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of an actor of a former idol RAW novel - chapter 138
∟ 우어 자고 일어난 얼굴이 저런 건 반칙아닌가요? 대박,,,,굴욕이 없네요
∟∟ 진짜로 ㅋㅋㅋㅋ 눈곱(우리는 눈곱을 절대 틀리지 않지요)도 좀 껴있고 머리도 부스스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와 대본,,,, 진짜 놀랍네요 ㅠㅠㅠㅠㅠㅠㅠ
∟∟ 우리 배우님 진짜로 열심히 하는 건 알았는데 이정도라니 간간히 사진에 보였던 대본들이 너덜너덜해져 있는건 봤지만 다 저렇게 되어있었을줄 몰랐어요
∟∟∟ 세상에나 얼마나 연습했으면 책이 저렇게 걸레가 되져?
∟ 저 대본 갖고 싶은 제가 이상한 건가요? 갖고 싶어요ㅠㅠㅠㅠ 격하게 훔치고 싶다
∟∟ 이거 제가 쓴 댓글 같은데 왜 수정버튼이 없을까요?
[오, 못 오실 줄 알았는데 일찍 오셨네요?]집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작진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 환한 미소를 지은 정연진은 주머니에서 들고나온 음료를 제작진들에게 하나씩 건네줬다. ‘먹을 거 주는 사람 좋은 사람’, ‘다정한 연진 군’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지금부터 달릴 건데, 제가 좀 빠르게 달리거든요. 소형 카메라 하나 주시겠어요? 그거 제가 갖고 갈게요.]자막에는 ‘카메라는 왜?’가 떠올랐고, 정연진은 달리기 시작했다. 카메라는 정연진의 뒤를 따라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건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둑한 산으로 보이는 곳에서 카메라는 정처 없이 흔들렸고, 정연진을 찾기 위해서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정연진 군을 놓쳤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자막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산길을 달리는 거라 못 따라오실 거 같긴 했는데, 제작진분들은 음, 어딘가에 계시겠죠? 카메라를 따로 가져오길 잘했어요. 장난은 아니었고요, 저는 원래 이 정도 속도로 달리거든요. 제작진분들 운동 좀 하셔야 할 거 같아요. 하하.]셀프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댄 정연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상큼하게 웃었다. 그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해서, 제작진을 향해서 운동하라고 하는 말이 얄밉게까지 느껴졌다.
정연진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유우우우’, ‘우어어어어’ 등의 소리를 내면서 발성을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렇게 소리를 크게 내도 괜찮은 건가? 걱정될 정도로 소리를 컸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제작진이 산을 찍고 있었다. ‘산속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라는 자막이 떴다.
[저거 정연진 목소리 같은데?]제작진 중 한 명이 말했다.
[어우,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소리 따라가.]그렇게 외친 PD의 말에 제작진들을 곡소리를 내면서 정연진의 소리를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디오는 멀리서 들려오는 정연진의 발성 소리와 제작진의 헉헉대는 숨소리가 가득 채웠다.
아니, 이거 왜 이렇게 웃기지? 신 작가는 리모컨을 잡고는 현실 웃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아니, 이 방송이 예능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연예인이 나오긴 하지만 인간극장 같은 느낌의 프로그램이었던 거 같은데? 아닌가, 예능이었나? 신 작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화면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 그렇죠 먹을 거 주는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 우리 연진 배우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 아니 근데 어떻게 저렇게 챙겨 나올 생각을 했을까요 속도 깊지,,,,
∟ 와아…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는구나… 반성하게 되네요 게으른 제 자신을 말이죠
∟∟ 우리도 이제 5시에 일어나서 달려욧
∟∟∟ 눼…눼? 눼? 무슨 말씀이신거죠? 반성은 반성이고 달리는 건 다른 이야기죠! (단호)
∟ 앜ㅋㅋㅋㅋㅋㅋㅋ 연진 군 진금 혼자 뛰어간건가요? ㅋㅋㅋㅋ 제작진들도 운동시키려는 착한 마음씨같으네영
∟∟ 으앜ㅋㅋ 그렇게 안보이는데 연진 배우 이럴 때 딱 저 나이대의 고딩같아요 ㅋㅋㅋ 장난기가 넘치네요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먹을 거 줄 때만 해도 천사같았는뎈ㅋㅋ 지금은 꾸러기같아요 진짴ㅋㅋ 장꾸네요 장꾸
화면은 다시 정연진의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아침 운동을 하고 돌아온 정연진은 한참을 대본을 펼쳐 놓고 대사 연습을 했다.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고, 입 모양으로 같은 대사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대사의 경우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신 작가는 알 수 있었다. 의 대본을 보고 있음을. 저렇게 필사적으로 연습했구나. 그냥 잘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노력을 이만큼이나 했었구나.
화면이 바뀌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정연진이 나왔다. 거울을 보고 교복을 단정하게 한, 정연진은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서 말했다.
[가방은 똑같은 걸 넣어도 매일 다시 챙기고 있어요. 제가 출연했던 단막극 ‘들리나요, 오버’를 촬영할 때, 그런 생각으로 연기했었거든요. 이 평범한 일상이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다고요. 그래서 오늘이 소중하구나. 이 순간이 행복하구나.]자신의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살짝 찡그린 정연진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즐기려고 합니다. 제게 주어진 새로운 오늘을요.]돈 잘 버는 좋은 친구
“와, 진짜 더럽게 잘생겼네.”
진지한 얼굴로 새로운 오늘을 즐기려고 한다고 말하는 정연진을 보면서 박세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TV 화면에는 정연진이 출연한 ‘스타의 일상’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정연진이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고 틀어 놓은 것이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었나 보다.
“하긴 실물도 엄청나긴 했었지.”
박세우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KJ 엔터의 연습생이 된 후로 꽤 많은 연예인을 봐 왔다. 오랜 세월 아이돌 그룹을 키워 온 KJ 엔터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연예 기획사였고, 많은 아티스트가 소속되어 있었다.
몇 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며 톱 티어 아이돌 그룹의 비주얼 멤버를 보기도 했었고, KJ 엔터 소속의 배우들을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단언컨대 저렇게 파괴적인 얼굴은 없었다.
박세우는 에 캐스팅이 된 후, 촬영장에 인사하러 갔을 때 만났던 정연진을 떠올렸다. 촬영 준비로 분주했던 세트장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사람이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얼굴이 가진 힘이 엄청났다.
그러나 박세우를 더 놀라게 했던 것은 정연진에게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였다. 흔히들 말하는 배우의 아우라가 이런 건가 하고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조금 말을 더듬고 말았다.
“오, 오경택 역의 박세웁니다.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동갑인데도 자신의 입에서 선배라는 말이 잘도 나왔다. 촬영장으로 향할 때만 해도 그래 봐야 동갑인데, 기죽지 말아야지 했던 다짐이 부질없게도 말이다.
“아, 제가 선‧배군요. 반갑습니다. 유세현 역 정연진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놀라는 듯했던 정연진은 자신이 선배라는 말을 강조하며 환하게 웃더니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위해서라는 건 알았는데 그 파괴적인 얼굴에 악수를 하는 것도 잠시 잊었던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겨우 손을 잡았는데, 정연진이 또 물어왔다.
“아, 저는 고3인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네, 넵? 저도 고3입니다.”
왜 자꾸만 말을 더듬었는지, 자신이 조금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럼 우리 말 놓을까요? 제가 선배지만, 동갑이고 같이 붙는 씬도 많은데 편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그러면 좋기는 한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응. 그러자.”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정연진의 얼굴에서는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박세우는 그 순간 그 얼굴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그, 그래.”
겨우 뒤늦은 대답을 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우리 합을 맞추는 씬이 많으니까, 시간 맞으면 같이 연습하자. 내가 그래도 선배인데 도움을 줄 수도 있잖아. 뭐, 같이 하면서 나도 배우고.”
박세우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선배라는 말이 엄청나게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럼 고맙지.”
박세우가 그렇게 답하자, 정연진은 스마트폰을 달라고 하더니, 자신의 스마트폰 번호를 찍어 줬다. 에잇, 지금 그게 왜 생각나지. 하긴 그만큼 정연진과의 첫 만남은 인상적이긴 했다.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떨쳐 내고 다시 TV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정연진이 나오고 있었다.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는 정연진의 모습이 보였다. 방송 카메라가 찍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지. 이미 라이징 스타로 잘나가고 있는데 굳이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정연진의 친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연진의 미튜브 채널에서 이미 봤던 얼굴이었다. 민머리 둘이 표정 없는 얼굴로 과자를 씹어 먹는 소리를 내는 영상이 재밌어서 계속 봤던 기억이 났다.
[아, 정연진이요? 뭐, 별다를 거 있나요. 학교에서는 그냥 평범해요. 데뷔하기 전에는 더 평범했었고.]평범? 펴엉범? 그게 말이 되냐? 저런 얼굴이랑 같이 학교에 다니는데 그게 평범이라고?
[연예인이라고 신경 쓰는 애들도 사실 별로 없긴 하고요. 좋았던 거요? 아, 엘오피 싸인 가져다줬을 때는 좋았어요. 그리고 음, 그 삐이이 트립, 아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 이야기해도 괜찮아요?]딜리셔스 트립을 말하는 건가? 삐 처리가 된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을 생각하면서 박세우는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정연진이 출연했던 모든 방송을 줄줄이 꿰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TV에서는 정연진의 친구가 말을 이어 가고 있었다. 입맛을 다시면서.
[아무튼 거기에 나왔던 와플집이 있거든요. 되게 맛있어 보여서 먹으러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방송 나오고 나서 저희 반에 와플이 배달되어 왔었어요. 엄청 많이. 고3 남학생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양이었어요. 네. 정연진이 샀어요. 돈 잘 버는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거죠.]돈 버는 친구가 좋다는 그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돈을 잘 버는 친구는 좋은 거지. 정연진의 친구는 그렇게 말하고 카메라를 향해서 다시 말했다.
[이렇게 좋은 이야기만 해 줬는데, 그 와플 다시 먹을 수 있겠죠?]K22
와, 저건 정말 친해야 할 수 있는 일인데. 정연진도 친구들한테는 그냥 평범한 친구구나. 박세우 자신도 정연진을 저렇게 하찮게 말할 수 있는 친구… 가 될 수 있을까?
[음, 아무래도 고3은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는 없더라고요. 성적은 그냥 평범해요. 중간 정도? 매번 시험 볼 때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라죠. 아무래도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랑 비교하긴 힘들죠. 음, 그래도 제가 선택했으니 어쩔 수 없어요. 저는 연기가 좋았고, 계속하고 싶으니까요. 저는 정말 연기가 좋거든요.]어쩐지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것 같은 말이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연기도 하고. 박세우 자신은 이제 겨우 시작한 일이지만 연기를 하면서 얼마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할지 잘 모른다. 그런 길을 먼저 가고 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존경심까지 생겨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정연진만 따라 하면, 자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아,,, 가방챙기는 거 수호 생각나네요 수호야 수호야 ㅠㅠㅠㅠㅠ 오늘 들리나요, 오버 복습각
∟∟ 저런 생각으로 연기를 했구나 생각하니까 어쩐지 짠하고 그래요 진짜 연기할 때 생각을 많이 하는거 같아요 연진 배우님 진짜루 연기 천재
∟∟∟ 오늘을 즐긴다…평소에도 건강한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ㅠㅠ 우리 배우님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서 너무 좋아요
∟ 아니 그냥 평범한 교복 같은데 왜 디자이너 수트를 입고 있는 거 같죠? 다리 길이 보세요 끝이 없어ㄷㄷㄷ
∟∟ 대세는 수트핏이 아니라 교복핏이죠!!
∟ 미스터 T!! 우리 친구분 나오셨네욬ㅋㅋㅋㅋ 아 진짴ㅋㅋㅋㅋㅋ
∟∟ ㅋㅋㅋ의 의미를 알겠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친구분 어쩐지 웃음버튼ㅋㅋㅋㅋㅋㅋ오오 와플 사주는 좋은 친구
∟ 연진군 연기에 대해서 말할때는 늘 엄청 진지하네요
∟∟ 네,,, 정말 연기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게 느껴져요 ㅠㅠ 으헝 제가 연진군 팬이라서 행복해요
박세우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연기를 하고 싶었다. 잘생긴 얼굴 덕에 길거리에서 캐스팅을 당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자신은 아이돌이 되고 싶은 게 아니고, 배우가 되고 싶었기에 모두 거절했었다. 아직 뭘 모르던 시절, 박세우는 당연히 나중에 대학을 연극영화과로 가면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중3이 막 되었을 때였나, KJ 엔터의 연습생 제안을 받았을 때는 사실 거절하는 것이 힘들기는 했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그 KJ 엔터니, 말이다.
“박세우 군. 잘 생각해 보세요. 최근에 이름이 쉽게 기억나는 신인 배우가 있었나요? 그리고 또 생각해 봐요. 연기하는 아이돌이 얼마나 많은지. 요즘은 아이돌로 데뷔하고 연기로 전업하는 게 배우가 되는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이에요.”
자신을 캐스팅하려고 찾아온 KJ 엔터 김명수 실장의 말이었다. 하긴 그렇긴 했다. 요즘은 아이돌도 연기를 많이 하기는 하지.
“그, 그렇죠.”
“그리고 요즘 아이돌 연습생은 춤과 노래만 트레이닝하지 않습니다. 연습생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트레이닝을 다 받고 있어요. 거기에 연기 레슨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데뷔만 해 봐요, 유명해지면 뭘 해도 괜찮습니다. 잘생긴 아이돌이 연기로 빠지는 건 당연한 거고, 캐스팅도 더 잘된다니까요?”
그 말에 3년의 연습생 생활이 시작되었다. KJ 엔터에 소속된 연습생의 수는 너무나 많았고, 자신은 그중에서도 특출난 구석이 별로 없는 연습생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