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45
145. 연봉 협상
이영호는 요즘 피곤하다.
문혁준을 눌러 앉히느라 채리원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채리원은 늘 그렇듯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고 긴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 연락이 오는 곳이 많아요.”
주로 이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문혁준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영호 단장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올해가 단장 임기의 마지막 해였다.
28시즌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 정도면 나름 성공한 거 아니겠느냐는 말을 던질 수 있겠지만, 결코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이영호는 그동안 단장으로서 제 몫을 해내지는 못했다.
문혁준 트레이드만 봐도 그랬다. 물론 즉전감이기는 했다. 문혁준 자체만 보면 28시즌 하반기 타선에 힘을 보탠 건 맞았다. 하지만 문혁준이 없었다고 해도 탄탄한 선발진으로 대전 호크스가 우승을 거머쥐었을 거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만약 문혁준이 탐난다면 차라리 FA를 기다려서 영입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었다.
“6년 150억!”
해서, 문혁준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영호는 오버페이를 지르고 말았다.
[문혁준 6년 150억??????]└ ㅋㅋㅋㅋ 시발 오버페이 지렸다
└ 1루수밖에 못 보는 애를 150억 ㅋㅋㅋㅋㅋㅋ
└ 옵션 낀 거라서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 쌉 오버페이임…….
└ 6년 최대 120억 정도가 적당한 거 아니냐고
└ 우승 프리미엄 붙어서 10억 더 준다 해도 130억 선에서 끝냈어야 함
└ ㅋㅋㅋ 아오 씨…….
└ 채리원 언플 봤잖아 관심 있는 구단 많다고 ㅋ
└ ㅇㅇ 채리원이 우승 프리미엄까지 더해서 20억 더 부풀렸을 듯
└ 돈 벌기 쉽네 ㅋ
└ 150억 쓰고 문혁준 잡기 VS 돈 안 쓰고 딴 팀 주기
└ ㅋ 내 돈 아님 ㅋ 오버페이라고 욕을 하겠지만 잡아야지 쌉
└ 쌉전자
└ ㅇㅇ 쌉 잡아야함 내 돈임?? 근데 욕은 할 거임 오버페이 ㅇㅇ
└ 이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히 돈이고 뭐고 잡긴 해야지;;;
└ 형 나 차 사게 1억만
└ 난 집 사게 10억만
└ 난 100억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어찌 되었든 이영호는 문혁준을 눌러 앉혔고 그다음으로 이제 줄줄이 연봉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그중에 대표적으로 연봉 협상에 난항을 겪을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바로 유행운이었고 남은 한 사람은 지선호였다. 두 선수 모두 대전 호크스의 우승에 기여한 선수였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 외에도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된 백유진 역시도 연봉 인상 대상자였고, 이정우도 한국시리즈까지 선발로 뛰었으니 당연히 연봉 인상이 돼야 한다.
“이영호 단장님. 또 뵙네요?”
“하아.”
이영호가 대놓고 한숨을 쉰다.
“일단 지선호 선수부터 시작할까요?”
“살살합시다. 살살…….”
“일단 이거 보세요.”
엄살은 자료로 넘긴다.
자료는 얇았다. 지선호같이 높은 곳에 위치한 선수는 가타부타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성적만 보여 주면 된다. 그리고 비교할 수 있는 같은 연차의 선수의 기록까지 곁들이면 끝이었다.
“올해 지선호 선수 커리어 하이 찍은 거 아시죠.”
“알죠.”
“동년배 같은 나이에 KBO 데뷔한 선수들 연봉 일단 봐 주세요.”
“…….”
“작년 시즌 지선호 선수보다 2억을 더 받은 선수도 있죠. 성적은 오히려 지선호 선수가 더 좋은데 말이죠.”
“그게 팀 사정상…….”
“알죠.”
채리원이 씩 웃는다.
팀 사정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이유 때문에 연봉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최대한 쥐어뜯기는 했지만, 늘 아쉬운 결과만 받았던 채리원이었다.
‘이때만을 기다렸다.’
대전 호크스가 가을야구를 가는 순간, 채리원은 지선호가 그간 제대로 몸값을 못 받은 설움을 한 방에 갚아 줄 생각이었다.
복수.
드디어 복수의 순간이 찾아왔다.
“올해 대전 호크스 1위죠. 챔피언. 통합 우승까지 거머쥐었고요. 그 밑바탕에 지선호 선수가 있다는 거 잘 아시죠? 단장님도.”
“알죠, 잘 알죠.”
“작년까지 무너져 가던 대전 호크스를 지탱한 선수가 딱 두 명 있어요. 투수에는 윤규민, 그리고 타자에는 당연히 지선호.”
“예…….”
“윤규민 선수도 올해 당연히 연봉 200% 이상 인상을 해야겠지만, 지선호 선수는 올 시즌 주장이었어요. 대전 호크스처럼 경험 없는 팀이 우승할 수 있었던 데엔 주장의 힘도 컸다는 거.”
“예예…….”
“인정하시죠?”
이영호는 신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부정할 수 없는 내용이 끝없이 나오는데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냥 돈 달라는 거 아니잖아요. 단장님, 계속 그렇게 삥 뜯기는 사람처럼 구시면 제가 나쁜 사람 같잖아요. 우승 단장님인데, 좀 웃으세요. 만년 최하위팀을 우승으로 이끈 대단한 단장님 아니십니까!”
갑자기 이영호 단장을 추켜세워 준다.
물론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이영호가 ‘우승’이라는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모기업에서도 우승에 기쁘긴 했는지, 지갑을 열긴 했다. 28시즌을 준비하며 FA 영입도 했고 큰돈을 썼던 모기업이었는데, 문혁준을 잡고도 충분한 금액을 열어 준 덕분에 연봉 인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한도는 존재했다.
“그래서 얼마를…….”
“부르는 대로 주실 건가요?”
“맞춰야죠.”
흠흠.
이영호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저희는 엄청난 논의 끝에 지선호 선수의 29시즌 연봉으로 6억을 드리겠습니다.”
“…….”
그 순간.
채리원의 얼굴이 싹 굳는다.
“단장님.”
“예.”
“29시즌 끝나면 지선호 선수 FA 자격 생기는 거 아시죠?”
“…….”
“제가 드린 자료 안 읽으셨어요?”
“…….”
“6억이요? 이미 지선호 선수는 6억을 받았어야 할 선수예요. 중견수로서 수비도 상위권이지, 홈런도 꾸준히 30개 이상 쳐 주지, 장타율도 높아요. 국대 단골손님이고. 대전 호크스에서 그간 국대로 차출된 인원이 몇이나 됐어요? 윤규민 선수 입단 전에는 강우성 선수도 미국에 있었으니, 지선호 선수가 유일한데!”
고작 6억?
“좋아요. 그 정도로만 생각하면 저도 딱 그 정도로만 선수님께 전달할게요, 아무래도 대전 호크스에 충성하는 건 안 될 것 같다.”
“아니, 6억을 일단 생각했다는 거죠.”
“기분이 안 나쁘겠어요? 부산 마린스에 김명중 선수는 4년 차에 이미 6억 달성했어요! 김영학 선수나 황재윤 선수도 5년 차에 5억은 받았고요. 근데 지금 지선호 선수는 이제야 6억이라고요? 선수가 박탈감이 들겠어요, 안 들겠어요?”
기 빨린다.
이제 시작인데 이영호는 영혼이 빠져나갈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승 프리미엄이 붙은 연봉이 고작 6억이라 이거죠.”
갑자기 채리원이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이영호는 그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뭐, 뭐 하십니까?”
“단장님께서 협상 준비가 안 되신 것 같아서요.”
“아휴, 채 대표님께서 왜 이러실까……!”
숨을 크게 내뱉은 이영호가 기어코 채리원은 주저앉히며 말했다.
“얼마를 원하시는데요.”
“10억이요.”
“…….”
“적어도 주장이라는 타이틀에 맞는 연봉을 원합니다. 또한 내년 시즌을 끝내면 FA라는 것도 감안하여 절충한 가격이 10억이에요. 참고로 역대 KBO 7년 차 최고 연봉액은 11억. 아시죠?”
역대 최고액도 아니니까, 닥치고 10억 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가격은 이영호가 아무리 호구여도 수용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건 좀…….”
“저도 단장님 입장을 생각해서!”
10억은 그냥 던진 거다.
“절충했습니다.”
“그럼 얼마를…….”
“8억 9천만 원.”
“8억 9천…….”
사람 마음은 참 요상하다.
10억을 들은 후에 9억도 아닌 8억을 듣게 되면 굉장히 괜찮은 금액인 것처럼 느껴진다. 일부러 채리원은 9억이 아닌 8억 9천을 이야기했다.
왜 그런 상술 있지 않나.
일부러 9를 넣어서 마치 가격이 얼마 안 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금액. 지금 지선호 연봉이 그랬다.
9억에 가깝지만, 순간 8억이라는 숫자가 그럴듯해 보인다.
“좋습니다.”
이영호 단장이 고심 끝에 지선호의 연봉을 수용했다.
채리원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고 지선호의 7년 차 연봉은 대폭 상승한 8억 9천만 원이 되었다.
“자, 다음은…….”
채리원이 지선호 연봉에 대한 협의를 마치자마자, 다음 플랜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더 단출한 자료가 협상 테이블 위에 놓였다.
“유행운 선숩니다.”
단 한 장의 종이.
그 종이에는 주황 글씨로 크게 두 가지가 적혀 있었다.
[신인왕] [MVP]유행운은 현재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다.
연봉 협상에 관한 건은 채리원에게 위임했고 여행을 다녀오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자.”
스윽.
서류라고 할 수도 없는 단출한 종이를 이영호 단장에게 내밀었다.
“딱 한마디만 드릴게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영호는 지금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유행운에게 역대 최고 계약금을 안긴 바 있는 이영호는 지금 이 순간도 있는 대로 털릴 거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럴 만한 플레이를 보여 준 가치 있는 선수였다. 최준혁도 뭐라 할 말이 없어 알아서 협상하라는 미소만 지으며 그를 떠밀었다.
“생각하시는 금액의 세 배 주세요.”
세 배?
“3억……?”
“단장님.”
“예.”
“설마 고작 1억 생각하셨어요?”
“…….”
유행운이 29시즌에는 2년 차였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금액이기는 했지만, 1억은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할 슈퍼루키에게요?”
“…….”
“유행운 선수 내년에 더 잘할 거라는 거 아시죠? 한국 시리즈에서는 낮은 볼을 퍼 올려 홈런도 만들었어요. 약점을 극복하는 중이라는 거죠.”
“…….”
“하지만 3억을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자, 도장 찍으시죠.
* * *
[새신랑 대전 호크스 유행운, 2년 차 최대 최고 연봉 ‘3억 원’]└ 인정한다
└ 우승 프리미엄까지 생각하면 적절
└ 내 돈 아님
└ 행운이 대박 터졌네~~
└ 지린다 3억 ㄷㄷㄷㄷㄷ
└ 올 시즌 홈런 때린 거 생각하면 ㅇㅈ
└ 종신 대전해~~~
└ 행운이 서비스 타임 깎이는게 존나 머리 아프다 미국 갈 것 같아서…….
└ 시바 행운이 미국 가면 다시 암흑기 올 거 같음 ㅅㅂ
└ 3억 그 이상의 가치 ㅇㅇ
└ 사랑한다 행운아
[대전 호크스 주장 지선호, 연봉 대폭 상승 ‘8억 9천만 원’]└ 드디어 ㅋㅋㅋㅋㅋ
└ 그치 작년까지 서노 적게 받았지 ㅎㅎ
└ 올해 커리어하이 찍었고 내년 FA 잡으려면 대우해줘야 함
└ 좀 비싸네 8억에 하지
└ 백퍼 이영호 8억 9천이라 해서 9천 지우고 8억만 생각했을걸 ㅋㅋㅋ
└ 난 인정한다 지서노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 내년에는 더 잘해서 퐈 대박 쳐라 지서노
그 외에 백유진도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서의 공을 인정받아 연봉이 인상되었다. 백유진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연봉 1억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생각보다 쉽던데?”
백유진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유행운에게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은 소감을 내뱉었다.
“그냥 네 얘기 했어. 너는 계약금도 21억이고 이번 연봉도 3억인데, 나는 1억도 못 주냐고 하니까 마음 약해져서 단장님이 그냥 1억 줌.”
그렇다.
이영호는 프로팀의 단장을 하기에는 마음이 약했으며 생각도 짧았다.
“우승해서 그런지, 제 몫을 한 선수는 대체로 다 연봉 인상해 준 것 같더라.”
“응.”
“정우 형도 9천만 원 받았대.”
“잘됐다. 정우 형, 고생 많이 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다음은 내년 시즌이었다.
“일단 군 면제가 시급하지 않냐.”
유행운은 이미 인생 계획을 세워 놓았다.
내년 시즌에 아시안게임에서 군 면제를 받는 것이 첫 번째였다. 고교 졸업 후에 미국이 아니라 KBO를 선택했던 이유는 몸을 키우고 준비를 하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두 번째는 군 면제 때문이었다.
군대를 해결해야 해외 진출을 했을 때 걸림돌이 없다.
“내년에 폼 유지해야겠네.”
“더 잘해야지.”
백유진의 말에 유행운이 담담하게 말했다.
“2년 차의 저주 모르냐. 갓 데뷔한 신인은 사실 딱히 정보가 없어서 반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다음 해가 진짜야. 거기서 잘해야 진짜 실력이야.”
비시즌에도 계속 운동을 했던 유행운은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통해 휴식을 취했다. 만족할 만한 연봉도 챙겼으니 다시 몸을 만들 생각이었다.
“넌 강우성 선배한테 커터나 제대로 배워.”
“배우고 있어…….”
“우성이 형, 미국 간다며. 스프링캠프 가기 전까지 미국에서 운동한다던데 따라갈 거지?”
“어. 왜?”
“나도 미국 가게.”
“투수조랑 같이?”
“아니, 민현웅이랑 가려고.”
일단 첫 번째 목표.
아시안게임에 차출되어 군 면제를 해결하기.
유행운이 코앞까지 찾아온 목표를 되새기며 비장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면제받고.”
몸 만들어서 미국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