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Levels Up RAW novel - Chapter (516)
레벨업하는 무신님-516화(516/517)
제516화
공허존의 경지에 이른 공허인들에게 있어, 위성의 숫자는 절대적인 지위와, 힘의 상징이었다.
[……이 내가 4성짜리 내우주의 인간에게 무너질 줄이야.]온몸에 갑주처럼 두르고 있던 무패수라의 형태를 벗어 던진 양수혁이 지상으로 내려와 힘없이 무릎 꿇은 아리토스의 앞에 선다.
그의 주변으로는 강력하게 유지되던 공허 위성들이 반쯤 깨어지거나, 부서져 먼지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내게 진 거다. 4성이니, 5성이니…… 인간의 싸움이란 그리 단순하지 않아.”
양수혁이 살아온 세상에 있어 때로는 더 약한 자가, 강한 자를 물리치고 생존하는 경우는 흔했다.
그것이 도구의 힘이든, 어떤 환경, 혹은 행운의 요소든 중요한 건 단 하나였다.
“살아남은 쪽이 결국 더 강해지지.”
[……그런 건가. 확실히, 내우주의 세계의 논리로 바라보자면 이해가 되는군.]“어디에도 절대적인 강함의 지표 같은 것은 없는 거야. 물론…… 때론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결국 살아남아 끝까지 버티다 보면 여기까지 오게 되어 있다.
물론 적지 않은 피와 땀이 흘러야 되겠지만, 지금의 양수혁이 그 산증인 아니던가?
[후후…….]낮은 울음소리를 토한 아리토스가 고개를 높이 든다.
끝이 나 가는 전장의 굉음 소리는 더 이상 귓가에 들려오지도 않았다.
패배했다.
개인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그가 이룩한 모든 것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아쉽구나. 아쉬워. 저 오만한 내우주의 존재들을 짓밟으려 하였으나, 결국 무너진 것은 이 몸이니.]더 이상 그에게 기회는 없다.
하지만 죽어 가는 아리토스의 눈에서는 불길이 꺼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아야 할 공허의 눈빛 속에 담긴 감정은 지독한 원한과 분노.
[양수혁. 너는 승리하여 기쁜가? 즐거운가?]“그야 당연히…….“
[나는 패배하였지만 슬프지 않다. 왜냐하면 언제나 우리의 역할은 패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무슨 괴상한 소리를 하고 있군.”
[내우주의 존재로 선택받지 못하여 이런 쓰레기통 같은 세계에 버려져 태어난다. 존재 자체가 패배라 함은 바로 우리 공허인을 뜻하는 것 아니겠는가?]양수혁의 말문이 턱하니 막혔다.
실제로 공허란 세계는 아리토스의 말대로 만들어진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 안타깝다. 어째서 우리는 늘 버림받아야 하는 입장이며, 너희는 늘 버리는 입장인가?]“……내가 의도한 게 아냐.”
[알고 있다.]처음으로, 양수혁을 바라보는 아리토스의 눈에서 분노와 원한이 사라졌다.
[네 선택이 아니지. 잘못된 것은 우주 그 자체. 태생의 근본이 누군가는 버리고, 버림받아야지만 순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양수혁.]이제 모든 공허 위성이 붕괴된 아리토스의 발끝이 먼지 조각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너는 공허인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우주의 존재로서 그 위성을 허락받지 못했겠지. 때문에 부탁한다. 그리고 염원한다. 이 잘못된 우주의 질서를 바로잡아다오. 언제나 버림받아야 하는 입장의 슬픈 굴레를 끊어다오.]“사연이야 딱하지만, 그럴 순 없어. 우주가 파괴되면 내가 아끼던 모든 것도 사라질 테니까.”
양수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유달리 더 인간을 닮은 아리토스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또 생각해 봤는데, 모든 공허인이 꼭 버려진 존재로만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
[꿈이나, 이상 같은 내우주의 존재들이 떠드는 헛소리. 그러나…… 이해했다. 너는 대의를 위해 스스로의 작은 것을 희생할 수 없는 그런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군.]“나약하지 않아. 애초에 작은 것을 지킬 수 없다면, 큰일도 못 하는 게 인간이니까.”
[인간? 하하…… 그렇군. 넌 아직도 그런 존재로 스스로를 규명하고, 묶어 두고 있어. 아쉽구나. 내가 그 사실을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쓴웃음을 지은 아리토스의 고개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다.
[괜찮다. 내가 하지 못했으며, 네가 하지 않을 것이나 언젠가 누군가는 이 몸보다 더 큰 공허가 되어 저 차별적이며 못된 어머니, 태고의 새 제강의 심장을 꿰뚫는 빛줄기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이끄는 영도자가 될 터이니…… 아아…… 그 곁에 내가 없음이 그저 안타깝…….]마지막 순간, 먼지 가루와 같은 눈물을 흘린 아리토스의 존재가 허망하게 사라졌다.
그에게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 상대에 대한 예우로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양수혁은 짧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아는 공허인은 꼭 버림받은 감정에 괴로워만 하지 않았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노력은 해 보지.”
새로운 질서와 창조.
더 큰 공허.
이런 것은 잘 모른다.
양수혁이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지금의 소중함을 지키고, 미래의 행복을 거머쥔다.
이 목표만큼은 처음부터 현재까지 변함이 없었다.
다만 아리토스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말들이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어째서인지 놈의 눈빛에서 스승님의 얼굴이 떠올랐단 말이지.’
내우주의 가장 위대한 대신 중 하나.
양수혁이 탐내는 무신의 칭호를 거머쥔 황준우의 얼굴은 늘 평온하고, 고요하였지만 눈빛만은 깊은 고독에 잠겨 있었다.
어쩌면 그 고독이 깊어지면 공허가 되는 것이 아닐까?
잠시 그런 생각에 빠져 있던 양수혁이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안 되는. 스승님이 그런 감상에 나약하게 무너지실 리 없지.’
누군가는 마신을, 또는 어떤 이들은 클레시아를 최고라 칭할지 모르나 양수혁에게 있어 최강이란 이름은 황준우의 것이었다.
그토록 강력하고 견고한 스승의 마음이 무너지는 일 같은 것, 당연히 상상조차 해선 안 된다.
어렵지 않게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떨쳐낸 양수혁은 문득 한 가지 변화를 더 알게 되었다.
‘어, 이건?’
아리토스가 죽으며 그를 감싸던 모든 것들이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단 하나, 반쯤 균열이 간 상태이지만 어째서인지 죽은 아리토스의 몸 주변을 휘감고 있던 공허 위성이 갑작스럽게 양수혁에게로 달려들었다.
이어서는 그의 주변을 휘감고 있던 공허 위성들에 자연스럽게 달라붙듯 합류하며 부서진 형체를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다.
‘공허위성이…….’
다섯으로 늘어났다. 또한 양수혁은 자신에게 새로운 권능이 주어졌음을 깨달았다.
‘이건…….’
아리토스가 자랑하던 정보자의 군대.
인간과 같은 작은 형체를 가지고 있으나 그 어떤 공허인보다 더 많은 실상, 무한에 가깝던 촉수 숫자를 뽐내던 증식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거 잘하면…….’
양수혁은 확인을 위해 곧장 아직 전장에 남은 공허 영주와 싸우고 있는 공허 거인들을 바라보며 증식의 권한을 사용했다.
동시에 안 그래도 공허 군주급의 힘을 자랑하며 전장을 배회하던 공허 거인의 숫자가 2배인 열 기체로 불어났다.
‘‘……!?”
안 그래도 밀리고 있던 적의 군세가 2배로 불어난 공허 거인의 합류에 처절하게 도살당하기 시작한다.
홀로 무수히 많은 적의 군세를 막고 있던 흑산자가 양수혁을 보며 소리쳤다.
“네 녀석, 이런 힘이 남아 있었으면 처음부터 해 줬으면 좋잖아!”
“……아쉽게도 방금 얻은 거라.”
어찌 됐든 이는 생각지 못한 수확이다.
나쁠 것은 없었다.
‘잘 사용하면 더 좋은 활용법이 있을 수도 있을 테고.’
내심으로 중얼거린 양수혁의 시선이 이번에는 네펠리아노를 향했다.
이어서는 입을 떡 벌리며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일곱 개의 공허 위성을 다루는 네펠리아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하여 발악하다 지쳤는지, 지면과 하늘에서 솟아난 흑, 백, 회색의 쇠사슬에 결박되어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것이 전부인 여왕 알렉사트라를 오연하게 내려다보며 서늘한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다.
“이 정도로 끝? 발악조차 보잘것없네.”
[크으…… 크으으…….]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네펠리아노의 도발에도 별다른 말은 내뱉지 못한 채 신음만을 흘리고 있는 알렉사트라의 고개가 훅 꺾인다.
체력은 물론, 전의마저 사라진 상태.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네펠리아노는 끼고 있던 팔짱 중 하나를 풀어 엄지와 중지를 부딪쳐 가볍게 튕겼다.
“재미없어라. 그만 내 공허의 양분이나 되렴.”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알렉사트라의 머리 위로 마치 거대한 망토 같은 회백색 천이 떨어져 내린다.
나긋이 떨어지는 그 밑에 깔린 알렉사트라의 몸이 마치 종이 접히듯 작아진다.
[키에에엑-!]마지막 순간, 무얼 보았는지 공포가 서린 비명과 함께 알렉사트라의 발악이 짧게 이어졌으나,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듯 회백색의 천막은 단숨에 그 거대한 덩치를 어딘가로 이끌고는 종적을 감추었다.
“흐음…….”
짧은 신음과 함께 쇠사슬을 거둬들인 네펠리아노의 붉은 눈이 양수혁을 향한다.
“어머……, 벌써 끝나셨어요? 역시 수혁 님은 굉장해여!”
이어서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밝게 웃는 얼굴로 외쳤다.
‘……뭔가 나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을 본 것 같은데.’
못 본 거다.
양수혁은 자신이 아는 네펠리아노와 너무나 다른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사이 허공을 가로질러 단숨에 양수혁의 옆으로 와 팔짱을 낀 네펠리아노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저 봤어요. 그 엄청난 아수라의 형상. 그걸로 엄청난 숫자의 무공을 펼치시는 거요. 저라면 엄두도 못 낼 거예요.”
“……왠지 알려주면 바로 할 것 같은데.”
“절대 불가능해요. 그런 건 제 장기와 거리가 머니까요. 무엇보다, 수혁 님은 스스로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리가.”
오히려 스스로 꽤나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말을 내심으로 삼킬 쯤, 고막을 뒤흔드는 굉음을 일으키며 양수혁과 네펠리아노의 바로 앞으로 고통에 얼룩진 얼굴을 한 또 다른 공허존이 지면에 처박힌다.
[아, 안 돼……!]회백색 피를 입 바깥으로 토하는 쿨라두는 하늘 위에서부터 떨어지는 무언가를 보며 고개를 크게 좌우로 내저었다.
쾅-!
그와 함께 하늘에서부터 강렬하게 떨어져 내린 클레시아의 발끝이 쿨라두의 머리통을 박살 낸다.
무심한 눈빛을 한 클레시아는 그 공격으로 그치지 않고 쿨라두의 전신을 고기 다지듯 빠른 속도로 두드리다 이내 눈을 반짝인다.
“찾았다.”
짧은 말과 함께 클레시아가 쿨라두의 몸체 내부에서부터 뽑아 든 것은 회백색 빛을 은은하게 토하는 보이드 코어다.
[아, 그, 그것만은…….]“시끄러워.”
피식 웃은 클레시아는 보이드 코어를 따라 재생하려는 쿨라두의 육체를 회전하는 혼돈기로 휘감아 모두 분쇄해 버린다.
그렇게 짧은 시간, 재생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의 엄청난 분쇄에 이내 쿨라두의 의지는 소멸되어 사라졌다.
동시에 흑산자의 기만의 군대가 마지막 남아 있던 공허 영주의 보이드 코어를 깨부숴 버린다.
쿵-!
모든 것의 끝.
방금 전까지 치열한 전투가 가득했던 전장에 고요함이 내려앉고, 클레시아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쿨라두의 보이드 코어를 양수혁에게로 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