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84
사상 최강의 오빠 084화
29장 매치 결과(3)
김세훈의 재계약 거부 발언에 서예 림은 무표정한 얼굴로 김세훈의 계 약서를 집어 든 뒤 말없이 살펴보기 시작했고, 김세정은 놀란 병아리처 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빠! 재계약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지.”
김세훈의 뜬금없는 돌발 행동에 김 세정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운지 눈썹 을 찡그렸다.
평소, 금전적인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김세훈이었기에 그의 이런 행 동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 이다.
“하지만 오빠…… 이 정도면 클랜
도 우리한테 신경 많이 써준 거야.”
김세정의 말에 김세훈이 피식 웃으 며 이죽거렸다.
“누가 보면 네가 클랜 대변인이라 도 되는 줄 알겠는데? 뭐, 넌 마음 에 든다면 서명해. 오빠랍시고 이런 자잘한 일마저 주제넘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러니, 너도 나한테 태클 걸지 마. 난 조건 이 마음에 안 들고, 그래서 서명할 생각이 없거든.”
김세훈의 강경한 태도에 침묵하던 서예림이 입을 열었다.
“말해보세요.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들죠? 들어보고 타당하다고 생각 되면 들어드리죠.”
차분한 어투로 묻는 서예림에게 김 세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전부, 마음에 안 듭니다.”
단호한 김세훈의 대답에 서예림이 검지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반문했다.
“ 전부……?”
“네. 뭐, 제가 그렇게 부지런한 놈 도 아닌지라, 굳이 돌려 말하지 않 겠습니다.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습 니까?”
김세훈은 김세정의 계약서를 집어 들고 그녀의 이름 란을 펜으로 찍찍 그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자신의 이 름을 새겨넣었다.
그걸 본 김세정이 기가 막힌 건지 헛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와…… 오빠 이건 좀…….”
하지만 놀라는 그녀와 달리 지강혁 은 팔짱을 끼고 앉은 채 생각에 잠 겼다.
의외로 그는 김세훈의 이런 결정에 크게 놀라지 않는 모양새였다.
김세훈의 과감한 행동에 불편한 심 사를 드러낼 법한데도, 서예림은 표 정 하나 안 변한 채 말했다.
“김세훈 헌터.”
“네.” “이건 협상입니까? 아니면 일방적
인 통보입니까?” “뭐…… 협상이라고 해야겠죠?”
“그렇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타당 한 근거를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내 입장에서 김세훈 씨의 이런 행동 은 억지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타당한 근거라…… 클랜 마스터. 몰라서 물어보시는 겁니까? 아니면 떠보시는 겁니까?”
김세훈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한차 례 주절거리더니, 처음부터 그녀의 대답을 들을 생각 따윈 없었다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클랜 마스터. 제가 역으로 여쭤봐 도 되겠습니까? 저에게 이런 형편없 는 계약서를 들이민 타당한 근거는 뭡니까?”
역으로 물어오는 김세훈의 질문에 서예림이 담담히 답했다.
“원 슬롯의 한정된 포텐을 지닌 c 급 헌터에게 무리한 투자를 할 만한 클랜은 없지 않을까요?”
판에 박힌듯한 그녀의 말에 김세훈 이 입꼬리를 비틀며 대꾸했다.
“일부 어리석은 사람들은, 허울에 눈이 멀어 본질을 보지 못하곤 하 죠. 생각해보시죠. 그 어떤 어빌리티 를, 혹은 슬롯을 가졌든 간에, 다른 c급 헌터가 오늘의 매치에서 저보 다 잘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십니 까? 그게 설사, 프리미어 클랜의 유 망주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아, 물론 세정이는 빼고 말입니다. 제 혈육이 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얘가 좀 잘 났지 않습니까.”
궤변이라서일까, 아니면 설득당해 서일까, 침묵하는 서예림에게 김세 훈이 재차 종용하듯 물었다.
“마스터는 선택하셔야 할 것 같군 요. 당장 자신의 지갑에 있는 현금 과 그럴듯한 당첨액수가 적혀 있는 복권 중 무엇을 가지실지 말이죠. 뭐, 후자를 선택하시겠다면야, 어쩔 수 없지요. 취향은 존중해 드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아셔야 할 건, 아 무리 당첨액수가 큰 복권도 꽝이라 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겁니다.”
안하무인 격인 김세훈의 언사에 서 예림이 테이블을 톡톡 두들기다, 되 물었다.
“인상적이군요. 이런 성격이었나 요? 난 여태 김세훈 씨가 자신을 어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때는 내숭 떨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으니까요.”
김세정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튀 기 시작한 지금, 예전처럼 어울리지 않게 내숭을 떨 생각 따윈 없는 김 세훈이였다.
그런 김세훈에게 서예림이 무미건 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론은, 김세훈 씨는 자신이 탑 클래스의 유망주와 비교해도 뒤처지 지 않는다 생각하고, 그러니 당연히 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거군요.”
“사실이니까요. 마스터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짓궂은 미소를 입가에 걸고 있는 김세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예림 이 테이블 위에 있는 계약서 옆에 서명했다. 김세정의 계약서였지만, 지금은 김세훈의 이름이 명시된 계 약서 였다.
“들어보니, 김세훈 씨의 말이 마냥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네요. 하 이 클래스의 경맥법, 오의, 판단력과 피지컬. 이 모든 걸 면밀하게 따져 봤을 때, 원 슬롯이라는 결점을 감 안해도 김세훈 씨의 가치가 탑 클래 스 유망주 못지않은 것 또한 사실이 니까요. 그러니, 원하는 대로 김세정 씨와 동일한 조건으로 맞춰드릴까 요.” 언제 김세훈에게 따졌냐는 듯, 서 예림의 담담한 태도와 물 흐르는 듯 한 진행에 김세정은 어안이 벙벙한 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 다.
“하…… 이걸 이렇게 계약한다고?”
원하는 조건과 형식으로 계약을 진 행한 김세훈이 싱긋 웃으며 서예림 에게 묘한 뉘앙스의 말을 건넸다.
“어찌 됐든 감사합니다. 뭐, 저는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마스터의 입장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득 궁 금해지는군요. 혹시, 애초에 이 정도 규모를 생각하고 오셨던 건 아니셨 는지?”
보통 이런 계약은 사전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조건 수정을 하는 게 어려웠다. 비즈니스란 게 의례 그렇듯, 주먹구구식으로 되는 게 아 니었으니까.
하지만 서예림은 무리하다 싶은 김 세훈의 요구를 지나치게 손쉽게 받 아줬다.
마치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듯이 말이다. 이 사실로 미루어보아, 서예림은 처음부터 김세훈의 가치를 이 정도로 특정하고 계약을 준비했 던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상식적인 선에서 자신에게 제일 유리한 패를 먼저 내민 것이 다. 되든 안 되든 밑져야 본전이었 으니까.
만약, 김세훈이 어리숙한 YeS 맨 이었다면 서예림에겐 더할 나위 없 는 결말이 나왔을 것이다. 비록, 그 렇게 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 부분을 지적하는 김세훈의 질문 에 서예림이 사무적이다 싶을 정도 로 딱딱한 어투로 대꾸했다.
“노 코멘트 하죠.”
김세훈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무 래도 좋다는 듯 입을 닫았다. 조르 던 장난감을 선물 받은 꼬마처럼 조 용해진 김세훈을 일별한 서예림이 김세정과 대화를 시작했다.
상향된 조건으로 김세훈과 계약한 이상, 김세정의 계약 내용도 수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은 서예림이 의도한 대 로 흘러가지 않았다. 김세정이 서명 하려 할 때마다 김세훈이 치고 들어 와 방해했기 때문이다.
능구렁이 같은 태도로 옆에서 조언 의 껍데기를 쓴 간섭을 시작한 김세 훈.
그리고 결국, 계약은 처음과는 비 교할 수 없이 좋은 조건으로 마무리 돼버렸다.
“마스터!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 다!”
연봉 10억에 계약금 5억. 처음보다 배는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마무 리한 김세정이 밝은 목소리로 말하 자, 서예림이 피곤한 듯 옅은 한숨 을 뱉으며 말했다.
“글쎄요. 김세정 씨는 나보다 김세 훈 씨에게 더 감사해야 할 것 같네 요. 솔직히, 이 정도로 피곤한 계약 이 될지는 몰랐거든요.”
무표정하던 서예림의 얼굴은 어느 새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찌들어, 아 미가 사정없이 찡그려져 있었다. 그 만큼 김세훈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 고 실속이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거래란 건 아쉬운 쪽이 손 해 보기 마련 아니던가?
서예림이 결코 김세정을 포기하지 않을 거란 걸 내심 짐작하고 있던 김세훈은 이 협상에서 누가 우위에 있는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고, 협 상 내내 그걸 이용해 서예림을 압박 했다.
그리고 결국, 그에겐 최선임과 동 시에 서예림에겐 마지노선인 적정선 을 찾아내 이득을 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오빠. 고마워, 수고했어.”
생각 같아선 방방 뛰며 ‘난 부자 다!’ 하며 외치고 싶은 김세정이었 지만, 서예림 앞에서 차마 그럴 수 없었던지라 김세훈에게 소심한 공치 사를 하는 거로 만족하는 그녀였다.
“고마운 거 알면 됐어. 그럼, 마스 터. 볼일 다 끝났으면 저흰 이만 가 봐도 되겠습니까?”
김세훈의 말에 서예림이 고개를 끄 덕이며 말했다.
“네. 그러세요. 그리고 에이전트가 아직 없으면 계약 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오늘은 큰 틀만 잡은 약식 계약이었고 세부적인 부분은 앞으로 몇 번 더 만나서 조율해야 하니까 요. 특히 초상권과 세금 같은 부분 은 전문지식이 없으면 손해 볼 수 있으니 전문가를 섭외해두는 게 피 차 편하겠지요?”
호의라 볼 수 있는 서예림의 조언 에 김세훈이 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건넨 후 일어나는 김 세훈을 보며 지강혁이 다급한 어조 로 물었다.
“야, 김세훈. 뭐야. 먼저 가게? 나 랑 춘수는? 계약 안 도와주냐?”
“내가? 널? 왜?”
“아니…… 세정 씨는 도와줬잖아. 우리도 도와줘. 나 숫자에 약하다 고.”
한 조직의 수장, 그것도 프리미어 클랜의 마스터가 숫자에 약할 리가 있겠는가, 그저 딱딱하고 재미없는 서예림과 천방지축 이춘수.
이 둘과 홀로 남기 싫었을 뿐이었 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었던 김세 훈이 가운뎃손가락을 선물하며 말했 다.
“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와, 이 자식 진짜 너무하네.”
칭얼거리는 지강혁에게 김세훈이 첨언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아, 그리고 춘수는 네가 좀 챙겨. 저거 누가 안 챙겨주면 눈 뜨고 코 베일 놈이잖냐. 물론 난 그딴 귀찮 은 짓은 절대 안 할 거니까, 착한 네가 챙겨야겠지.”
그 말을 끝으로 김세정을 질질 끌 고 가버리는 김세훈을 보며 지강혁 이 말했다.
“야! 진짜 가냐?!”
“어, 수고.” 가버리는 남매의 뒷모습을 간절한 눈빛으로 마중한 지강혁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심기가 편치 않아 보이는 서예림이 서슬 퍼런 기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딱 봐도 호구를 놓친 사냥꾼이 칼 을 갈고 있는 모양새 같아 보여, 지 강혁은 골치가 아픈지 이마를 엄지 로 쿡쿡 눌렀다.
하지만 서예림에서 나온 말은 의외 로 이춘수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춘수 씨는 먼저 가보세요. 피곤 해 보이시니, 골치 아픈 얘기는 다 음에 하도록 하죠.”
“어? 춘수 가도 되냐?”
“네, 가보세요.”
“어…… 음…… 알겠다! 춘수 간 다! 응…… 근데 케이크 남았다. 어 쩌지?”
남아 있는 케이크 세 개를 간절하 게 바라보는 이춘수를 보는 서예림 의 눈가가 슬며시 풀렸다.
웃음기가 살짝 비치는 눈매를 급히 갈무리한 서예림이 말했다.
“싸가면 되죠. 집에 가서 드세요.”
“오, 마스터 똑똑하다!”
케이크를 양손에 들어 아기처럼 품 에 안는 이춘수. 생크림이 상의에 잔뜩 묻었지만, 이춘수는 아랑곳하 지 않고 총총거리며 뛰어나갔다.
그러면서도 잠깐 뒤돌아서 지강혁 에게 인사하는 걸 잊지 않았다.
“깡혁! 나 먼저 간다! 골치 아픈 얘기 많이 하다가 와라! 춘수는 머 리 아파서 먼저 간다!”
“……망할, 깡혁이라고 하지 말라 니까.”
구시렁거리던 지강혁은 이내 아무 도 없는 이 카페테리아에 서예림과 단둘이 남았다는 사실이 영 어색한 지, 콧등을 검지로 긁다가 말했다.
“음…… 그럼 마스터? 뭐 어쩔까 요? 계약 진행할까요?”
지강혁의 말에 잠시 주변을 살피는 서예림. 그리고 이내 근처에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자, 그녀는 기 다렸다는 듯 북풍한설처럼 매섭고 차가운 어투로 쏘아붙이듯 말했다.
“아뇨, 언감생심 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에게 헌터 계약을 제안할 수 있 을까요? 안 그런가요?”
거기까지 말한 서예림이 한 호흡 쉬더니 재차 말을 이었다.
“지강혁, 아니, 블레이저(B1aZer) 최강혁 씨.”
서예림의 말에 지강혁이 올 게 왔 다는 듯 한숨을 쉬며 자세를 바로잡 았다.
하기야, 이런 어설픈 위장이 서예 림을 상대로 오래 갈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다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왔을 뿐.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금빛 눈동자 를 마주하며 지강혁은 생각했다.
아무래도, 오늘 빨리 가긴 틀린 것 같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