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 [저주 받은 그림> 특집
제보를 받자마자 승현은 바로 다음 특집 주제로 결정을 했고, 곧장 필립과 수연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필립은 다른 스케줄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고 수연만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제보자 B씨가 사는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였다.
화영은 제보자에게 연락해 인터뷰 날짜를 잡았고, 날짜에 맞춰 수연과 분당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분당으로 이동한 승현 일행은 카페에서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중년 여성은 고급스러운 외투에 장신구를 두른 부잣집 사모님 풍채를 가지고 있었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녀는 승현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분당에서 공인중개사 일을 하고 있는 김현정이에요.”
말투에서부터 굉장히 교양이 있어 보였다.
승현도 웃으면서 명함을 건넸다.
“RBS 최승현 PD입니다. 저희 쪽으로 메일 보내주셨죠?”
“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메일 보내드렸는데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좋은 제보해 주셔서 저희가 감사드리죠.”
승현은 핸드폰 녹음 앱을 켠 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동시에 태정도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가급적이면 저희 집에서 촬영을 하고 그림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요. 남편이 아주 난리, 난리를 치는 통에 이렇게 밖에서 뵙게 됐어요.”
“출근을 안 하시나요?”
“일주일 전부터는 출근도 안 하고 하루종일 그림만 끼고 있어요.”
“건강은 괜찮으시고요?”
“봤을 때 얼굴에 혈색도 없고 말라가는 게 건강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검진받을 생각도 안 합니다.”
“그 그림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김현정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찍어놓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흐음.”
승현은 인물화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분만 느낄 뿐, 특별하게 ‘귀신의 흔적’을 느끼지는 못했다.
“어때요?”
그래서 곧장 수연에게 그림을 보여주었다.
“음.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선 뭐 어떻다고 특정할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봐야 알 것 같은데.”
수연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현정에게 물었다.
“제보 내용 보니까 가위에 눌리시고 그러셨다는데.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 몇 가지만이라도요.”
“아, 네, 네.”
그녀는 그림이 들어온 이후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해주었다.
* * *
그림이 침실에 걸린 지 며칠 안 지났을 쯤.
김현정은 곤히 잠들어 있다가 자신이 가위에 눌렸다는 것을 곧장 인지할 수 있었다.
뭔가 소리는 선명히 들리는데 눈이 떠지지도, 손발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순간 그녀는 머릿속으로 굉장히 많은 생각이 스쳤다.
가위를 눌릴 땐 방 안이 훤히 보인다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이었다.
의외로 그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때, 은은한 한기가 귀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감과 동시에 한 여성의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 잘 잔다.
사랑스럽게도 잘 잔다.
잘 잔다~ 잘 잔다~
그렇게 며칠 동안은 매일 가위에 눌리며 그런 노랫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 * *
이야기를 듣던 승현이 물었다.
“자장가였나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멜로디는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였어요.”
“그때는 어땠나요? 남편분이요.”
“그렇게 제가 가위눌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남편은 평소와 크게 다른 게 없었어요. 이제 문제는- 그 그림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죠.”
“집착이요.”
“네. 너무 그림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제가 한 소리 하게 됐고, 싸움이 잦게 되었거든요.”
“그럴 수 있죠.”
“우리 딸도 그림 당장 갖다 버리라고 하고. 저도 버리자고 하니까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더라고요.”
“그 이후부터 남편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고요? 그땐 가위를 안 눌리셨나요?”
“조금- 달랐어요. 저한테 오는 현상들도.”
그녀는 그 이후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다.
* * *
그림을 치우니, 마니하는 문제로 대판 부부싸움을 한 뒤, 각자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림이 없는 다른 방에서 자기 시작하면서부터 김현정은 가위에 눌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림에 뭔가 붙어 있다는 확신을 더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나름 편안하게 잠을 자던 그녀는 갈증이 나 잠에서 깼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 물을 한 잔 뜨고 있었다.
그때, 남편 안진호의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에 뭐 물건을 찾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냉전 중인 터라 김현정은 모른 척 다시 방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계속 소리가 나는 것이 뭔가 이상했던 그녀는 안진호의 방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았다.
순간 그녀 눈에 보인 것은, 자고 있는 안진호의 머리맡에 서서 그를 가만히 내려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소름 끼치는 건 그렇게 내려 보고 있는 와중에도 한 손으로 벽을 긁고 있다는 점이었다.
낯선 여인이었지만 김현정은 그녀가 귀신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놀란 김현정은 방문을 연 채로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때 여자의 머리가 180도 휙 돌아가더니 김현정을 보았다.
동시에 김현정의 귀에서, 자장가 때 들었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봤어?”
* * *
김현정이 흥분한 목소리로 몸서리를 쳤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소름 끼치네요.”
그녀의 말에 승현도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남편분은 무슨 기현상 같은 거 안 느끼신대요? 가위에 눌리거나.”
“전혀요. 밤에 잘 자냐고 물어보니까 잘 잔대요.”
김현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승현은 짧게 한숨을 쉬며 수연에게 물었다.
“어떤 상황 같아요?”
그러자 수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귀신에 홀린 것 같아요. 조금씩 몸을 뺏기고 있는 것 같고요.”
수연의 대답에 김현정이 놀라 되물었다.
“몸을 뺏겨요? 그게 가능해요?”
“그럼요. 가능하죠. 단순히 빙의되는 게 아니라 몸을 차지하려고 천천히 기를 뺏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 경우가 있나요?”
“흔치는 않지만 있어요. 만약 귀신한테 몸을 뺏기게 되면 퇴마 굿을 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아예 귀신과 육체가 하나가 되어버린 상태가 되니까요.”
“아아.”
“당장 남편분하고 그림을 좀 봤으면 좋겠는데요.”
수연이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김현정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승현이 달래는 말투로 말했다.
“그래도 처리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그림만 가져다 태워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귀신에 반쯤 쓰여 있는 남편분께서 더 불같이 화를 내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일단 한 번 부딪쳐 보죠.”
“아이고.”
김현정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탄식을 흘렸다.
“따님이 있으시다고 하셨죠?”
“아, 네.”
“따님하고 사모님 모두 대동하고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온 가족이 간절하게 부탁하면 집에서 촬영하는 걸 허락하실 수도 있어요. 아직 본인의 영혼이 남아 있다면.”
승현이 말했다.
김현정은 잠시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가 핸드폰을 들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
분당 호루스아파트.
안진호와 김현정이 사는 아파트는 입구에서부터 고급스러움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대리석과 화강암 등, 각종 고급 내외장재로 장식이 되어 있는 것은 물론, 모든 세대 평수가 대략 50평 이상 되어 보였다.
엘리베이터 역시도 굉장히 고급스럽고 큰 것이 큰 병원 엘리베이터 같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승현과 화영, 태정, 수연, 그리고 김현정과 그녀의 딸은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그때 태정이 먼저 카메라를 꺼내 녹화 시작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촬영해서 들어갈게요. 모자이크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시고요.”
“네.”
김현정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땡- 문이 열립니다.]엘리베이터 안내방송이 들리자마자 일행이 우르르 내렸다.
이어 김현정과 그녀의 딸이 현관문으로 향했다.
삐삐삐삐삐- 삐삐-
비밀번호를 누른 김현정이 문을 열었다.
이어 그녀의 딸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여보. 안에 있어?”
김현정이 불렀다.
그때 안에서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하게 쇳소리가 나는 것이 확실히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방송국에서 촬영을 왔는데-”
김현정과 그녀의 딸이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며 운을 뗐다.
그 사이 승현 일행은 현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야기 좀 들어 봐.”
“무슨 말도 안 되는 허접한 방송프로그램에-”
“-선혜도 그냥 한 번 찍는 거 뭐 어떠냐고 하잖아.”
안진호와 김현정이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현관문이 닫히며 그들의 대화도 끊겼다.
“졸지에 우리 허접한 프로그램 됐네요.”
화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잠깐 기다려 보자고.”
승현이 말했다.
야오오옹-
화영의 품에 안긴 초코가 울었다.
승현은 초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닫힌 현관문을 주시했다.
분명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악취가 풍겨왔었다.
확실히 귀신이 있기는 한 것 같았다.
잠시 뒤 김현정의 딸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일단 허락은 맡았어요.”
“아. 그래요?”
승현이 반색했다.
“사모님하고 따님이 같이 사정사정하니까 일단 허락을 해 주신 건가요?”
수연이 한 발자국 나서며 물었다.
김현정의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대신 그림을 가져가거나 없애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하세요.”
“그런데 왜 기다려야 하죠?”
“잠깐 집 정리 좀 하신다고.”
그녀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잠시 뒤.
그녀의 말대로 현관문이 다시 열렸다.
그러자 김현정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살짝 비켜섰다.
아파트 내부도 무척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다.
넓은 거실과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운동기구.
커다란 TV와 어항. 고급스러운 카펫.
연예인의 집이 나오는 예능에서 흔히 보던 광경이었다.
그때 안방 문이 열리더니 삐쩍 마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독한 악취와 함께 등장한 그는 창백한 피부에 시커먼 입술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승현은 그를 보자마자 귀신에 쓰여 있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수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안녕하세요. 안진호입니다.”
남자가 승현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