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450
448화 돌아와서도 일합니다 (4)
“바로 이곳입니다. 중상급 헌터 단련실이었던 곳이라 튼튼하게 지어졌지요.”
최영준이 협회 우측에 튀어나오듯 붙어 있는 5층짜리 건물로 안내해 갔다. 원래 있던 빌딩을 두고 새로 지은 모양새였다.
“1층은 층고가 높으며 지하도 없습니다. 위층 또한 헌터용 시설이기에 1층에서 문제가 생긴다더라도 부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요.”
송이가 다 자란 뒤에 머물러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물론 길게 지내기엔 경기도 사육시설이 더 낫겠지만, 볼일이 있을 때 임시 거처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입구 또한 위층과 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위쪽은 뭐 하는 곳이죠?”
회귀 전 내가 각성했을 때는 헌터 협회 신건물이 무너지지 않았다. 각성센터도 무사히 개관했고 구건물의 시설 상당수가 신건물로 옮겨간 뒤였다. 마켓 정도나 남아 있었지.
“중급 이상 각성자 임시 보호소입니다.”
최영준이 건물 위층을 바라보며 설명을 이었다.
“갑자기 오른 스탯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1층을 단련실로 구성했던 것이고요. 지금이야 중상급 각성자는 웬만해서는 바로 길드에서 맡아 주니 쓸 일이 별로 없어졌습니다만 예전에는 막 각성하면 갈 곳이 마땅찮았지요. 길게는 일주일 이상 주위 기물을 파손시키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하긴 예림이도 각성 직후에 테이블이며 바닥, 자동차까지 부숴먹었었다. 단독 주택도 아니고 아파트 같은 곳이라면 자기 집에 있을 수도 없었겠지.
“그런데 의외로 서울 내에 있네요. 사고 날지도 모르는데.”
“그건…….”
최영준이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예전 시설은 어느 미성년자 S급 각성자에 의해 불타 버려서 말입니다.”
“아…….”
음, 유현이구나. 그랬구나.
“뭐냐, 그러면 더더욱 인적 드문 곳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갓 각성한 1레벨이니까요. 차라리 상급 헌터들이 다수 근처에 있는 곳에 자리 잡는 편이 피해 없이 빠른 제압 가능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어디에서나 예외는 있겠지만요.”
하긴 헌터 협회라면 상시 머무는 상급 헌터도 있거니와 마켓 때문에라도 헌터들이 자주 드나드니까. 송 실장님도 협회에서 일처리 많이 하시고.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가 사고 치는 것보단 가까이 두고 빨리 막는 게 나을지도.
“뭐냐 그, 피해가 컸나요?”
“저는 그때 그쪽 담당이 아니어서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만, 송태원 실장님께서 고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유현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송 실장님을 슬그머니 돌아보았다.
“그때는 아직 미숙한 편이었던지라 괜찮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꽤 볼만했을 텐데 그때 한국에 없었던 게 조금 아쉬워.”
성현제가 끼어들었다.
“듣기론 그 후로도 송태원 실장을 자주 건드렸다더군. 어린애 장난감 노릇 하느라 고생이었겠지.”
“성현제 씨가 할 말입니까. 유현이보다 몇 배는 더했을 거면서.”
심지어 해외까지 사람 끌고 다녔으면서 말이야. 송 실장님도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유현 헌터는 전투 경험이라는 목적이 뚜렷했기에 성현제 헌터보다는 훨씬 편했습니다.”
“선생님의 팔을 잘라먹었지만 말이야.”
“정말 죄송합니다, 송 실장님. 댁은 입 좀 다무시죠.”
입이 열 개라도 송 실장님 앞에서는 할 말 없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제 동생이고 그때는 아직 제가 보호자였거든요. 그러니 송 실장님, 뒤늦게라도 위자료를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건 뭐든 말씀만 해주세요!”
정말로 뭐든지! SS급 수갑도 물론 드릴 수 있는데! 송 실장님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고 치지 말아 주십시오.”
“아니, 그건요.”
“특히 성현제 헌터와 함께 일을 만들어 내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요.”
“한유진 씨만 안전하게 계시면 한유현 헌터와 박예림 헌터도 조용해집니다.”
성현제가 저런, 하고 나를 향해 시선을 던져왔다. 그래도 내가 그쪽보다는 낫거든요. 아직은 말이다. …아마도.
“물질적인 쪽으로 갚으면 안 될까요.”
“기승수로도 과분합니다.”
“송이는 계약서상 아직 제 소속인데요.”
물론 기승수에 대한 대가를 아예 받지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게 이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나라에 이바지한다는 이미지 상승에 더해 이걸로 기승수 관련 특별법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테니까. 헌터 협회 쪽에서 마스코트와 홍보 이용료로 몇 가지 뜯어내기도 했고.
“자본주의 사회 아닙니까. 돈으로 해결해 드리고 싶습니다, 송 실장님.”
“사양하겠습니다.”
“돈으로 해결해 드리고 싶은 사람 여기 한 명 더 있네만.”
“진심으로 사양하겠습니다. 애초에 해결해야 할 일을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나도 성현제도 동시에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영준이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튼 지금은 사용자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장기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 각성자도 던전 브레이크가 드물어지면서 함께 사라졌고요. 그래서 아예 기승수 관련 시설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향후 국내 기승수가 더욱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며 최영준이 나를 향해 눈웃음쳤다.
“기승수용이 아닌 몬스터라도 말입니다.”
열심히 일해 달라는 눈빛이었다. 아이템 마켓에 이어 몬스터 거래도 협회에서 맡고 싶어 하는 건가.
기승수용 1층은 최영준의 말대로 3층을 뚫은 것에 가까운 층고를 가지고 있었다. 비행형 몬스터라 해도 새끼라면 답답하지 않을 정도였다. 넓게 트인 실내에 개별 우리가 다섯 개 자리 잡고 있었다. 말이 우리지 창살이 아닌 벽으로 깔끔하게 처리해 방에 가까웠다.
“CCTV도 물론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면에는 야외 운동장도 있지요.”
후면은 통유리에 벽의 절반을 개방할 수 있었다. 장소가 장소니만큼 운동장은 그리 넓지 않았다. 하지만 담도 높게 둘러치고 작은 풀장도 보였다. 담이 있어 봤자 빌딩 숲 속이라 훤히 들여다보이겠지만. 그것도 나름 노린 게 아닐까. 일반인들이 찍어 퍼뜨려 줄 헌터 협회의 새끼 몬스터 사진 같은 거.
송 실장님이 잔디밭 위에 새끼 양을 내려놓았다.
– 매애애.
송이가 꼬리를 파닥이며 폴짝폴짝 뛰었다. 잠깐 주위를 돌아보나 싶더니 귀를 바싹 세웠다가 뒤로 젖힌다.
– 메애애애.
처음보다 한층 길고 높아진 울음소리에 송 실장님이 내게 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음, 아뇨. 아무래도… 친구를 부르는 모양이에요.”
“친구요?”
“네. 같이 놀자는 거죠.”
내 말에 송 실장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다른 새끼 몬스터가 필요한 겁니까.”
“혼자는 외롭긴 하겠지만, 놀이 상대가 꼭 몬스터일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사육소 몬스터들도 동족은 아니잖아요.”
“…예? 그럼.”
“송 실장님께서 놀아 주시면 된다는 거죠~ 이건 송이 간식이고요, 요건 장난감 낚싯대입니다. 송 실장님에게는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요.”
낚싯대는 내 체력 보존을 위해 쓰는 장난감이었다. 몇 개 챙겨 온 공도 와르르 꺼냈다. 색색의 공이 잔디 위를 데굴 구른다. 송이가 간식과 장난감을 든 송 실장님을 보고 콩콩콩 뛰어왔다. 그리곤 송 실장님 다리에 힘껏 머리를 부딪쳤다.
– 메애!
“이, 박치기는…….”
“이것도 놀자는 거예요. 저한테는 세게 못 부딪치는데 송 실장님에게는 마음껏 들이받네요.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러지 않도록 간간이 살펴봐 주시고요.”
송 실장님이 고개를 끄덕이곤 아주 어색하게 낚싯대를 흔들었다. 송이가 낚싯대 끝에 달린 당근 모양 인형을 덥석 물고는 뛰어나간다. 송 실장님이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티가 팍팍 났다.
초보아빠네.
“송 실장님 일과 육아 병행하기 편하시도록 신경 좀 많이 써 주세요.”
“물론 그래야지요. 다만 저희가 신경 쓴다고 해서 쉬실 분이 아니시라…….”
최영준이 아쉬워하며 말했다.
“새끼 양 다 자라기 전에 편하게 쉬시며 홍보 촬영도 좀 하시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편하게가 붙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참, 리프닐과 뿔여우는 기승수로 쓰기엔 힘들 듯 보이더군요.”
최영준이 지금 막 떠올랐다는 듯 호들갑을 살짝 떨며 말했다.
“하지만 헌터 협회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S급에 A급인데 대놓고 노리시네요.”
“기억해 달라는 뜻이지요.”
예에. 화산흑양은 커 버리면 귀여움과는 거리가 머니까 상급이면서도 소형인 몬스터 한 마리 더 마스코트로 삼고 싶다는 것일까. 그러기엔 사육 비용이 꽤 들 텐데.
최영준은 송 실장님과 새끼 양을 촬영한 뒤 할 일이 많다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공식 발표도 해야 하고 관련 자료도 만들어야겠지.
“성현제 씨.”
송이에게 끌려 다니는 송 실장님을 바라보며 슬쩍 말을 꺼냈다.
“체인질링 말입니다. 제가 데리고 있는 분홍색 새끼용이요.”
“우리 애 말이로군.”
“…현아 씨는 대체 왜 그렇게 말을 퍼뜨리셔 가지고. 아무튼 체인질링에게 제가 이름을 지어 주기로 했거든요. 그러니 이름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참고하게.”
“이름, 이면.”
성현제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뭐지. 의외로 작명에는 재능이 없는 건가.
“…용용이나 핑크일까.”
헐.
“뭡니까, 그게. 저랑 별 차이가 없잖아요.”
예림이 센스가 유독 뛰어난 거고 난 그냥 평균인 거 아닐까. 사육소 이름 공모만 봐도 그랬잖아.
“한유진 군이 지었다는 느낌이 나도록 한 거네만.”
“…저요?”
“혹은 분홍이나 앵두, 체인.”
…내 머릿속을 들여다봤나. 슬쩍 옆으로 한 발 물러났다.
“전 그런 이름 떠올린 적 없습니다만!”
“방금 별 차이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
“저는 체리라고 했어요, 체리. 용용이랑 핑크가 뭐람.”
성현제도 영 못쓰겠네. 차라리 송 실장님에게… 는 역시 아니지. 여기 세 명 중에서는 내가 제일 나은 거 아니냐. 그래도 일단 송 실장님 의견도 들어 볼까.
풀장으로 뛰어들려는 송이를 말리고 있는 송 실장님에게로 걸음을 옮겨갔다.
“송 실장님! 글쎄 성현제 씨가 애 이름을─”
텅─!
소리가 들리고 송 실장님이 송이를 안아들며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와 동시에 내 왼쪽 어깨를 무언가가 강하게 두드렸다. 몸이 크게 휘청인 직후.
뺨이 따끔해지고,
“……!”
오른쪽 팔에 불에 덴 듯한 통증이 일었다. 곧장 은혜를 사용하는 나를 성현제의 팔이 받쳐 붙잡았다.
“저격이군.”
그의 말이 떨어짐과 함께 송태원이 새끼 양을 내려놓고 담 위로 뛰어올랐다. 저격이라니, 무슨 소리지. 바닥을 구르는 공이 보였다. 저걸 던진, 아니 그럴 시간이 없었을 테니 발로 찼겠지. 성현제가 나를 바닥에 눕혔다. 차르르, 금빛 사슬이 우리 주위를 휘감았다.
상의 오른쪽 팔부분이 단숨에 찢겨 나갔다. 뒤늦게 피 냄새가 느껴졌다.
“깊지는 않아. 박히지도 않았고. 포션을 사용해도 되나.”
“제일 하급으로요. 있어요?”
“한유진 군을 위해서, 하나.”
성현제가 포션을 꺼내 들어 상처에 부었다. 그러는 사이 내 머릿속은 복잡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S급이 두 명이에요. 심지어 성현제 씨도 있는데.”
“살상력이 낮아.”
F급 스탯인 내 팔을 스쳤는데 고작 조금 찢어진 정도로 끝났다. 그게 더 이상했다. 두 사람 몰래 나를 노릴 정도라면 분명 상급일 텐데 공격의 위력은 약했다.
“그리고 화약 냄새가 나는군.”
“…예? 일반 총이라고요?”
“완전히 일반 총은 아니겠지.”
나를 일으켜 주며 성현제가 나직이 말했다. 그의 눈에 희미하게 서늘한 기운이 어렸다.
“누군가 꽤 질 나쁜 장난질을 치려는 모양이야.”
콰앙!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폭음이 울렸다. 말 그대로 폭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각성자의 스킬이 아니라.
웨에에엥─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앞을 가리고 있던 담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 위로 송 실장님이 내려서며 딱딱한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폭탄테러, 인 듯합니다.”
헌터와 관련해서는 나올 일 없었던 소리였다. 당황하는 내게 성현제가 말했다.
“해외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라네. 하지만 한국에서라니. 저격수는.”
“흔적이 없습니다.”
이미 사라진 건가. 그때 하늘 위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다름 아닌 드론이었다. 열 대에 가까운 드론이 우리 위는 물론이요 헌터 협회 건물 주위를 감싸듯 다가왔다.
뭐야, 저거 부숴야 하나? 몬스터도 아니고 각성자도 아니고 드론이라니. 성현제와 송태원도 눈을 가늘게 뜨며 드론을 올려다보았다.
“무기는 없는 듯합니다만.”
송 실장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퍼엉! 드론이 터져 나갔다. 연달아 펑, 펑, 펑, 모든 드론이 터지며 잔해와 함께 가루가 흩뿌려졌다.
“송이야!”
독인가? 일단 송이부터 끌어안았다. 나와 송이를 돌아본 송 실장님이 성현제에게 눈짓하곤 무너진 담 밖으로 달려 나갔다. 흩어진 가루에는 아직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수색자의 사슬은 여전히 우리 주위를 휘감아 흔들리고 있었다.
“…뭐였을까요.”
“나로서도 알 수가 없네. 당장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성현제의 입이 다물렸다. 나 또한 희미한 마력의 움직임을 느꼈다. 흩뿌려진 가루가 마치 싹을 틔우듯이 검은빛의 무언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