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5)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64화(265/266)
264. 웸블리의 자격 (8)
[Live!]맨스필드 타운 1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득점자: 제임스(48’)
-저 이제 중계켰는데 왜 맹구는 지고있나요
-처음부터다봐놓고 긁고잇네
-쟤들 2부맞음? 역습수준이 그냥 차원이 다른데
-ㄹㅇ맨유가 한수 배워야하는 수준임
-노란색 유니폼…으윽… 머리가…
-돌문한테 쳐발려서 유로파도 컵 들지 못했던 기억이 으윽…
-쟤들 가면벗겨봐 2부따리가 아니라 도르트문트 아님?
-역전하겠지
-솔직히 전반도 맨유가 조금 우세였고
-2부 상대로 조금 우세 ㅋㅋㅋㅋㅋ
-웨햄, 아스날, 맨시티 차례로 잡고 결승서 2부따리한테 덜미 ㅋㅋ
-경기 아직안끝남 40분 넘게남음
-맨유 극장ㄷㄷㄷㄷㄷㄷ
-극장골 기대하는 맹구왓냐
-금일 상영작 비김 어게인ㄷㄷㄷㄷㄷ
-ㅋㅋㅋㅋㅋㅋ
-자학은 맨평 ㅋㅋㅋㅋ
-어?
-??
-머임
-어ㅅㅂ
-뭔데 패스 뭔데 쟤들 머임;;
-맨유 또 실점ㅋㅋㅋㅋ
-2대 떡ㄷㄷㄷ
-공지) 금일 상영예정이었던 비김 어게인은 취소가…
* * *
“공 줘!”
솔직히 말하면, 입에 착 달라붙는 외침은 아니었다.
제임스는 누군가에게 공을 달라고 외쳐본 적이 많진 않다.
없는 건 아니다만, 적어도……그래, 앤서니한테 외쳐본 적은 없다.
언제나, 어느 경기나, 대부분 패스의 끝은 늘 앤서니의 발끝이다.
앤서니는 패스에서 마지막 슈팅으로 방점을 찍는 선수지, 패스를 이어가는 선수는 아니다. 제임스 역시, 자신이 앤서니에게 패스를 보내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또는 앤서니에게 몰리는 수비의 압박을 최대한 완화해 주는 역할.
그래. 그게 제임스의 일이었다.
―후반전 교체 카드. 네가 나한테 요구한 건 그거야. 그게 뭔지 알아?
안다. 알고말고.
하지만 유진이 했던 말은,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더 무겁게, 그리고 더 뜨겁게 다가왔다.
―감독의 의도가 담긴, 상대의 심장에 박아 넣는 비수. 제임스, 넌 비수가 돼야 해. 그게 교체 카드야.
앤서니에겐 사실상 처음 외쳐보는 말이고, 요구였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게 제임스의 발끝에 공이 도착했다.
더없이 익숙하듯이 깔끔하게 수비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와 도착한 공을 투웅, 차면서.
―그 분노, 그 짜증, 내가 아무 이유 없이 벤치에 처박았는데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쌓아놓은 불길. 드러내.
투웅!
공이 발끝에 착, 달라붙는 감각에 쭈뼛, 머리털이 곤두섰다. 후웁, 폐부에 차오르는 들숨이 뜨겁다. 그의 내장이 모두 활활 타오른 듯, 더없이 뜨거웠다. 이를 악물고, 입을 닫고, 늘 그렇듯이 삭일 수도, 참을 수도 없을 만큼.
페널티 박스 우측 외곽 부근에 도착한 제임스는, 그때 다시금 중앙을 향해 패스했다.
앤서니였다. 익숙한 패스고, 더없이 완벽한 호흡이다. 제임스는 앤서니에게 충분히 패스를 주는데 매끄러웠고, 앤서니 역시 당연하듯이 받았다.
수비들이 앤서니에게 쏠린다. 제임스는 눈앞을 가로막던 벽들이 앤서니에게 몰리는 것을 봤다.
―젠킨슨이 말했겠지. 같은 유스 출신이니까. 로컬 보이니까. 팀에 대한 충성, 애정……당연하듯이 강요하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을 거야.
휙, 바라본 페널티 박스 정면.
수비수 툼밤바의 숄더 차징, 다른 수비수의 거친 태클.
그 사이로 묘기를 부리듯 공을 놓치지 않고 공간을 만들려는 앤서니.
―아니, 제임스. 그딴 말은 젠킨슨이 빌어먹을 정도로 늙어서 하는 꼰대 같은 소리일 뿐이야.
투웅.
그 순간, 제임스는 공간을 향해 내질렀다. 어째서 그 공간이 보였는지 모른다.
지금 페널티 박스 안에는 수비수만 네 명, 그리고 수비에 가담하는 미드필더까지. 6명, 7명, 아니 그 이상의 숫자가 득실거리고 있는데.
제임스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다. 놀랍게도 아무도 그의 움직임을 신경 쓰지도 못했다. 모든 흐름이 앤서니에게 향하고 있었으니까.
―너, 스무 살이야. 그게 뭔지 알아? 혈기가 차고 넘치는, 넘쳐서 터져버릴 것만 같은. 그리고 때론, 마음껏, 너 하고 싶은 대로 미친 듯이 날뛰어도.
화악. 시야가 트인 건 아니다. 하지만 제임스는 어쩐지 좁은 공간에서 자신이 날뛸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크게, 넓게 느껴졌다.
‘이 감각.’
불현듯 떠오르는 감각. 눈앞이 환히 밝아지면서 전신의 감각이 비명일지, 환호일지 모를 괴성을 내지르며 극한의 집중력을 보여주던 순간.
‘그때.’
왔다. 잊지 못했던, 그 순간을 바라고 또 바라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았던.
시간이 흐를수록 그저 한 번의 행운이었는가, 자조하게 됐던.
―그래, 그럴 수 있지. 젊으니까. 어리니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나이라고. 그게 그 나이대의 특권이지. 그러니까, 제임스.
제임스는 중앙을 바라봤다. 앤서니와 눈이 마주쳤다. 히죽, 앤서니의 광대가 씰룩였다.
투웅. 공이 왔다.
그 공의 궤적을 따라 수비의 시선까지도. 그 시선은 의문, 당황, 당혹의 빛으로 이어지다가 공이 착, 제임스의 발에서 멈추는 순간 경악으로 바뀌었다.
―날뛰어봐. 방금 나한테 눈을 치켜뜨고, 그랬던 것처럼.
그 패스를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지금 앤서니와 제임스, 박스 안에서 보여주는 패스 워크를, 맨유 선수들은 소리 없는 비명으로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공간, 득실거리는 수비. 그 사이로 완벽하게 공을 주고받는 호흡.
하물며.
―그대로 드러내. 전부. 양보하지 말고, 팀 동료가 되지 말고, 팀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뻐엉.
저 골키퍼조차 반응하지 못하는, 슈팅은 대체 무어라 말해야 할까.
―팀에 잡아먹히지 마, 제임스. 필드에선 널 위해서 뛰어.
제임스, 추가 골.
맨스필드 2 : 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 *
웸블리의 관중석, 벤치, 그 어느 곳 가릴 것 없이 분위기는 극명했다.
비명을 내지르듯이 방방 날뛰는 노란 물결과 침묵에 잠겨버린 붉은색의 그림자.
골을 넣고 서로 얼싸안는 앤서니와 제임스를 향해 맨유 팬들은 야유조차 보내지 않았다. 허, 뭐 이런, 같은 탄식과 불신 어린 중얼거리는 목소리만이.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석상처럼 굳어버린 것처럼.
비단 관중석만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감독님. 쟤들, 2부 팀 맞습니까?”
“…….”
“아니, 아니, 저, 저 두 명. 앤서니랑 제임스. 얘 둘, 2부 선수가, 맞다고요?”
“…….”
“페널티 박스에서, 우리 수비들을 다 갖고 노는 원투 패스를 펼친 저 두 명이요.”
“…….”
“우리 선수들이 다 바보가 되어버리는, 패스로 쪼개면서 들어가다가 슈팅을 때려버리는, 저런 게…….”
코치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경기장을 바라보는 루이스 모라이스의 얼굴은, 그 무엇보다도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그 일그러짐은, 실점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었다.
루이스 모라이스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는 희미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무력감을 안겨준 상대. 후반전 제임스라는 교체 카드로 판을 뒤엎어 버린.
상대 벤치의 감독, 유진이 그의 머릿속에, 아니 심장에 쾅, 비수처럼 박혔다.
* * *
제임스는 속이 후련한 기분이었다.
“이 미친노오오옴!”
“패스, 패스 고마웠어.”
“흐으으응. 더 고마워해애애.”
앤서니의 싱글벙글한 웃음은, 질시 따위는 하나 없는 정말 좋아하는 미소였으니까.
앤서니의 마지막 패스가 아니었다면, 제임스는 골을 넣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정말로 앤서니에게 고마웠다. 늘 패스만 받던 선수가, 이렇게 소름 끼치는 패스를 해줄 줄이야.
솔직히 말하면, 슈팅할 만한 순간은 아니었다. 물론 역설적으로 그게 수비수들의 허점을 찔렀지만, 그만큼 보기엔 슈팅이 적절한 상황은 아니었다. 공간이 넓어진다는 감각. 그건 제임스만이 그리 느낀 체감일 뿐, 실제 경기장에서 박스 안은 빽빽하지 않았던가.
한데 앤서니는 패스를 보내줬다. 마치 자신이 끝내 그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할 것을 아는 것처럼.
‘마치?’
순간 제임스는 기이한 위화감을 느꼈다.
사실 앤서니에게 늘 패스만 하라는 지침이나, 지시 따위는 곰곰이 생각하면 유진에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세세한 플레이 지침을 조정해 주면서도, 마지막 패스를 앤서니에게 보내라는 얘긴, 지금까지 없었다.
한데도 제임스는 그게 당연한 것처럼 리그 원에서도, 그리고 챔피언십에서도 앤서니에게 족족 공을 보냈다. 물론 그건 앤서니가 워낙 욕심쟁이일 뿐만 아니라, 정말 골을 잘 넣어왔으니까.
그게 팀의 승리를 위해선,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팀의 승리…….’
맞다.
팀이 승리하려면 앤서니가 골을 넣어야 한다. 그 누구보다도 앤서니의 마지막 슈팅이, 골로 연결될 확률이 더없이 크다는 걸, 제임스는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팀에 잡아먹히지 마.
“……!”
“왜 그래애?”
“어? 아, 아냐.”
“뭐야아아. 두 골 넣었다고 풀어진 거야아아?”
제임스는 앤서니를 흘끔 쳐다봤다.
그리곤 전광판의 시간을 바라봤다.
“앤서니.”
“으응?”
“해트트릭하는 기분은 어때?”
“기분? 흐으으응.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에에…….”
말을 늘어뜨리던 앤서니는 문득 말을 멈췄다.
그는 웃고 있는 제임스의 표정을 바라봤다.
어쩐지 앤서니는,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표정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게 앤서니는 썩, 마음이 들었다.
“직접 느껴보는 게 최고지이이이.”
* * *
제임스는 유진이 어려웠다. 무서웠다. 나이 차이는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 젊은 감독인데, 그래서일까. 더 무서웠다. 본래 아버지, 할아버지 나이대의 어른보다 형처럼 느껴지는 바로 위가 더 무서운 것처럼.
사실 그것만은 아니었다. 제임스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은 그에게 기회를 준 은사였고, 그의 플레이를 일일이 다 갈아엎어 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이며, 필드에선 그의 호흡마저 통제하려는 지독한 독재였으니까.
그래, 그것이 가로막고 있었다.
“저 새끼, 막아!”
자신이 뛰어가자 비명처럼 내지르는 수비의 고함이 귓전을 때렸다.
압박과 집중, 견제가 쏟아졌다.
하지만 제임스는 물러서지도, 우회하지도 않았다. 정면으로 돌파했다.
“빌어먹을! 저놈도 뛰잖아!”
“자리 지켜! 공간 막아!”
“앤서니 저놈 내버려두지 마!”
앤서니가 같이 뛰고 있었으니까. 가로막는 수비는, 무섭지 않았다.
진정 무서웠던 것은, 바로 유진의 눈밖에 벗어나는 것.
그것이 제임스의 앞을 막아왔었다. 의식하진 않았다. 몰랐다. 그건 무의식적인 신체의 반응, 몸가짐 따위였으니까. 거기에 우상처럼 숭배하는 젠킨슨이 자신의 후계자처럼 대해줬기에.
제임스는 그렇게 플레이해 왔어야만 했다.
팀에 잡아먹히는.
‘제임스, 감독님에게 혼났구나!’
그러니까, 제임스가 유진에게 선발 명단 제외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나올 때.
지나가던 회장, 릴리가 표정을 보고 다가왔었다. 릴리는 침울한 표정만 봐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유진에게 너무 실망하지 마. 유진은, 으음, 그러니까 감독님은……제임스가, 본인하고 닮았다고 생각하거든.’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그냥 위로를 위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저놈들 패스길 막아!”
“서로 주고받게 냅두지 말라고. 자유롭게 두지 말라고!”
고막을 왕왕 울리는 수비들 사이로 파고들면서 앤서니는 드디어 조금은, 그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모든 선수에게 팀을 위해 뛰라고 해. 클라라니가 한 소리 들은 것처럼. 희생? 당연하지. 선수는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해. 그게 내 팀이야.
그랬기에 되물었다. 왜 팀에 먹히지 말라는, 욕심을 부리라는, 그런 지침을 내리냐고.
―지침? 아냐. 지침, 지시……그런 게 아냐. 그냥, 너는 팀이 아닌 본인을 위해서 뛰면, 좋겠구나 싶은 것뿐이야.
그리 말하는 유진의 입가엔 씁쓸한 미소가 감돌았다.
‘유진은, 제임스를 본인이랑 닮았다고 생각하거든.’
다시금 울리는 릴리의 말이 조금은, 이해될 것만도 같았다.
맨스필드를 위해서 끝내 희생만 당하는 선수가 아니라.
‘날 위해서.’
제임스의 눈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의 근육이 팡, 부풀었다.
“!”
그와 동시에 맨유 수비수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표정과 속도, 돌진하는 자세만 봐도 금세 대응해 오는 수비는 1부 리그다웠다.
하지만 그 순간에 앤서니도 똑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수비들의 제일 경계 대상은 당연히 앤서니였다. 하지만 두 골을 넣어버린 제임스를 가만히 둘 순 없었다.
더구나.
“패스!”
“막아!”
둘의 이해하기 어려운, 마치 당연하듯이 주고, 받는 그 패스 워크는.
맨유 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실 제임스도, 앤서니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우리가 패스를 잘했나? 우리가 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 이 정도로 공을 잘 주고받았나? 이 수비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만큼?
―노력, 노력, 노력, 노력……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투웅.
패스가 앤서니에게 깔끔하게 도착한다. 수비들이 발을 뻗지만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그치만 조금은, 더 나아졌어요.
투웅!
수비 사이로 파고들던 앤서니가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다시금 제임스에게 패스.
제임스는 그 공을 가지고 돌파를 시도했다.
―노력, 노력, 노력, 노력……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없죠.
쉽지 않다. 맨유 수비수들은 이 스무 살짜리 애송이를 허용할 만큼 어수룩하지 않다.
―그치만, 아주 조금은 더 나아졌을 거예요.
투웅.
하지만 앤서니에게 보내는 패스는 또 막지 못했다.
서서히 맨유 수비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범벅되고 녹아내렸다.
제임스는 그 표정들이 한눈에 훤히 읽혔다. 전신의 감각이 쭈뼛 솟구쳤다. 조금의 변화, 조금의 나아짐, 그리고 그것이 천하의 맨유 선수들을 좌절케 하고 있다.
투웅!
앤서니의 패스가 다시금 제임스의 발끝에 오는 순간.
―노력, 노력, 노력, 노력……갑자기 쾅!
“――!”
터져 나오는 비명은 귀에 들리지 않았다. 눈에 보일 뿐이었다. 제임스는 히죽, 웃었다. 왜 그토록 앤서니가 수비수들을 도발했는지 알겠다. 이건 도발이 아니다. 그냥, 나오는 웃음이었다.
선수를 제치고, 돌파하고, 수비수를 상대로 이겼다는 공격수의 쾌감이 만들어 내는 희열, 그 자체.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갑자기 성공한 것처럼요. 마치 천재인 것처럼. 그냥 잘하는 것처럼.
앤서니가 소리친다. 그대로, 가. 그대로 때려. 그대로, 그대로!
―필드에 나와서 제임스, 네가 공을 발끝으로 다루며 흠뻑 땀을 흘리던 노력. 훈련장에서 누구보다 일찍 오고 누구보다 늦게 나가던, 그 과정.
수비수가 소리친다. 막아. 막으라고. 저 애송이를 죽여.
―사실은 나도 모른 채, 당연하듯이 매번 해왔던 그 노력이 있었던 건데. 모든 천재의 일면에는, 반복되어 온 노력이 있던 건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제임스는 정면을 바라봤다. 골대가 보인다. 골키퍼도 보인다.
크다. 골키퍼는 크고 팔이 길었다. 골대에 꽉 찬 만큼.
하지만 제임스는 어디로 공을 차야 하는지, 궤적이 보였다.
―노력이란, 어느 순간에 갑자기 결과를 갖고 오거든.
투웅-
―가장 간절한 순간에…… 쾅!
철럭-
* * *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
유진은 후, 숨을 내뱉었다.
미친 듯이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선수들에게 깔아뭉개져 행복한 비명을 내지르는 제임스를 시야에 담으며, 벤치에 앉아 미소 지었다.
“충분해.”
필드에서 뛸.
그리고 웸블리에서 뛸.
“자격, 다 갖췄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