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088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088화(1088/1088)
제1088화
‘끝났군.’
라온은 절실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무는 검황과 전왕을 보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많이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잖아.’
검황과 전왕이라는 이명은 아직도 대륙의 정점에 남아 있다.
아니, 두 사람이 은퇴하며 그 이명들은 더욱더 강렬한 빛을 발하는 중이었다.
워낙에 대단한 무인들이었기에 싸우지 않고, 설득할 생각으로 해서 다섯 가지 계획을 짰는데, 나머지 네 가지를 쓸 필요도 없이 첫 번째에 다 끝나버릴 줄은 몰랐다.
‘아주 제대로 먹혔어.’
검황과 전왕의 진중한 눈빛을 보니, 자신이 어떤 요구를 해도 전부 다 들어줄 것 같았다.
“말하라.”
전왕이 도를 내린 채 턱을 주억였다.
“우리가 무엇을 해줘야 하지?”
그는 어떻게 해서든 피해를 보상하고 싶다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정말 다 말해도 돼!”
검황이 불꽃이 꺼진 검을 빙하에 내리찍었다.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맹세할게! 이 검황의 이름을 걸고!”
그녀는 본인의 이명인 검황까지 걸겠다며 거세게 발을 굴렀다.
-끝났구나….
라스는 이제 볼 것도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끼도 제대로 안 걸고 바늘 하나 던졌을 뿐인데, 잉어 두 마리가 동시에 낚였느니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녀석은 검황과 전왕의 호구 지수가 마왕들 급이라며 이를 갈았다.
‘…그러게.’
라온은 그 호구 지수가 가장 높은 라스를 보며 가느다란 웃음을 흘렸다.
[나, 나도 해야 하나?]골드 드래곤이 금빛으로 번뜩이는 눈동자를 슬쩍 굴렸다.
“당연히 해야지! 좌표를 거기로 찍은 건 너잖아!”
검황이 얼음에 꽂혀 있는 검을 뽑아서 골드 드래곤에게 겨눴다.
“그래. 사람이 없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었지.”
전왕도 기억났다는 듯 골드 드래곤을 노려보며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사람은 없었는데….]골드 드래곤이 발톱으로 이마를 긁적였다.
[아, 알겠으니, 그렇게 노려보지 좀 마!]그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서 라온을 바라보았다.
[골드 일족 파라테우스의 이름으로 약속하겠다. 최선을 다해서 너와 다른 인간들에게 입힌 피해를 보상하겠다.]파라테우스는 드래곤의 언어인 용언으로 피해보상을 해주겠다는 맹약을 걸었다.
-저, 저 도마뱀까지?
라스는 골드 드래곤도 나설 줄은 상상도 못 한 듯 입을 떡 벌렸다.
‘이건 나도 예상 밖인데….’
검황과 전왕만 묶어놓으려고 했는데, 골드 드래곤이 알아서 낚싯바늘을 물어줄 줄은 몰랐다.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파라테우스라고 했지?’
아무리 낮게 봐도 고룡이야. 떡이 저절로 굴러서 입으로 들어왔네.
저 거대한 몸체와 날개 그리고 짙은 마나의 향으로 볼 때 고룡. 그것도 높은 위치의 고룡이 분명했다.
‘검황과 전왕에 고룡까지.’
이거 보통 이득이 아닌데?
라온은 입술이 말려 올라가는 것을 억지로 내리며 검황과 전왕 그리고 골드 드래곤에게 다가갔다.
“사실 저희는 앞으로 벌어질 전쟁을 위해 이곳에서 힘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제 친구들이 몬스터를 통제하고, 하분 성에서는 개인 수련을 진행하고 있었죠. 하지만 계획이 모두 망가져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직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고, 그저 큰 문제가 생겼다고만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 무슨 전쟁인데?”
검황이 그것만 알려달라며 턱을 바짝 세웠다.
“데루스 로베르트가 오황을 배신한 건 알고 계시겠죠?”
라온이 탁한 눈빛으로 데루스의 이름을 꺼냈다.
“알고 있다.”
전왕이 짧은 숨을 내뱉었다.
“천검성이라는 이명을 지닌 검사가 그런 길을 택할 줄은 몰랐다.”
그는 본인이 은퇴하지 않았다면 데루스를 찾아갔을 거라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나는 가려고 했어. 이 인간이 막지 않았다면 이미 만났을걸?”
검황이 냉랭한 기운을 뿌리는 전왕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헌데 데루스의 이름을 꺼낸 것을 보니….”
“맞습니다.”
라온이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술을 뗐다.
“데루스 로베르트와 에덴은 이 대륙을 전복시킬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 데루스는 대천사를 소환하는 중이고, 에덴은 천 년 전에 토벌된 마룡을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죠. 저희는 그걸 막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이 아니지만, 또 아예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슬로스를 전쟁에 참여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곳까지 온 게 맞으니까.
“아하, 그러면….”
검황이 길게 입맛을 다시며 손목을 돌렸다.
“우리가 네 친구와 하분 성의 기사들 대신 전쟁에 참여하면 되겠네?”
그녀는 자신이 잘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서 정확한 답을 꺼냈다.
“악인인 데다가, 대륙을 불바다로 만든다잖아. 은퇴했어도 당연히 복귀해야 할 일이라고! 안 그래?”
검황이 전왕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
전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내리감았다.
“딱 한 번이다.”
그는 한참 후에야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을 세웠다.
“딱 한 번.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전쟁에 참여하겠다.”
전왕은 마지막에 이루어질 전쟁에서는 전력으로 싸워주겠다며 차디찬 눈빛을 드러냈다.
“그래야지!”
검황은 잘 생각했다며 손바닥으로 전왕의 등을 후려쳤다.
“야. 뭐해. 너도 말해야지!”
그녀가 골드 드래곤에게 턱을 까딱였다.
[어….]골드 드래곤이 불편하다는 듯 눈동자를 내렸다.
[그 전쟁에서 우리 종족은 다른 쪽에 붙을 것 같은데….]그는 본인 혼자 인간들 쪽에 있을 듯한 느낌이라며 눈썹을 매만졌다.
“그래서 안 할 거야?”
검황이 골드 드래곤을 보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아, 안 할 리가 있나! 그냥 불편할 수도 있다 이거지! 할게. 해!]골드 드래곤은 오황의 편에서 전쟁에 참여하겠다며 길쭉한 턱을 끄덕였다.
-대체 저 도마뱀은 무슨 약점이 잡힌 것이냐?
‘나도 그게 제일 궁금해.’
검황과 전왕 그리고 골드 드래곤의 사연이 너무도 궁금했지만, 아직 받아내야 할 게 남아 있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라온이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가 뭐냐.”
전왕이 말해보라는 듯 턱을 까딱였다.
“저희가 몬스터를 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최상위 아티팩트들이 부서졌고, 하분 성의 성문과 성벽도 몬스터들 때문에 무너졌습니다. 저것들을 고치려면 돈이 좀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이미 대부분의 자금을 사용한 상태라서….”
전쟁 자금 때문에 돈이 없는 상태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야! 뭐해! 안 꺼내고!”
검황이 골드 드래곤의 복부를 툭툭 쳤다.
[아, 진짜….]골드 드래곤이 두 손을 모으자, 라온의 눈앞으로 거대한 금괴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금괴들은 작은 동산이 되어 황금빛으로 라온의 얼굴을 비췄다.
[이 정도면 됐지?]“추, 충분합니다.”
라온이 얼떨떨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 많은데?’
조금만 뜯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대량의 금괴를 받을 줄은 몰랐다. 전부 드워프가 조형한 것들이라 가격도 비쌀 것 같았다.
“후우우….”
라온은 금괴를 보다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왜? 금괴가 모자라니?”
검황이 더 필요하면 말하라는 듯 어깨를 잡았다.
“아뇨. 이 정도 금괴라면 아티팩트도 사고, 성벽과 성문을 다시 세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라온이 미간을 깊게 구겼다.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명장들의 무기와 갑옷들을 잃어서 이걸 어떻게 보충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흠.”
“으음….”
전왕과 검황이 라온을 보며 눈매를 깊게 구겼다.
-멍청한 놈!
라스가 잘 걸렸다는 듯 손뼉을 쳤다.
-과했느니라! 저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거기까지 속을 것 같으냐! 너무 욕심을 부렸어!
녀석은 무기까지 얻으려다가 다 잃게 생겼다며 낄낄 웃었다.
하지만 라스의 생각과는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야. 우리가 맡겨놓은 무기랑 갑옷 있지? 다 꺼내 봐.”
검황이 골드 드래곤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티팩트도 몇 개 있을 테니, 그것도 방출하도록.”
전왕도 말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꺼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라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며 눈을 부릅떴다.
‘내가 그냥 막 던지는 게 아니거든.’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한테 받은 칭호를 믿고 한 거라고.’
자신에게는 <차원을 농락하는 혓바닥>이라는 칭호가 있다.
강자들과 대화할 때 정신적인 혼란을 일으키는 능력이었기에 지금 검황과 전왕은 술에 취한 것처럼 몽롱한 상태일 것이다.
-아아악!
라스는 이제야 알아차린 듯 컥하고 숨을 들이켰다.
[알겠어.]골드 드래곤이 차원을 열어서 검황과 전왕이 말한 장비와 아티팩트들을 꺼냈다.
“우리에게는 전부 쓸모없는 것들이니 가져가.”
검황은 짐짝을 치워서 오히려 잘됐다며 웃었다.
“악인을 처리하며 어쩔 수 없이 얻은 전리품이니, 좋은 곳에 쓰면 그게 더 도움이 되겠지.”
전황도 동의한다며 눈을 내리감았다가 떴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라온이 검황과 전왕에게 고개를 깊게 숙이며 입맛을 다셨다.
‘이거 더 뽑을 수 있을지도…?’
-그만해! 이 미친놈아!
*
*
*
“그럼 일도 해결되었으니….”
검황이 입맛을 다시며 전왕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한판 붙고, 여길 뜨자.”
그녀는 오러를 전송시킬 필요 없이 여기서 싸우고 길고 길었던 문파의 악연을 끝내자며 적파의 검을 세웠다.
“나쁘지 않군.”
전왕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동해야 할 시기였으니까.”
그가 냉엄의 도로 검황의 목을 겨눴다.
[난 이제 모르겠다….]골드 드래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서 빙하에서 훌쩍 떨어졌다.
[라온 지그하르트. 너도 피해라. 이 빙하는 물론이고, 주변의 바다가 전부 뒤집힐 테니까.]그는 위험할 수도 있으니, 멀찍이 떨어지라며 턱을 까딱였다.
“괜찮습니다.”
라온이 옅게 웃으며 다섯 걸음만 뒤로 물러났다.
“두 분이 이 장소에서 싸울 수 있게 제가 빙하를 보호하겠습니다.”
사실 가까이에서 검황과 전왕의 무학을 살피고 싶었고, 확인해야 하는 일도 있었기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정말 괜찮겠어?”
검황이 걱정된다는 듯 눈썹을 내렸다.
“검제라는 이명을 받은 아이다. 우리의 걱정 따위는 필요 없어.”
전왕은 라온을 신뢰하는 듯 눈동자도 돌리지 않았다.
“그럼 잘 보고 있어. 내가 저 냉혈한을 어떻게 꿇리는지.”
검황은 오늘 전왕을 꺾겠다고 말하며 왼손을 앞으로 뻗고, 검을 쥔 오른손을 어깨 뒤로 젖혔다.
“나를 꿇리기 전에 네 검이 부러질 것이다.”
전왕이 두 손으로 잡은 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섬뜩할 정도로 차디찬 기파를 뿜어냈다.
고오오오오오오오!
검과 도에서 피어나는 강대한 기운에 의해 높아진 파도가 빙하를 흔드는 순간 검황과 전왕이 동시에 땅을 박찼다.
쿠와아아아아앙!
불타는 검과 푸른빛의 도가 정면에서 격돌하며 어둑한 북방의 하늘과 바다가 반으로 갈라졌다.
쿠구구구구구구!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빙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라온이 만화공과 글래시아를 운용하여 빙하 자체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잖아!”
“전력으로 싸워도 되겠군.”
검황과 전왕은 잘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더 강렬하고 현묘한 무학들을 펼쳐냈다. 북해 자체가 검게 뒤틀리며 수없이 많은 균열이 터져 나왔다.
‘미쳤군….’
라온이 검황과 전왕의 무학들을 살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검술과 도법이 모두 완성되어 있어. 오직 한 길만을 걸어간 무인의 정점이야.’
완성도가 높고, 절실함이 느껴지는 검황과 전왕의 결투에 전신에서 희열이 피어났다. 보고만 있어도 만검의 성취가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이게 노다지지.’
라온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검황과 전왕의 무학을 세세하게 뇌리에 새겼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비슷하네?
검황의 불꽃과 전왕의 서리 아래에는 오러를 받쳐주고, 육체를 보호하는 대지의 오러가 운용되고 있었다.
검황과 전왕이 운용하는 대지의 오러는 서로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도검존에게 받은 대지의 오러와는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조금 열화된 도검존의 오러라고 해야 하나?’
검황이 운용하는 대지의 오러는 굳건함이 부족했고, 전왕이 펼치는 대지의 오러는 무겁지 않고, 가벼웠다.
분명 서로 다른 무학이었지만, 기이하게도 도검존의 대지의 오러와는 비슷한 향이 났다.
‘어디….’
라온이 만화공과 글래시아를 조금 물리고, 도검존에게 얻은 대지의 오러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우우우우우웅!
자신의 발밑에서부터 황색의 오러가 타오르더니, 깨져나갈 것처럼 흔들리는 빙하를 더욱더 단단하게 묵직하게 보호하기 시작했다.
‘대지의 오러를 이런 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구나.’
또 하나 배웠네.
라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어…?”
“허!”
검황과 전왕이 동시에 무기를 내리고, 라온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눈동자 위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격렬한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저, 저거 맞지? 내가 잘못 느낀 게 아니지?”
“…확실하다. 우리의 오러가 스스로 굽어지고 있으니까.”
검황과 전왕이 턱을 파르르 떨며 라온에게 다가갔다.
“어쩐지 인연이다 싶더라니….”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두 사람이 라온의 앞에 서서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왜, 왜 그러세요?”
라온이 울먹이는 검황과 턱을 떠는 전왕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검문의 후예 시에란이….”
“도문의 후예 유베르가….”
검황과 전왕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도검존의 후예를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