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548
EP.547
#2-53 마법소녀 선생님과 미숙한 제자(4)
치익――
후우….
“아… 살 것 같네.”
얼굴을 걷어차이고, 이어서 마력이 담긴 발차기로 몇 미터는 더 날아가 널브러진 샥스.
그런 샥스를 방치해 둔 채 케이는 인벤토리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에 불이 붙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연기를 내뱉는다.
입고 있는 인형 풍의 고딕 드레스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그런 거 신경 쓸까보냐.
‘얼마만이냐, 담배.’
에 갇혀있던 시간… 엄청 오래된 것 같아서 기억이고 뭐고 마모될 것 같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견디는 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어느 스테이지에서도 도저히 담배 한 대를 때릴 여유를 안 준다는 점.
제대로 된 휴식시간도 주지 않았으니, 그것도 당연하다. 이상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것 하나만이 답답해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오랜만에 먹는 담배, 살 것 같구나.
조금 더 느긋하게 음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케이는 두어모금을 더 빨고, 여전히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채 바닥에 널브러진 샥스를 쳐다봤다.
“야, 광대. 너 방금 뭐랬냐?”
“…….”
“니 놈이 띨빵하기 그지 없어서 일을 모두 말아먹은걸, 애 탓을 하고 자빠졌던 것 같은데.”
몇 번 바닥을 구르면서 여기저기 일그러진 화장으로, 샥스는 케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케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 시선을 흘려넘긴다.
“그게,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당신들이 시간도 되기 전에 빠져나온 건데요?! 그리고 어떻게 정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까! 제대로 작동했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요?!”
그렇다.
페리가 설계한 시스템에 어딘가 결함이 있었다고 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는 현상이다.
“저 망할 꼬맹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면, 당신들은 어떻게 빠져나왔다는 겁니까?! 대답해보세요!”
“근성. 기합.”
“뭐….”
“기합 넣으니까 어떻게 되던데. 단애 넌 어떻게 빠져나왔어?”
“적당히, 요령이 잡히니까 현실의 몸 쪽도 마력을 조작할 수 있어서. 어떻게든.”
“그렇대. 시스템이나 버그 문제는 아닌 모양인데? 어때?”
“아니… 근성… 기합…이라니….”
“닥쳐. 대부분의 일은 기합이면 돼. 루비 님의 명대사다 개X끼야.”
샥스도 그 대사는 알고 있는지, 어이없어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래, 진짜로.
근성을 가지고 기합을 넣었더니, 어떻게든 되었다.
정말로 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고, 원리 따윈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아, 아니… 하지만… 200일이 넘는… 300일에 가까운 시간을 능욕 당했잖아요? 뇌가 타버릴 정도로 가속을 했는데… 어째서… 둘 다 멀쩡하냐고… 거기다 매 스테이지 하나하나가… 다시는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없는 최악의 능욕거리였을 텐데…!”
“견딜만 하던데. 그렇게 말하니까, 너 제대로 안 봤구나? 10기도 못 본 게 분명해.”
의 내용을 모두 답습한 내 기준에 보기로, 샥스가 준비해 준 빌어먹을 스테이지도 망할 시나리오도 그다지 엄~청 견디기 어려운 건 없었다.
그 정도야 지금까지 발매된 전 37기 분량의 내용을 모두 답습했던 케이에게는 나름 여유로웠다 말할 수 있었다.
애초에 샥스도 에서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짰던 것 같았고.
그래봐야 10기 분량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마는.
처음 해보는 거라면 무슨 일이든 버거운 법이지만.
예습을 철저히 해 둔 상태에서는 무엇이든 할만 한 법이다.
“그러니까 괜찮았어. 할만 한 정도?”
“나는 케이랑은 조금 사정이 다르지만. 옹야. 여유였어.”
담배를 손에 든 케이. 그리고 예의 단도를 손 안에 불러내는 단애.
두 사람을 보면서, 샥스는 희미한 공포심을 느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아니, 상황보다도 저 두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저히.
‘아니… 됐어, 이해 같은 건 나중에 해도 될 일이야.’
‘일단은 다시 구속하자…! 생각은 나중에 해도 돼…!’
아직 두 사람은 자신이 준비한 옷을 입고 있다.
그의 스킬 【꼭두각시 조종】의 조건은 그대로 갖추고 있다. 문제 없다. 이대로 둘 다 다시 조종하면 된다.
단애의 경우에는, 샥스가 갑작스런 외부의 충격을 받는 바람에 스킬이 풀리고 말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풀리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케이 선생님 쪽은 어떻게 푼 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괜찮아. 우연이다.
분명 페리에게 신경 쓰느라 정신이 해이해졌던 거겠지. 빡세게 집중하면, 이번에야말로 둘 다 꼼짝달싹 못 하게 될 것이다!
“윽…!”
“아차…!”
샥스의 스킬이 사용되고, 두 사람의 몸이 휘청였다.
단애의 몸이 이전처럼 실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그 옆의 케이는.
“……뭔가 메스껍네.”
잠깐 휘청이는가 싶더니, 찌뿌둥하다는 듯 기지개를 펴며 태연자약하게 서있었다.
‘어……?’
“어째…서…?”
샥스는 다시금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여전히 실패. 케이는 멀쩡하다.
어떻게든 다시 스킬을 사용해보려 했지만, 케이는 그때마다 잠깐 흔들리나 싶더니 금방 태연자약하게 일어섰다.
안 그래도 마력과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스킬이다. 결국 몇 번 헛방질을 치고 나자, 금방 마력이 고갈되고 말았다.
마력이 고갈되자, 단애도 스킬의 지배에서 풀렸는지 다시 일어났다. 신기하다는 눈으로 케이를 쳐다보면서.
“어… 케이? 어떻게 한 거야? 꼼짝없이 당하는 줄 알았어.”
“글쎄. 기합?”
“만능이네.”
대단해, 라며 단애는 감흥없이 박수를 쳐줬다.
옆에서 줄곧 봐왔던 만큼, 이따금 케이는 이해해선 안 될 구석이 있다는 것을 단애는 이미 숙지하고 있다. 상식으론 가늠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스킬은 더 이상 의지 할 수 없다. 애초에 더 이상 스킬에 쓸 마력도 보조 에너지도 남아나질 않았다.
“이, 이런…!”
만약을 위해 준비한 캡슐을 꺼냈다. 안에는 두 사람의 육체와 링크된 모형이 들어있다.
각각 오나홀과 클리토리스 모형. 일방통행으로, 그냥 만지는 것보다 10배 이상의 쾌감을 전달해 줄 수 있다.
이것으로 두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뭐야, 이거 아직 안 뺏었네? 또 사야 되는 줄 알았는데.”
위이이잉――
케이가 천 사이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기기.
바로 이전 탈출 시도 때 사용했던 .
장치가 켜지고 방해전파가 퍼지자, 샥스가 캡슐에서 꺼낸 모형도 기능을 잃었다. 아무리 만져봐야, 케이와 단애에겐 소용이 없다.
이것으로 샥스의 패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금것으로, 샥스는 모든 패를 잃어버렸다.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이냐.
“도, 도대체 뭔데?! 당신들… 정체가 뭡니까?! 그냥 교사가 아니었냐구요!?”
패닉에 빠진 샥스가 외쳤지만, 굳기 거기에 대답해 줄 이유는 없었다.
케이와 단애, 두 사람은 손목을 살폈다.
손목에 채워진 것은 . 샥스 패거리에게 빼앗겼던 것을, 저번의 창고에서 도로 훔쳐온 것이다.
도 그렇고, 쿠키네 마법나라의 마도구라 그런지 이게 뭔지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굳이 다시 압수하지 않은 것을 보면.
““【코스튬 체인지】.””
두 사람이 입을 모아 읊조리자.
두 사람의 옷이 빛의 입자가 되어 흩날리더니――마법소녀의 코스튬으로 바뀌었다.
케이는 예의 붉은 마법소녀 의상으로, 단애는 개조 한복과 같은 차분한 흑색의 의상으로.
샥스가 입혔던 의상은 사라졌다.
샥스의 스킬을 쓰려면 상대방이 그가 제작한 특별한 의상을 입어야만 하는데.
이제 샥스가 마력을 보충하더라도, 그가 자랑하는 【꼭두각시 조종】 스킬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 * *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되었다.
“요 며칠, 참 신세 많이 졌다, 광대 씨.”
“흐, 히익… 잠깐… 잠깐만! 오지 말아봐! 잠깐만!”
“진짜 여러모로 해주고 싶은 말도 많고, 화딱지도 잔뜩 나고, 어떻게 너를 조질까를 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랫동안 생각했거든.”
마지막으로 한모금을 빨고, 케이는 손에 들려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고 부츠굽으로 짓이겼다.
그리고 담배를 들고 있던 손에는, 어느샌가 그 대신이라는 듯 이 쥐여져 있었다.
“그런데, 야, 지금 깨어나보니까 다른 생각은 다 날아가버렸네. 저 아이가 우는 거 보고, 그리고 니 새끼 하는 짓을 보니까.”
사용자의 의사대로 모습을 바꾸는 .
케이는 스틱에 마력을 부어넣어, 거대한 검의 형상으로 바꾸었다.
자신의 키보다도 크고, 날도 무척이나 넓은 참수검(斬首劍)의 형태.
그 옛날 어딘가의 나라에서, 죄인들의 목을 치는 데 사용되던 공포의 상징.
케이는 자기 키보다도 커다란 그 검을,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한 손으로 들어 수직으로 세워보였다.
그 칼날에 막대한 마력이 깃들어, 작열하는 붉은 빛이 넘실거리며 휘감겨왔다.
“어른도 애들을 울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애들이 크려면 칭찬은 필요해. 하지만 아픔도 필요하지. 아이가 성장하려면, 둘 다 빠짐없이 필요한 법이야. 요즘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당연한 말이잖아.”
“포상도, 체벌도 필요해. 웃는 것도 좋지만, 때론 우는 것도 필요하지.”
“그런데 말야, X발.”
“애를 가르쳐야 할 어른이, 애들의 손을 잡고 이끌어줘야 할 보호자라는 인간이.”
“애가 울고 있는데… 웃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애가 서럽게 울고 있는데! 즐겁다는 듯이 웃어대는 게!”
“그게… 어른이 애한테 할 짓이냐, 이 개자식아!!!”
높이 쳐들린 검날을 휘감던 붉은 기운은, 이제는 넘실대다 못해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쳐다보는 이의 안구까지도 녹여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빛.
“아, 아아… 아아아아아….”
샥스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꼴사납게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했다.
두 다리는 공포로 인해 굳어버렸는지 도저히 움직이질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벌레처럼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도 어느 순간 완전히 멈췄다.
‘우, 움직일 수가… 없어…?’
간신히 움직이는 안구만 돌려 한계까지 돌아보니, 어느샌가 곁에 다가 온 단애가, 한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그의 그림자를 밟고 있었다.
【그림자밟기】.
단애의 마법으로, 그림자를 밟힌 이는 꼼짝도 할 수 없게 된다.
단애가 웃으며 그림자를 즈려밟은 것만으로, 샥스는 도망치는 것조차 할 수 없이 바닥에 못으로 매인 것처럼 꼼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렸다.
“으, 으아아… 으아아아아아…!! 살려… 살려 줘… 싫어… 싫어…!”
더 이상 도망치는 것조차 할 수 없게되자, 그 입에서 오열과도 비슷한 애원이 새어나왔다.
메크라크의 수컷들은 인격 데이터가 【뱅크】에 저장되어 있으니, 이 소체가 죽더라도 진짜 죽음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바로 뒤에서 폭력적인 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그 존재가… 너무나도 두렵다. 죽는 것 이상으로 무섭다.
그저, 하염없이 두렵고 두렵다.
그리고 그렇게 오열하며 추하게 발버둥치는 사이.
드디어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마법소녀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 줄 의무가 있거든.”
“그러니… 아이들이 절대 본받아선 안 될 못된 어른님께서는.”
“세상을 위해 여기서 곱게 죽어주도록.”
“이상.”
“끝이다, 쓰레기.”
그 말을 끝으로.
위로 쳐들었던 케이의 손이 내려서고.
태양과도 같은 붉은 빛에 휩싸여있던 묵직한 칼날이 떨어져내려, 바닥과 함께 샥스를 두 쪽으로 갈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