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ap Star RAW novel - Chapter (308)
더 랩스타-308화(308/309)
< Verse 47. On & On (完) – 완결 >
***
관객들과 함께하는 골든 뉴 에라 축제는 끝이 났지만, 그들만의 축제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도착한 호텔은 뮤지션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낙원이었다. 최고급 음식과 음료가 넘쳤고, 곳곳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옥상을 포함한 최상층은 뮤지션들을 위해 대관이 된 상태였고, 그 아래층은 스태프들과 경호원들을 위해 대관이 된 상태였다.
그렇다고 스태프들이나 경호원들이 최상층에 출입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8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동고동락했던 뮤지션, 스태프, 경호원들은 이미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기에, 다함께 먹고 즐기는 파티가 벌어졌다.
“고생 많았어.”
“한국은 치안이 좋으니까 이럴 수도 있군요.”
H&R INC 경호보안팀의 팀장이 하델과 병을 부딪치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도 없고, 총기도 없고, 갱단도 없는 한국이기에 최소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골든 뉴 에라 투어가 대성공을 거둔 것을 자축하고, H&R INC에 새롭게 합류한 888 LABEL을 환영하기 위한 축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미 무대를 함께한 H&R INC와 888 레이블이 친해지는 것에는 시간이 들지 않았다.
단지 알콜이 들었을 뿐이었다.
“상현아!”
“왜요!”
“여기 와서 통역 좀 해봐!”
“아, 바디랭귀지 두고 왜 자꾸 찾아요! 눈치코치로 이야기하라고!”
“작업 이야기를 어떻게 눈치코치로 해?”
“어차피 용어는 똑같잖아요!”
디제이들끼리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 상현을 찾았던 민호가 투덜거렸다.
“치사한 새끼.”
“What?”
“어······. He is a Asshole.”
“Yeah, Fuckin` Asshole.”
“오, 발음 죽인다. Fuckin` Asshole!”
스탠다드와 우민호는 그렇게 작업 이야기 대신 상현을 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888 크루 멤버들 중에 영어를 잘하는 축인 김환, 민지, 인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는데, 술이 좀 들어가고 시간이 흐르다보니 언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음악이라는 뚜렷한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유명한 노래가 나오면 다 같이 춤을 추면서 따라 불렀고, 선곡이 별로면 스탠다드와 민호에게 야유를 보냈다.
스탠다드가 실수로 심혈을 기울여 작업 중인 비트를 틀자, ‘이 비트 나 줘’라고 말하는 비트 거지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 사이 888 Label에 들어가기로 이야기가 끝난 밴드 L&S가 방송 스케쥴을 끝내고 합류했다.
“야! 공연 죽였다며! SNS 난리도 아니던데?”
“보고 싶어요, 형?”
“당연하지. 아, 혹시 뭐 찍어놓은 거 있나?”
“나중에 DVD 나올 거예요. 그거 사서 봐요.”
“······.”
“안 줄 거니까 사서 봐요.”
“매정한 새끼.”
분위기는 끝없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에 정점을 찍는 이들이 등장했다.
“얘, 얘들아!”
화장실에 다녀오던 오민지가 귀신이라도 본 얼굴로 후다닥 달려 들어왔다. 그 모습에 하연이 반문했다.
“왜요?”
“여, 연예인이야! 진짜 스타!”
“뭔 소리야? 취했냐?”
제이록과 술내기를 하고 있던 김환이 휘청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이록이 포기하는 거냐고 마구 웃었고, 김환은 화장실 다녀와서 2라운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얼어붙었다.
“여, 연예인이다.”
“워, 월드스타.”
H&R INC의 뒤풀이 장소에 등장한 스타는, 바로 오경 카드 슈퍼 콘서트의 게스트였던 마룬 파이브였다.
뒤늦게 그들을 본 상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상현은 마룬 파이브를 시상식이나 공연장에서 꽤 자주 만났었다. 파이브식스나 마룬 파이브나 2009-10년을 씹어 먹던 가수들이었으니 이런저런 자리에서 자주 만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엄청나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파티에 초대할 정도의 친분은 있었고, 그들도 내일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별다른 스케쥴이 없었기에 흔쾌히 상현의 초대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와우, 돈 많이 벌었다더니 엄청 화려하게 노는데? 호텔을 통째로 빌리고?”
“사람이 많잖아. 그리고 두 층만 빌린 거야. 통째로는 무슨.”
상현이 개중 가장 친한 마룬 파이브의 키보디스트 제스 카마이클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자, 888 크루 멤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씨. 뭐지?”
“그러게 뭐지?”
“맞지? Moves Like Jagger?”
“무브 라이크 재거가 이름이냐? 마룬 파이브가 이름이지.”
“아, 어쨌든.”
구석에 모여 속닥거리는 888 크루의 모습에 제이콜이 끼어들었다.
“왜? 뭐가 문제야?”
영어를 가장 잘하는 민지가 대답했다.
“마룬 파이브잖아!”
“그게 왜?”
“아니, 마룬 파이브라고!”
“그러니까, 그게 왜?”
“유명하잖아!”
“······우리도 유명해.”
“니네는 그냥 친구 친구고. 와, 씨. 뭐지?”
그렇게 말한 민지는 문득 등 뒤를 돌아보았다.
밴드 L&S 멤버들은 너무나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볼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룬 파이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파티장의 음악에는 밴드의 연주와 노래 소리가 추가되었다.
“혹시 나 내일 죽나? 미키 매든이 나한테 베이스 잘 친다고 했어······.”
밴드 L&S의 베이시스트인 용준의 중얼거림은 오늘 파티의 컨셉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었다.
다들 내일 죽는 것처럼 놀고 있었다.
그리고 상미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돈은 오경에서 받고 쓰는 건 888 크루랑 쓰네ㅋㅋ
-오경 카드 의문의 1패.
-저게 진짜 축제지. 존나 재밌겠다.
상현과 같은 핏줄을 타고난 만큼, 상미도 복수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집요한 사람이었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시작된 축제의 현장은 새벽이 지나자 서서히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정리라기보다는 취해서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현은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신 편이 아니기에 멀쩡했다.
할 일이 있어서 자제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가 볼일이 있는 상대방도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은 것 같았다.
“뭐해요?”
“졸려서 방으로 갈까 고민 중이야. 근데 다들 이대로 내버려두고 가도 되나? 입 돌아가는 거 아니야?”
“5성급 호텔인데 설마 그렇겠어요. 바람 쐬게 옥상이나 가요.”
“그럴까?”
상현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와중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설령 회귀를 백 번을 했어도 이런 순간은 떨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옥상으로 올라가던 상현은 며칠 전부터 생각해놓은 멋들어진 대사들을 떠올렸다.
시원한 새벽바람을 맞으며, 휘황찬란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해주기 좋은 말들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 번이고 느꼈지만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아, 왜 나도 좀 드라마처럼 살면 좋겠는데.’
옥상 문을 열자마자 미친 듯한 강풍과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가 그들을 반긴 것이었다.
“어우, 너무 추운데? 안되겠다.”
“어, 그래도 잠깐만······.”
“잠깐은 무슨 잠깐이야. 추워죽겠는데. 내려가자.”
“자, 잠깐······.”
그러나 미주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자, 당황한 상현이 엉겁결에 입을 열었다.
“나랑 사귀자.”
“······취했어?”
상현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취하지 않았다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이상했고, 취했다고 하기엔 자신의 순수성이 폄하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또 엉겁결에 입을 열었다.
“너한테 취했어.”
“장난치지 마라.”
상현은 또 한 번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난이 아니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이상했고, 장난쳤다고 하기엔 자신의 순수성이 폄하되는 것이 싫었다.
“아니, 그리고 왜 반말이야?”
“반말 할 때도 됐지, 뭐. 아니, 그래서 대답은 뭔데요?”
미주는 그제야 왜 상현이 자신을 옥상으로 데려가려고 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장난치는 것도, 취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미주가 오른손을 들었다.
상현은 그 손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쁜 손이 자신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짝!
“이게 죽으려고! 5년이나 없었던 주제에 뭐?”
“악!”
“너가 5년 동안 미국에서 히메를 만났는지! 멜로디를 만났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우와, 무슨 폭력으로 거절을 하나?! 이거 거절이죠?!”
“몰라!”
미주가 한 대 더 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상현은 미주의 입가에 걸려있는 자그마한 미소를 발견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의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서로의 교집합이 맞지 않아서 헤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상현은 지금 이 순간 강한 충동을 느끼고 있었고, 그는 충동을 무시하는 법이 없었다.
한번뿐인 삶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신경 쓰고 살 수가 없었다. 오직 원하는 것을 위해서만 달려가고 싶었다.
***
한국에서 사흘을 더 머물던 H&R INC의 뮤지션들과 스태프들이 떠났다.
원래는 며칠 더 머무를 생각이었는데, 스쿨보이 큐가 딸이 어른거려서 빨리 가고 싶다고 재촉했기에 일정이 앞당겨진 것이었다.
그러나 상현이 보기에 스쿨보이 큐는 딸도 딸이지만 아무래도 떨이 그리운 것 같았다.
어쨌든 이별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게다가 긴 이별도 아니었다.
켄드릭은 이미 2년 안에 한국에서 공연을 열겠다고 약속한 상태였고, 888 레이블 멤버들도 조만간 다 함께 미국으로 가겠다고 약속을 해놓은 상황이었다.
“하 사장님. 조심해서 가세요.”
“한국에서 재미있게 지내고, 조만간 보자고.”
“이제 뭐 하실 거예요?”
“뭐 하겠어? 계속 H&R INC를 운영하고, 가수들 발굴하겠지. 아, 그래서 말인데 밴드 L&S있잖아? 그 친구들한테 영어 좀 가르쳐봐.”
“영어요? 왜요?”
“미국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서. 뭐, 자세한 건 검토해봐야겠지만 일단 그래.”
그렇게 H&R INC가 떠나고, 상현은 미주에게 하델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리고는 곧 후회했다.
‘아무래도 한 달 정도 뒤에 전달했어야 했어.’
너무 열심히 영어를 배우느라 데이트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현은 남매간의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상미야, 뭐해?”
“때가 된 거 같아서, 엄청 바빠.”
“때? 무슨 때?”
“오빠가 한국을 떠난 것까지 이야기가 진행됐던 888 Crew 시즌 2를 연재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미국 편을 그리게? 그러면 888 크루가 아니라 내 이야기만 나오지 않나?”
“아니야. 시즌 1이 실화였다면, 시즌 2는 픽션으로 갈 거야. 888 크루 전체가 미국으로 떠나는 거지.”
“오······.”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저리가. 미주 언니랑 놀아.”
그렇게 미주, 상미에게 퇴짜를 맞은 상현은 888 크루와 함께 더 진한 회포를 풀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다들 너무 바빴다.
상현은 한국 씬에 5년이란 공백이 있지만, 다른 멤버들은 그렇지 않았다. 각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수많은 팀들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한가한 놈이 있었으니, 바로 준형이었다.
“너 때문이잖아!”
“내가 왜!”
“너가 미국에서 겪었던 일들을 얘기해주는 바람에 상미가 갑자기 영감을 받은 거 아니야!”
“아, 그런가? 근데 그거랑 너가 한가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
“상미랑 놀러가려고 스케쥴 비워놨단 말이야. 아 씨.”
“놀러가? 단 둘이? 내 동생이랑? 죽고 싶냐?”
잠시 투닥거렸지만 결국 놀만한 사람이 서로뿐이었던 상현과 준형은 곧 화해를 했다.
그리고는 작업실에 드러누워서 이야기를 나눴다.
“상현아.”
“왜?”
“이제 뭐할까?”
“어······ 랩이나 할까?”
“그럴까? 그게 제일 재밌겠지?”
“그래. 그게 제일 재밌지. 움직여야지 Part 2는 어때?”
“오, 괜찮은데?”
그렇게 상현과 준형이 몸을 일으켰다.
잠시 뒤, 작업실이 비트 소리로 가득 찼다.
***
(생략)
2010년부터 시작된 골든 뉴 에라 시기에는 수많은 래퍼들이 등장하고 사라졌다. 그 중 살아남아 인기를 얻은 래퍼들은 대중들에게 랩스타(Rap Star)라고 불렸다.
또한 랩 스타 중에서도 특별한 이들은 ‘랩 슈퍼스타’라고 불렸다.
그러나 이러한 랩 슈퍼스타들 중에서도 으뜸에 서는 이가 있었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한 명의 래퍼.
골든 뉴 에라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래퍼.
랩 뮤지션들 중 가장 많은 앨범 누적판매량을 가지고 있으며, 단일 앨범으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가장 많은 곡을 빌보드 차트에 올린 래퍼.
바로 파이브식스였다.
그의 시작을 알린 MTB가 발매된 지 벌써 16년이 지났고, Touch The Sky가 발매된 지는 15년이 지났다.
이제 파이브식스는 전설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전설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전설은 현존하지 않는 것이니까.
우리가 비틀즈와 마이클잭슨을 전설로 추앙하는 것에는 그들의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파이브식스는 아니다.
그는 여전히 왕성한 작업을 하며, 수백만 장씩 앨범을 팔고,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다.
여전히 그래미 어워드가 개최되는 날에 LA에서 힙합 공연을 벌이며, 몇 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그래미 어워드의 골칫거리이다.
H&R INC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레이블이고, 888 레이블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잘 나가는 레이블이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On & On’을 외치고 있다.
2021 롤링스톤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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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빌보드 매거진의 한 기자가 시상식 뒤풀이에 잠입해 파이브식스에게 ‘당신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때 반쯤 취해있었던 파이브식스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의 삶이 한 번뿐이라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한다거나, 남들의 시선 때문에 뭔가를 하는 일은 없어질 거예요. 그렇죠?”
그리고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근데, 당신의 삶은 이미 한 번 뿐인걸요.”
(더 랩스타 완결)
< Verse 47. On & On (完) – 완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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