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309
사령관이 돌아왔다 309화
309 레어로 가는 길(2)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일과가 시작되었다.
이미 보급은 다 마친 것 같았다. 수많은 상단들이 오갔고 수레에 짐들이 가득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모든 물자를 마련했을 것이다.
출발을 위해 여관을 나섰다.
뒤쪽으로 사제들이 줄지어 쫓아왔는데, 그런 광경을 사람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구원자님이다!”
“와아아아!”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구원자라니?
구원자로 행세할 생각은 그다지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소문이 퍼진 것이다.
사제들이 관여를 했나?
대사제 레몬드가 내 곁으로 다가온다.
“다들 구원자님을 경외하고 있습니다.”
“제가 왜 구원자인데요?”
“예언을 실행할 분이기 때문입니다.”
레몬드라는 작자도 상당한 외골수로 보인다.
신전에서 막대한 신성력을 불어 넣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구원자가 되고 비비안이 성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괜히 이 세상에 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레몬드를 지나쳐 한 용병에게 다가갔다.
괜히 아무런 상관도 없는 신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용병들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나을 듯해서다.
이번에 함께 가는 공격대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남자였다.
강인한 인상에 무뚝뚝한 말투였고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어쩌면 초극의 경지에 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았기에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한스 님.”
“그 유명한 수철 님이로군.”
“목적지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그건 아직 알 수 없소. 기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지.”
“그렇습니까.”
어차피 목적지는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이라고는 들었는데, 드래곤 레어라는 곳이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니 목적지까지는 함께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공격대를 구성한 백작도 돈이 많은 모양입니다.”
“돈이 많다고? 뭔가 잘못 알고 있었군.”
한스라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혹시나 이러다 보면 좋은 정보가 툭 튀어나올 수도 있어서다.
“잘못 알고 있다니요?”
“지금 발렌티아 백작은 파산 직전이라네.”
“파산 직전이라.”
“발렌티아 상단은 한때 대륙 3대 상단으로 이름이 드높았지만, 올해 곡물 값이 폭락하면서 위기를 맞았다고 하더군. 투자를 잘못한 게지. 작년에 너무 많은 곡물들을 사들였어. 올해 대풍작이 들면서 곡물 값은 바닥을 찍었지.”
“그렇다고 대륙 3대 상단이 쉽게 망하기야 하겠습니까?”
“그 양이 막대했으니까. 게다가 비대해진 덩치를 가진 상단이 유지되려면 필연적으로 많은 유지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 빚이 빚을 만들어 내고, 결국 발렌티아 백작은 최후의 도박을 감행하기로 했지.”
“설마 그게 드래곤 사냥입니까.”
“그렇다네. 드래곤 사냥에 성공하면 한 번에 현재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으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니.”
“이번에 드래곤을 사냥하지 못하면 영주는 파산이야.”
“그것참.”
“한데 자네는 어째서 지원했나? 그 정도 실력이라면 다른 할 일도 많았을 텐데 말이야.”
“일확천금이죠.”
“그래. 용병에게는 돈이 전부라 할 수 있겠지.”
어설픈 논리였지만, 잘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용병들은 돈을 위해 목숨을 파는 자들이다. 임무 도중에 누군가가 죽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고 오랫동안 살아남는 용병들은 별로 없는 편이다.
한스는 마지막으로 말을 한 후에 돌아섰다.
“조심하게. 아무리 헤츨링이라고 해도 브레스에 맞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자리로 돌아왔다.
비비안 역시 한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발렌티아 백작이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몰랐네요.”
“이것이 최후의 도박인 셈이지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죠. 이 정도의 병력을 구성하였다는 것이 놀랍네요.”
“이번에 실패하면 그의 영지는 기둥뿌리까지 뽑힐 겁니다.”
“이것 참.”
비비안도 안타깝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애초에 도박으로 무언가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세상이든 도박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어 보지 못했다.
지구도 그랬고 이곳 대륙도 마찬가지다.
꾸준하게 모아 형편에 맞게 살아가야지, 괜히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는 골로 가기 십상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진군했다.
과연 이곳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야 할까?
하루 정도 행군하여 금역 앞에 도착하였다.
금역에는 목책이 둘러져 있었고 그 앞을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역할은 그저 금역에서 몬스터가 내려오지 않도록 막는 것이었다. 들어가서 정벌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한다. 그러기에는 병력도 모자랐고 이곳을 토벌하려 했다가는 가진 모든 병력을 잃고 알거지가 될 테니까.
“정지!”
어쨌거나 병사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막는 역할을 한다. 금역에 들어가면 목숨을 잃을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발렌티아 백작이 다가왔다.
“나는 발렌티아 백작이다. 아루스 자작과는 이야기가 다 끝났다.”
“정말 발렌티아 백작님이십니까?”
“그럼 이 공격대가 뭐로 보이나!”
발렌티아 백작을 상징하는 레드 드래곤의 문양이 곳곳에 보인다.
백작은 이번에 기사단과 병사들까지 동원하였다. 영주의 힘은 기사단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만약 여기서 기사단이 뼈를 묻으면 발렌티아 백작은 패망한다. 물론 드래곤을 사냥하지 못해도 패망이었다.
생사를 건 도박.
그 기세를 병사들도 느낀 것 같았다.
“저곳은 위험합니다. 인지하고 계시지요?”
“그렇다.”
“저 안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저희 영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발렌티아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질문을 하고 발렌티아 백작은 답했다. 이것은 통상적인 절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서에 사인을 했다.
금역 안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본 영지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서였다.
비비안이 그 장면을 보더니 말했다.
“저 안에 뭐가 있기는 한 모양이네요.”
“금역이라고 하잖아요.”
왕국이 끝나는 지점, 대륙 최북단 끝 쪽이다.
그 안은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그러고 보니 여름임에도 날씨가 꽤 쌀쌀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발렌티아 백작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다들 준비는 되었나!”
“예!”
기사들은 물론이고 용병들과 병사들까지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번 원정에 성공하면 벼락부자가 된다.
평생 먹고 놀 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니 이렇게들 목숨을 거는 것이었다.
게다가 헤츨링을 잡는 공격대였고 수많은 마스터들이 함께하고 있었기에 사기는 드높았다.
“전진한다!”
“전진하라!”
금역에 들어온 지 30분이 흐르자 슬슬 몬스터들이 출몰하기 시작하였다.
고블린 무리부터 오크와 중형 몬스터까지.
점점 몬스터가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부족 단위로 공격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발렌티아 공격대는 무너지지 않았다.
마스터들이 많았고 사제들도 넉넉하게 포진이 되어 있었기에 이깟 공격에는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다.
점차적으로 공격이 심화되었으나 공격대는 버티고 있었다.
“꽤 대단하군요.”
“지구만큼은 아니지만 마도구 없이 이 정도 힘을 낸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비비안도 내 말에 동의하였다.
지구인들은 과학과 마도구의 조합으로 강력한 힘을 내는 것이었다. 이곳 사람들처럼 맨몸으로 상대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이곳에서 실력을 드러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대충 보조를 맞추면서 전진하였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달려들고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평온함이 느껴졌다. 몬스터는 마물이나 악마들에 비한다면 장난에 불과하였으니까.
진군 3일째.
도대체 얼마나 깊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레어로 짐작되는 곳을 몇 군데나 지나쳤다. 그리고 산세는 점점 더 복잡해졌는데, 그 모습을 보니 공격대에 가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대 없이 금역에 들어왔다면 괜히 귀찮기만 하고 별다른 수확도 얻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북쪽을 병풍처럼 막고 있는 거대한 산맥 아래에 도착하였다.
“중지!”
전 병력이 멈춰 선다.
발렌티아 백작은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기로 했다.
“캠프를 구축하고 마스터들은 회의에 참석한다!”
“예!”
제법 군기도 잡혀 있다.
여기까지 무리 없이 진군을 하였기에 공격대의 사기는 아직 높았다.
막사 안으로 들어가자 꽤 긴장한 사람들의 표정이 보인다.
드디어 드래곤 레어 근처로 온 것이다.
발렌티아 백작은 이제야 이곳에서 지도를 펼쳤다.
촤륵!
“이곳이 바로 드래곤의 레어다.”
“작전은 어떻게 합니까?”
“검 마스터들이 전방에, 애로우 마스터가 후방에, 마법사들과 사제들이 그 뒤에 배치된다. 검 마스터들은 방패를 들어 주게.”
“그러지요.”
검과 방패를 동시에 들고 돌격한다. 그리고 그 뒤를 원거리에서 지원한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였다.
표정은 심각했지만 나와 비비안은 대충 흘려들었다.
어차피 이들이 산을 올라 봤자 드래곤은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헤츨링이야 간단하게 제압하면 되었고, 곧바로 그 어린 드래곤을 어미에게 돌려보낸다. 레어에 있는 보물들도 헤츨링이 거의 다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
회의는 장시간 이어졌다. 거의 하품이 나올 정도가 되어서야 회의가 끝났다.
모두가 잠이 든 밤이다.
오늘은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내일 있을 공격 때문이다.
차례대로 불침번을 서야 하지만,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내일 오전까지 푹 휴식을 취한 뒤 산을 오르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 전에 산을 오를 생각이었다.
“다 잠이 든 것 같군요.”
“그럼 가 볼까요?”
우리는 막사를 벗어났다.
휘이잉.
바람에 따라 이동하였고 순식간에 산 중턱에 도착하였다.
중턱에는 분지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곳에는 몬스터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대형 몬스터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봐서는 뒤쪽에 레어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을 무시하고 전진했다.
분지의 끄트머리에 거대한 동굴의 입구가 뚫려 있었다.
그야말로 드래곤이 들어가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크기다. 우리들은 저곳이 드래곤의 레어임을 직감했다.
그 앞에 가디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리치와 데스 나이트다.
“제가 정리할게요.”
비비안이 앞으로 나선다.
강렬한 신성력이 압축되었고 순식간에 리치와 데스 나이트는 재가 되어 사라진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드래곤이지만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너를 해치지 않는다. 용무가 있어 왔다.”
-인간 따위와 할 말은 없다!
“우리들은 분명 용무가…….”
콰과과광!
드래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마법의 종족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갖가지 공격이 날아들었는데, 아무래도 이대로는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좀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