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Tyrant of the Field RAW novel - Chapter (266)
회귀한 필드의 독재자 265화(266/266)
265. 스포트라이트 (1)
웸블리에 가득 찬 9만 명의 관중 속엔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착석한 이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VIP석에서 경기장 전체를 둘러보면서 나직이 탄식했다.
축구장 특유의 분위기는 사람의 마음을 특별하게 만들곤 하니까.
그건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왔던, 노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환상적이군.”
“……예. 무서울 정도로 환상적이네요. 저는 당분간 집에 틀어박혀서 안 나올 생각입니다.”
“으하하하. 자네랑 같이 앉아 있는 나도 위험한 거 아닌가? 저 관중들한테 돌이라도 맞으면, 이 노인네 바로 골로 간다고.”
“회장님이요?”
맨유 부회장은 음울한 표정으로 흘끔 눈앞의 노인을 바라봤다.
축구계 사람은 아니지만, 사업하는 사람치곤 모르는 얼굴이 아닌 사람.
얼굴은 노인이 분명한데도, 근육질의 거한인 그는 강렬했다.
“맥스 스틸 회장님께서 돌에 맞을 일은 없으시죠. 도리어 제가 제 가드 역할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노인을 그렇게 부려 먹으려고?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자, 그래, 소감은 어떠신가?”
“소감 말입니까?”
맨유 부회장이 파들파들 떨었다. 정말로 괴팍한 사람이다. 3대 0으로, 2부 팀에게 결승전에서 졌는데 그 소감을 묻다니.
“내 듣기로 이번 시즌에 축구단에 쏟아부은 돈이 한두 푼이 아니던데? 그거면 우리 카지노에서 1년 내내 방탕하게 놀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야.”
“…….”
“돈을 좀 잘 써야지, 이 사람아. 선친께서 그러라고 물려주신 돈이 아닌데.”
돌아가신 아버지와 사업적으로도 얽혔던 사람이기에 맨유 부회장은 살살 긁는 말에도 차마 화를 낼 순 없었다. 최대한 참았다. 하지만 목소리가 불퉁해진 건 어쩔 수 없었다.
“허, 그런 게 아닙니다. 만일 회장님께서 맨유를 인수한다고 해서, 뭐가 될 것 같습니까? 투자한다고, 다 되는 거 아닙니다.”
“으흐흐. 그래, 우리 부회장님 말씀 들으니까 좀 알겠소, 알겠어. 축구란 거, 돈만 쏟아붓는다고 안된다는 거.”
맨유 부회장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는 불편한 기색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언어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침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근육질 노인은 맨유 부회장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물이었으니까.
카지노 재벌,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지배하는 사나이.
맥스 스틸 회장을 향해 맨유 부회장은 단호히 말했다.
“회장님.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축구 구단 인수는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흐음, 그런가?”
“저야 가문의 일이니 제가 맡고 있습니다만, 이게 사업과는 다릅니다.”
“사업하곤 다르다?”
“충분한 투자금, 훌륭하고 수준 높은 직원들, 확실하고도 투철한 계획과 비전. 그 모든 걸 갖춰도, 이 빌어먹을 공놀이는 뜻대로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침착한 어조로 시작된 말이었지만, 부회장의 어조는 갈수록 격해졌다.
아니 그럴까.
지금 VIP석 창밖, 우승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는 맨스필드를 바라보는 그의 심정은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울분에 찬 목소리에 살살 긁으며 괴팍하게 놀려대던 맥스 스틸도 조금은 미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레슬링이나 풋볼, 아, 그러니까 예, 미식축구나 보시던 회장님께서, 갑자기 축구 결승전 보러 오신 거 보니,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하나 인수하려던 소문이 사실인 듯합니다.”
“자네도 영 눈치가 없진 않구만!”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사업한 지 오래됐습니다.”
“흐흐. 걱정 말게. 맨유는 자네 가문의 재산인데, 그걸 뺏어 먹을 생각은 없으니.”
“흠흠, 이건 제가 회장님께 우리 맨유 인수를 시도할까 봐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정말로, 하지 마세요. 돈이라도 쏟아부으면 되는 게 아닙니다. 이건 정말, 돈 먹는 하마인데-”
“그러면, 이미 성공한 클럽 인수는 어떤가?”
“성공한 클럽이요? 그것도 계속 성공할 거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만, 비교적, 나쁘진 않죠. 하지만 그런 클럽들은 절대 인수 대상이 될 수 없는-”
말을 하던 맨유 부회장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의 시선이 웃고 있는 맥스 스틸에게 닿았다가, 이내 창밖 우승컵을 들고 꽃가루를 날리는 노란색 유니폼의 선수들에게 닿았다.
선수들이 모여들어서 헹가래를 치고, 샴페인을 마구 뿌려서 푹 젖게 만들어 버린 감독까지.
그 감독을 바라보고 있었다. 맥스 스틸은.
“그래, 이미 성공하고, 트로피를 들고, 계속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구단 말이야.”
“…….”
“이미 성공했다고, 더 이룰 목표가 없는 것도 아니고,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높은 곳을 갈 수 있는 동력도 갖춘 구단이라면 말이지. 고민 참 많이 했는데, 오늘 보니까 말이야.”
“회장님, 설마…….”
“한번 베팅해 볼만 하지 않은가?”
맥스 스틸의 눈이 탐욕으로 번뜩였다.
* * *
최상층. 꼭대기 층에서 맥스 스틸과 맨유 부회장이 대화를 나누던 시각.
관중석 사이, 주위와 달리 정장을 입은 일단의 무리는 상기된 얼굴로 숙덕거리고 있었다.
“이변이군요.”
“이변입니다.”
“아무리 맨유가 때때로 약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지만, 결승전에서 이런 결과가…….”
“으음, 다들 어떠셨습니까?”
“대단하군요. 솔직히 말하면, 맨유가 손을 못 썼어요. 이건 상대 팀이, 그러니까 저쪽 감독이 완전히 수읽기에서 완승했다고 볼 수밖에…….”
“그러니까 저쪽 감독이 말입니다. 저기 젊은 감독이요.”
“정장 입은 게 아니라면 선수들하고 나이 차이도 안 나서 선수처럼 보이는.”
“실제로 나이가 어리기도 합니다.”
“어린 나이의 젊은 감독이, 과연 적절할까요?”
“지금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게 증명하지 않습니까?”
“아니, 2부 선수들을 관리하는 거하고 다르잖습니까. 슈퍼스타들이 즐비합니다. 즐비해요!”
“그 슈퍼스타들을 데리고 지금까지 모든 감독이 다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 감독들은 어디 다 새파랗게 젊었답니까? 다들 한가락 하는 명장들-”
“그러니까 그 명장들도 실패했는데, 지금 위원회 여러분들이 저 젊은 감독으로 도박하려는 건-”
“도박? 영국 국적 감독 중에 최근에 트로피 든 감독이 누가 있다고? 어?”
“프리미어리그 빅클럽들, 중견 클럽들, 어지간해서 다 외국인이잖소!”
“외국인이면 어떻습니까. 외국인 감독이어도 성적만 좋으면-”
“지금까지 다 하나같이 안 좋았으니까 하는 말이잖습니까!”
정장 사내들의 목소리들은 점점 격양됐고, 어조가 높아졌다.
오죽했으면 주위에서 환호하며 즐기던 팬들도 놀라서 흘끔 바라볼 정도였다. 몇몇 관중은 시선을 주면서 숙덕거리기까지 했다.
“모두 여기서 나눌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유진 감독에 대해서는 따로 자리를 가져서 진중하게 얘기하죠.”
“하면 정말로 위원회에선 저 감독, 그러니까 새파랗게 어린 유진 감독을-”
“어허! 새파랗게 젊으면 뭐! 결국 트로피로 증명하는데!”
“모두 그만! 나가서 얘기합시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맨스필드 감독, 유진 피셔. 이 자를 후보 명단 중 한 명으로 올리는 데에 저는 찬성합니다.”
“……!”
“하지만-”
“후보일 뿐입니다. 여러 후보를 놓고 공정하게 경쟁하고 검토할 겁니다. 반발이 있을 줄 알지만, 확실한 건. 유진 감독이 우리의 후보에 오를 자격은 충분하다는 겁니다.”
“으음!”
“하아…….”
일부는 동감하고, 일부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모두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제야 상황이 정리되자 주위의 분위기를 일축한 장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모두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좀 더 이야기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크흠.”
장년인이 일어서면서 필드를 바라봤다. 기쁨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선수, 코치와는 달리 담담히 미소 지으며 샴페인에 흠뻑 젖은 감독, 유진을 시야에 담으며.
“잉글랜드 국가대표 감독 선임 위원회는, 이틀 후 런던에서 열겠습니다. 정확한 시각은 따로 연락드리죠.”
* * *
경기장은 넓고, 팬들뿐만 아니라 온갖 사람들이 가득 몰렸다.
굳이 맨유, 맨스필드 팬이 아니어도 중요한 경기가 열린다길래 모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특별한 목적을 갖춘 이들은 또 있었다.
“그러니까, 저 친구. 왜 우리가 몰랐지?”
“지금까지 팀 내 스카우터들의 명단에도 단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습니다.”
“스카우터들 탓할 게 아니지. 누가 신경 썼겠어. 4부 리그에서 데뷔한 친구고. 3부 리그에선 공격포인트도 처참했고. 챔피언십에선 딱히 특출난 성적도 아니었고-”
“그런데 그런 선수가, 지금 결승전에서, 이 웸블리에서, 천하의 맨유 상대로 해트트릭을 터뜨렸다는 겁니다.”
“이름, 제임스. 맨스필드 태생, 맨스필드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 맨스필드 데뷔 3년 차. 그리고 스무 살.”
“나이도 딱 맞습니다.”
“으음.”
“감독님, 어떠신지요.”
분주한 목소리로 떠들어대던 일단의 사내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는 턱수염 장년인을 바라봤다.
장년인의 시선은 여전히 필드에 콕 박혀 있었다.
트로피를 들고, 세레머니를 끝내고, 저들끼리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와아아, 웃어버리곤.
팬들을 향해 다가가 손을 흔드는 어리고 어린 선수.
장년인이 침묵을 깨고 긴 숨을 토해냈다.
“오늘 우리가 보러온 선수는 저기 수비수 헤일러, 그리고 맨유의 칼럼 헤이즈. 거기에 앤서니 로우였지.”
“네. 정확히는 앤서니 로우였습니다. 감독님이 싫어하시는 이유는 분명했지만, 근래 성적이 워낙 좋으니 혹시 무언가 바뀐 게 있는지 직접 확인하시려고-”
“그래. 바뀌었지. 저 망나니, 저 같잖은 애송이였던 앤서니가 세 골을 돕는 어시스트를 올리다니.”
“허어.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 탐욕 덩어리가 어시스트만 세 개라뇨.”
“확실히 변했습니다. 득점 기록도 어마어마하고, 이젠 어시스트까지? 이거 진짜……감독님. 한번 다시 기회를 주시는 것도.”
“그래, 그래. 그럴만하지. 그런데 말이야. 난 지금 앤서니보다 저 친구가 더 쿵, 내 심장을 때려버렸어. 저 축구공을 슈팅해서, 내 가슴을 맞췄단 말이야.”
그는 후 숨을 내뱉었다.
“한번, 테스트해 보지. 헤일러, 칼럼 헤이즈, 앤서니 로우 뿐만 아니라, 그리고. 제임스까지.”
“첫 발탁이면, 올해 6개월 남았는데…….”
“그러니까, 더 늦지 않게 지금이라도 확인해 보자고. 맨유 상대로 해트트릭을 터뜨려서 우승컵 가지고 온 스무 살 윙어. 이런 선수를 그냥 냅둬야 하겠는가?”
“알겠습니다. 어차피 헤일러와 앤서니 로우 때문에 맨스필드 구단에 공문을 보내야 하니까요.”
“기대되는군. 앤서니랑 제임스, 저 두 친구가 우리 팀에서 저 호흡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예. 감독님. 올림픽 메달도, 해 볼 만한 얘기죠.”
“맨유를 무너뜨린 저 듀오가 올림픽에서도 그만큼 활약해 준다면, 우리 잉글랜드 올림픽 대표팀도……!”
* * *
[맨스필드, 140년 창단 이래 첫 리그컵 우승 트로피!]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맨스필드의 유진 감독은 트로피룸에 세 개의 트로피를 선사했다. 리그 투, 리그 원, 리그컵.] [제임스의 맹활약! 맨유 상대로 해트트릭 폭발!] [앤서니 로우, 특급 해결사에서 특급 조력사로 변모! 3개의 어시스트로 팀의 승리 이끌어.] [맨스필드 3 : 0 맨유]제임스(48’) 제임스(61’) 제임스(76’)
[맨유, 트로피 앞에서 좌절하다. 루이스 모라이스 감독 굳어진 얼굴로 “모든 것은 감독의 문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말 아껴] [맨유 선수단, 모두 인터뷰 거부.] [유진 감독, “우리가 응당 얻어야 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선수들은 노력의 결실을 얻은 것일 뿐. 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경기 MOM 선정, 제임스 “맨유를 상대로 우승은 꿈만 같아. 해트트릭을 도와준 앤서니와 늘 지도해 주는 감독님께 고마워.”] [구단 역사상 리그컵 트로피, 맨스필드의 전환점이 될까?] [맨스필드, 구단 최초 유럽 대회 진출!] [UEFA 컨퍼런스 리그 플레이오프(최종예선) 진출권 따내.] [첫 대륙별 대회 진출권에 유진 감독, “우리는 그 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것.” 파격 발언.] [유진 감독, 술렁이는 믹스트존 기자들에게 당당히 말해. “컨퍼런스 리그가 아니라 유로파에 진출할 것이다.”] [리그컵 트로피를 따낸 유진, 유로파 진출권을 얻기 위해 FA컵 우승을 노리겠다고 선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