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96
사상 최강의 오빠 096화
37장 제멋대로(I)
까칠까칠한 흙이 자신의 피부를 사 정없이 할퀼 때쯤에서야, 신현영은 자신이 땅에 얼굴을 박고 있다는 걸 자각했고 얼굴을 예리하게 쑤시는 통증에 신현영은 저도 모르게 옅은 비명을 뱉었다.
하지만 아무리 안쓰러운 비명을 흘 려보아도, 그녀의 뒤통수를 단단히 부여잡은 쇠심줄 같은 손아귀는 사 슴의 뒷다리를 문 악어 주둥이처럼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김세훈! 그만해! 당장! 경찰을 부 르기 전에!”
임우진의 엄중한 경고에 김세훈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이봐, 임우진. 이런 사소한 흙 놀 이 조금 했다고 경찰을 부르는 건 좀 오바 아닌가? 응? 그런 건 공권 력에 대한 민폐라고. 아, 그런데 혹 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정말 경찰 을 부를 생각은 아니지? 그럼 폭행 죄가 살인죄로 변할 수도 있겠는 데…? 뭐, 그냥 그렇다고.”
흙과 돌멩이 조각에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못 차리는 신현영의 모습 을 본 임우진은 금방이라도 뛰쳐나 가려 했지만, 이내 손끝을 움찔거리 기만 할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 고 있었다.
섣불리 움직이면 저 정신 나간 자 식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던 탓이 다.
그 와중에 오규화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고 이 진석은 마치 트라우마에 잠식된 공 황 환자처럼,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 같은 얼굴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주변에 있는 다른 헌터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김세훈의 폭력적인 행동을 보면서도, 서로 수군거리며 방관할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얽힌 이해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명백한 범죄행위임이 확실함에도 말이다.
결국,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임우진이 김세훈에게 타협을 시도했다.
“당신…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 유가 뭡니까? 이런 극단적인 행동은 본인에게 불리하다는 걸 모르는 겁 니까? 막말로, 아가씨가 한 짓을 알 고 있다면 해결책도 알고 있지 않습 니까. 우리도 돈으로 해결했으니, 당 신도 돈으로 딜을 하면 얼마든지 순 서를 바꿀 수 있을 겁니다. 굳이 우 리한테까지 와서 이딴 패악질을 부 릴 필요가 없단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 지금이라면 없던 일로 해드리 겠습니다. 여기까지 하세요. 더 상황 이 악화되기 전에…!”
임우진의 말대로였다. 처음부터 신 현영이 한 행동은 악의가 깃든 장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조금만 깊게 생각했다면 불쾌하긴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상황을 타파 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 소리다.
임우진의 말에 김세훈이 끌끌 웃으 며 입을 열었다.
“뭐,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그래, 그랬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그건 빡치잖아? 안 그래? 나 마음에 안 든다는 새끼가 뒤에서 개수작을 부 리는데, 호인처럼 허허 웃으며 웃어 넘겨줄까? 내 돈 써가면서? 하, 내 가 누가 좋으라고 그러겠어?”
거기까지 말한 김세훈이 신현영의 뒷목을 잡고 일으켰다. 그러자 3분 이 넘게 흙 속에 얼굴이 파묻혀있던 탓일까?
신현영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헛 바람이 섞인 마른기침을 쉴 새 없이 토했다.
“나는 말이지. 누가 의도한 대로 끌려가는 걸 굉장히 싫어해. 뭐, 그 게 얼마나 사소한 악의인지는 상관 없어. 그저 내게 중요한 건 이 상황 이 내가 의도한 것이냐, 아니냐는 것뿐이지.”
김세훈이 무미건조한 몸짓으로 신 현영의 얼굴을 다시 바닥에 내려찍 었다.
그걸 본 임우진이 움찔하며 한 발 짝 움직였지만, 김세훈의 밤 호수 같은 시커먼 동공이 그의 발을 묶었 다.
임우진은 이런 자신의 무력함에 분 기가 치솟아 올랐지만, 어쩔 수 없 었다.
상식으로 잴 수 없는 김세훈의 행 동 양식을 돌이켜볼 때 경거망동하 는 건 최악의 선택지가 될 것이 분 명했기 때문이다.
쥐덫에 물린 쥐새끼처럼 굳어버린 그에게 김세훈이 말했다.
“그러니 이왕이면 싸구려 삼류 소 설의 조연처럼 행동해. 그래,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연출한 대로 움 직이란 말이야. 자꾸 똑똑한 척하면 서 이렇게 걸리적거리면… 치워야 하잖아. 번거롭게.”
약이라도 빤 것처럼 두서없고 이해 할 수 없는 김세훈의 말에 임우진이 대꾸했다.
“…미쳤어. 김세훈. 당신은 돌았다 고!”
“나도 알아. 자, 나도 바쁜 사람이 니, 마지막으로 묻지.”
김세훈이 신현영을 일으켜 세워선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얼굴을 자상 하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닦아주었 다.
하지만 신현영은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몸을 흠칫 떨며 화들짝 놀라 는가 싶더니 눈매를 얄팍하게 좁히 며 피가 섞인 마른침을 김세훈의 얼 굴에 퉤, 하고 뱉었다.
하지만, 김세훈은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침을 닦을 생각도 않은 채 담담히 말을 이었다.
“침 뱉는 꼴을 보니, 아직도 기가 안 죽었군. 주제에 꽤 강단이 있어. 좋아, 신현영. 잘 들어. 앞으로 내가 너한테 딱 10초 줄 거야. 그리고 그 동안 넌 내가 원하는 답을 줘야겠 지. 안 주면? 흠, 과연 내가 어떻게 할까? 뭐,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도 궁금해지는걸? 요즘엔 나도 나를 잘 모르겠거든.”
김세훈이 신현영이 턱을 잡고 강제 로 시선을 마주한 채 천천히 카운터 를 세기 시작했다.
10, 9, 8.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신 현영의 눈이 파도에 휩쓸린 해초쪼 가리마냥 거세게 흔들렸고 그녀의 뒷목을 잡은 김세훈의 손아귀에 서 서히 힘이 들어갔다.
이윽고, 카운터가 3에 근접하자 신 현영이 마른 입술을 힘없이 열었다.
“…3일. 3일 안에… 던전에 들어가 도록… 해줄게.”
짙은 패배감에 물들어 있는 그녀의 음성에 김세훈이 기꺼워하며 신현영 의 모가지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아비가 어린 자식을 칭찬이 라도 하듯, 그녀의 머리를 자상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진작에 이랬으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좋잖아? 그러게 왜 사람 피곤하게 만들어. 알아서 길 것이지.”
능청스럽게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김세훈을 씹어 삼켜도 시원찮다는 듯 노려보던 신현영이 입가를 손등 으로 훔쳤다.
손등에 묻어나오는 피와 침, 흙가 루의 흔적을 멍하니 보던 신현영이 나직하니, 그리고 정확한 발음으로 김세훈에게 경고했다.
“김세훈. 넌 오늘 내게 이딴 짓을 한 걸 평생 후회할 거야. 장담할게.”
김세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얼마든지, 넌 모르겠지만 난 후회 에 제법 익숙하거든. 뭐, 그나마도 할 것 같진 않지만.”
묘한 뉘앙스를 품은 그 말을 끝으 로 약속을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 신현영의 어깨를 두드리고 사라지는 김세훈.
그런 그의 뒷모습을 핏발 선 눈으 로 바라보던 신현영이 임우진에게 말했다.
“임우진.”
“…네. 아가씨.”
“오라클에 연락해서 김세훈 잡아넣 어. 증거는… 필요 없겠지? 널린 게 증인이니까.”
별난 구경거리가 생긴 덕분인지, 텐트를 둘러싸고 있는 헌터들을 보 며 하는 신현영의 말에 임우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온갖 죄목 추가해. 폭행죄, 모욕죄 부터 시작해서 동원할 수 있는 죄목 은 깡그리! X발, 머저리 같은 새끼. 생각이 없어도 유분수지. 백두 대낮 에, 그것도 다른 클랜의 권역에서 나를 건드려?”
분을 못 참아 길길이 날뛰는 신현 영을 보면서 임우진은 뇌리 한 편에 머무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김세훈은 왜 이리 곱게 물러났을 까? 그리고 왜 이렇게 일을 어설프 게 처리하는 걸까?
김세훈이 바보도 아니고 이대로 물 러나면 신현영이 가만있지 않을 거 라는 걸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그는 신현영에게 어떤 구속도 가하지 않은 채 약속을 지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떠나 버렸다.
마치 신현영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그녀가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 다는 듯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군. 아니면? 진짜 미친놈이기라도 한 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사서….’
상념에 빠져 있던 임우진에게 신현 영이 말했다.
“임우진. 뭐해! 오규화랑 이진석, 저 멍청이들 데리고 증인 해줄 사람 물색해둬. 난 오라클 오기 전에 본 드 클랜 담당자랑 같이 가서 김세훈 도망 못 가게 잡아둘 테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듯, 내친 김에 오늘 이내로 김세훈을 잡아넣 을 생각인지 신현영이 행동을 서둘 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연락을 받 고 찾아온 본드 클랜 직원을 독촉해 김세훈의 텐트로 향했다. 불과 10분 도 안 돼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신현영의 신속한 행동 탓인 지, 어쩔 수 없이 의구심을 떨친 임 우진은 바로 근처에 서 있던 헌터에 게 다가가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해저드 클랜의 임 우진입니다. 다름 아니라 방금 있었 던 일에 대한 증언을 부탁드리 려….”
임우진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헌터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 재밌게 잘 봤습니다. 무슨 행 위 예술 같은 거 하실 예정인가 보 죠? 열의가 아주 대단하네요. 여기 까지 와서 연습하실 줄이야.”
헌터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임 우진이 당혹스러운 듯 눈을 깜빡거 리며 반문했다.
“네? 행위 예술? 연기? 무슨 말씀 이신지?”
“아니 갑자기 저기 있던 헌터 아가 씨가 막 아무도 없는 허공에 욕하더 니 갑자기 바닥에 얼굴을 혼자서 박 기 시작하던데요? 처음에는 깜짝 놀 랐지만, 주변에 있던 헌터들한테 들 어보니 요즘 유행하는 헌터들의 행 위 예술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 피도 실감 나게 흘리시고… 닭 피죠 그거? 하하, 하여간 덕분에 신 기한 구경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 으로 응원합니다.
저도 헌터들이 적극적인 사회활동 을 통해 일반인과의 거리감을 좁혀 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헌터의 말을 들은 임우진이 얼마나 놀랐는지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게 무슨…? 자기 혼자서 바 닥에 머리를 박았단 말입니까?”
“네. 근처에 있던 헌터들 전부 다 봤을 텐데요.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급기야 임우진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선 근처에 있던 몇몇 헌터에게 다급한 어조로 무어라 물었고, 하나 같이 일관된 그들의 답변을 들은 뒤 엔 어딘가로 급히 뛰어갔다.
김세훈들의 텐트 앞. 거기서 신현 영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앞에 서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네. 김세훈 씨는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저와 계속 같이 있었습니 다. 대기열 순서를 바꾸고 싶다고 하셔서 적당한 파티를 컨택해 드리 려고 했거든요.”
관리부 직원의 차분한 설명에 신현 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마에 손 바닥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분 명, 분명히… 난 저 새끼한테….”
그런 그녀에게 김세훈이 뭐가 문제 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천연덕스 럽게 말했다.
“내가 뭘? 아니, 갑자기 찾아와서 왜 난리야? 아니면? 뭐 나한테 미 안할 짓이라도 했나?”
“네가,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린진 모르겠지만, 나한텐 증인이 있어. 내 가 너한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증언해 줄 증인이 있다고!” 그때 시기적절하게도 임우진이 도 착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반 색하는 신현영의 귀에 임우진이 무 어라 속삭이자, 그녀의 얼굴이 찌그 러진 캔처럼 일그러졌다.
임우진에게서 증인에 관한 얘기를 들은 신현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마른세수를 하며 울분이 깃든 신음 을 뱉었다.
얼마나 분하고 원통했는지 눈물까 지 쏟아내는 신현영에게 김세훈이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신현영. 기억해. 3일, 3일이야.”
결국, 화가 터져버린 신현영이 김 세훈의 멱살을 잡아채며 난리를 피 웠고 주변 직원들이 달려들어 광분 하는 그녀를 억지로 끌어내릴 수밖 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옆에서 신기루 처럼 떠 있던 붉은 눈이 깜빡이더니 이내 언제 그 자리에 있었냐는 듯 홀연히 사라졌다.