네 목을 친 원수에게도 칭찬을 할 셈이냐.”
천유성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가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그 용기와 지략은 칭찬해주마. 허나 여기까지다.”
천유성은 의자 옆에 올려둔 검을 빼들고 몸을 일으켰다.
곧 그의 전신에서 폭풍과도 같은 기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무공인 태청검인공의 기운이 맹주전 대전을 순식간에 잠식했다.
현경의 내력을 아낌없이 분출한 천유성이 금빛 정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네까짓 것이 나를 이기려 드느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도다!”
후욱! 묵직한 풍압이 지강백을 압박해왔다.
지강백은 차가운 냉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곡무호선생토(谷無虎先生兎)라 하더니······. 산군이 없는 굴에서 토끼놈이 왕 노릇을 하더니 제 분수를 망각했구나.”
“뭐라?”
“빼앗긴 천하제일인의 칭호, 오늘로 돌려받겠다.”
지강백은 창을 한 바퀴 휘두르며 옆구리에 꼈다.
우우웅-!
직후, 그의 전신에서 검은 마력이 흘러나오며 천유성과 마찬가지로 대전을 장악해나가기 시작했다.
천유성이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이건 분명 마기······그것도 극마(極魔)!”
극마(極魔). 현경의 경지에 오른 마인을 칭하는 단어였다.
천유성은 지강백이 마인이라는 사실도 놀랐지만, 그가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놈······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천유성, 나 섭섭하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지강백은 핏발 선 눈으로 천유성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환생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내가 바로 지강백이다.”
지강백은 창끝을 천유성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내가 바로 지강백이다!”
지강백은 넋을 잃은 듯 멍한 표정을 짓는 천유성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복수심을 아낌없이 터뜨렸다.
“내가 돌아왔다. 이 간악한 배신자놈! 죽어라!”
지강백은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았다. 그리고 천유성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검과 창이 맞닿은 것과 동시에, 섬광이 번쩍이며 커다란 천둥소리가 맹주전 대전에 울려 퍼졌다.
***
“제길. 무슨 본진이 이렇게 넓은 거야?”
강무영이 향한 곳은 넓은 크기의 무림맹 연무장이었다.
그곳에는 사천왕 중 하나인 도제(刀帝)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무장 한가운데 좌정하고 있던 도제가 정중히 예를 갖췄다.
“오셨소이까. 처음 인사드리겠소. 도제, 염화성이라 하오.”
“강무영이다. 아무래도 네가 사천왕 중 으뜸인 것 같군.”
“그렇소이다. 그러는 강협께서도 실로 대단한 경지인 것 같소만.”
강무영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강협이라······나를 협인으로 봤다면 오산이다. 난 그들과는 거리가 매우 멀어. 그러니 그렇게 부르지 마라.”
강무영은 천마림에서 가져온 명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빨리 끝내자. 내 제자들 싸우는 모습 구경이라도 하게.”
“실로 엄청난 자신감이구려. 혹, 사유하도 그대 손에 죽었소?”
“자신을 검제라고 칭하며 자만하던 애송이라면 맞다.”
염화성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멍청한 놈. 얄팍한 실력에 자만하지 말라고 그리 당부했건만.”
“오호라. 허면, 너는 그자보다 몇 수는 위라는 말이렷다?”
“소인을 그런 쭉정이와 비교하면 부끄럽습니다. 하하.”
강무영은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기대하마.”
염화성은 바닥을 박차는 것과 동시에 품에서 기다란 장도(長刀)를 뽑아들었다.
그가 허공을 날아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무영도 몸을 날렸다.
한 차례 허공에 섬광이 번쩍이고, 둘은 각자의 반대편에 착지했다.
“제법 칼날이 날카롭다만······.”
강무영은 찢어진 뺨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씨익 웃었다.
“너 또한 자신할 만한 실력은 아니다.”
염화성은 자신의 어깻죽지를 타고 흐르는 피를 응시했다.
분명 자신이 먼저 베었다고 생각했는데······.
염화성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강무영을 바라보았다.
“그럼, 다시 시작할까?”
강무영은 보법을 펼쳐 염화성의 뒤를 잡았다. 강무영의 검이 염화성의 목을 노려왔다.
염화성은 무릎을 굽혀 검격을 피해냄과 동시에 수직으로 검을 추켜올렸다.
파팟!
강무영은 본능적으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염화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도를 휘둘렀다.
슈슈슈슈슉!
염화성의 도가 순식간에 강무영의 전신 요혈을 노려왔다. 그러나 강무영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을 내딛었다. 동시에 위로 치켜든 검을 가볍게 내리그었다.
투콱!
두 무사를 중심으로 돌풍이 일었다. 공격을 멈춘 염화성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가슴팍이 갈라지고 피가 옷섶을 적시고 있었다.
“분명 내 공격이 더 빨랐소. 그런데 당신의 검이 먼저 도달했다······. 이는 검과 하나가 되는 경지가 아니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요.”
떨리는 염화성의 손이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려줬다.
“신검합일(身劍合一). 심검 아래 검의 최고의 경지.”
염화성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당신, 대체 누구요?”
“누구긴, 네 비루한 칼잡이 인생을 끝내줄 사람이지.”
강무영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도발적으로 까닥거렸다.
“들어와라.”
***
콰앙!
호야의 몸이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그의 앞에는 강철 곤봉을 내민 자세로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짐승 같은 놈이로군.”
쇄애액!
직후, 사내의 목을 노리고 뒤에서 매서운 검격이 날아들었다. 곤봉을 뒤로 돌려 검격을 막아낸 사내가 몸을 빙글 돌리며 홍련의 아랫배를 가격했다.
퍼퍽!
“크윽!”
홍련의 몸이 주욱 밀려났다. 간신히 검을 회수해 막기는 했지만, 엄청난 충격이 내부를 흔들었다. 사내는 쓰러진 두 남녀를 응시하며 무심히 중얼거렸다.
“내가 얼굴을 모르는 걸 보아하니 무명의 무사들인 것 같은데······.”
사내의 이름은 철룡(鐵龍). 사천왕 중 한 명인 봉제(棒帝)였다.
“안됐지만 포기하고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이거라. 젊은 나이에 둘 다 화경에 든 것은 놀랄 일이다만, 화경에 든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것은 무기를 맞대보면 금방 알 수 있느니라. 아직 변화된 몸에 적응조차 못한 모양이군. 그래서는 나를 이길 수 없다.”
홍련은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그의 말대로 자신들은 아직 화경의 경지에 적응하지 못했다. 무턱대고 덤벼든 꼴이 이 모양이었다. 조금은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바로 그때, 부서진 건물 잔해를 박차고 일어난 호야가 말했다.
“아, 그래. 몸이 좀 덜 풀린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이제는 충분히 풀렸어.”
철룡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나직이 말했다.
“멍청한 것. 아직도 너희와 나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가.”
“난 멍청해서 그런거 잘 모르겠고, 오히려 기분은 더할나위 없이 좋다. 화경인지 뭔지, 다들 거만해져서는 어깨에 무게잡고 다니는 꼴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네놈도, 그리고 그 낫을 든 개자식도.”
아직 전화사신에게 힘없이 당했던 때를 잊지 못하는 그였다.
호야는 태룡도를 높이 치켜들며 내력을 끌어모았다.
“난 오늘, 네놈을 잡고 한층 더 강해진다.”
“몸 뿐만 아니라 정신도 짐승 수준이었군.”
철룡의 미간에 힘줄이 솟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의 그가 호야를 향해 다가왔다.
“자고로 짐승은 두들겨 패야 말을 듣는 법이지.”
“그거 너 말하는 거냐?”
“그 주둥이, 완전히 부숴주마.”
터엉!
철룡이 호야를 향해 달려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