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68)
제 369화
“뉘앙스를 보니 혼자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대륙전장’ 전부를 데리고 들어가겠다는 것 같은데, 맞느냐?”
해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기의 문제일 뿐, 잭이 새로운 체제를 정착시키고 난 이후에 자연스럽게 그 체제에 편입시키려고 했다.
그건 대륙전장을 통째로 잭에게 바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롤랜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자식을 잘못 키웠나 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역시 이 녀석은 조금 더 배워야 하는데’ 하는 그런 아쉬움이었다.
눈을 뜬 롤랜드가 물었다.
“전부 각오하고 결정한 것이냐?”
“예.”
해럴드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 하나만 더 물으마. 내가 대륙전장을 너에게 넘겨주지 않는다면 어찌할 것이냐?”
해럴드도 잠시 눈을 감았다.
이 말을 가능하면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진 거다.
“아버지는 저를 가르치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돈이 되는 건 전부 가져라. 그리고 공정하게 배분하고 공정하게 일해라.”
말을 멈춘 해럴드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대로 할 겁니다.”
다시 침묵이 자리했다.
자식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비는, 이 순간 두 가지 갈림길에 선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한쪽의 갈림길에는 향후 대륙전장의 주인이 될 남자로서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한 자식을 호되게 혼내고 파문, 그러니까 대륙전장 후계자의 자리에서 쫓아내는 것.
나머지 한쪽은 못 이기는 척 양보하고 넘어가 주는 것.
롤랜드는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후자가 아닌 전자였다.
아무리 자식이어도 지킬 선이라는 게 있고, 이건 선을 넘은 거다.
밑에서 배우라고 했지 대륙전장을 통째로 잭에게 넘겨준다?
그 밑에 딸린 이들의 의사는? 이건 너무나도 책임감 없는 행동이었고 분명 선을 넘은 거다.
“오늘부터 대륙전장의 후계자는 없다. 너는 파문破門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서는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해럴드는 아니었다.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대화는 끝났다는 듯 롤랜드는 나가 보라는 듯 턱짓했지만 해럴드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시작이니까.
“저희 ‘잭&해럴드 상단’은 ‘잭 발란티에’의 대리인으로서의 권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식으로 요구하겠습니다. 500억 골드를 상환해 주십시오. 7일 내로.”
롤랜드가 눈을 크게 뜬다.
한 방 먹은 것처럼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결국.
“하하하하하하-!”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맙소사. 설마 내가 이렇게 나올 거라고 미리 예상했던 것이냐?”
“예. 저는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모를 리 없죠.”
“하하…….”
해럴드는 분명 롤랜드의 아들이었다.
또한 대륙전장의 유일한 후계자이기도 했다.
대륙전장의 비밀 장부, 지금 당장 유동 가능한 현금이 어느 정도인지 그 액수를 해럴드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이거 내가 한 방 먹었구나. 좋다. 일주일 내로 상환하마. 끝인 것이냐?”
해럴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앞으로 잭&해럴드 상단은 전 대륙에 철도를 깔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롤랜드는 곧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해럴드가 말을 잇는다.
“철도 사업은 저희 잭&해럴드 상단이 주도합니다. 한발 걸치시려거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으셔야 할 겁니다.”
이번에도, 롤랜드는 화를 내기보다는 웃음을 터트렸다.
작은 웃음.
흘흘흘.
새삼스럽지만 정치인의 세상은 복잡하다.
하지만 상인들의 세상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롤랜드는 해럴드의 말에 담긴 뼈를, 그 속뜻을 곧바로 눈치챘다.
“그냥 물려받는 것은 애초에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빼앗겠다?”
“그냥 주지 않으시니 어쩌겠습니까. 깜빡하고 말씀 못 드렸는데, 아버지가 제게 가르치신 것 중에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공정하게 빼앗아라. 그러니 공정하게 빼앗겠습니다.”
분명 이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대륙전장의 후계자로 기르면서 모든 것을 가르쳤다. 해럴드는 분명 능력이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롤랜드에게 해럴드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생판 모르는 남이 빼앗는 것보다 아들이 빼앗는 거잖습니까. 뒤늦게 온 사춘기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롤랜드는 정말 기쁘다는 듯, 정말 즐겁다는 듯 웃었다.
잘 컸구나.
정말 잘 컸어.
하긴, 내 아들인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할 리 없지.
좋구나.
“아무래도 은퇴 시기를 조금 더 미뤄야겠어.”
“…….”
“오랜만에 피가 끓는구나. 좋다. 한번 빼앗아 보거라. 이 롤랜드 린치에게서.”
해럴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해럴드는 그렇게 있었고 롤랜드도 그렇게 앉아 있었다.
* * *
잭은 집무실 건너편의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당연히 혼자는 아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엔젤라가 실실 웃는다.
“지금 소리 들리죠? 싸우는 거 같은데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돌리자, 해머가 흐뭇한 눈으로 엔젤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첫눈에 반한 것처럼.
엔젤라는 애써 무시하는 거 같은데, 음.
“싸우면 싸우는 거지. 그게 뭐?”
“철도였나? 그거 공사한다면서요? 이러면 문제 생기는 거 아니에요?”
피식 웃고 말았다.
이건 해럴드를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철도 공사는 무조건 진행될 거고, 돈 문제는 해럴드가 알아서 할 거다.
내 사람이면 그 정도는 해결해 줘야지.
그것도 못하면 설마 내가 받아들였을까.
“그런데요. 그쪽이 말했던 대로 이스칸다르 걔, 장난 아니던데요?”
장난이 아니다?
뭘 말하는 거야.
“그쪽이 아카데미에서 ‘초급 마스터’를 상대로 마법을 해체한 적이 있었다는 소문이 났을 때, 솔직히 저는 상대 수준이 낮아서 그런 거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데 직접 당해 보니까 이거,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거치고는 용케 어센블까지 왔네?”
엔젤라가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고는 묘한 표정을 짓는다. 자기가 생각해도 신기하다는, 그런 표정이다.
“오빠를 설득했거든요. 안 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말은 통하더라고요. 그보다 제가 말씀 안 드렸나요?”
“뭘?”
“이스칸다르가 손가락을 딱 튕기니까 제 텔레포트 마법이 해체되더라고요. 그래서 잡힌 거예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그놈 정도면 그거, 충분히 가능하거든.
그런데 조금 의아한 게 하나 있다.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는 아베이루에게 물었다.
“툴칸 제국에서 들어온 정보 같은 건 없냐?”
솔직히 조금은 기대했다.
도청.
비축해 두었던 물량은 이미 전부 풀린 상태다.
분명 어떤 정보가 들어왔을 텐데, 아베이루의 표정은 어두웠다.
녀석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나도 없어?”
“이스칸다르 주변에 있는 이들의 정보만 있을 뿐 이스칸다르의 정보는 없습니다.”
“아예?”
“예. 정확히는 통신구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 봐라.
“처음에는 걔도 썼잖아.”
“예. 분명 그랬는데, 약 일주일 정도 전부터 통신구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느낌이 조금 묘했다.
뭔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
“그리고?”
“……이건 오늘 들어온 정본데 이스칸다르가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대륙전장에서 샀던 통신구를 전부 폐기하라고.”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다.
이건 내 계산에서 완전히 벗어난 거거든.
이스칸다르가 통신구를 폐기하라 했다고?
“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스칸다르를 주축으로 따르는 이들의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나는 턱을 쓸어내렸다.
마치, 전생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내가 아는 이스칸다르는 굉장히 철두철미한 놈이다.
무엇을 행동할 때도 최소 열 번, 많게는 백 번 이상의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놈인데 전량 폐기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통신구에서 무언가를 느꼈다면 놈은 그걸 폐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용했을 거다.
거짓 정보를 퍼트리거나 그런 식으로.
지금의 이스칸다르나 20년 후의 이스칸다르라면 분명, 무조건, 그렇게 행했을 거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스스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는 건데, 이상하네.
왜 놈이 오락가락하는 거 같지?
놈이 혼기를 깨닫는 시기가 대충 이쯤인 건 맞긴 한데, 너무 미심쩍다.
잠시 턱을 짚고 있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일단 오케이.
다시 엔젤라를 바라보았다.
“사족은 이 정도면 됐고, 바라는 건?”
잠시 망설이던 엔젤라가 말했다.
“……없는데요?”
없긴.
표정 보니까 많아 보이는데.
“나랑 밀당하냐? 없으면 말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때였다.
“크흠. 이보시게.”
고개를 돌려 해머를 바라보았다.
“왜?”
“자네도 알다시피 철도 공사에는 마법사가 필요해. 그것도 매우 많이.”
해머의 시선이 엔젤라에게 옮겨진다.
“적색 마스터면 일당백 이상이지. 자네는 분명 내게 철도 공사에 대해 전권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랬지.”
“나는 이 여인이 필요해. 어떻게 안 되겠나?”
그 대답은 내가 하지 않았다.
엔젤라가 했다.
“저기요.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그것도 나한테 한 게 아니라 해머한테 한 거다.
해머가 아까와는 완전히 딴판인, 장인의 얼굴을 한 채 엔젤라를 바라본다.
“그럼 내 묻겠소. 갈 곳이 있으시오?”
“……있……어요.”
“거짓말은 잘 못하시는 모양이오. 결정적으로 그대의 눈. 그 두 눈에는 슬픔이 있어. 내 그 눈이 어떤 눈인지 알지.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런 눈. 아니시오?”
“……당신이 뭘 안다고.”
“잘 모르오. 하지만 그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 나와 함께 일합시다. 이건 사심이 깃든 제안이 아니오. 그저 나는 그대의 능력이 필요할 뿐.”
말문이 막힌 엔젤라가 조용히 해머의 두 눈을 직시했다.
적어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내가 판단하기로, 엔젤라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저건, 진심이구나.
“아까 말하지 못한 것을 말해 주겠소. 장인은 무언가를 만들 때는 절대 한눈팔지 않아. 나는 드워프 중의 드워프. 장인 중의 장인이오. 그 긍지를 나는 심장에 품고 있소. 일이 끝날 때까지만 나를 도와주시오.”
“…….”
“질척대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시오. 장인의 자존심은 그대의 생각보다 높고, 단단하기에 그리 생각하는 것은 나를 모욕하는 것이오.”
“……제가, 정말 필요한가요?”
“그렇소. 필요하오. 아마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절실히 그대를 필요로 할 것이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쟤가, 말을 되게 잘하네.
그런데 저게 먹히나? 슬쩍 스승님을 돌아보았다. 한번 써볼까.
내 생각을 짐작이라도 한 듯 스승님이 조용히 내 머리를 툭 치셨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스승님은 해머와 안젤라의 대화를 구경하고 있었다. 꽤 흥미진진 하셨나보다.
그렇게 몇 번의 대화가 오갔고, 엔젤라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제3자가 맞거든.
그래서 말할 수 있는 건데.
해머가 엔젤라보다 연하다.
최소 4살 정도는 더 어린 연하.
그런데 이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까, 왠지 중매, 그거는 안 서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