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1124
환생한 암살자는 검술 천재 1124화(1124/1124)
제1124화
“찾을 수 있지?”
라온이 제비를 손아귀에 올린 채로 렉타르의 위치를 물었다.
삐이이이!
어린 제비는 긴 비행을 마치고 방금 내려왔음에도 바로 출발할 수 있다는 듯 당찬 울음을 터트렸다.
-얌마!
라스가 라온을 향해 푸르게 타오르는 손을 들어 올렸다.
-네 할배에게서 피 묻은 편지가 내려왔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건 이해하느니라. 다만….
녀석이 눈매를 깊게 구겼다.
-네놈보다 강한 할배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그렇게 흥분한 채로 움직여서는 안 되느니라.
라스는 정신을 차리라며 손으로 라온의 이마를 후려쳤다.
파아아앙.
라온은 손등을 들어서 라스의 공격을 막은 후 입술을 뗐다.
‘알고 있어. 전혀 흥분하지 않았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진심이다. 처음 편지와 제비의 몸에서 피를 발견했을 때 급격하게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머리가 뜨거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의 고리가 알아서 회전하며 자신의 정신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냉정한 상태였다.
‘제비가 할아버지의 위치를 알고 찾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했을 뿐이야.’
에블린의 마법을 사용하여 편지가 있는 곳까지 이동한다고 해도 결국 렉타르를 따라가야 하기에 이 제비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따가 부탁할게.”
라온은 답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제비의 이마를 쓸어내려 주었다.
‘지금부터는 이유를 생각해야겠지.’
숨을 고르며 다시 렉타르의 편지를 보았다.
‘성검련에 있다는 할아버지에게 다녀왔는데, 왜 편지와 깃털에 피가 묻었는지를.’
다시 어린 제비의 몸과 편지에 묻어 있는 피를 자세히 훑어내렸다.
‘역시 이건 인간의 피야.’
편지에 묻은 피에서 마나가 깊게 녹아 있는 무인의 기운이 느껴진다.
거기다 자신의 편지를 전해주는 이 제비는 영물이기에 웬만한 매나 비행 몬스터보다 훨씬 빠르다.
제비에게 상처 또한 없었기에 더욱 확실했다. 이건 두말할 것도 없는 인간의 피였다.
‘그럼 왜 편지에 피가 묻은 거지?’
성검련이 습격받은 건가?
현재 성검련은 강력한 진법과 마법에 의해서 위치가 완벽하게 감춰져 있다.
물론 데루스에게는 대천사가 있기에 놈들이 특별한 능력을 사용한다면 성검련의 위치가 들킬 수도 있긴 했다.
‘누구에게 습격을 받은 거지? 오황은 현재 활동을 멈춘 상태고, 에덴과 데루스는 성검련을 공격할 이유가 없잖아.’
오황은 곧 벌어질 수도 있는 전쟁 때문에 걸음을 멈춘 채 힘을 비축하고 있었고, 데루스나 에덴은 동맹인 성검련을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백혈교와의 전쟁에 참여한 걸 들키지도 않았을 텐데.’
렉타르의 편지를 통해 그가 백혈교와의 전쟁에서도 찾아와서 도움을 주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렉타르의 기척은 자신에게도 잡히지 않았고, 라스만 간신히 느낄 정도였기에 그가 움직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라스.’
라온이 눈매를 좁힌 채 라스를 불렀다.
‘할아버지가 성검련과의 전쟁에 오셨을 때 근처에 데루스나 대천사가 움직인 적은 없지?’
-없느니라.
라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데루스라는 놈은 몰라도 대천사가 움직였다면 본왕이 모를 수가 없느니라.
녀석은 확실하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역시 백혈교와의 전쟁에서는 들키지 않았어.’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편지를 보았다.
‘그럼 누구에게, 어디서 습격을 받으신 거지?’
그걸 어느 정도라도 알아야 움직일 수 있기에 편지를 쥔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성검련에서도 들키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왜… 어?’
라온이 성검련의 상공에 그려진 마법진을 떠올리다가 턱을 파르르 떨었다.
‘설마…?’
-이유를 알아낸 것이냐?
라스가 어서 말하라는 듯 앞으로 다가왔다.
‘할아버지는 모습과 정체를 숨겨서라도 백혈교와의 전쟁에 찾아와서 나를 도와준 사람이야. 즉….’
라온이 인자한 렉타르의 얼굴을 그리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지금 성검련에 계신 게 아니라, 날 돕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하고 계셨던 것 같아.’
렉타르는 직접 전쟁에 참여해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백혈교와의 전쟁에 승리한 게 대견하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런 그라면 지금도 다른 곳에 있으면서 성검련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할아버지는 삼마인 성검련의 소속이니까. 데루스나, 에덴에 대한 정보를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계실 거야.’
라온은 렉타르가 했을 행동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
‘그래. 에덴과 데루스의 위치나, 정보를 파악하다가 정체를 들켜서 습격받으신 게 분명해.’
렉타르는 이전에도 자신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자주 말했었다. 그가 성검련을 이은 이유 역시 자신을 위해 데루스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였다.
렉타르는 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먼저 데루스와 에덴의 정보를 수집하다가 역으로 당한 게 확실해 보였다.
-미친….
라스가 자신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그래. 미친 일이지.’
-아니, 네놈이 미쳤다는 뜻이니라!
녀석이 눈매를 깊게 찌푸렸다.
-피 묻은 편지 하나를 가지고, 거기까지 추리하는 또라이가 어디에 있느냐!
라스가 어이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본왕은 그냥 저 편지를 보고, 꼬마 제비 녀석이 다른 새를 때렸나보다 생각했을 텐데. 그 작은 단서로 거기까지 가는 게 미친 거지, 다른 게 미친 일이겠냐고!
라스는 본인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 대단한 게 아니야.’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흉수가 에덴인지, 데루스인지도 모르고. 할아버지를 다치게 만들 수 있는 상대도 모르니까.’
지금 렉타르의 무력은 오황삼마의 수장급이다.
물론 글렌이나 데루스, 다르칸, 천마 수준은 아니지만, 레크로스 국왕이나, 야왕 오그람과는 똑같은 수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사람으로는 천마와 데루스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직접 움직이지는 않을 텐데.’
천마와 데루스는 삼마의 정점이자, 최대 전력이다.
혹여나 그 둘이 움직였다가 당한다면 전쟁은 시작되지도 않은 채 오황의 승리로 끝나기에, 확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절대 손을 쓰지 않을 것이다.
‘특히 데루스는 할아버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서지 않을 거야.’
데루스의 조심성 많은 성격상 글렌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을 때 누군가를 공격할 일은 없다. 놈은 절대 아니었다.
‘천마 역시 그런 성격은 아닐 테고.’
글렌에게 들은 천마의 성격상, 그리고 프라이드의 권능을 가진 그는 관심도 없는 렉타르를 잡기 위해서 직접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라온이 멍하니 떠 있는 라스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밝혀지지 않은 초월자 혹은 대천사겠지.’
데루스와 천마라면 분명 숨겨둔 비밀 세력이나, 초월자가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그들이 강해도 렉타르를 위협에 빠뜨리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판단으로는 대천사 중 하나가 렉타르를 공격한 것 같았다.
‘아니, 거의 확실해.’
라온이 어린 제비를 보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혹시 할아버지를 공격한 사람의 등에 날개가 달렸어?”
제비의 날개를 잡으며 자신의 등을 가리켰다.
삐이이이이!
어린 제비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랬군. 할아버지는 데루스를 정탐하다가 대천사에게 들켜서 상처를 입으신 거야.”
제비의 반응을 보니, 할아버지는 대천사에게 당한 게 분명해 보였다.
-네놈은 진짜 또라이냐?
라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네 할배의 성격을 읽고 헛짓을 하고 다녔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거기서 대천사가 습격자인 것까지 알아냈다고?
녀석은 믿을 수가 없다며 입을 떡 벌렸다.
-그래. 본왕이 잊고 있었구나. 네놈의 진짜 무기는 그 망할 심계라는 것을.
라스는 다시 자신이 두려워진다며 입술을 떨었다.
‘미안하지만, 네 칭찬을 받아줄 정신이 없어.’
바로 렉타르를 찾아가야 할지, 아니면 성검련이나, 지그하르트에 연락을 넣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아니, 고민할 것도 없지. 바로 간다.’
렉타르의 정체를 알고 있는 글렌에게만 연락을 넣고, 바로 렉타르를 찾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았다.
‘그럼 에블린에게….’
라온이 고민을 끝내고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라, 라온 님?”
“…너 무슨 일 있어?”
도리안과 마르타가 자신의 심각한 얼굴을 본 듯 눈매를 좁혔다.
“걱정이 많아 보이네?”
에블린 역시 자신의 감정을 읽은 듯 눈썹을 내렸다.
‘에블린만 데리고 갈까?’
렉타르가 다칠 정도라면 저 전장은 지옥과도 다르지 않았다. 위험할 가능성이 크기에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에블린만 데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위, 위험한 일이 생긴 거죠?“
도리안은 자신의 표정을 읽은 듯 턱을 떨었다.
“딱 표정이 그거네.”
마르타도 다 보인다며 입매를 비틀었다.
“저, 저도 갈게요!”
“나 놓고 갈 건 아니지?”
두 사람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손을 들어 올렸다.
“하….”
라온이 단호한 표정이 된 마르타와 도리안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마르타는 그렇다 치고 도리안도 저리 절실한 눈빛으로 따라오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위험할 거야.”
“괘, 괜찮아요! 알아서 살아남을게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지.”
두 사람은 끝까지 따라가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떨어질 생각이 없나 보네.”
에블린이 옆으로 다가와서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렉타르의 편지지를 가져갔다.
“이 편지가 보내진 곳으로 가면 되는 거지?”
그녀는 이미 예전에 해본 마법이라 더 정밀한 좌표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며 빙긋 웃었다.
“그래도 시간은 좀 필요해.”
에블린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 말하며 편지를 두 손으로 잡고 영창을 시작했다.
“괜찮아.”
라온이 에블린에게 고개를 저으며 뒤를 돌았다. 주먹을 말아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
“나도 더 준비해야 할 게 있으니까.”
*
*
*
쿠우우우우우우!
녹색 바다처럼 거대한 숲이 고통에 울부짖듯이 진동한다.
쿠구구구구구!
하늘의 분노를 받은 듯 나무가 저절로 뿌리뽑히고, 대지가 갈라진 채 시꺼먼 구멍을 드러냈다.
터어엉!
무스턴은 갈라진 대지를 힘겹게 뛰어넘으며 앞서가는 스승의 오른팔을 바라보며 입술을 씹었다.
“스승님….”
당대 성검련주이자, 최상위 초월자인 렉타르의 오른팔이 걸레처럼 찢긴 채 꺼멓게 죽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네 탓이 아니다.”
렉타르가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고통을 참고 있는 듯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곳은 함정이었다. 너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이 정도 상처를 입었을 것이야.”
렉타르는 자책하지 말라고 말하며 피가 터지고, 진물이 흐르는 오른팔을 저었다.
“저 말대로다.”
로렌스가 렉타르의 팔에 치유약을 뿌리고, 붕대를 감으며 눈썹을 내렸다.
“나도 그 위치에서는 그놈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을 거야. 네 탓이 아니라, 우리의 탓이다.”
그는 함정에 빠졌을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다른 생각 말고, 이 숲을 빠져나가는 데만 집중해라.”
렉타르는 더 속도를 높이라고 말하며 왼손으로 나무와 수풀을 뚫어내며 숲을 나아갔다.
“으음….”
무스턴이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으음….”
렉타르는 치유력을 높이고, 고통을 줄여주는 아티팩트를 팔에 감고 있음에도 고통이 심한 듯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젠장!’
렉타르가 자신을 구하다가 팔을 다치지만 않았다면, 상대가 그 괴물이라고 해도 이렇게 쫓기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입술이 떨려왔다.
‘아니, 이런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힘을 내야 해.’
라온 님이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 테니까.
렉타르의 등을 보자, 라온이 떠오른다. 자신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소년은 이제 대륙의 절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처럼 되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곳에서 소심하게 밀려나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무스턴이 이를 악물고 렉타르와 로렌스를 추월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촤아아아악!
그는 소리가 없는 검격을 뻗어내 길을 트며, 렉타르와 그를 부축하는 로렌스를 이끌었다.
“얼굴과 달리 마음이 약하다니까.”
로렌스가 무스턴의 등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부탁하마.”
렉타르는 무스턴의 심경 변화를 느낀 듯 부드러운 웃음을 그리며 제자의 뒤를 따라서 숲을 나아갔다.
“끝이 보입니다!”
무스턴은 울창한 숲의 끝에서 환한 빛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입술을 말아 올렸다.
“저기까지만 가면 그 괴물도 추적을 포기할 수밖에….”
그가 손가락을 들어 올린 채 숲의 출구를 가리킬 때였다.
쿠르르르르릉!
하늘이 격노한 듯 무스턴의 머리 위로 샛노란 벼락이 떨어져 내린다.
무학이나, 마법이 아니다. 자연의 뇌광 그 자체가 인간들을 말살하기 위해서 강림했다.
“아….”
무스턴은 그 압도적인 힘에 짓눌려 움직이지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눈을 뜨고만 있었다.
“흐읍!”
다만 그는 부상 중인 렉타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지를 잊지 않고, 공포에 질린 본능을 이겨내며 검을 들어 올렸다.
“으아아아아!”
무스턴이 갈라지는 대지를 밟으며 검격을 쏘아내려는 순간이었다.
“많이 컸구나.”
렉타르가 싱긋 웃으며 그의 옆으로 다가와 검을 세웠다. 푸른 섬광이 번쩍이며 하늘이 쏟아내는 금빛의 벼락을 갈랐다.
쿠와아아아아아앙!
검격과 우레가 부딪치며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숲 전체를 휩쓸었다.
하늘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벌어지고, 대지가 찢겨나가 새까만 무저갱이 열릴 정도였다.
파지지지지직!
푸른빛의 스파크가 사위로 퍼지며 숲을 불태우고 있을 때, 하늘 위에서 새하얀 백의를 걸친 청발의 남자가 신성한 빛과 날개를 두른 채 내려왔다.
“날개 없는 벌레들이 도망을 쳐봐야 손바닥 안이지.”
청발의 남자가 순백의 날개를 펼치며 푸른빛의 벼락 위에 내려앉았다.
그는 인간을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벌레를 밟기 전 시선을 주는 것처럼 거만한 눈빛으로 턱을 치켜들었다.
“그 날개 없는 벌레에게 목이 따여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렉타르가 진물이 흐르는 팔을 들어 청발의 남자에게 검을 겨누었다.
“대천사 라미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