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S2 Chapter (106)
역대급 천재 랭커의 귀환 2부 106화(439/440)
제440화
2부 106화.
타들어 가는 속도 모르고 느닷없이 울린 경쾌한 알림.
이 상황에 알림이 울릴 일은 하나뿐이었다.
누군가에게 귓속말이 온 것.
보나 마나 1소속이나 2소속 부하 중 하나가 보고를 올렸다고 생각한 라온이 신경질적으로 알림을 확인했다.
[‘카르마일’이 귓속말을 보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뭐?”
하나 막상 알림을 확인한 라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귓속말을 보낸 상대가 너무도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카르마일.
무법지대의 다섯 왕.
자신과 같이 군림하는 자라 불리는 남자.
엘라니스를 지배한 이후, 한 번도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건 적이 없던 남자이기도 했다.
‘저 녀석이 갑자기 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는 건 둘 중 하나뿐이다.
죽을 때가 됐거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거나.
전자일 리는 없으니 후자일 텐데…….
꿀꺽.
하필 대현자의 옷자락을 빼앗긴 지금 이 상황에 안 하던 짓을 해온다?
‘……설마 알게 된 건가?’
긴장하던 라온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억측이었다.
옷자락을 빼앗긴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곳에서 싸웠기에 구경꾼도 없을뿐더러, 놈들도 탑을 오르느라 정신이 팔려있을 터.
저 녀석의 귀에 들어갈 확률은 0%에 가까웠다.
[카르마일 : 일은 잘 진행하고 있나?] [카르마일 : 오늘따라 소식이 늦군. 상황 진행을 공유하는 날인 걸 잊은 건가?]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었군.’
군림하는 자들은 모두 거주하는 대륙이 다른 만큼, 매주 화요일마다 각자 맡은 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화요일.
평소 저녁이 오기 전 녀석에게 공유했던 자신이 해가 진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으니 이상해서 연락한 것이겠지.
라온이 침착함을 찾고 귓속말을 보냈다.
[나 : 잠시 처리할 일이 있어 늦었다.] [카르마일 : 처리할 일? 아아, 재앙의 탑이라면…… 카이저와 무기고의 주인이겠군. 카이저가 네 기록을 모두 깨고 있다던데 그것 때문인가 보지?] [나 :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얻을 건 다 얻었으니.] [카르마일 : 하긴 그러겠지. 그 불꽃을 얻지 못했으면 이렇게 나와 대화하고 있지 못했을 테니까.]“저 개X끼가…….”
이래서 놈과 대화하기가 싫다.
아니, 저놈뿐만이 아니다.
다른 군림하는 자들 모두가 저런 태도였다.
마치 자신들과 네놈은 같은 급이 아니라는 듯이.
‘무법지대 소속도 아니었던 내가 갑자기 나타나 자리를 차지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겠지.’
처음부터 무법지대의 위에 군림하던 저들과 달리, 라온은 때마침 생긴 빈자리를 차지한 왕이었다.
그렇다 보니 라온은 저들 사이에서 언제나 겉돌았다.
그들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카르마일 : 옷자락은 잘 지니고 있나?] [나 : ……물론이다.] [카르마일 : 잘 지니고 있어라. 그건 단순한 옷자락이 아니야. 그저 그런 형태를 하고 있을 뿐.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나 : 그래.] [카르마일 :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잊지 마라. 네가 차지한 그 자리는 원래 너의 것이 아니니. 그 자리의 주인은 따로 있다.] [나 : 그자는 자멸했고, 지금의 주인은 나다.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카르마일 : 글쎄. 널 그리 믿지 않아. 하지만…… 네가 이번 일을 해내면 그땐 조금은 다르게 볼 수도 있겠지.]빠득, 이를 가는 소리가 고요한 숲에 울려 퍼졌다.
“저 건방진 놈이…… 네까짓 게 뭐라고 다르게 보고 말고 한다는 말이냐.”
하등한 종족을 바라보듯 콧대 높은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을 놈의 얼굴이 훤히 그려진다.
[카르마일 : 그가 왔다.] [카르마일 : 계획을 예정보다 앞당겨야 할 거 같다더군.] [카르마일 : 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가 왜 널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망시키지 않길 바라지.]그런 라온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카르마일은 제 할 말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가 왔다고. 저놈에게.”
우연한 기회로 얻게 된 ‘그’와의 인연.
그것은 무법지대를 갓오세의 지배자로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의 가장 중요한 첫 시작을 여는 무대는 다름 아닌 엘라니스.
즉, 엘라니스의 빌런들을 지배하는 자는 자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엘라니스의 주인인 자신한테 오지 않고, 굳이 다음 대륙에 있는 저 녀석에게 들렸다?
‘……나보다 저놈을 더 믿는단 소리인가?’
그리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화륵-
용광로처럼 활활 불타오르는 검은 불꽃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불길을 갈무리할 생각도 하지 않고, 라온은 붉은 안광을 살벌하게 번뜩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도 이런데 만약 옷자락을 빼앗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겠지.
무엇보다 무법지대가 모두를 지배하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 옷자락을 다시 찾아와야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기 전에 얼른…….
잠시 생각하던 라온이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아니. 어차피 놈들이 알게 될 터. 그럴 바엔 차라리…….”
긴박한 전투 중에까지 옷자락을 훔친 놈이, 달란다고 줄 리 만무.
그럼 찾아올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뺏어와야지. 직접.”
하지만 거처에서는 일기토를 벌일 수 있지만, 탑 밖에서는 그럴 수 없다.
카이저의 능력은 모두 파악했으니, 이제 방심하지 않으면 손쉽게 잡을 수 있을 터.
문제는 그 옆에 함께하는 무기고의 주인이다.
하나 상관없었다.
탑 밖이라면 더욱 자신 있는 건 이쪽이었으니까.
[나 : ……비에모, 칼찬, 이재혁, 류크.] [칼찬 : 1소속 3부대 단장, 칼찬. 부름에 답했습니다.] [류크 : 1소속 2부대 단장, 류크. 부름에 답했습니다.] [이재혁 : 1소속 1부대 단장, 이재혁. 부름에 답합니다.]자랑스런 무법지대 1소속 전투원들.
그리고…….
[비에모 : 말씀하십시오, 엘라니스의 왕이시여.]왕을 보좌하는 보좌관 비에모.
길드로 치면 부마스터 역할인 보좌관의 무력은 1소속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보좌관이 되기 위한 조건은 오직 무력 하나뿐이니.
그리고 비에모는 라온이 자리에 오르기 전, 기존 엘라니스의 주인이 있던 때부터 보좌관을 맡던 인물.
‘비에모의 강함은 확실하다. 나와 비견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무엇보다 비에모를 처음 상대하는 적은 무조건 공격에 당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설계된 시그니처 특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다른 인물들은 어떤가?
1소속의 1부대에서 3부대는 후부대와 차원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부른 자들은 라온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지니고 있는 자들.
[나 : 엘라니스에 있는 모든 무법지대 전투원을 소집하라.] [칼찬 : 예. 알겠습니다.] [이재혁 : 명을 받겠습니다. 언제까지 소집하면 되겠습니까?] [나 : 지금 당장이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소집하여 재앙의 탑 앞에 모여라. 탑을 빠져나온 카이저를 친다.] [류크 : 하지만…… 카이저의 옆엔 무기고의 주인이 있습니다. 그자는 바벨론의 마스터. 10대 길드를 건드리게 되는 것일 텐데요.] [나 : 상관없다. 어차피 언젠가 밟고 올라서야 할 자들이니.] [비에모 : ……전쟁인 겁니까? 왕이시여.]비에모의 마지막 물음에 라온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더 이상 그에게서 초조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다짐한 사람처럼 위험한 눈이 기이하게 빛나고 있을 뿐.
“전쟁이다, 카이저.”
붉은 안광이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 * *
소집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길드와 NPC 소속, 생산직과 전투직, 그 외 다양한 소속으로 나뉘어있는 여타 유저들과 달리 모든 빌런은 무법지대의 휘하에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빌런들에게 있어 군림하는 자의 말은 곧 법.
엘라니스에서 라온의 말은 이곳의 이종족들이 내세운 법보다도 위에 있는 것이다.
-미친, 지금 엘라니스 난리 났다!
-무법지대 이 미친놈들, 언젠가 사고 칠 줄 알았다 내가.
-이 새끼들 진짜 미친놈들인가? 와, 저게 다 뭐야.
-와, 저 개X끼들 제대로 작정했네. 뭐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거 아냐? 컨텐츠에 모일 수준이 아닌데?
그런 그들의 행보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고, 당연히 네티즌들은 난리가 났다.
└? 왜, 뭔 일인데?
└무법지대가 왜. 걔네 이상한 거 하루 이틀도 아닌데.
└아니, 이건 이상한 수준이 아니라고! 진짜 개미친놈들인 줄 알았다니까?
└? 아니, 뭔데? 말을 해. 니들만 알지 말고.
└닥치고, 갓오세 스트리밍이나 켜봐라. 지금 현장에 있는 유저들이 방송 켜고 있으니까.
└ㄹㅇ;;
└방송 누구 거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거나 들어가 새꺄! 지금 상단 다 그걸로 도배되어있으니까.
갓오세에 있던 유저들에게 들은 소식을 통해서, 혹은 방송이나 채팅, 댓글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엘라니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중 가장 큰 파급력을 느끼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현장에 있는 유저들.
척, 척, 척, 척.
웅성웅성-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미친……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맞아?”
“여기서 무슨 이벤트 열리냐? 왜 저렇게 많이 모여 있어?”
“이게 다 몇 명이야…… 몇천 명 수준이 아닌데?”
“월간 컨텐츠 열린 줄 알았네.”
재앙의 탑 입구 앞.
“아니, 잠깐만. 저 앞에 있는 놈, 류크 아니냐?”
“어? 맞는 거 같은데? 심지어 그 옆에 있는 놈들 설마 칼찬, 이재혁, 르카디? 1소속 상위 부대 단장들이잖아!”
“그러고 보니 저 뒤에 놈들도 한 가닥하는 놈들 아니냐.”
“미친…… 설마 저 인원이 다 빌런들이야?”
“근데 맨 앞에 서 있는 저 흰색 머리는 누구냐? 칼찬, 이재혁보다도 앞에 서 있네.”
거대한 탑을 원의 형태로 둘러싼 수많은 빌런들을 보고 있으면, 그 엄청난 인파에 압도되는 기분마저 들었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이곳에 모인 빌런들의 수만 해도 만 명에 달했으니까.
심지어 일반 유저들은 마주칠 기회가 흔치 않은 1소속 1~3부대의 단장들과 그에 준하는 강자들까지 모여 있으니…….
“진짜 뻥 안 치고 만 명은 되는 거 같은데…… 지금껏 이렇게 많은 빌런들이 소집된 적이 있었던가?”
“……없지 않나?”
“만 명까지 갈 것도 없이 5천 명도 없어.”
갑작스런 상황에 근처에 있던 유저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더불어 의문이 들었다.
신대륙 업데이트가 된 이후 길드와 공존하게 되며 움직임이 뜸해진 그들이었다.
당연히 이렇게 대규모로 소집된 적은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케이스라 해봐야 초창기 2,000명 정도 모여 뭔가 모를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던 것 정도?
한데 그에 5배에 달하는 인원이 모였다?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재앙의 탑 앞에?
“재앙의 탑에 뭐가 있나? 눈빛이 아주 살기 가득한 게 당장이라도 뭔 일 벌일 거 같은…… 어?”
“잠깐만, 지금 재앙의 탑에 있는 유저면…….”
의아해하던 그들 사이로 순간 정적이 흘렀다.
떠오른 것이다.
지금 탑에 오르고 있는 게 누구인지.
“……카이저?”
“지금 탑에 라온이랑 카이저, 무기고의 주인밖에 없잖아.”
“설마 라온이랑 뭐가 있었나? 이 정도 인원 소집할 수 있는 빌런은 엘라니스에서 라온밖에 없잖아.”
“그럼 이 많은 인원이 다 카이저 때문에 모인 거라고?”
“와, 매번 무법지대랑 엮일 때마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일 친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퍼즐 조각이 딱딱 들어맞았다.
재앙의 탑에서 유저들이 모르는 일이 벌어졌고, 그 일은 라온의 분노를 살 만한 일이었다.
이것 말고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인즉슨…….
“지금 카이저가 혼자가 아니잖아.”
“무기고의 주인이 있는 것도 알 텐데 이 정도로 모였다는 건…….”
“……바벨론이 와도 상관없다는 건가?”
“미친.”
마른침을 삼킨 유저들이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 전쟁이다!”
“무법지대가 전쟁을 열었어!”
“이런 미친놈들.”
“우와아아악!”
엘라니스에서 3개월 만에 전쟁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근래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
그리고 무법지대 빌런들이 소집되기 대략 3시간 전…….
휘이이이–
엘라니스의 북쪽 숲 깊은 곳.
인적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바위산 위에 휘몰아치는 칼바람 사이로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동굴이 있었다.
[시련의 동굴]발을 들인 유저에게 끝없는 시련과 한계를 내리는 동굴.
여태껏 이곳을 발견한 유저는 거의 없다시피 하는 숨겨진 장소였으나, 그래도 갓오세의 플레이어 수가 압도적인 만큼 그리 적지 않은 유저가 들렀다가 갔었다.
하지만 그뿐.
이곳에서 세 달이란 시간을 머무른 유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곳은 유저를 끝없이 몰아세우는 곳이었으니까.
터벅.
그리고 한 여인이 눈을 가리며 시련의 동굴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은은한 햇살이 마치 섬광탄처럼 느껴지는 듯 눈을 잔뜩 찌푸린 채로.
“아아…….”
이윽고 눈을 뜬 그녀의 눈은 별을 박아넣은 듯 맑게 빛나고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백금발과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
그리고 본능적으로 눈을 사로잡는 육감적인 몸매는 어떤 남자라도 아름답다고 평할 터였다.
하지만 여인이 등에 멘 거대한 대검과,
스윽.
왼손에 쥔 검은 가면을 보게 된다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맑은 눈과 거대한 대검.
그리고 카신교를 상징하는 검은 가면까지.
이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이는 갓오세에서 오직 한 여인뿐이었으니까.
띠링- 띵-
가면을 쥐며 바깥 공기를 만끽하던 그녀가 그간 확인하지 못한 밀린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그리곤 어떠한 소식을 접한 순간, 얼굴에 기쁨이 차올랐다.
“아아,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나이다.”
하나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눈에 서린 반가운 감정이 사라지고, 이내 맑은 눈이 광기로 차올랐다.
“하나 불경한 것들은 언제든 나타나기 마련이군요…… 조금만 기다리소서. 제가 가겠나이다.”
등에 멘 대검의 손잡이를 쥔 그녀가 차가운 얼굴로 말을 끝맺었다.
“나의 신이시여.”
광신도.
그녀가 어언 3개월 만에 지독한 폐관 수련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