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Levels Up RAW novel - Chapter (517)
레벨업하는 무신님-517화 (완결)(517/517)
제517화
“이건……?”
“내 우주로 돌아가기 위한 열쇠다. 네놈이라면 생각하지도 않고 박살내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지.”
콧대를 높인 클레시아를 향해 양수혁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어 따지고 들었다.
“네가 애초에 말을 해 줬으면 남겨뒀겠지.”
“그럴 리가. 이 몸쯤 되니까 이렇게 여유가 있었던 거지 넌 힘들었을걸.”
“하긴, 클레시아, 네가 상대한 녀석이 유달리 약골이었지.”
“양수혁, 네가 죽인 녀석이 상대였다고 해도 다르지 않을걸.”
“글쎄……. 뭐, 실력이야 입으로 떠들게 아니지.”
“왜, 여기서 한 번 붙어?”
“아, 좋지.”
열기가 달아오르는 두 사내의 사이로, 갑작스럽게 흑 끼어든 네펠리아노가 양팔을 펼치며 눈을 흘긴다.
“둘이 언제 이렇게 친해진 거예요?”
“친하다고?”
어이없는 표정을 한 양수혁의 질문에 클레시아가 입을 떡 하니 벌린다.
“나랑, 저 꼬꼬마가?”
“누구보고 꼬꼬마래?”
“야, 솔직히 따지고 보면 넌 인마 나한테 어르신이라고 불러야 돼. 난 이 우주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 만들어진…….”
“그만. 그만! 사내놈들이 뭐 이리 말이 많아.”
마지막에 끼어든 인물은 최후의 공허군주를 쓰러트리며 두 사람의 사이로 끼어든 흑산자였다.
“네가 할 말은 아닌데? 시바 놈아. 넌 헛바닥으로 싸우잖아.”
어이없는 표정을 지은 양수혁의 눈이 자연스럽게 가늘어진다.
“생긴 것부터 주먹보단 말이 앞설 녀석이군.”
뒤를 이어 클레시아가 동의하자 이마 위로 분노의 혈관을 세운 흑산자가 헛기침을 했다.
“크흠…… 거, 사람이 이성적이고 냉철해 보인단 칭찬을 잘 돌려 말하는군.”
“아니, 한 방 맞으면 당장 뒤집어지게 나약해 보인단 악의적 욕설인데.”
“하…… 감히 이 흑산자에게…… 너 이름이 뭐냐?”
“클레시아 레니스. 위대한 혼돈의 적자이시자 최강이라 불릴 분이시다.”
“오만하군. 이 몸의 실력을 직접 맛보여 주마.”
“이젠 둘이 싸우네.”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된 양수혁이 흑산자를 젖히며 클레시아의 앞에 선다.
“네 상대는 나다.”
“……도전자가 많군. 이래서 챔피언의 삶이란 고달프다니까. 큭큭.”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대화에 결국 마지막까지 참지 못한 네펠리아노가 나섰다.
“세 분 다 시끄러워요.”
“아니, 시비는 저쪽이 먼저…….”
울컥한 듯 목소리를 높이던 흑산자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리깔린다.
네펠리아노에게서 홀러나오는 시끄러운 기세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 떨려온 탓이다.
양수혁과 클레시아는 이미 화했다는 듯 서로를 보며 어색하게나마 미소 짓고 있다.
아마 흑산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심정을 느낀 탓이리라.
“미안해요. 수혁 님한테는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 난 괜찮아.”
“정말로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양수혁의 어색한 웃음 섞인 화답에 다소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말한 네펠리아노의 검지가 하늘을 향했다.
그녀와 흑산자가 넘어온 뒤로 다소 균열이 일어난 것 같았던 공허의 하늘이 조금씩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가 넘어온 문이 닫히고 있어요. 열쇠가 있다고 해도,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맞는 말이야. 외우주와 내우주를 오가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으니…… 저런 작은 틈새라도 있을 때 이동해야 시간의 오차라든지, 불상사를 피할 수 있겠지. 여전히 우아하고, 현명하시군요.”
클레시아가 네펠리아노를 보며 말한다.
“고마워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네펠리아노가 양수혁을 바라본다.
“두 분이 이렇게 친하게 되신 데에는 또 이유가 있겠지요?”
“저 녀석은 내 은인이니까.”
“알긴 아는구나.”
“흥.”
콧방귀를 뀐 양수혁이 클레시아를 바라본다.
이제는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사실 이렇게 바로 떠나야 될 줄은 몰랐어서…….”
“원래 삶이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지.”
“게위르랑, 다른 녀석들한테도 소식 전해줘.”
“물론이지.”
“고마웠다. 클레시아. 다시 또 볼 일은…….”
“아, 잠깐.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너한테 부탁할 일도 남아 있다고? 그렇게 완전한 이별인 양 말하지 마. 난 죽지 않고, 너도 계속해서 살아간다.”
피식 웃은 클레시아가 손을 흔들었다.
“머지않아 또 보게 될 거야. 그러니 찌질한 해후는 하지 말고 시원하게 헤어지자고.”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양수혁의 몸이 조금씩 허공으로 떠오른다.
뒤를 따라 네펠리아노와 흑산자 또한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벌어진 균열.
그 너머로 죽은 쿨라두의 보이드 코어를 밀어 넣자 다소 닫혀 가던 균열에 사람 셋 정도는 우습게 지나갈 법한 포털이 크게 펼쳐진다.
그 회백색의 공간 너머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지상에 남은 클레시아를 본 양수혁이 손을 흔들었다.
“또 보자. 클레시아.”
“또 보자고. 양수혁.”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양수혁은 망설임 없이 포털 너머로 사라졌다.
남은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셋을 보낸 클레시아는 천천히 닫혀 가는 공허의 균열을 보며 홀로 남아 촉촉이 젖은 눈가 끝을 검지로 훔친다.
“에이 씨, 갈 때까지 참느라 힘들었네.”
아닌 척하지만 꽤나 정들었던 양수혁을 떠나보내고 나니 마음 한편이 괜히 허전하다.
“다시 만나는 건 적어도 10년은 흐른 이후겠지.”
그때까지 양수혁은 또 어떻게든 성장해 있으리라.
“뒤처지지 않으려면 나도 힘 좀 내야겠어.”
클레시아는 한 자리에 서서 균열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지켜보다 등을 돌렸다.
긴 시간, 이 공허에는 아직 그가 해야 될 일이 많이 남아 있었다.
* * *
늦지 않은 귀환 시간과, 클레시아가 구해준 열쇠 덕에 세 사람은 별다른 오차 없이 지구로 돌아왔다.
이어서 흑산자는 오래 기다리게 했다며 엘리사에게 곧장 돌아갔다.
양수혁과 네펠리아노는 서울의 자가로 향했다.
너무나 익숙한, 하지만 또 몇 년이나 떠나 있었기에 어색한 풍경. 그 조용한 집에서 양수혁이 네펠리아노를 바라본다.
“데리고 올게요.”
“……응.”
양수혁이 고개를 끄덕이고, 네펠리아노의 신형이 집에서 사라졌다.
달력을 보니 벌써 양수혁이 떠난 때로부터 8년이 흘렀다.
‘공허와 지구의 시간 격차가 또 있었구나.’
아주 작은 갓난아이였던 딸이 이제는 어린 소녀가 되어 있을 터였다.
어떤 모습일지 예상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긴 시간 자리를 비운 만큼 어색함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버지 실격이로군.”
혼잣말을 내뱉으며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였다.
네펠리아노가 사라졌던 거실에 다시 한 번 빛이 번쩍이며 두 사람이 모습을 나타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린 양수혁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세희……?”
본인을 닮은 검은 머리카락, 아내의 붉은 눈동자를 빼다 박은 둥글둥글한 인상의 소녀는 양수혁이 다소 어색한지 네펠리아노의 다리 뒤에 숨어 바지를 꼭 부여잡은 채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아빠 기억해?”
이번에는 세희의 고개가 좌우로 내저어졌다.
너무 어린 시절에 아빠란 존재가 사라졌으니 그럴 수 있다.
양수혁은 마음 한편이 아릿해짐을 느끼면서도 안도했다.
‘다행히 시선을 피하거나 하지는 않는구나.’
시선 또한 정면으로 정확히 마주하고 있다.
겁이 나지만, 호기심으로 뒤섞인 호감이란 감정이 느껴진다.
양수혁은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무공을 수련할 때보다 더 조심
스럽고, 침착하게…….’
오래 걸려도 좋다.
앞으로는 자신이 평생 동안 곁을 지켜줄 딸아이가 아니던가?
그 심정 그대로 아주 느릿하고, 천천히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마주한 양수혁이 웃어 보였다.
“예쁘네. 우리 딸.”
머릿속에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너무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이 시키는 대로 나아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차피 딸아이에게는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라고 마음이 더욱 굳어가던 때였다.
“……아빠도 멋있어.”
세희의 입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응?”
“엄마가, 사진으로 자주 보여줬어. 근데 사진보다 실물이 더 멋있어요.”
다행히 그리 내성적인 성격은 아닌지, 꽤나 상황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긍정적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본래라면 이제 학교에 들어가 또래와 어울렸어야 될 나이에 다소 외롭게 지내 왔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엔 그늘이 없다.
‘웨이드에게 너무 고마운걸.’
네펠리아노가 없는 동안 제일 자주 세희와 어울려 줬다고 하니, 어떤 식으로라도 감사의 보답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아빠한테 가서 안겨 볼래?”
네펠리아노가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선택권은 세희에게 있었다.
양수혁은 말없이 양팔을 들어 올렸고, 잠시 망설이는 것 같던 세희가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온다.
그리고는 꽤나 벅찬 숨을 몰아쉬며 양수혁의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품에 안겨 든다.
“하하……!”
저도 모르게 커다랗게 터져 나온 웃음을 참지 못한 양수혁이 딸의 등을 양팔로 휘감았다.
기억하던 때보다는 많이 컸지만, 여전히 작다.
그리고 따뜻하다.
익숙한 집의 풍경, 웃고 있는 아내, 품에 안긴 딸, 가족의 풍경이다.
공허에 있는 동안 몇 번이고 그리워했던, 가짜가 아닌 진실된 풍경에 양수혁의 코끝이 찡하게 울려 왔다.
붉어진 눈시울에선 이내 참지 못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빠…울어?”
놀란 세희가 되묻고는, 본인의 눈시울도 붉히기 시작한다.
“슬퍼?”
이어진 질문에 양수혁은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행복해서. 그리고 고마워서…….”
“행복해? 행복하면 다행이야.”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을 품에서 떨어트려 얼굴을 마주한 양수혁이 활짝 웃어 보인다.
“우리 세희는 어찜 말도 이렇게 예쁘게만 할까?”
“마음이 예뻐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은 양수혁하고 닮은 듯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본인은 조금 재수 없다고 느껴지는데, 세희가 하니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
“하하……!”
때문에 양수혁은 다시 한 번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세희는 아빠가 미운 적이 없니?”
“아니. 왜 미워?”
“옆에 없었잖아.”
양수혁의 말에 세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빠는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옆에 없는 거라고 했어. 그건 아빠가 마음이 예쁜 거 아니야?”
세희의 말에 놀란 눈이 된 양수혁이 네펠리아노를 바라본다.
“거짓말도 아니잖아요. 그 날, 수혁 님이 없었다면 저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르는걸요.”
옆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온 네펠리아노가 양팔을 벌려 부녀父女를 끌어안는다.
“무엇보다, 이제 다 모였어요.”
드디어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었다.
그 사실에 저도 모를 깊은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양수혁뿐만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네펠리아노의 뺨으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도 울어?”
세희가 다시 묻고, 네펠리아노가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도 너무 행복해서.”
“그러면 세희도 행복해!”
눈가를 촉촉이 적신 세 가족이 함께 다소 바보 같은 웃음을 터트린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날.
양수혁은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 행복을 잃지 않을 거야.’
누구도 이 작은 소녀의 앞날을 막을 수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낼 것이다.
‘새로운 공허가 나타나 우주를 부술 것이라고?’
그 행동의 큰 의미는 모른다.
양수혁의 입장에서는 그 일로 인해 이 작은 행복이 깨진다는 것이 끔찍할 뿐이다.
‘절대로 그렇게는 안 되지.’
마음을 풍족함으로 가득 채운 양수혁의 깊은 다짐이었다.
〈외전 1부 완결〉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글쟁이 소유현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서면으로 인사드
리네요.
다름이 아니고 무신님 1부 완결과, 긴 휴재 공지를 위해 이렇게 메시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큰 그림에서, 많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일도 생기고, 때로는 독자님들이 원하는 것을 더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고심에도 빠져듭니다.
그래도 너무 흔들리지 않고, 정해진 결말로 향하는 것만큼은 망설이지 않아야겠다고 결심 중입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서, 긴 휴재라고 했는데요.
재충전 후 외전 2부 연재는 내년 초〜 중순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많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신작 소설을 준비 중입니다.
전작 [나소망]에서 많은 독자님들을 실망시킨 것 같습니다.
늘 더 좋은 글로 인사드리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독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다음으로 준비된 무신님 외전 메인 에피소드가 제 입장에서는 제가 만든 세계관에서도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규모의 사건에 속합니다.
그런 만큼 더 좋은 완성도 있는 마무리를 짓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준비가 꽤나 필요할 듯합니다.
독자님들이 넓은 이해심으로 조금 더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늘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