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litary Chef of a Ruined World RAW novel - Chapter (471)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471화(471/471)
471화 호위대 (1)
“더 어울리는 이들이라. 그렇게 생각해 주신 점은 고맙네요.”
아리엘라의 상처는 심각했으며.
그 힘의 손실이 너무 큰 나머지, 회복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해요. 오히려 백번 옳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으나.
시간이 모자라거나, 애초에 불가능한 방법들뿐.
“하지만…… 더 나은 게 있다고 해서, 굳이 덜 나은 걸 떨쳐 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저 의사를 향해 덤벼들기라도 함으로써.
그 피를 취해 올 생각까지 했던 것이다만.
“은인을 곁에서 보필하기 위한 인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답니다.”
지금.
그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너희들, 왜 여기에……?”
나와 함께 이곳에 온.
백 명이 조금 안 되는 군단의 각성자들.
그들이.
내 명령을 어기고, 전장으로 복귀했으니까.
* * *
‘분명 떠난 기척도 느꼈는데……. 언제.’
분명 전장을 이탈했다 생각했던 이들.
그들이 이 전장에 다시금 복귀했다.
“내가 분명히 명령했을 텐데.”
하지만.
그들을 보는 내 표정은 결코 밝지만은 못했다.
“이 전장을 떠나라고!”
그런 말을 하면서.
나는 손을 뻗어 내 뒤에 있는 인물의 몸을 가렸다.
내가 저들의 복귀를 명령한 이유는 간단했다.
저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기 싫다든가, 뭐 그딴 이유는 당연히 아니고.
‘아리엘라를 들켜선 안 됐으니까.’
그녀의 존재는 부대원들에게 기밀이다.
그렇기에.
뱀파이어들의 전력을 활용하기 위해 그들을 물린 것이었다.
“은인께서 내린 복귀하란 명령을 어긴 점,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토록 내게 충성을 보이던 이들이 내 명령을 거부했다.
내가 혼란스러워하거나 말거나.
“하지만, 나중에 영창을 보내든 뭘 하시든.”
정수아와 그를 따르는 부대원들은 앞으로 나서더니.
내가 가리고 있던 여자.
아리엘라의 앞에 섰다.
“은인을 두고 그냥 가라는 명령은.”
그리고.
내가 그들의 행동을 어떻게 막아야 하나 고심하고 있을 때.
스윽.
“암만 생각해도 못 들어주겠더라고요.”
그들은 군단원들에게 보급된 군용 대검을 손에 쥐더니.
그 대검으로 자신들의 손목을 살짝 그었다.
“무슨……?”
주륵…….
짙은 마력을 품은 강자들.
그들의 그림자를 향해 흘러내렸다.
* * *
아리엘라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양질의 피, 그것도 대량으로 필요했다.
나 한 사람의 피로는 그녀를 회복시킬 정도의 양이 나오지 않고.
설령 살릴 수 있다고 한들, 내가 빈사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기에.
아리엘라는 그 선택지를 거부했다.
하지만, 지금.
주르륵…….
복귀한 부대원들.
그들의 손목에서부터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별거 아닌 양일지도 모르지만.
거의 백 명에 가까운 부대원들이 동시에 뿌리는 피의 양은 상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정수아는 29레벨에 달하는 강자.’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호위대의 인원들도…… 그런 정수아가 고르고 골라서 엄선한 정예들이지.’
피의 질도.
그 양도 충분했다.
“커…… 헉…….”
그 피가 쏟아지자.
죽은 듯 굳어 있던 아리엘라가 급격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
“예. 군단장님.”
“이 녀석이 누군지 모르는 거냐?”
내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덤덤히 피를 흘리고 있던 병사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압니다.”
“안다고?”
“예. 그때 그 뱀파이어 여왕 아닙니까.”
그 말을 꺼낸 부대원의 얼굴은 꽤나 익숙한 것이었다.
423대대부터 함께했던 이 군단의 창립 멤버들 중 하나.
애초에 이곳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손꼽히는 정예인 만큼.
군단에 소속된 시절도 긴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성철 아저씨를 직접 찢어 죽였던 그 여왕.”
“…….”
“그 외에도. 지환이 형님이나, 혜선 누님…… 많은 사람들이 이 녀석과 이 녀석이 이끄는 괴물들에 의해 죽었었죠.”
뱀파이어 토벌전.
그 벙커의 공략전을 경험한 이들이었다.
‘우리 부대가 군단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군단을 하나로 묶어 준 키워드는 전우애였다.’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닌 이들에게는 조금 차가워질지언정.
부대원들 간에는 그 무엇보다도 끈끈한 신뢰와 믿음을 가지게 되는 것.
‘아리엘라는 그런 부대원들을 죽인 적이야.’
아리엘라에 대한 부대원들의 증오심은 엄청난 것이었다.
괜히 이 녀석들 수하로 들일 때 민재 형이 반발한 것이 아니고.
괜히 이 녀석의 존재를 부대원들에게 숨긴 게 아니다.
만약 들킨다면.
내가 가진 군단장의 지위마저 위태로울 수 있을 정도의 큰 리스크.
하지만, 그럼에도.
‘그걸 알고 있으면서 왜……?’
이 녀석들은 몰라서도 아니고.
아리엘라의 정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그녀에게 자신들의 피를 주고 있었다.
“은인이시여.”
내가 그 사실에 당황해하고 있을 때.
정수아가 나를 부르더니, 한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분, 기억하십니까?”
“그야. 우리 부대원이니까. 다들 얼굴이나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지.”
“그렇다면 그녀가 언제 우리 부대에 합류했는지도 아십니까?”
“그건.”
그 말에.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기억을 파고들었다.
“……어?”
그리고 나서야.
한 가지.
믿기지 않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괴물들이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제대로 들은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간 목장’을 만들 예정이라고.
과거.
아리엘라와 뱀파이어들을 토벌했을 때.
그 아리엘라가 붙잡아 두고 있던 인간들이 있었다.
-거기에 쓰기 위해 따로 빼놓은 이들이니 죽지 않게 잘 관리하라고 하더군요.
그들은 나중에 정수아의 인도로 부대에 합류했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정수아가 가리킨 저 여자가 바로.
“그때, 인간 목장이 어쩌고를 설명해 줬던 그……!”
“아아…… 기억해 주셨군요.”
당시에.
벌벌 떨면서 내게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저를 잊지 않아 주신 점, 정말 큰 영광입니다. 군단장님. 신아영이라 합니다.”
아리엘라가 만들고 있었던 인간 목장 출신의 부대원.
아리엘라는 사람들을 속여서 유인하고.
“하지만, 그렇다는 건.”
쓸모없는 이들은 죽여 가면서 그들을 가축으로 키웠다.
장기적으로 피를 수급할 수 있는 먹잇감으로써 목장을 만들었다.
“네게 아리엘라는 원수일 텐데.”
“아, 음. 그거야…… 네. 맞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동료들도 많이 죽었을 것이고.
그녀는 우리의 구출이 없었다면 저 인간 목장의 가축으로써 평생을 살게 되었겠지.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보기만 해도 손발이 떨리네요. 하하…….”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있었지만.
그 말대로.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의 손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아리엘라에게 전우를 잃은 부대원들과.
아리엘라에게 직접 피해를 입은 저 여자까지.
왜 아리엘라를 살리려 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자매님…… 이 아니라, 정찰조장님이 이미 말씀해 주셨잖아요.”
“뭐?”
“군단장님을 보필할 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 이유는.
꽤나 간단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군단장님이 저희더러 복귀하라 명하셨을 때…….”
그녀는.
몇 분 전의 과거를 회상하듯 입을 열었다.
“일단은 물러나긴 했지만. 차마 그대로 복귀할 수는 없었거든요.”
“…….”
“저희 임무는 군단장님의 호위. 그런데 호위 대상을 두고 떠난다니…… 아무리 호위 대상자 본인의 명령이라고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주변에 머무르길 선택했죠.”
그 말에.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애초에…… 이 근처에서 이곳을 관찰하고 있었던 건가.”
“네. 명령을 어긴 점은 정말 죄송한 말입니다만……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이곳을 관찰하는…… 그런 기척은 못 느꼈는데.”
나도 바보는 아니다.
저 의사의 치료로 인해 내 감각은 전보다도 예민해진 상황.
나는 분명 저들이 전장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뱀파이어들을 꺼냈다.
저들이 근처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척 또한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하하, 그야. 군단장님의 위대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요.”
그녀가 나머지 한 손을 스륵 하고 흔들자.
나는 순간적으로 그 손이 완전히 사라진 듯한 감각을 받았다.
“그래도, 저희 본업은 ‘정찰조’랍니다.”
괴물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정찰을 해내야만 하는 이들.
즉, 암행에 특화된 각성자들.
“기척을 숨기고 몰래 무언가를 관찰하는 게…… 저희 전공이거든요.”
아무리 감각이 예민해진 나라고 한들.
탐색에 특화된 스킬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맘먹고 숨은 저들을 찾아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뱀파이어들도 그때 다 봐 버렸겠군.”
“네.”
“아무렇지도 않았나? 특히 너는…….”
“그야, 충격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처음에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뱀파이어를 사용하는 나를 보고 놀란 듯했지만.
그 놀람에 빠져 있을 틈도 없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강한 빛이 번쩍이더니, 갑자기 전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하더군요.”
뱀파이어들의 교전이 이루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저 태양충의 빛이 전장을 감쌌으니까.
“전황이 이상해졌으니, 더 이상 숨어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급하게 이곳으로 달려왔죠. 하지만…….”
“하지만.”
“달려오기 직전에, 군단장님의 명령대로 물러나야 하나 아니냐를 두고 망설이느라 대처가 조금 늦어졌답니다.”
그리고.
말을 잇던 그녀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러던 중에, 저 거대한 괴물이 군단장님을 공격하는 걸 보았죠.”
“…….”
“저희는 대처할 수도 없는 먼 거리였어요.”
그녀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는 듯.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군단장님이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호위대인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절망하며……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때.”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피를 받아먹고 있는 괴물을 향했다.
“이 괴물…… 아니. 이자가 하는 행동을 봤답니다.”
“…….”
“호위대인 저희가 군단장님의 곁을 떠나 있을 때, 이 괴물은…… 몸을 던져서 군단장님을 구출하더군요.”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무서운 얼굴이지만, 뭐 어쩌겠어요.”
“…….”
“그런 걸 봐 버렸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그녀의 설명이 끝났지만.
나로서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나를 지키려 했다고 해도…… 아리엘라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닐 텐데.’
저 손 떨림이나.
다른 부대원들의 표정만 봐도.
아리엘라에 대한 증오나 분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확실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런 내 의문에.
정수아는 덤덤히 답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은인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도, 어떤 비밀을 알게 되더라도 그 비밀을 결코 누설하지 않을…… 그런 믿을 만한 인물들로만 호위대를 구성하겠노라고.”
“…….”
저들은.
상대가 아무리 큰 원수라고 한들.
어떤 큰일이 생긴다고 한들.
‘나를 믿어 주는 이들…….’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얼마 전에 들었던 조언을 떠올렸다.
– 네 부하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
– …….
– 그 아이들은 너만 믿고 네 밑에 모인 아이들이야. 그리고 그 아이들도 네가 자신들을 좀 더 믿어 주길 바라고 있을 거다.
내가 부대원들에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미리내는 그리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대로.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거. 이제 믿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
내가 혼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 부대원들은 내 생각보다도 좀 더 강한 인물들이었던 모양이다.
“많은 부대원들을 죽이고, 그보다도 많은 인간들을 학살한…… 뱀파이어들의 수장.”
어느덧.
부대원들의 피가 멎어 들기 시작하고.
“본래라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적이겠지만.”
정수아와 부대원들은.
헝겊을 꺼내, 자신들의 손목 상처를 닦아 내며 말했다.
“군단장님을 구한다는 큰 공을 달성하였으니. 이번 한 번만은 봐주도록 하겠습니다, 여왕.”
“……흥.”
그리고.
그런 그들의 중심에서.
“이렇게 해 주면 좋아할 거라든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큰 착각이란다, 아이야.”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 지레짐작하지 마시길.”
전신의 70% 이상이 소실되어 있던 내 권속.
아리엘라가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