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Genius Ranker of All Times RAW novel - S2 Chapter (107)
역대급 천재 랭커의 귀환 2부 107화(440/440)
제441화
2부 107화.
웅성웅성-
우아아아아아!
지금 재앙의 탑 입구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이것이 너무 많은 인원이 밀집되어있어 그런 건지, 이례적인 상황에 과열된 분위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 친구한테 들은 건데, 바벨론도 지금 이쪽으로 모이고 있다는데?”
“나도 들었음. 지금 이 난리인데 소식이 안 들어갈 리가 없지. 잔뜩 화나서 길드원들 다 끌어모으고 있다는데.”
“와, 그럼 제대로 전쟁이네?”
“존X 흥미진진하다.”
기대감, 흥분, 불안감, 호기심.
한 장소에서 모든 감정이 들끓으며 흥미진진한 기류를 내고 있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쟁이라니…… 미쳤다, 진짜.”
“심지어 여기에 카이저까지 끼는 거 아냐. 내가 이런 걸 직관하는 날이 오다니.”
“대박. 누가 이길까?”
“뭐…… 무법지대가 이기겠지.”
“글긴 해.”
대다수가 무법지대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0대 길드 이름이 그냥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명색이 바벨론인데 지겠냐 싶긴 한데…… 인원수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엘라니스에 있는 길드원이 가장 많다곤 해도, 그래 봐야 전체 길드원 중 3분의 1정도밖에 안 될 텐데…… 그럼 한 3천 명 되냐? 너무 밀리긴 해.”
“그나마 바벨론이 길드원이 많은 편이라 이 정도지. 다른 길드였음 3천 명도 못 모았어.”
“빌런 새끼들 인해전술 X되긴 한다. 어떻게 엘라니스에만 만 명 넘게 있냐.”
“저것도 다 모인 거 아닐걸. 내가 듣기로 원래 한 2만 명 있다 들었는데.”
“미쳤네.”
인원수 차이가 너무도 극심한 탓이었다.
2배 차이도 아니고, 3배가 넘게 차이 나니…….
제갈공명급의 전략이 있어야 어찌할 수 있을 텐데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전략이고 뭐고 궁리할 수도 없었다.
바벨론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전면전뿐.
“존X 치졸하게 나오긴 한다. 어떻게 탑 오르는 중에 모여서 이러고 대기빵 타냐.”
“빌런이잖아. 이미지 신경 쓸 필요도 없는데 그냥 이기면 장땡이라 이거지.”
“아쉽다…… 이건 뭐 말이 전쟁이지 그냥 일방적으로 기습한 거잖아.”
“지원군 못 부르나?”
“신대륙 업데이트 되고 나서 길드들이 손잡는 거 본 적 있냐? 바벨론이 지면 좋다고 흡수할 텐데. 바벨론 편인 길드가 적기도 하고.”
“천마신교는?”
“걔넨 모르겠긴 한데 엘라니스에 없잖아. 걔넨 완전히 천마만 따라다니니까. 그런 구조인데도 10대 길드인 것도 신기해.”
“하여튼 빌런 새끼들…….”
그렇게 한창 떠들고 있을 때.
빌런이니, 치졸하니 폄하하던 유저가 문득 말을 멈추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얘네 표정이 왜 이래?’
함께 대화를 나누던 이들의 안색이 창백해져 있는 게 아닌가.
마치 겁에 질린 어린 양 같았다.
갑자기 왜 저러나 싶어 물어보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서걱-!
“으아아악!!”
무언가 잘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돌연 일행 중 한 명의 왼팔이 어깻죽지부터 잘려나갔으니까.
눈앞에서 동료의 팔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광경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몬스터를 수없이 죽여왔던 그조차 순간 멍해질 정도로.
목이 잘리든, 심장이 꿰뚫리든 정말로 신체가 훼손되지 않는 갓오세의 특성상 유저의 팔이 잘리는 걸 볼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어, 어?”
“무슨…….”
그리고 그가 멍해진 것처럼, 곁에 있던 일행들도 비슷한 반응이었고.
서걱, 푹!
사아아-
그 망설임은 곧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피로 맺어진 검에 의해 수차례 찔리고, 베인 유저가 끝내 가루가 되어 사라진 것이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참사.
“허억.”
“!”
그에 숨을 들이켜던 일행들이 다급히 입을 가렸다.
유저를 죽인 붉은 머리에 눈이 찢어진 남자가 이쪽을 돌아본 것이다.
특히 일행 중 가장 젊은 남자의 반응은 더욱 격했다.
‘……!!’
아차, 하는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붉은 머리의 남자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려는 순간, 비수가 목에 들이민 듯한 소름 끼치는 감각이 발을 붙잡았다.
그건 살기가 아니었다.
스으.
“눈치 빠르네. 한 발짝만 더 뒤로 갔으면 죽었을 텐데.”
“…….”
정말로 피로 물든 검이 등 뒤를 찌르는 자세로 허공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남자는 숨조차 내쉬지 못하며 얼어붙었다.
터벅, 다시 얼굴을 가까이한 붉은 머리의 남자가 날카로운 눈을 더욱 길게 찢었다.
“어차피 죽일 거지만.”
“……뭐, 커헉!”
푸욱!
남자가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등 뒤에 떠 있던 피로 물든 검이 등부터 심장을 두부처럼 손쉽게 꿰뚫었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를 보며, 붉은 머리의 남자는 말 없이 품에서 단도를 꺼내 들었다.
푹! 푹! 푹! 푹!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지, 진짜 죽였어? 아무 이유도 없이?”
“말도 안 돼.”
그리고 이어지는 잔혹한 난도질.
게임인 걸 알아도 잔혹하게 느껴질 만큼 과감한 손속에, 유저들은 뒤늦게 자각했다.
지금 자신들의 앞에 있는 건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하는 길드원이나, 뒷배를 신경 쓰는 평범한 유저들이 아니라는 것을.
저들은 빌런.
이미지나 뒷배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무법지대의 범죄자들인 것이다.
그에 뒤늦게 뒷걸음질 쳐보지만 이미 늦었다.
푹! 서걱-
커헉! 끄아악!
남자의 죽음이 마치 신호탄이라도 되는 듯.
가만히 탑을 둘러싸고만 있던 빌런들이 냅다 구경하던 유저들을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 살려줘!”
“씨X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이 빌런 새끼들, 다 죽여버리겠…… 꺼헉!”
“이런 미친…….”
개중에는 반항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만 명에 달하는 빌런들 틈에서 살아남을 리 만무.
게다가 죽이려 드는 빌런들이 그냥 빌런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유저들 하나하나가 모두 엘라니스에 악명을 떨치는 무법지대 상위 소속 전투원들.
구경꾼의 수도 많았으니 저들끼리 뭉치면 그나마 맞대응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튀, 튀자. 저 새끼들 눈 돌았다.”
“씨X. 개꿀잼 관전하려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나중에 방송으로 보면 돼. 무법지대든 누구든 올리겠지. 괜히 여기서 죽으면 장비만 잃는다고.”
“나와, 다 비켜!”
무법지대의 이름만 들어도 섬뜩해 하는 게 평범한 유저들이다.
백 명도, 천 명도 아니고.
무려 만 명의 무법지대 상위 전투원들이 모여있는데 감히 대항하려는 간 큰 유저들이 어디 있겠나.
마치 수십 마리의 초식동물들이 맹수 한 마리를 피해 도망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도망치는 유저들의 등을 찍으며 학살을 벌인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만.”
“아그들아, 다들 멈춰라. 류크 단장님의 명이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가만히 지켜보던 맨 처음 구경꾼을 죽였던 남자, 붉은 머리의 말에 때아닌 학살극이 끝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찌나 꽁지 빠지게 도망쳤는지 구경꾼의 수가 채 5분의 1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 이 수마저 아직 도망 중인 유저를 합한 수였다.
“다 죽일까요?”
“아니, 내버려 둬. 우리가 10대 길드를 무릎 꿇리는 순간을 직접 볼 놈들은 있어야 하니까. 이 정도는 남겨두는 게 좋겠어.”
“알겠습니다.”
살벌하게 눈을 찢은 붉은 머리, 류크가 남은 유저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입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똑같이 되고 싶지 않으면. 우린 봐주거나 넘어가는 거 없어.”
“…….”
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들을 필요 없었다.
겁에 질려 시선을 피하는 저들의 모습이 곧 대답이었으니까.
강렬한 경고를 남긴 류크가 홍해처럼 갈라진 인파 사이로 유유히 걸어갔다. 그렇게 본래 있던 위치로 서자 차가운 목소리가 반겼다.
“……왜 그랬지?”
1소속 1부대의 단장, 이재혁이었다
“건방지게 입을 털고 있잖아. 이렇게 기강 한 번 잡아주고 나면 조용해지더라고. 진작 그럴 것이지, 꼭 매를 번다니까.”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네가 나서지 않았다면 내가 움직였을 테니까.”
“그럼 뭐가 문제인데?”
“……피의 군주. 그것엔 사용 횟수 제한이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전쟁을 앞두고 쓸데없는 낭비를 할 필욘 없었다.”
“아, 그거. 내 능력, 내 마음대로 쓰겠는데 뭔 상관이람.”
류크는 1소속 2부대의 단장.
형식적으론 이재혁이 더 높은 위치라 볼 수 있었지만, 류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1소속 1부대부터 3부대는 부대만 나뉘었을 뿐, 전투력이 비슷하기에 서열이 나뉘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단장인 류크와 이재혁 또한 마찬가지.
“단순한 전쟁이 아니다. 이번 임무는 왕께서 직접 행사하실 만큼 중요한 임무. 단 세 번뿐인 절단 효과를 이렇게 낭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아, 거참. 매번 잔소리야.”
“무엇보다 이번 적은 일개 유저도 아닌, 카이저와 무기고의 주인이다. 카이저는 뒷전으로 쳐도 바벨론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
“이재혁, 저놈 말이 말이 맞다.”
그때 불쑥 끼어든 목소리.
샛노란 머리에 눈에 번개 모양 흉터가 난 남자, 3부대의 단장 칼찬이었다.
이재혁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끼어드는 모습이, 날렵한 근육질 몸과 더불어 꼭 폭주족스러운 외관이었다.
“넌 오락실 비행기 게임에서도 아무 때나 필살기 빼냐? 아무리 생각해도 잡졸한테 필살기 하나 빼는 것만큼 병X같은 짓은 없는 거 같단 말이지. ”
“……칼찬, 넌 왜 끼어들지? 죽고 싶은 건가?”
류크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칼찬의 얼굴에 비웃음이 서렸다.
“죽일 수는 있고?”
“궁금하면 보여줄게. 네가 어디부터 잘려서 죽는지.”
“잡졸한테 필살기 빼주는 머저리한텐 안 죽을 거 같은데. 실수로 죽여버리는 거면 모를까.”
“이 개자식이…….”
“그만하시죠.”
두 맹수가 붙은 듯 끝없이 가열되던 분위기가, 서리처럼 차가운 음성에 찬물을 끼얹듯 착 가라앉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류크, 이재혁, 칼찬. 이 셋 사이에는 서열이 없지만, 저 남자는 달랐으니까.
서리 같은 목소리처럼 하얀 머리와 핏기 하나 없는 피부.
190cm가 넘지만, 마르고 수척한 외관이 꼭 벰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외관.
“……예.”
“죄송합니다, 비에모 님.”
보좌관 ‘비에모’.
일반 유저들에겐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무법지대 사이에선 검은 악몽 라온에 준하는 공포의 상징이자 서열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하는 보좌관의 특성상, 상대할 일이 드문 왕보다 오히려 더 무서울 때가 많을 정도였다.
스윽.
한편 그들이 눈치를 보거나 말거나, 비에모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탑의 입구였다.
가만히 입구를 바라보던 비에모가 특유의 감정의 고조 없는 음성을 내었다.
“왕께서 행차하십니다.”
“……!”
“라온 님께서…….”
과연 그 말처럼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겁에 질려있어 대놓고 소리를 지르진 못하나, 부쩍 떠들썩해져 있던 것.
그에 고개를 들자 보였다.
저벅. 화륵-
한 발짝, 발을 디딜 때마다 공기를 태우는 검은 불꽃.
전신이 불꽃에 삼켜진 듯 일렁이는 검은 불꽃 너머로 흉흉하게 번뜩이는 붉은 안광.
“……저게 라온.”
“와, 포스 미쳤다.”
“아, 이걸 저작권 때문에 못 찍는다는 게 천추의 한이다.”
“그래도 실제로 보는 게 어디냐. 혹시 모르니 입 조심하고 있자.”
압도된다는 게 이런 것일까.
그저 등장한 것만으로 기류가 바뀐 느낌이었다.
어찌나 살기가 그득한지 이따금 스쳐 가듯 마주치는 붉은 안광은 살인광처럼 빛났고, 전신의 검은 불꽃은 용광로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 모습에 류크, 칼찬, 이재혁 또한 마른침을 삼켰다.
‘……화가 많이 나셨다.’
‘오늘은 특히 말을 조심해야겠어.’
‘정말 그놈들과 뭔가 있으셨던 건가?’
자신들의 왕의 심기가 불편함을 눈치챈 것이다.
긴장감에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분위기 속, 주변을 찬찬히 둘러본 라온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잘 모여주었군.”
솟구치는 불꽃과 상반되는, 차가운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오늘 우리는 바벨론과 카이저를 친다. 예외는 없다. 도망치면 끝까지 쫓아가서 죽인다. 단, 카이저는 생포하여 내 앞에 데려와라. 직접 처단할 터이니.”
“예!”
“오늘, 무법지대는 10대 길드를 집어삼킬 것이다. 세상에 우리의 시대를 알리는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대동하여 열광하는 모습은 상상을 뛰어넘는 어떠한 압박감이 있었다.
당사자로 속해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귀가 떠나갈 듯한 이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팔에 닭살이 돋고, 전율이 일었다.
화르륵-!
그 함성을 먹고 자라듯, 만물을 태우는 검은 불꽃이 더없이 크게 타올라 하늘을 집어삼킬 듯이 위협했다.
‘……이거.’
그 압도적인 불꽃과 만 명의 빌런이 내는 발 구름을 보며 유저들은 생각했다.
‘진짜로 일낼 거 같은데?’
오늘, 역사가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문득 그런 생각을 품던 그때였다.
“어어?”
“으잉?”
“미, 미친! 저게 뭐야!”
유저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고,
콰아아아아아앙-!!!!
곧이어 무슨 상황인가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유저들은 보았다.
소리가 들린 곳…… 탑의 입구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든 순간 그들을 맞이하는 거대한 무언가를.
—–!!
그건 아득한 충격파였다.
우주를 담은 듯 검보랗게 물든 기운 사이로 마치 빅뱅이 일어난 듯, 거대한 충격파가 눈앞의 모든 걸 집어삼키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커허——-!!
비명마저 묻히고 폭발음마저 묻혔으며, 곧이어 시야마저 빛으로 뒤덮였다.
전율이 일만큼 짜릿한 한 방.
“……미친.”
“이게 뭔…….”
이윽고 빛이 그쳤을 때.
그들을 반긴 것은 무수한 시체의 향연과 지형이 파괴되다 못해 깊이 파여 크레이터를 남긴 진풍경이었다.
“오, 한 방 제대론데?”
“말했잖냐. 한 방으론 내가 최고라니…… 아, 뭐야. 생각보다 별로 안 죽었는데? 주변으로 퍼져있었구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스읍. 아깝네.”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리고 그 뒤로 유유히 나타난 것은…….
“……카이저?”
“무기고의 주인……?”
-리자!
-우리도 있다구!
-음!
만 명의 빌런을 상대로 선빵을 치며, 카이저 일행이 화려하게 등장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