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25
“일성과 홍련.”
설명을 맡은 것은 호량이었다. 백호 무술관의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호량이 발이 넓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백설은 안하무인의 망나니고, 유의는 과묵한데다 몇 달 동안 서량을 떠나 있었다. 같은 이유로 무풍도 제외되었다.
백설을 닮아 지랄 맞아 성격이 지랄맞은 청아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호량 밖에 남지 않았다. 호량은 담뱃대의 끝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말을 이었다.
“일성은 오 년 전에 유의 사형을 쓰러트리고 비무회의 우승을 차지했지. 일성은… 고금을 통틀어 현무 무술관 제일의 천재라고 평가되는 놈이야.”
호량이 하는 말은 과장 없는 사실이었다. 애당초 백호의 제자인 호량이 다른 무술관의 제자에 대해 거짓을 섞을 이유도 없고, 호량은 그런 성격도 아니다.
“현무의 제자가 되고 나서 일주일 만에 현무의 모든 무술을 익혔고, 관주인 무선의 수제자가 되었지. 그리고 일 년도 되지 않아 무선의 모든 것을 배웠어. 그 이후로는 자신이 익힌 모든 무술을 집대성하여 자신의 무술을 창안하기 시작했고… 뭐 그렇다는 군. 나도 현무의 제자가 아니니까 잘 알지는 못해.”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다. 문제는 백호의 제자들 중에서, 호량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그러한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선이 관주의 자리에 내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무의 제자로 남아 있지만, 일성의 실력은 무선의 전성기 때를 뛰어넘었다고 해. 무슨 말인지 알겠냐? 현무에서 가장 강한 것은 관주인 무선이 아니라, 일성이라는 거야.”
“…홍련은요?”
잠자코 호량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덴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라덴은 다른 무술관을 모른다. 청룡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현무나 주작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홍련은 주작의 관주인 홍월의 친 동생이지.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것으로 아는데… 아주 어린 시절부터 주작의 무술을 배웠어. 일성만큼은 아니어도, 신동이라더군. 사실 홍련에 대해서는 소문도 거의 없어. 현 주작의 관주인 홍월이 정말 꼭꼭 숨기거든. 그래도 듣자 하니, 홍월과의 나이 차이가 많지 않고, 홍련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주작의 관주는 홍월이 됐을 거라더군. 무슨 말인지 알겠지?”
주작에서 가장 강한 것은 관주인 홍월이 아닌 홍련이라는 것이다.
“청룡의 알케나에 대해서는 나보다는 너가 더 잘 알겠지.”
“…그렇죠.”
일성, 홍련, 알케나. 라덴이 서량 비무회에서 싸워야 할 적들이다. 단 한 번도 패배하지 말 것. 백설이 라덴에게 붙인 조건이다. 만약 패배한다면… 그것을 상상하고서, 라덴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라덴은 죽음보다 더 끔찍한 꼴을 겪을 것이 틀림없었다.
‘쉬운 상대들이 아니야.’
라덴은 최상위 랭커들과 싸운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랭킹 1위인 레이크와도 싸워 보았고, 랭킹 3, 4, 5, 6, 7, 10위와 싸워 보았다.
그 중에서 쉬웠던 상대는 없었다. 일성과 홍련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른다. 만나 본 적도 없고, NPC의 강함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성이나 홍련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데.”
“아서라. 둘은 각 무술관을 대표하는 놈들이야. 지금의 녀석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지는, 놈들 자신과 현무, 주작의 관주 외에는 모를 거야.”
그 말에 라덴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결국 라덴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알케나에 대한 정보 뿐이다.
그래도. 알케나의 정보는 비교적 알아 보기가 쉬웠다. 알케나도 투기장에서 이름값을 올린 플레이어였고, 알케나가 가진 특성은 굉장히 노골적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명칭은 모른다. 알케나는 장비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고, 특성을 통해서 ‘검’을 불러들인다. 현재까지 확인된 알케나의 검은 셋. 알케나의 검은 각자가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 능력까지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라덴은 앞에 띄워 놓은 친구목록 창을 힐긋 보았다. 알케나와는 최근 한 달 동안 거의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침묵이 너무 길어지자, 이상하게 생각한 라덴이 먼저 말을 걸어 보았지만. 알케나는 짧은 대답을 돌려 보내는 것을 반복하기만 했다.
‘무슨 일 있나?’
처음에는 자신이 뭔가 잘못이라도 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마음에 짚이는 일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알케나는 발할라에 접속하여, 위치가 서량으로 찍혀 있었다.
‘…비무회 때문에 잠깐 거리를 두는 건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더 말을 걸어볼까. 라덴이 머뭇거리던 중이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라덴의 머릿속에서 귓속말이 울렸다.
[오빠.]라덴을 오빠라고 부르는 플레이어는 한 명 뿐이었다. 페페로. 그녀의 귓속말에 라덴은 앗,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뭐야? 완성된 거야?”
[네.]
페레로의 대답에 라덴의 얼굴이 환해졌다. 루카스와의 싸움으로 인해 흑백 레아스를 잃었다. 그것 때문에, 라덴은 페페로와 대장장이인 알버트에게 새로운 장비 아이템들을 주문해 두었다. 기존의 아이템 중에서는 흑익 무르시엘라고와 호령환을 제외한 모든 장비 아이템을 말이다.
[지금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알았어.”라덴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호량을 힐긋 보았다. 페페로의 귓속말은 호량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라덴이 하는 말을 듣고서 호량은 대충 눈치를 채고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다녀 와. 관주님한테는 내가 말해둘 테니까.”
“감사합니다.”
호량의 대답을 듣고서 라덴은 바로 텔레포트 링을 사용했다. 아직은 익숙한 알제른의 거리를 지나, 골목 안쪽에 있는 알버트의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알버트의 대장간은 위치가 위치인지라,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알버트와 페페로의 실력이 워낙 뛰어난 덕에, 순식간에 소문이 만들어지고 퍼져버렸다.
덕분에 대장간을 방문하는 플레이어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알버트는 아무 손님이나 받지는 않았다. 알버트의 기준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는 알버트 외에는 아무도 모를 테지만, 알버트는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손님을 가려 받고 있었다.
라덴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까탈스런 운영 덕에 대장간 안은 여전히 한산했다. 알버트의 도제가 되었지만 여전히 잡일을 도맡고 있는 페페로는, 라덴이 문을 열고 들어 온 순간까지 걸레를 들고서 갑옷을 닦고 있었다.
“왔어요?”
머리를 돌린 페페로가 라덴을 보면서 물었다. 라덴은 설레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이번 장비의 소재를 구하는 과정에서 라덴은 상당한 수고를 들였다. 구할 수 있는 소재는 직접 던전을 돌면서 구했고, 구하지 못한 소재는 구입했다. 소재의 구입비만으로 여태까지 모아 둔 돈의 절 반 가량을 써버렸다. 물론, 장비 제작을 맡은 페페로와 알버트에게도 어마어마한 돈을 수고비로 주었다.
“끄응.”
안쪽에서 걸어 나온 알버트가 라덴을 보고서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대충 훔쳐 닦으면서 투덜거렸다.
“힘든 일만 시키는 놈이 왔구먼.”
“단골 손님이라고 하죠.”
라덴이 능청스레 한 대답에 알버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으로 들어 와.”
알버트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라덴은 후다닥 알버트의 뒤를 따라 안쪽의 공방으로 들어갔다. 공방의 안은 달구어진 열기 덕에 공기가 후끈거렸다.
“워낙에 많아서 말이야. 내가 하나하나 옮기기도 힘들다.”
알버트가 손을 들어 작업대를 가리켰다. 그 위에는 은은한 빛을 내뿜는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라덴은 꿀꺽 침을 삼키면서 작업대를 향해 다가갔다.
[마갑魔鉀 데모니스] -에픽 등급 아이템.-레벨 제한 120.
-힘 스탯 +110
-체력 스탯 +140
*특수 스킬
투기.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 플레이어와 전투 시 스탯이 20% 상승합니다.
투혼.
체력이 40% 이하로 떨어졌을 때, 입는 데미지를 감소합니다.
피의 방패.
쿨타임 600초.
10초 동안 모든 데미지를 막아내는 방패를 소환합니다.
-레벨 제한 120.
-민첩 스탯 110.
-체력 스탯 50.
*특수 스킬
풍신의 가호.
쿨타임 600초.
60초 동안 120의 민첩 스탯을 추가로 얻습니다.
광풍곡.
쿨타임 600초.
30초 동안 민첩 스탯에 비례한 위력을 가진 바람의 칼날을 몸에 두릅니다.
-레벨 제한 120.
-힘 스탯 90.
-체력 스탯 60.
*특수스킬
흑염룡.
쿨타임 200초.
힘 스탯에 비례하여 화염 데미지를 가합니다.
폭염타.
타격 부위에 화염의 표식을 남깁니다. 표식은 지속적으로 화상 데미지를 주며, 이후 다섯 번의 공격이 표식 위에 중첩 되었을 때에 폭발합니다.
-힘 스탯 +80
-체력 스탯 +100
*특수 스킬
용왕격.
쿨타임 없음.
체력의 소모량에 비례하여 강력한 일격을 가합니다.
언 리미티드.
쿨타임 1시간.
1분 동안 모든 스탯이 1.5배 상승합니다.
용신의 가호.
쿨타임 일주일.
용신의 가호를 빌어, 한 번의 죽음을 회피합니다.
전신 갑옷인 마갑 데모니스와, 신발인 광풍 라젠트. 건틀릿인 폭염 제란. 벨트인 용주 데르가. 전신 갑옷인 마갑 데모니스 덕에 바지는 따로 받지 않았고, 귀걸이와 목걸이 같은 악세사리는 알버트의 전문이 아니다.
“…멋져.”
라덴은 네 개의 에픽 아이템의 성능을 확인하고서 몸을 떨었다. 흑백 레아스를 드랍하면서 라덴이 가장 아쉬워 했던 것은, 든든한 구명줄이었던 백색 거울을 잃은 것이었다. 그런 백색 거울의 부재를 맡아 줄 특수 스킬을 새로이 얻었다. 마갑 데모니스의 특수 스킬인 피의 방패. 반사 데미지는 줄 수 없지만, 10초 동안 무조건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방패를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은 백색 거울의 빈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했다.
‘투기, 투혼의 시너지도 좋군.’
저 두 스킬은 라덴의 특성과도 무척이나 잘 맞았다. 특히 투기는 레벨이 높은 상대와 싸울 때에 추가 스탯을 얻게끔 만든다. 어쩌다 보니 강적과 싸우게 될 기회가 많은 라덴으로서는 투기 스킬이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퍼센트로 들어오는 추가 스탯은, 라덴의 기본 스탯이 높아질수록 더해지는 수치가 증가한다. 체력이 40% 아래로 떨어질 때에 데미지를 감소시키는 투혼 스킬도 라덴의 특성이 유혈과 굉장히 잘 맞는다.
신발인 광풍 라젠트. 흑풍 하르모스를 베이스로 만든 아이템이다. 바람의 가호 스킬은 풍신의 가호 스킬로 변했고, 스탯에 비례한 데미지를 주변에 입힐 수 있는 광풍곡이라는 스킬을 새로 얻었다. 난전에 강한 라덴이 더욱 날뛸 수 있게 만드는 스킬이다.
‘폭염 제란… 이것도 좋군.’
마령 베로니클을 베이스로 만든 무기. 흑염룡의 쿨타임은 100초나 줄었고, 폭염타라는 새로운 특수 스킬을 얻었다. 다섯 번 중첩 시에 폭발을 일으킨다는 것으로은 조금 애매했지만, 이것은 사용해 본다면 익숙해질 것이다.
휘광 루드베라를 베이스로 만든 벨트, 용주 데르가도 마음에 들었다. 언 리미트드의 쿨타임은 그대로였고, 용왕격도 그대로 남았다. 그것만으로도 라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페페로가 보존할 수 있는 장비의 특수 스킬은 하나 뿐. 운이 좋아 용왕격과 언 리미티드를 모두 살리고, 용신의 가호라는 특수 스킬을 얻었다.
‘한 번 죽음을 피한다.’
쿨타임이 일주일이라고는 하지만, 죽음을 한 번 피한다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였다.
“…키스해도 됩니까?”
“뒤질래?”
라덴은 진심으로 알버트에게 그렇게 물었고, 알버트가 정색하면서 주먹을 들어 올렸다.
끝
ⓒ 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