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36
사령관이 돌아왔다 036화
036 재앙급 몬스터(1)
백두산을 내려왔을 때는 밤 9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늦었다면 탈영병이 되었을 뻔했다.
무려 연대장 탈영병이라니. 탈영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아마도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연대장이나 되어서 일일이 다 보고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백두산 군단은 조금 특이하게 돌아가는 곳이다.
특히나 나는 군단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이었으므로 군단장이 세세하게 체크를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충성! 백두산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어떻던가?”
“몬스터는 어디론가 싹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백두산에서는 몬스터를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일단은 안심을 하겠지만, 몬스터가 모두 물러간 것을 그리 좋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네.”
“다른 보스가 나타났다는 뜻일 수도 있겠군요?”
“그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몬스터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지.”
맥키엄 대장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몬스터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소탕을 하는 데 그만큼이나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맥키엄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때 다 쓸어버렸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지요. 병력이 모자라니까요.”
“그래도 자네가 백두산 군단을 홍보해 준 덕분에 연합군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힘을 써 주도록 하게.”
“예, 군단장님.”
보고를 마치고 연대본부로 돌아왔다.
곧 있으면 점호를 할 것이고 정식으로 연대원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요청에 따라서 제28독립대대는 연대장 직속부대로 활동하게 될 것이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잠깐 짬을 내서 휴대폰을 들었다.
지금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오철진 대표와 통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몇 번 신호가 가더니 오철진 대표가 전화를 받는다.
-오철진입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 전화드렸습니다. 업무 시간이 지났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회사 최대주주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1차로 보낼 마석들이 입수되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정말입니까!?
오철진 대표는 그야말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1차로 보낼 마석들은 최소한 100개는 되어야 했다. 그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액수였는데 그걸 하루 만에 마련했다고 하니 그가 놀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보자……. 총 150개 정도 되는군요. 종류는 D급부터 S급까지 다양합니다. 이 정도면 1차분은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오늘은 시세에서 20%를 깎아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NK건설도 제 소유나 다름이 없으니 이 정도 인심은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오철진은 굉장히 흥분하고 있었다.
내가 마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과 이렇게 약속을 지켰으니 앞으로도 마석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건 적절한 계산이었다.
백두산에 매장되어 있는 마석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이었고 아직 한라산이나 울릉도의 광산은 개발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광산들이 개발되기 시작하면 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마석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우선 그때까지는 NK건설을 지켜보아야 한다. 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NK건설에 모든 마석들을 공급할 것이다.
시세보다 약간 싸게 공급한다면 NK건설에서도 환영할 일이 아닐까 싶다.
“마석은 헬기를 통하여 전달하겠습니다.”
-예! 최선을 다하여 연구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슬슬 밖으로 나가려 했다.
“연대장님!”
갑자기 문이 열리고 이슬기 대위가 들어온다.
내 계급이 올라가면서 보직도 자동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내 부관이었다.
“무슨 일인가?”
“서울에 재앙급 몬스터가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뭐라고!?”
“방금 군단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군단장님께서 전 지휘관을 소집하셨습니다.”
“가 보도록 하지.”
머릿속이 싸늘해진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재앙급 몬스터는 서큐버스 퀸을 말하는 것이었다.
SSS+에 랭크되어 있었으며 데스 나이트와는 급이 다른 놈(?)이었다. 수많은 몽마들을 거느리고 파괴를 일삼는 어둠의 군주.
전생에도 서큐버스 퀸이 나타나서 서울의 20%가 소실되었다.
그런데 시기가 좀 이상하다.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1년은 더 있어야 나타날 보스 몬스터였다.
“설마 내가 데스 나이트를 죽이면서 서큐버스가 훨씬 빠르게 등장하게 된 건가?”
군단 작전 회의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백두산에서 물러간 몬스터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걱정을 했다면, 지금은 인류연합 한국령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각 자치령마다 수도가 있었고 한반도는 당연히 서울이 수도다.
서울이 위험하다는 것은 쉽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때문인지 회의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
사람들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지휘관들은 모두 맥키엄 대장의 입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서울에 서큐버스 퀸이 나타났다.”
“연합군 사령부에서 지침이 내려왔습니까?”
“1개 연대를 빼내서 서울을 지원하라고 명령이 내려왔다.”
“아직 보충병이 도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원을 한다는 말입니까?”
“콕 집어서 제12연대를 언급하더군.”
“12연대요?”
나는 맥키엄 대장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12독립연대를 이끌고 있는 연대장이다. 비록 어제 부임을 했지만 말이다.
연합군 사령부에서 나를 콕 집어서 언급한 이유가 무엇일까.
“설마…….”
“그래. 사령부에서는 자네가 막아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군.”
“군단장님! 서큐버스 퀸은 SSS+급 몬스터가 아닙니까?”
“그랬지.”
“미국의 한 주가 통째로 날아간 전례가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막는단 말입니까?”
“지원이 있지 않겠는가?”
“하아.”
“지금은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네. 일단 바로 군장 꾸려서 출발하게. 가는 길에 연합군 사령부에서 명령이 내려올 거야.”
“어려운 임무입니다. 그 정도 몬스터라면 지존급 헌터가 지원을 해 주어야 합니다.”
“자네라면 거의 지존급에 근접하지 않았나?”
“그것은…….”
“바로 출발하게. 시간이 없네.”
이럴 거면 전 지휘관은 왜 불렀단 말인가?
게다가 마이클 콜슨 원수는 무슨 생각으로 이딴 식의 명령을 내린 걸까.
‘기회가 생겼으니 일찌감치 나를 제거하든가, 아니면 여기서 성공하면 나를 더 부려 먹겠다는 뜻이로군.’
인류를 사지로 몰아넣은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마이클 콜슨.
살생부 명단에 1순위로 기록되어 있는 만큼이나 인류를 분열시키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바꿔 말하면 두뇌 회전이 비상하다는 뜻이었다. 그 비상한 두뇌를 쓰레기 같은 신념에 써서 그렇지, 뛰어난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이클 콜슨이 하는 일에 의미가 없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이번 일도 마이클 콜슨이 의도적으로 나를 사지로 밀어 넣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맥키엄 대장은 내 의문에 부합이라도 하듯 명령을 내렸다.
“지금 이 시간부로 백두산 군단은 전투준비 태세에 들어간다. 한국에서 헌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우리 백두산 군단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부분 병력이 투입되어야 할 수도 있다.”
“대체 상황이 어떻길래…….”
지휘관들은 침음을 삼켰다.
그들 역시 엄청난 일이 터졌음을 직감한 것이다.
연대 연병장에는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긴장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
이곳에서 곧바로 수송 헬기를 타고 날아가야 할 정도라면 도착을 하자마자 전장에 투입이 된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SSS+급 보스 몬스터가 서울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벌써 전해졌다. 그리고 우리 12연대가 투입될 거라는 소문이 자자하였으니 내부가 꽤나 어수선했다.
나는 그런 소문을 기정사실화했다.
“21시경, 서울에 SSS+급 보스인 서큐버스 퀸이 출현했다. 놈은 대량의 몽마들을 이끌고 서울을 침공했다.”
“…….”
병사들의 표정이 참담해졌다.
단순히 소문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사실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12독립연대는 곧바로 전장에 투입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헌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연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을 하는 내 표정도 좋지만은 않았다.
과연 서큐버스 퀸을 지금 상대할 수 있을까?
방금 전에 환골탈태를 하였고 이제 8갑자가 넘는 내공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사실 탈마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서큐버스 퀸을 상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내가 탈마의 경지에 이른다면 어찌 될까.
스승은 당연히 성불할 것이다.
‘진퇴양난이로군.’
“분명히 지존급 헌터가 지원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제군들도 희망을 갖고 전투에 임하기 바란다. 이상!”
내 부관인 이슬기가 병사들에게 외쳤다.
“전원 탑승!”
병사들은 빠르게 헬기에 탑승하였다.
이번 작전을 위하여 군단에 있는 수송 헬기가 대부분 동원되었다.
무려 500명이 넘는 인원이 헬기에 탑승하였으니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헬기에 탑승한 후에 곧바로 출발했다.
군단 본부가 점점 멀어져 간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나로 인하여 변종 데스 나이트가 빨리 죽었고 서큐버스 퀸의 침공도 빨라졌다. 그렇다면 군단장들이 이곳으로 넘어오는 시간도 꽤나 빨라진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다.
‘스승님.’
-왜 그러느냐? 서큐버스 퀸이라니까 쫄리더냐?
‘그게 아닙니다. 한 가지 약속을 받으려 합니다.’
-오냐. 말해 봐라.
‘스승님은 제가 언제 탈마의 경지에 이르리라 보십니까?’
-올해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네놈은 천재임과 동시에 기연이 계속 겹치고 있으니까.
‘그럼 올해는 제 곁에 있어 주실 수 있습니까?’
-어째서?
‘가능하면 빨리 탈마의 경지에 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이 녀석아. 탈마의 경지가 애들 장난인 줄 아느냐? 오르고 싶다고해서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무림에서 말하는 현경의 경지와 맞먹는다. 평생을 수련해도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네 녀석이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올해를 넘기기 전에 그 경지에 다다르지 못할 거라고 본다.
‘그러니까 만약 제가 빠르게 탈마의 경지를 밟더라도 최소한 올해는 제 곁에 있어 달라는 말입니다.’
-클클클. 이걸 한국말로 하면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하지? 오냐. 어떤 일이 있어도 올해는 곁에 있으마.
‘감사합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내가 걱정하고 있던 부분은 스승의 존재 유무다.
아직 스승에게 모든 정수를 뽑아 먹지는 못하였으니 내 곁에서 지도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성급하게 탈마의 경지에 오른다고 해도 말이다.
약속은 단단히 받아 냈으니 올해 안에 스승이 사라질 일은 없다. 스스로 한 약속을 어기면 성불은커녕 영원히 저 안에 갇혀 있어야 할 테니까.
타다다다!
개성을 지나고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전투 현장에 도착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병사들의 표정도 굳어진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에서 탈마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면 과연 서큐버스 퀸을 이길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
서큐버스 퀸을 제대로 상대한 적이 없으니까.
‘탈마의 경지에 올라도 내공을 늘릴 수 있다. 급하게 경지를 밟아야 하지만 두 번의 환골탈태를 거쳤다. 지금 상태라면 서큐버스 퀸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기는 한데.’
과연 지원이 있을까?
관건은 그것이다.
마이클 콜슨이 관여하였다면 지원이 있기는 할 테지만 일부러 지연시킬 공산이 컸다.
저 멀리 서울이 보일 때쯤 되자 연합군 사령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박수철 중령인가? 본인은 연합군 사령부 참모총장 임태수라네.
“충성! 박수철 중령입니다.”
-서울의 보스 몬스터는 자네가 상대해 주어야겠네.
“그건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지존급 헌터의 지원이 있어야…….”
-지금 그만한 헌터를 뺄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리되면 서울은 이미 파괴되고 난 이후일 걸세. 지금은 자네밖에 없다네. 여기서 지존급 헌터를 급파한다고 해도 최소한 반나절 이상 걸려. 사령부에서는 자네를 믿어 주기로 하였네.
“하…….”
-그래도 자네가 이번 위기를 넘겨주면 내 명예를 걸고 승진을 추진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