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0)
제 11화
병아리와 더불어 론의 표정도 조금은 심각해졌다.
무슨 일을 이렇게 대놓고 경계 없이 벌이는 건가 싶은 표정인데 사실 큰 의미는 없었다.
내 입으로 나를 소개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나는 의외로 능동적인 놈이다.
사건을 만드는 놈이라고도 하지.
그걸 또 다른 말로는 아주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경호는 누구를 경호하고 암살은 누구를 암살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나름 핵심적인 질문이었지만 나는 이쯤에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네 스스로 생각해. 그리고 암살 대상은 뭐…… 생각하면 간단하잖아?”
“…….”
“딱 하루 줄게.”
“하루요?”
“어, 나 내일 후작가를 나갈 생각이거든. 그러니 그 안으로 결정하도록.”
대화는 끝났다.
그런데도 병아리는 계속 이 자리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얘기 끝났으니까 나가, 인마.”
“아……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병아리가 체력 단련실을 벗어나고, 구석에 서 있던 론이 내게 다가왔다.
“너무 무모하신 거 아닙니까?”
“뭐가?”
“저 수습 기사, 믿으십니까?”
론의 말에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니.”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이 후작 부인의 귀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걱정스러운 론의 말에도 나는 그저 실실 웃기만 했다.
“도련님. 웃을 때가 아닙니다. 후작 부인이 벼르고 있을 겁니다. 내일 도련님이 떠나시는 걸 알게 되면 그 여자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호위를 가장해서 도련님을 죽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 걱정도 안 되십니까?”
론의 걱정이 지나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지는 않을걸.”
며칠 전 벌어진 둘째와의 작은 마찰로 우리 둘째는 아직까지도 물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후작 부인이 벼르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후작 부인은 나를 죽일 수 없다.
후작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고, 그런 후작은 아직 누나를 자기가 원하는 곳에 팔지도 못했다.
당연히 누나의 양 발목을 묶을 수 있는 족쇄인 나를 죽인다?
말도 안 된다.
후작이 세간에 떠도는 소문과 실제로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고는 해도 그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확신하십니까? 후작 부인이 도련님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
“후작이 눈 뜨고 살아 있잖아? 거기다 아카데미로 가겠다고 행선지도 정해질 텐데 그 멍청한 년이 날 어떻게 죽여? 아마 팔다리 부수는 선에서 끝내려 하겠지. 그 정도는 후작도 수긍할 거고. 그리고.”
잠깐 말을 멈춘 나는 한 손으로 머리를 가볍게 쓸어 올렸다.
“세상 그 누구도 날 죽이지 못했는데, 그걸 후작 부인 따위가 한다고? 드래곤 로드도, 오크 로드도, 하피 로드도, 통일 제국의 황제도.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고작해야 그딴 년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참을 수 없는 웃음이라고 해야 할까.
나를 죽이려고 한 국가의 전체가 나섰고, 마수의 숲 전체가 나섰다.
내 적은 툴칸 제국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었고, 그 전쟁에서 나는 승리했다.
나는.
“내가 죽고자 하는 순간이 아니라면, 난 절대로 안 죽어.”
개똥폼 잡는 나를, 론이 멍하니 바라본다.
여하튼, 앞서 가볍게 언급했지만 전생에서 나는 론과 함께 후작가를 가출했고 후작은 그런 나를 잡기 위해 후작가의 최정예 기사들을 보냈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후작가로 돌아가자는 말은 일절 하지 않았으며 나와 론을 발견하자마자 살수와 함께 온갖 마법을 쏟아 냈다.
즉, 후작은 내가 자기 손아귀에 잡혀 있는 상황이라면 그 어떤 행동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손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때는 나를 죽인다.
그런 인간이다.
발란티에 후작이라는 사람은.
“……따로 생각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 겁니까?”
“그렇다고 치지 뭐.”
작게 웃자 론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여하튼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 궁금하면 몰래 따라와 보든지.”
“……저도 같이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어, 아니야. 론은 같이 가면 안 돼. 명심해. ‘몰래’ 따라와야 돼. 몰래. 오케이?”
내 말에 론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일단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솔직히 말할까?
나는 내일이 기대된다.
소풍 가는 어린아이의 기분 같다고 해야 하나.
“떠나기 전에 우리 후작님 골머리 한번 제대로 썩게 해 줘야지.”
실실 웃는 내 모습에도 론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아, 그리고 내가 지금부터 2서클을 만들 거거든? 누구도 못 들어오게 나 좀 지켜 줘.”
“……2서클이요?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닐 텐데요?”
“나한테는 쉬워.”
론은 정말로 할 말을 잃은 듯했다.
Chapter 4
후작 부인의 방 앞에서 대기하던 제임스 칸타.
그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으나 속내는 달랐다.
‘사냥개가 되라고? 정식 기사 같은 거 할 필요가 있겠냐고?’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제안 때문이라기보다는, 삼 공자의 그 힘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아카데미에서 배운 건가? 아니야, 삼 공자의 손에는 굳은살 하나 없었어.’
칸타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인다.
그리고 그때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잭은 분명 목검을 휘둘렀다.
그걸 보면서 칸타는 딱 이런 생각을 했다.
허술하구나.
힘이 강하게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냥 가볍게 휘두르는 모양새.
분명 상대의 체격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14살의 아이가 휘두르는 목검과 20대 초중반의 수습 기사가 휘두르는 검.
이후 벌어질 일은 간단했다.
체격 차이에 의해 잭은 그 자리에서 넘어지거나 쥐고 있던 목검을 날려 버리고 허망하게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그런 미래가 벌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잭의 목검이, 분명 쳐 냈던 잭의 목검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상상 이상.
아니,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듣기로는 무슨 타이밍에 맞춰 검을 쳐 낸 거라고 하는데…… 허 참. 무슨 소설도 아니고, 그런 게 가능하다고?
의문을 품었지만 어찌하랴.
실제로 벌어진 일인 것을.
‘이게 진정 재능이라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재능이다.
거기다 마나를 끌어 올렸을 때 그 모습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게 1서클의 마나로 보여 줄 수 있는 모습이라고?
그건 불가능하다.
절대 그럴 수 없다.
도저히 기존의 상식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칸타는 결국, 현실을 도피하고 말았다.
‘최소 3서클. 그래, 3서클을 이룬 게 분명해.’
언제 서클을 그렇게 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리화를 하면 모든 게 간단했다.
칸타는 합리화를 잘하는 남자였다.
삼 공자는, 천재다.
그건 인정하지만 사냥개가 되겠냐고 묻는 그 질문은 합리화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냥,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공자처럼 맨티스 가문의 압도적인 재력이 뒷받침해 주는 것도 아니고, 지지하는 가신이나 기사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삼 공자는 아무것도 없어. 검술과 마나에 재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 삼 공자가 후작이 되는 건 불가능해. 아니지, 삼 공자가 후작이 된다면 그게 더 심각한 일이다. 맨티스 가문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까.’
문득, 삼 공자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요인 암살 및 경호.
칸타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진다.
‘경호는 확실하지 않지만 암살은 아마 이 공자나 후작 부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능할까?’
설령 후작 부인이나 이 공자의 암살이 가능하다 해도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칸타는 이 순간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꼬마의 말에 너무 휘둘렸어.’
이 이상 고민은 무의미했다.
칸타는 결론 내렸다.
삼 공자가 가지고 있는 무武에 대한 재능과 지하실에서 나눴던 모든 대화를, 후작 부인에게 이야기하자.
‘생각해 보니 이건 나한테 도리어 기회가 될 수 있겠군.’
정식 기사가 되기 전, 후작 부인과 후작, 그리고 이 공자 페일론의 눈에 확실하게 띌 수 있는 기회.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개인이 강해봤자 그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진짜 괴물 같은 힘을 가진 게 아니고서야 개인은 단체를 이기지 못한다.
그게 상식이다.
칸타는 나름 상식적으로 판단했고, 상식에 맞춰 행동했다.
그게, 더 자신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를 않았으니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칸타는 웃고 있었다.
아주.
행복하게.
* * *
엘리자베스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평민 따위에 불과한 네 어미는 참 고맙게도 너에게 ‘기회’를 주었단다.”
“…….”
“재능? 대마법사가 될 수 있는 자질?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니. 네가 후작가의 일원인 이상 너에게는 얼굴과 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쓸모가 없단다. 잘 알지?”
삼십 분 전부터 후작 부인과 독대를 하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평소처럼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말론 공작가의 장남이 너에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더구나, 어센블 공작가의 차남도 관심이 있어 보이던데, 고작해야 차남이라니, 쯧쯧. 그 외에도 혼처를 계속 알아볼 터이니 너는 철저히 몸 관리를 하고 있어 줬으면 좋겠구나.”
후작 부인이 말하는 몸 관리라는 것은, 사실 별게 없었다.
“너를 호위했던 기사들이 말하기를 남자는 없었다고 하니, 그쪽 면에서는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라도 있는 거니?”
엘리자베스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없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구나. 있었더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을 텐데.”
엘리자베스의 삶은 항상 이랬다.
자유도 없었으며,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그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통제받는 인생.
호위를 가장한 기사들은 호위뿐만이 아니라 엘리자베스의 일거수투일족을 감시했고 또한 보고했다.
“그러고 보니 막내가 참, 얄팍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것 같더구나.”
“……네?”
후작 부인의 주름진 미간이 조금 더 좁혀졌다.
“수습 기사 한 명을 자기 세력으로 만들려는 것 같던데, 그놈은 몰랐을 거다. 그 기사가 우리 둘째의 후원을 받는 기사였다는 것을.”
갑자기 후작 부인의 양쪽 입꼬리가 꿈틀하며 떨려 온다.
마치 웃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그런 하급 기사를 데리고 나를 ‘암살’하려는 그 얄팍한 수가 참으로 한심하구나. 호호호.”
결국 웃음을 터트리는 후작 부인을 향해, 엘리자베스는 ‘애초에 잭이 그런 마음을 품게 된 건 어머님 때문이 아닌가요?’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잭에게 가해지는 압박만 더 심해질 테니까.
“그래도 너는 그나마 말이 통해서 참으로 다행이야. 앞서 말한 대로 혼처는 계속해서 알아볼 터이니 몸가짐 착실하게 하고 있으렴. 아…… 그리고 이것도 혹시 몰라 한 번 더 말해 두마. 혹여 다른 남자를 만난다거나 그런 짓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알지?”
“네. 알고 있어요.”
“그래, 그러면 되었다.”
지금 후작 부인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건 거의 일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거의 세뇌 수준이었다.
“곧 식사를 할 터이니, 내려오거라.”
“……네, 어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